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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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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으음…….”
약간의 갈증을 느낀 케르낙스가 감고 있던 눈꺼풀을 파르르 떨다가 천천히 잠에서 깨어났다.
“어디 불편하십니까.”
“……?”
아이가 생긴 후로 한번 잠들 때마다 깊게 잠드는 탓에 막 잠에서 깬 케르낙스는 흐릿하게 들려온 음성을 찾아 멍한 눈을 또르륵 굴렸다.
“…….”
“…….”
그렇게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기를 잠깐.
“아…… 시스님이셨군요….”
“시론님처럼 언니라 불러도 괜찮습니다.”
“으음… 그, 뭔가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서…….”
하늘색 머리칼에 하늘색 눈동자.
다양한 종족이 살아가는 대륙만큼 다양한 피부와 머리 색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하늘색은 단언컨대 들어본 적도 없는 색이었다.
“알겠습니다. 언제든 편하신 대로 불러주시길.”
“예에…….”
신에 가까운 존재라고 들었으나, 신비로운 외모를 제외하면 그저 매력적인 여성으로 보이는 존재. 하지만 이제는 남편이 되어버린 스미스를 믿었기에 그녀가 대단한 존재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스윽.
케르낙스는 조심스럽게 무거워진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했다. 그러자 옆에 서 있던 시스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와 묻는다.
“필요하신 게 있다면 제가 말씀하시면 됩니다.”
“잠깐 물을…….”
“금방 가져오겠습니다.”
“아니, 그, 산책도 조금 할 겸…….”
너무 많이 활동하는 것도 좋지 않다고 들었지만, 너무 적게 움직이는 것도 좋지 않다고 들었기에 잠깐 걸을 생각으로 일어난 것이었다.
물론,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사랑이 커지는 남편의 얼굴도 함께 볼 겸.
“…오늘은 특히 컨디션이 좋기도 해서 말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스미스의 얼굴을 봤고, 늦게까지 품에 안겨 편히 잘 수 있었다. 그리고 오후에는 여러모로 쌓여 있던 걱정과 스트레스까지 욕탕에서 해소하기까지 했으니 좋지 않으려 해도 좋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물이 필요하신 거라면 여기서 기다려 주십시오. 지금 부엌으로 내려가시는 건 스미스님께서 반대하셨습니다.”
“반대, 입니까?”
“예. 따로 산책을 원하신다면 정원으로 동행하겠습니다.”
“…아뇨, 아닙니다. 물만… 조금 부탁드리겠습니다.”
케르낙스는 도로 침대 위에 두 다리를 얹으며 커튼이 반만 쳐진 창문 밖 풍경을 바라봤다.
어두컴컴한 밤하늘에 반짝 빛나고 있는 아름다운 별들.
‘무도회에 있었던 일들로 논의를 한다고 했었지…….’
저녁 시간.
밖으로 나갔던 냐호도 퇴근해 돌아왔을 테니, 아마 지금쯤 부엌에선 어제의 일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방해하지 말고 있어야겠지.’
그리 생각한 케르낙스가 천천히 침대에 다시 몸을 눕히려는데.
“혹시나 오해를 하실 것 같아 말씀드리자면, 스미스님께서 부엌으로 내려오시는 걸 막으신 건 아직 술 냄새를 풍기고 있는 세 사람이 원인입니다.”
“술……?”
“예. 점심 전에 보셨던 그 셋 말입니다.”
“점심…… 아.”
청아하면서도 무뚝뚝한 시스의 대답에 기억을 더듬어가던 케르낙스는 스미스의 아침 시중을 받고 있던 때에 아래로 내려왔다가 기에나와 베네오에 의해 도로 위로 끌려 올라간 셋을 떠올릴 수 있었다.
“정신을 차리긴 했으나, 여전히 몸에서 독한 술 냄새를 풍기고 있기에 케르낙스님과 아이의 건강을 걱정해 스미스님께서 케르낙스님을 부엌에 오는 것을 막아달라 부탁하셨습니다.”
“그, 그렇… 군요…….”
“예. 그러면 물을 가져오겠습니다.”
“저어…….”
케르낙스는 다시 몸을 일으키고는 반쯤 모을 돌린 시스에게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달싹였다.
“…조금 있다가 정원으로 함께 산책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가,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부끄러움 때문에 고개를 숙인 탓에 케르낙스는 보지 못했다.
침실을 나서는 시스의 입꼬리가 아주 미묘하지만 옅은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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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제대로 듣고 있는 거 맞죠?”
