소설리스트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613화 (613/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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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해요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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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콜록, 콜록……!!”

사람이 너무 당황스러운 상황을 맞닥뜨리면 기침이 나온다고, 언제 영지 시찰 중에 만났던 영주가 그리 말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는 무슨 헛소리인가 싶었지만, 르피넬은 그때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작은 시골 영주가 했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정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레라도 걸린 것처럼 쉬지 않고 나오는 기침.

“괜찮으십니까?”

“괘, 괜…… 케흑!!”

“이런. 빨리 물을 가지고 와라.”

언제 어느 때에도 품위를 지켜야 하는 왕녀로서 도저히 보여서는 안 될 추태에 르피넬은 당장이라도 혀를 깨물고 싶을 만큼, 저 스스로에게 수치심을 느꼈다.

하지만 쪽팔림과 민망함 속에서도 자꾸만 귀를 간질거리는 굵직하고 강직한 사내의 음성에 움찔움찔 반응하는 하복부.

“여기.”

“고, 고맙……응읏, 응윽….”

스미스가 건네는 물 잔을 받아든 르피넬은 체면이고 뭐고 따지지 않고 우선은 그걸 넘겨받은 다음 얼른 입술에 가져대고 잔을 꽉 채운 내용물을 꿀떡꿀떡 삼켰다.

“후우……!!”

머리가 아찔해질 정도로 차가운 냉수가 들어간 덕분일까.

한껏 달아오른 얼굴과 몸의 열기가 조금은 가라앉으면서 혼란스러웠던 머릿속도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괜찮으십니까?”

“괘, 괜…… 찮, 소….”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하려던 르피넬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거리를 좁혀와 제 어깨에 손을 얹으며 얼굴을 살피는 스미스의 접촉에 헛숨을 들이켜며 가까스로 대답하는데 성공했다.

꾸우욱.

“읏…….”

딱 한 걸음 거리를 좁히는 순간, 르피넬의 가슴이 스미스의 탄탄한 복부에 눌려 살짝 뭉그러졌고 그녀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내고 말았다.

“아, 죄송합니다.”

“…괜, 찮소.”

남자의 몸이라는 게 원래 저토록 뜨겁고 탄탄했던가?

르피넬은 천천히 멀어지는 스미스의 가슴팍을 바라보며 짙은 아쉬움을 삼켜야만 했다. 왜 거기서 소리를 내어서는.

두근──!! 두근──!!

처음 사냥 대회에 참가했을 때, 길게 자란 엄니가 자신의 몸뚱어리보다 커다랬던 기간트 보어를 마주했을 때도 이렇게 심장이 뛰지 않았다.

그렇게 르피넬이 하려던 말도 잊어버린 채, 약을 복용 했음에도 자꾸만 달아오르려는 몸을 어떻게든 제어하기 위해 노력하기 위해 정신을 가다듬으려던 바로 그 순간.

“르피넬 왕녀님.”

“……? 무, 무엇이오?”

제가 먼저 르벨룸 요새를 주제로 말을 걸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린 그녀는 두눈을 크게 뜨고서 입술을 달싹였다.

그런 르피넬 왕녀를 향해 스미스가 오른손을 내밀며 말했다.

“빈 잔을 주시겠습니까?”

“아… 여기, 있소…….”

그녀는 내용물이 사라진 유리잔을 얼른 스미스에게 건네주었고.

“물 한잔 다시 부탁한다.”

“예. 스미스 경.”

평소보다 더 깨끗한 시종 복장으로 갈아입은 오렌이 살짝 허리를 숙여준 스미스를 향해 까치발을 들어 물병의 물을 유리잔에 가득 따라주었다. 그리고 물이 가득 찬 유리잔을 입에 가져대고는.

꿀꺽─ 꿀꺽─

정확하게 르피넬의 입술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부분에 본인의 입술을 가져대고 목울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

그런 스미스의 적나라하게 움직이는 목울대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네 명의 왕녀.

