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629화 (629/771)

===========

카인G크리티카//감사해요오오~~

-=-

튤리우스 제국

“나 왔──”

“단장님!!”

기사단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소리를 치며 이쪽으로 뛰어오는 우리의 로안.

“아침부터 목청도 좋네.”

“제 목청은 꾸준한 관리로 예전부터 좋았습니다.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란 말입니다!!”

“아니 뒷말은 니가 붙였는데요?”

이 자식이 은근히 자기 자랑을 해놓고는 내 탓으로 돌리려고 하다니.

“큼…… 아무튼, 큰일 났습니다.”

“큰일 아니면 꿀밤 열 대다.”

안 그래도 머리끝까지 열이 뻗쳐 있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건지 도리어 내가 더 궁금할 지경이 됐다.

그런데 핏줄이 흉흉하게 튀어 오른손등을 보여주며 주먹을 크게 말아쥐자 시끄럽게 조잘거리던 놈이 돌연 얼굴을 굳히고 차분해지는 게 아닌가.

“뭔데. 빨리 말해 봐.”

“…잘 생각해보니 단장님께는 별일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대 맞고 말할래?”

“젠장……!!”

드디어 실성한 건가?

내가 그렇게 생각하며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아 줘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을 때, 녀석이 제 얼굴을 크게 쓸어내리며 입을 열었다.

“1황자와 3황자 궁에서 사람이 나와 있습니다!!”

“한 대 맞자.”

그게 뭐 큰일이라고 출근 아침부터 이런 소란을 떤단 말인가.

“자, 잠깐!!”

“또 뭐.”

“3황자 궁에서 나오신 분은 십마성 중 한 사람인 아드리안 경입니다!!”

“…아드리안 경이 와 있다고?”

“그, 그렇습…… 컥?!”

나는 녀석의 정수리에 아주 작은 감자를 하나 먹여준 이쪽을 힐끗 바라보고 있는 단원들에게 말했다.

“손님들 좀 만나고 올 테니까 오늘은 어디 가지 말고 2층에서 기다리고 있어라. 알겠냐?”

““예!!””

“그래. 너도 엄살 그만 부리고 2층에서 대기 해.”

“…병가를 조금 써야 할 거 같습니다만.”

“진짜 신전으로 보내줘?”

“빌어먹을…….”

“다 들린다만.”

“크흠!! 대,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녀석은 단원들도 내버려 두고는 혼자 2층으로 후다닥 뛰어올라가 버렸다.

“너희도 올라가.”

타다닥──!!

힐끗 눈치를 살피던 단원들이 그제야 앞다투어 2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순식간에 혼자가 된 나는 못난 단원들의 모습에 혀를 차며 집무실로 걸음을 옮겼다.

달칵.

“스미스.”

닫혀 있던 집무실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아주 자연스럽게 내 의자에 앉아 있던 아드리안이 귀를 쫑긋하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아드리안…… 경.”

반사적으로 이름을 부르려던 나는 굉장히 익숙한 녀석이 소파에 찌그러져 있는 걸 발견하고는 얼른 뒤에 경어를 붙였다.

“오렌지… 아니, 오렌.”

“스, 스미스 경.”

완전히 쭈그러져 있던 녀석은 내가 이름을 부르자 비에 쫄딱 젖은 고양이의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드리안이 누굴 괴롭힐 성격은 아닌데.’

물론, 마르비우스를 살살 도발하기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둘의 사이에 내가 끼어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아드리안 경. 죄송하지만 잠깐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응. 기다려.”

연기할 생각이 조금도 없어 보이는 그녀는 그저 내 부탁 아닌 부탁에 옅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뭐, 어지간히 간이 큰 놈이 아니고서는 일부러 고개를 돌리면서까지 아드리안을 보려고 하진 않을 테지만.’

나는 소파로 다가가 안색이 좋지 못한 녀석에게 물었다.

“1황자님께서 찾으시든?”

“그, 그렇습니다. 황자님께서 반드시 스미스 경을 모셔 오라고… 어제부터 저를 보내셨는데…….”

“어제는 내가 없었지.”