“으으…… 드, 듣고 있다아….”
“흐응~”
“크흐응……쿠울….”
“세상에.”
나는 결국 두 손으로 얼굴을 덮으며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두통에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는 네메아와 코알라처럼 내 허벅지에 딱 앉아 나를 꼬옥 끌어안고 새근새근 잠든 시론과 대놓고 테이블에 머리를 처박고 자는 비젤린님까지.
‘이 주정뱅이들 같으니라고…….’
얼굴에 덮은 손을 내린 나는 테이블 위에 턱을 괴고 있는 누님의 얼굴을 빤히 살폈다.
“…….”
“…그럼 그렇지.”
길드 지부장을 해온 짬이 어디 간 것은 아니라는 걸 보여주듯, 누님은 턱을 괸 자세로 듣는 척하며 그대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도대체 해장술은 누구한테 들은 거야.”
“나.”
“……?”
유일하게 멀쩡히 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시란이 조금 멋쩍은 얼굴로 슬쩍 손을 들었다.
“그, 뭐시냐… 옛날에는 술 깨는덴 술이 최고라고… 크흠.”
말을 하는 중에도 멋쩍은 것인지 시란은 뺨을 긁적이며 슬쩍 내 시선을 회피했다.
“…그렇군요.”
“…그렇지.”
“하아…….”
나는 끝내 한숨을 내쉬며 꼬물꼬물 내 품에 파고들기 위해 뺨을 부비적거리는 시론의 등을 토닥이며 그 어깨에 턱을 얹고 주변을 둘러봤다.
오후부터 노을이 질 때까지 시론과 함께 부엌에서 나와 함께 몸을 섞었던 기에나와 베네오는 정말로 사이가 좋게 서로의 어깨를 빌려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처음 안겼던 시론은 보시다시피 내 품에 안겨 잠든 상태고.
그리고 맞은 편에 앉아 있는 누님과 네메아. 그리고 비젤린님.
술을 깨라고 위로 올려보냈더니, 어떻게 된 게 술이 깨긴커녕 얼큰하게 취한 채로 내려왔을 때는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 셋이 고작 몇 병으로 취할 정도면 길드에서 가져왔다는 럼주는 도대체 얼마나 독한 거야?’
모르긴 몰라도 일반인이 모르고 마셨다가는 그 자리에서 죽을 정도로 독할 것으로 예상됐다.
“…논의는 그냥 내일 저녁에 다시 하도록 하죠.”
비젤린님과 누님은 이미 꿈나라로 떠난 지 오래였고, 그나마 정신줄을 잡고 있는 네메아 역시 보고 있는 내가 다 미안할 정도로 무거워진 눈꺼풀을 붙잡고 아등바등 내 말을 듣기 위해 버티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가 멀쩡하다고 해도 들어줘야 할 사람들이 정상이 아니니 진행하고 싶어도 진행할 수가 없으니 어쩌겠는가. 그냥 끝내야지.
‘뭐…… 그렇게 시급한 것도 아니고.’
게다가 지금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길레나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사제를 찾는 건, 내일 출근 전에 네메아에게 부탁해서 저택을 떠난 후로 얼굴을 보지 못한 아가사에게 전해달라 하면 그만이었다.
“크흠… 그러면 애들 옮기고 올 테니까 잠깐만 기다려.”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난 시란은 가장 체구가 작은 비젤린님을 옆구리에 끼고 덩치 큰 누님과 네메아의 목덜미를 각각 한 손에 붙잡은 다음 그대로 바닥에 질질 끌어 복도 너머로 사라졌다.
“모처럼 당신의 쉬는 날이었는데 깨어나면 한동안 배 아파 하겠군요.”
시란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시론의 등을 토닥이다가 엉덩이를 살짝 조물조물 만지고 있는데 시란을 대신해서 시스가 뚜벅뚜벅 이쪽으로 걸어 나오는 게 아닌가.
“케르낙스는?”
“누구 덕분에 편히 자고 깨어났습니다. 목이 마르다고 하여 잠깐 물을 가지러 나왔을 뿐이니 신경 쓰지 마시길.”
“고마워.”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감사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도 고마워.”
“…뭐. 받아두겠습니다.”
시스는 잠깐 나를 뚱한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주방으로 들어가 차가운 물병 하나를 가지고 다시 나왔다.
“황태녀와 왕녀들의 이야기는 내일 제가 그녀들에게 전해두도록 하겠습니다.”