특히 어떻게든 달아오른 몸을 진정시키려던 르피넬의 두 눈에는 조금 전까지는 보지 못했던 강렬한 불씨가 타오르고 있었다.

‘젠장, 빌어먹을……!!’

당장이라도 자빠트려 어깨에 걸친 코트는 물론이고 팽팽하게 당겨진 셔츠와 옷가지를 찢어발기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누가 봐도 자신을 당장 먹어달라며 노골적으로 유혹하고 있는데 이걸 참고만 있어야 한다니.

‘…진정해라 르피넬. 조급해할 것 없다.’

당장에 아랫배가 쿵쿵 울리며 가랑이 사이가 빠르게 젖어 들고 있었지만, 르피넬은 1왕녀라는 본인의 위치를 연신 떠올리며 인내하고 또 인내했다.

이미 1황자와의 거래를 통해, 눈앞의 요망한 사내의 씨앗을 받기로 약조를 끝내두었다. 물론, 거기에는 네 명 중 사내에게 선택받은 한 사람이라는 조건이 붙기는 했다만.

‘나를 선택한 게 틀림없다.’

처음에는 실수라고 생각했으나,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어필을 해오니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가 없지 않은가.

외모나 재력도 아닌, 그저 암컷 간에 자존심을 겨룰 때를 제외하면 하등 쓸모없는 지방 덩어리를 칭찬했을 때부터 눈치챘어야 했다.

세상에 어떤 사내가 여성의 가슴을 칭찬한단 말인가.

그런 사내는 아주 오래된 동화나 전설에만 등장하는 허구의 존재인 것을.

“후우.”

누군가와 경쟁하는 것이 아닌, 기다리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 생각하자 들끓었던 흥분감이 점차 가라앉는 게 느껴졌다.

‘역시 모든 건 마음이 가장 중요하군.’

아랫배는 여전히 쿵쿵 울리며 수컷을 받아들이라고 계속해서 신호를 보내어 속옷을 적셔대고 있었지만, 르피넬은 1왕녀답게 금방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연기하며 입을 열었다.

“큼, 그러고 보니 내가 르벨룸 요새에 관한 걸 물어봤었구려. 괜찮다면 그곳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들려주겠소?”

“물론입니다.”

삐딱하게 눌러쓴 모자 아래로 드러난 날카로운 턱선 위의 입매가 부드러운 호선을 그리자, 르피넬은 저도 모르게 군침을 꿀꺽 삼켰다.

“우선은…….”

그리고 시작된 스미스의 이야기.

뜨거운 태양과 끝없이 펼쳐진 모래밭 위에서의 생활과 비젤린 공작과의 만남. 그리고 르벨룸 요새의 주인인 겨울검과의 조우.

르피넬 왕녀는 물론이고, 멀찍이 떨어져 있던 골디아스 왕국의 페르티샤 왕녀까지 어느새 스미스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코앞까지 다가와 경청하고 있었다.

모든 이야기가 약간의 진실만 섞인 허구라는 것도 모른 채.

“설마 겨울검인 필로리아 백작과도 안면이 있을 줄은 몰랐소.”

“르벨룸 요새에서 큰 신세를 졌습니다.”

“큼……. 필로리아 백작이 원래 누구에게 은혜를 베풀 이는 아닌데, 스미스 경이 무척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오.”

“제가 마음에 들었다기 보다는 비젤린님께서 함께 계셨기 때문일 겁니다.”

“아니오. 필로리아 백작은 목에 칼이 들어오면 들어왔지, 힘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이가 아니오.”

르피넬 왕녀는 아르델 필로리아라는 여성을 떠올리며 작게 몸을 떨었고, 그 찰나의 틈에 스미스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것을 놓치고 말았다.

“하하, 그러면 제가 한 번 이야기를 했으니, 이제는 왕녀님들 중 한 분께서 제게 이야기를 들려주시겠습니까?”

“그러면 내가──”

“바다라는 곳을 보신 적은 없죠?”

“모래와는 다르게 푹신푹신하고 차가운 눈은 어때?”