“……네에.”

“그거로 다른 말은 없으시던?”

“예?”

“아니, 그냥 데리고 오라고만 하셨냐고.”

“아, 네, 네에. 다른 말씀은 없으셨어요.”

“그렇구만.”

혹시라도 눈이 돌아서 어쭙잖은 협박 같은 걸 해오지 않을까 살짝 기대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정신머리는 아직 제대로 붙어 있는 모양이다.

‘내가 평민인 걸 떠나서 비젤린님께서 내 뒤에 있는 이상 쉽게 손을 댈 순 없겠지.’

게다가.

“아드리안 경께서는 어떤 용무로 어셨는지요?”

“편지.”

스르륵.

아드리안은 겨울임에도 가슴을 훤히 드러낸 특이한 디자인의 외투를 걸치고 있었는데, 거기서 깊고 깊은 가슴골 사이로 손을 찔러넣더니 금색 인장이 박혀 있는 편지 봉투 하나를 꺼내 보였다.

‘…진짜 주머니라도 되는 건가?’

그녀뿐만 아니라 냐호도 그렇고 다들 무언가 하나쯤은 가슴 사이에 끼워 넣고 다니는 것 같다고 느낀다면 기분 탓인 걸까.

“넌 잠깐 기다려라. 우선 편지부터 읽고 마저 대답할 테니까.”

“으으…… 네에….”

녀석은 앓는 소리를 내며 간절한 시선을 보내왔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는 1황자의 궁으로 갈 생각이 고블린 좆밥 때만큼도 없었다.

‘그런데 이런 고급스러운 편지를 보낸 걸 보면 그때 호언 했던 걸 이뤄낸 모양이네.’

나를 자신의 전속으로 삼겠다던 발언.

솔직히 막내이긴 하지만 황자의 신분인 대다가 아드리안까지 편을 드니 나 하나 소속을 옮기는 것쯤은 아주 간단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디 보자…….’

나는 금이라도 바른 듯이 반짝이는 편지 봉투를 대충 손으로 찢어 개봉했다. 그리고 비교적 평범한 편지지를 꺼내 안에 적힌 내용을 읽었다.

“아드리안 경.”

“응?”

“어우.”

언제 다가온 걸까.

나는 코앞까지 다가와 귀엽게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녀의 행동에 무심코 입술을 맞출 뻔했다.

“크흠…… 혹시 편지의 내용을 알고 계십니까?”

“몰라.”

“그렇군요.”

나와 관련된 일이니까 대충은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우리 황녀님께서는 아드리안과 뭔가를 공유할 생각이 조금도 없으신 것 같다.

‘마르비우스의 아래가 아니라 아드리안의 아래로 들어 간다라…….’

편지는 총 두 장이었다.

첫 장은 나를 보고 싶다는 은유적인 표현이 가득했고, 두 번째 장에도 고작 두 줄을 제외하면 얼른 만나고 싶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을 뿐이다.

즉, 저번에 보내왔던 편지와 마찬가지로 일과 관련된 내용은 고작 두 줄이 전부라는 말이다.

그것도 나 혼자 소속을 옮기는 게 아니라, 우리 청장미 기사단 전원을 아드리안의 휘하로 넣겠다는 아주 예상도 못 한 내용이 말이다.

‘한 시간 전이었다면 꽤 귀찮아했을 텐데 말이지…….’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달랐다.

안 그래도 로샨테 울나르 그 빌어먹을 놈을 어떻게 씹어먹을까 고민하던 참이었는데, 때마침 내 손발이 되어줄 녀석들이 함께 소속이 옮겨지다니.

‘그리고 마르비우스에게는 미안하지만, 솔직히 마르비우스를 뒷배로 두는 것보다는 아드리안을 상관으로 두는 쪽이 다른 사람들이 느끼기에 훨씬 부담감이 클 테지.’

출근하자마자 로안 놈이 지랄을 해대서 나빠졌던 기분은 귀여운 아드리안의 행동과 편지의 내용으로 시원하게 풀어졌다.

