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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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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으음…….”
요즘 들어 늘어나는 아침잠에 케르낙스가 무거운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 올렸다.
“……?”
그리고 평소와 다른 풍경에 몽롱한 눈을 두어 번 느릿하게 끔뻑였다.
“깼어?”
아직 잠기운이 남아 있던 케르낙스는 바로 위에서 들려오는 다정한 목소리에 고개를 살짝 들어 올렸다.
살짝 그을린 피부와 탄탄한 가슴.
굵직한 목울대와 날렵한 턱선.
강직한 눈매에 쉽게 보기 힘든 검은색 눈썹과 머리칼.
“…스미스?”
“왜?”
이제는 정말 남편이 되어버린 사내의 이름을 부르자, 꿈으로 생각했던 그가 평소보다 더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이마에 입술을 맞춰왔다.
살짝 닿은 그 입술을 통해 전해져오는 간질간질한 감정에 절로 입꼬리가 부드럽게 올라가려 했다.
“더 잘까?”
“……응.”
“그래. 그러면 더 자자.”
조심스럽게 자신의 등을 토닥이며 머리를 눕힐 수 있게 품을 내어주는 배려에 케르낙스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두근─ 두근─
맞닿은 피부를 통해 전해져오는 심장 소리와 따스한 체온.
분명 잠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울적했던 마음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따스함으로 가득 차올랐다.’
늘 입으로는 이해하고 있다며 괜찮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분명 알고 있음에도 배가 점차 불러올수록 알게 모르게 서운함을 느끼고 마음이 울적해졌다.
“불편해? 베개 줄까?”
“…으응. 이게 좋다.”
딱딱하지만, 전혀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그의 팔베개.
‘…정말이지.’
분명 오후쯤에나 돌아오기로 했으면서.
케르낙스는 익숙한 체온과 너른 품에 안겨 금방 고른 숨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
“자?”
“엉. 다시 자.”
케르낙스의 바로 옆에 누워 있던 시론이 고개를 빼꼼 들어다가 내 가슴에 뺨을 가져대고서 새근새근 귀엽게 숨을 내쉬고 있는 케르낙스의 얼굴을 함께 감상했다.
“…가슴도 커지고. 피부도 좋아지고.”
“음.”
할 말이 많지만, 모두 맞는 말이었기에 나는 케르낙스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빨리 아기 가질래.”
“…조금만 더 기다려줄래?”
“그냥 다 때려 부수면 안 돼?”
“응. 안 돼.”
“…….”
살짝 아래로 기울어지는 시론의 눈썹.
“쓰읍. 어딜 하늘 같은 서방님을 노려봐?”
“뭐래.”
시론은 특유의 날카로운 상어 이빨로 나를 위협하더니, 살금살금 침대 아래로 내려갔다. 조금 있으면 뒷마당에 있는 공터에서 시란에게 굴려질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오늘 출근 안 한다고?”
“엉.”
“그 말 지켜라? 나가기만 해 봐.”
탁! 탁!
시론이 위협적으로 이빨을 소리 내 부딪히며 내 사타구니를 슬쩍 훑어봤다.
“…점심 제때 먹게 빨리 가 봐.”
“흥, 말 안 해도 그럴 생각이었거든?”
황녀님을 제외하면 아내들 사이에서 가장 체구가 작은 시론은 체구에 걸맞게 한쪽 뺨을 부풀리고는 성큼성큼 이쪽으로 걸어왔다.
쪽.
“열심히 해.”
“…흥이다.”
본인이 먼저 입술을 맞춰왔으면서 괜히 심술부리던 시론이 빙그르르 몸을 돌려 그대로 침실을 떠났다.
그렇게 넓은 침실 안에 케르낙스와 단 둘만 남게 된 나는 다시 편하게 베개에 머리를 눕히고 내 가슴에 뺨을 기댄 케르낙스의 머리를 조심조심 쓰다듬었다.
“으음…….”
아이처럼 조금 더 품에 파고들기 위해 꾸물거리는 케르낙스.
나는 그 사랑스러운 행동에 소리 없이 웃으며, 보름달처럼 불러온 케르낙스의 배 위에 살포시 손을 얹고 나직이 말했다.
“아빠 보고 싶다고 갑자기 나오려고 하면 안 된다?”
꾸욱.
“오……?”
마치 내 말에 대답하듯이 내 손바닥이 닿은 부분이 아주 살짝 꿈틀거렸다.
우연인지, 아니면 정말로 내 말에 대답이라도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케르낙스의 고운 이마에 귀여운 골짜기가 생겨났기에 나는 소리 없이 웃으며 그만 입을 닫기로 했다.
대신.
‘너무 엄마 힘들게 하면 안 된다?’
잔뜩 부른 케르낙스의 배를 토닥이며, 케르낙스가 잠이 깰 때까지 머리를 쓰다듬었다.
**
“일찍… 왔구나.”
“엉. 케르낙스가 보고 싶어서 일찍 왔지.”
“으응…….”
나는 막 잠에서 깬 케르낙스의 허리를 아주 조심스럽게 끌어안으며, 이마부터 콧등과 입술까지 순차적으로 입술을 맞췄다.
“이제 안 졸려?”
“…응. 괜찮다.”
“다행이다. 그러면 일어날까?”
“……아이 취급은 하지 마라.”
“아이가 아니라 공주님 취급입니다. 아니지. 왕자님인가?”
찰싹.
“…일으켜 줘.”
“넹.”
나는 케르낙스의 손바닥에 맞은 가슴팍을 살짝 긁적이며 얼른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자, 조심조심.”
“…나는 하는 게 없는 것 같다만.”
“그럼 더 좋지 뭐.”