“어? 진짜?”
“예.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니까요.”
“…시스님. 역시 믿고 있었다니까.”
“그런 것 치고는 제 험담을 꽤 하시더군요.”
“……나중에 발이라도 핥을까?”
“…그냥 제 발이 핥고 싶으신 걸 사죄하듯 포장하지 마시죠.”
“큼큼.”
내가 멋쩍게 헛기침을 내뱉자, 시스의 눈초리가 한층 더 싸늘해졌다.
물론, 저렇게 노려봐도 침대에 오르면 금방 눈에 하트가 떠오르니 조금도 무섭지 않았지만.
“…자기 전에 잠깐 부를 테니, 그때 욕탕으로 오십시오.”
시스는 얼른 물병을 들고서 왔던 길을 되돌아 가버렸다.
‘역시 귀엽다니까.’
그렇게 다시 시란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시론의 몸을 더듬고 뺨에 입술을 맞추길 잠깐.
“갈까?”
셋을 두고 돌아온 시란은 꾸벅 졸고 있던 기에나와 베네오를 옆구리에 끼며 내게 물었다.
“아, 시론도 부탁할게요.”
“너는?”
“저는 냐호 기다려야죠.”
나는 시론을 떼어내 시란의 등에 살짝 가져댔다. 그러자 시론은 온기를 찾는 고양이처럼 입술을 오물거리며 스스로 시란의 등에 찰싹 달라붙었다.
“…나도 내려올까?”
“쓰읍. 시란은 낮에 즐겼잖아요.”
“……흥이다.”
누가 모녀 아니랄까 봐.
시란은 입술을 살짝 삐죽인 채 셋을 끼고 이 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뭐라도 좀 만들어 볼까.”
혼자가 된 나는 심심함을 달랠 겸, 오랜만에 주방으로 들어가 앞치마를 맸다. 당연히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건 아니었기에 냐호가 좋아하는 디저트 종류는 만들 줄 아는 게 없었지만, 냐호가 좋아하는 토마토 스튜와 함께 먹을 샌드위치 정도는 만들 줄 알았기에 나는 보관고에서 신선한 토마토 몇 개와 샌드위치에 넣을 것들을 꺼내 준비했다.
탁탁탁.
그렇게 꼭지를 땐 토마토와 곁들일 고기 등을 세팅한 다음, 육수를 우려낼 준비를 하고 있는데.
“서~ 방~ 니임~!!”
“어이쿠.”
발소리도 듣지 못했건만, 언제 왔는지 모를 냐호가 뒤에서 내 허리를 와락 껴안으며 왼쪽 겨드랑이 사이로 얼굴을 빼꼼 내밀어왔다.
“마차 타고 온 거 아니야? 머리카락이랑 뺨이 왜 이렇게 차가워?”
“산책이 하고 싶어서 조금 걸어왔답니다.”
“그래?”
“네에.”
눈을 끔뻑이며 고개를 같이 끄덕이는 냐호.
나는 잠깐 하던 걸 멈추고 두 손으로 냐호의 차가운 뺨을 감쌌다.
“헤헤… 쿨쩍… 서방님의 손 크고 따뜻해서 기분 좋아요.”
“금방 다 되니까 가서 옷 갈아입고 와. 다 먹으면 같이 욕탕에 들어가자.”
“네에~ 그런데 다른 분들은 어디 가셨냐요?”
“뭐…… 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서.”
“그럼, 제가 서방님을 독점하는 건가요?”
“자기 전까지는?”
“……!!”
냐호의 두 눈이 커지더니, 머리 위의 귀가 쫑긋! 하고 바짝 섰다.
“그런데 냐호야.”
“네?”
“진짜 무슨 일 있었던 거 아니지?”
“무슨 일이요?”
보석처럼 빛나는 오드아이를 끔뻑이며 고개를 귀엽게 기울이는 냐호.
‘활동 자체를 싫어하는 냐호가 그냥 걸어왔을 리가 없단 말이지.’
나랑 함께 걷는 거라면 또 모를까.
더군다나 징표의 능력을 사용하면 추위에서 벗어나는 것도 가능할 텐데.
“아니야. 얼른 갈아입고 내려와.”
“후후, 금방 다녀올게요~”
꼬리와 함께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빠르게 주방을 떠난 냐호.
‘…놀고 있는 사람 한 명 붙여 보내는 게 좋겠네.’
나는 놓았던 국자를 붙잡고 다시 냄비를 휘젓는데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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