먹이를 노리는 하이에나처럼 양쪽에서 르피넬 왕녀를 밀치고 앞으로 나온 메릴 왕녀와 닐라 왕녀.

“바다와 눈…… 둘 다 비젤린님께 잠깐 이야기를 들어 본적은 있습니다.”

그리고 살짝 높아진 그의 목소리에 메릴과 닐라. 두 사람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빌어먹을 녀석들……!!’

자신의 음식을 향해 손을 뻗으려는 무뢰배들의 행동에 르피넬은 두 눈을 사납게 뜨고 스미스가 흥미 있어 할 만한 이야기를 생각해 내기 위해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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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스 경.”

“예. 황자님.”

막 설산에 있는 별장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절경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나는 1황자의 부름에 얼른 고개를 돌려 대답했다.

“왕녀들과 꽤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아 조금 지켜봤으나, 슬슬 후반부에 들어갈 시간이라네.”

후반부.

나는 어느새 간신배의 관상을 가진 녀석을 떠나보내고 혼자 의자에 앉아 있던 1황자의 대답에 살짝 놀랐다.

로샨테 울나르가 떠난 것도 모를 만큼 왕녀들의 이야기에 집중했던 스스로에게 말이다.

‘뭐, 정확히는 인어랑 다른 이종족들에 대한 이야기에 흥미를 가졌던 거지만.’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1황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무도회의 시작을 알릴 때 사용했던 수정구를 다시 손에 쥐며 입을 열었다.

“자, 바쁜 와중에 다들 모여 오랜만에 얼굴들을 보고 충분히 대화를 나눴을 거라고 생각하네. 그러니 이제는 제대로 놀아보도록 하지.”

파악!!

그와 동시에 무도회장 위에서 화려하게 빛나고 있던 샹들리에가 순식간에 빛을 잃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지독한 어둠.

'뭐여……?'

세계수의 힘으로 강화된 신체로 인해 빛이 사라진 상황에서도 크게 불편함 없이 시야가 트인 나는 이 틈을 타 제대로 보지 못했던 네 왕녀의 가슴을 두 눈에 담기 위해 얼른 고개를 돌리려는데.

화아악──!!

무도회장 전체로 형형색색의 불빛이 번지며 순식간에 어둠을 걷어내는 게 아닌가.

'무슨 유흥 주점도 아니고…….'

나는 흔히 노래방 천장에 달린 미러볼 처럼 알록달록한 불빛을 내뿜는 샹들리에를 올려다보며, 부디 이것 만큼은 장인 어른이 퍼트린 문화가 아니길 하고 바랐다.

“자아, 모든 이들에게 와인을 돌리도록.”

1황자의 지시에 회장을 돌아다니던 시종들과 우리 단원들이 양손에 와인이 담긴 잔을 가득 담은 쟁반을 들고 바쁘게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스미스 경.”

그리고 얼른 생수 대신 와인을 가지고 돌아온 오렌.

나는 쟁반 위에 놓여 있는 단 하나의 와인 잔과 은근한 시선으로 이쪽을 주시하고 있는 1황자를 한 번씩 바라본 다음, 쟁반 위의 와인 잔을 손에 쥐고서 왕녀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꿀꺽.

누구의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한 가지 확실한 건 페르티샤 왕녀를 제외한 셋이 나를 향해 뜨거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것 만큼은 확실하게 느껴졌다.

그렇기에 나는 손에 든 와인 잔을 그 누구에게도 넘겨주지 않고, 내 입속으로 털어 넣었다.

“와인 맛이 좋군요.”

““……?””

당황스러워하는 왕녀들과 등 뒤로부터 1황자의 당황스러움까지 전해져 왔다.

나는 깔끔하게 빈 잔을 다시 오렌에게 돌려준 다음, 크나큰 배신을 당한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는 왕녀들을 향해 나직이 속삭였다.

“…그러니 취해도 괜찮은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 게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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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스미스의 선택지에 한 명이란 없는 것입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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