나는 편지지를 아드리안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3황자님께 돌려드리고, 오전 중으로 찾아뵙겠다고 말씀 전해주시겠습니까?”

“같이, 안 가?”

“잠깐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어서 말입니다.”

“……응.”

아주 잠깐 떨어지는 것 뿐인데 아드리안은 짧구 뭉뚝한 귀를 추욱 늘어트리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냐호가 그때 왜 그렇게 경계를 했는지 갈수록 이해가 잘 되네.’

나는 조금 전부터 계속 나를 자극하는 아드리안의 행동에 짧게 기침하며 편지지를 고이 접어 그녀의 가슴골 사이에 넣어주었으며 나직이 속삭였다.

“점심은 같이 먹을 수 있으니까 먼저 가 있으세요.”

“…응. 나 말 잘 들어.”

그제야 아드리안은 다시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귀를 파닥였다.

“그럼, 나중에 봐.”

그리고는 저번처럼 창문을 열고는 폴짝 아래로 뛰어내렸다.

나는 순식간에 사라진 그녀의 모습에 잠깐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찬 바람이 들어오는 창문을 도로 닫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오렌에게 말했다.

“1황자님껜 죄송하다고 말씀드려라.”

“스, 스미스 경!!”

“야야, 달라붙지 마 임마.”

“저 어제도 하루 종일 스미스 경을 기다렸단 말이에요!!”

“알겠으니까 좀 떨어져 이 자식아.”

“으악!!”

나는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는 녀석의 뒷덜미를 잡아다가 도로 소파에 내던졌다.

다행히 소파가 더럽게 푹신해 녀석이 다치는 일은 없었지만, 내가 설마 던져버릴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인지 녀석은 굉장히 충격 받은 얼굴로 나를 멍하니 바라봤다.

‘그런다고 내 마음이 바뀌진 않는단다.’

뭐, 소년이 아니라 소녀였다면 또 몰라.

“아무튼, 내가 가기 싫어서 안 가는 게 아니거든?”

“거, 거짓말……!!”

“거짓말은 반말이고 이 자식아.”

왜 이 녀석한테서 로안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지 모르겠다.

‘…감자 마렵네.’

“힉……?”

주먹을 쥐락펴락하며 고민하고 있는데 돌연 녀석이 어깨를 흠칫떨며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눈치가 빠른 것까지 로안과 비슷하다니.

‘분명 첫인상에서 꽤 동정했었는데…… 신기하네.’

아무튼, 정말로 쥐어박을 생각까진 없었기에 나는 주먹을 펴며 녀석에게 말했다.

“조금 전에 아드리안 경께서 편지 한 장 내게 주셨잖냐.”

“…그렇죠.”

“거기에 오늘부로 청장미 기사단의 적을… 그러니까 소속을 아드리안 경 휘하로 옮겨졌다고 적혀 있더라고.”

“……에?”

“여튼, 그렇게 됐으니까 대충 1황자님께 전하면 알아서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시겠지 뭐.”

나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얼굴로 눈을 끔뻑이는 녀석에게 다가가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렇게 됐으니까. 적당히 쉴 만큼 쉬다가 궁으로 돌아가라. 아니면 너도 3황자님 시중을 들던가.”

“…3황자님께서는 전속 시종을 따로 안 두시는데요?”

“그래?”

“네에…….”

나는 잠깐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하다가 녀석에게 물었다.

“기회가 된다면 할 마음은 있고?”

“…잘 모르겠어요. 황자님을 배신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좋지 않아요.”

“그러면 할 수 없지. 3황자님 시종이 되면 먹고 싶은 거 맘껏 먹을 수 있을 텐데.”

“……?”

“뭐, 일주일? 그 정도 후에 1황자님 궁에 찾아뵐 테니까 그때까지 고민 좀 해 봐라.”

“스, 스미스 경?”

“나 바빠 임마. 적당히 농땡이 부리다가 복귀해라. 그럼 이만.”

“으악!!”

달라붙는 녀석을 다시 한번 소파에 내던진 후, 나는 빠르게 집무실을 나와 아래로 향했다.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어째서 벌써 목요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