내가 직접 허리와 뒤통수에 손을 받치고 일으켜 주자 케르낙스가 뚱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푸흡…….”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기분 좋게 피식 웃으며 편하게 내게 기대어왔지만 말이다.
‘아아, 치유된다.’
무도회인지 뭔지, 이상한 놈들의 시선만 잔뜩 받다가 돌아와서 그런 걸까. 나를 향한 무한한 애정이 담긴 시선과 행동에 절로 입꼬리가 씰룩였다.
“자아~ 욕탕으로 모시겠습니다?”
“밥 먼저 먹고 싶다만.”
“그러면 부엌으로 가야지.”
그게 뭐 어렵다고.
나는 케르낙스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도록 공주님 자세로 번쩍 안아 든 다음, 천천히 침실을 나와 부엌으로 걸음을 옮겼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앉아라.”
이제는 완전히 메이드가 된 기에나와 베네오가 우리를 향해 인사하며 자연스레 식탁 위에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거? 이거 줄까?”
“…응.”
그리고 나는 케르낙스를 허벅지 위에 앉힌 다음 평소에 내가 받았던 식사 시중을 그대로 그녀에게 돌려주었다.
그렇게 조금 늦었지만 즐거운 아침 식사를 이어 나가고 있을 때였다.
“으윽…….”
고통에 신음하며 비틀비틀 이쪽으로 걸어오는 비젤린님과 그 뒤를 따라 좀비처럼 고개를 푸욱 숙인 채 따라오는 누님과 네메아가 보였다.
“더 이상 가까이 오지 마라.”
“그쪽에서 멈추십시오.”
그리고 평범하게 내가 먹을 토스트를 굽고 있던 두 사람이 얼른 걸음을 움직여 이쪽을 향해 오던 셋을 가로막았다.
“왜들 그래?”
혹시 무슨 병이라도 걸린 걸까.
걱정을 담아 둘을 향해 물었고.
“숙취 때문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가장 뒤에서 따라온 시스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숙취?”
“네. 아멜라님께서 모험가 길드로부터 70년 된 럼주를 몇 동 가져오셨습니다.”
“아…….”
그 말을 듣고 난 후에야 나는 머리를 움켜쥐고 괴로워하는 비젤린님과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누님과 네메아가 술병을 앓고 있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신성력으로 그냥 태워버리면 되는 걸 가지고 셋 다 왜 그러고 있어요?”
“그러면 술을 마시는 의미가 없다고 하더군요.”
약간의 한심함을 담아 네메아의 뒤통수를 노려보는 시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더니…….’
오래도록 풍요신의 첨병으로 살아왔던 네메아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그간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루하루 이루며 착실하게 삶을 즐기는 중이었다.
‘길레나라는 사제에 대해 좀 물어봐 달라고 아가사한테 전해달라 부탁하려 했는데.’
나는 금방이라도 토악질을 할 것 같은 얼굴로 기에나와 베네오의 손에 이끌려 질질 끌려가는 네메아의 모습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뭐…… 당장 급한 건 아니니까.’
나는 멀어지는 세 사람의 뒷모습에 피식 웃었다.
싫다고 항상 으르렁거리던 누님이 결국에는 네메아와 함께 술을 진탕 마시는 사이가 되다니.
이러다가는 나중에 저 둘이서 아르델을 놀리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물론, 입으로 하는 싸움인 만큼 누님과 네메아가 힘을 합친다 해서 아르델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진 않았지만.
‘비젤린님은…… 내가 일찍 올 걸 알아서 취하신 거겠지?’
진실을 알려면 알 수 있었지만, 뭔가 신뢰를 잃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도 들었기에 그러려니 넘어가기로 했다.
‘무도회에서 있었던 일은 저녁에 다 모이면 말하는 게 좋겠네.’
실질적으로 자리에 없는 사람은 냐호 한 명 뿐이었지만, 어차피 방금 나간 저 셋 때문이라도 이야기는 저녁으로 미룰 필요가 있었다.
‘오후에는 그냥 출근할까.’
모처럼 아내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한 무단결근이었으나, 설마 이렇게 될 줄이야.
“스미스.”
“아, 응. 뭐 줄까?”
나는 얼른 고개를 돌려 식탁 위를 살폈다.
“…배부르다.”
“그래? 그러면 이제 욕탕으로 갈까?”
오후에 시론과 시란이 합류하기 전까지, 나는 최대한 케르낙스의 곁에 달라붙어 그간 해주지 못한 애정을 진득하게 표현할 예정이었다.
“음…… 그 전에 해야 할 게 있다.”
“뭔데? 내가 할게.”
“아, 아니다. 내가… 내가 할 수 있다.”
묘하게 부끄러워하며 시선을 피하는 케르낙스.
‘뭐지……?’
그 사랑스러운 반응에 더 궁금해졌지만, 사랑하는 아내를 곤란하게 만드는 취미는 없었기에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끄덕이려고 했다.
투욱.
손 등에 따뜻하고 축축한 무언가가 떨어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건……?”
“아, 으, 그, 그…….”
내가 손등을 빼내자 케르낙스가 두 손을 허둥거렸다. 덕분에 나는 하던 행동을 멈추고 케르낙스의 허리를 살포시 붙잡아야만 했지만.
“오…….”
“으읏….”
내 짧은 감탄에 케르낙스는 얼른 흠뻑 젖은 가슴을 두 손으로 가렸다.
“착유 할 시간이야?”
“…응.”
“그렇구나.”
생각해 보면 시란도 그렇고 직접 모유를 빨아 마시기까지 했지만, 착유 하는 과정을 지켜본 적은 없었다.
케르낙스 역시 마찬가지고.
나는 미묘한 부분에서 부끄러워하는 케르낙스의 붉어진 귓불에 바람을 불어넣으며 속삭였다.
“나…… 착유 한번 해보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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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무단결근 스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