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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632화 (632/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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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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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뒤에서 끙끙 앓는 멜버른 경을 데리고 걷기를 잠깐.

황태녀님과 나는 어느덧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는 새하얀 궁전 앞에 서 있었다.

“이곳이 막내가 기거하는 흑요궁이다.”

1황자의 백옥궁처럼 새하얀 겉면.

그러나 문까지 새하얗던 백옥궁과 다르게, 흑요궁의 문은 밤하늘처럼 새까맣게 물들어 있었다. 한 가지 더 특이한 점은 밤하늘에 별이 반짝이는 것처럼, 문의 검은 바탕 곳곳에 은은한 빛무리가 촘촘히 박혀 있다는 것일까.

“황태녀님…….”

“약속은 지킬 테니 조금 조용히 있거라.”

르비엘 황녀는 슬쩍 다가오려던 멜버른 경을 쏘아보더니, 다시 눈에 힘을 풀고서 나를 빤히 올려다봤다.

“보아하니 저 고지식한 녀석과 안면이 있는 것 같은데, 내게 연락할 일이 있다면 근위 기사를 통하면 될 것이다.”

“그리하겠습니다.”

“음. 짧은 산책이었다만, 내 짧은 삶을 통틀어 가장 즐거웠던 시간이었느니라.”

살짝 올라가는 그녀의 입꼬리.

황태녀님께선 내게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이시더니, 그대로 몸을 돌려버렸다.

“가자.”

“하아…… 못 볼 꼴을 보여 부끄럽군. 오늘 일은 잊어 줬으면 좋겠다.”

멜버른 경은 내 대답을 듣지도 않고 도망치듯 저만치 멀어져 버린 황태녀의 등을 쫓아 빠른 걸음으로 멀어졌다. 혼자가 된 나는 벌써 시야에서 사라져버린 멜버른 경의 뒷모습을 떠올리며 몸을 돌렸다.

‘그러고 보면 무도회 시작 전에도 찾아왔었지.’

자유로운 영혼인 황태녀와 그런 황태녀를 찾아다니는 근위 기사단장.

아무래도 본 게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평소 둘의 관계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모르긴 몰라도 멜버른 경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황태녀님 때문에 꽤 고생하고 있을 테지.

‘어쩌면 근위 기사들이 실질적으로 하는 일은 르비엘 황녀를 찾는 일이 아닐까.’

그런 합리적인 의심과 함께 나는 밤하늘처럼 새까맣고 반짝이는 문에 두 손을 대고 천천히 힘을 주어 밀었다.

그그그극──!!

겉보기에도 굉장히 묵직해 보이는 문이라 이번에도 열리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걱정했던 것과 다르게 다행히 크게 힘을 주지 않았음에도 문은 내 힘에 밀려 천천히 좌우로 벌어지기 시작──

“와앙.”

벌어진 틈 아래에서부터 치켜든 얼굴을 내밀며 나타난 아드리안.

그녀는 동글동글한 눈망울로 나를 끔뻑 올려다보며 고개를 삐뚜름하게 기울이며 작은 입술을 달싹였다.

“놀랐어?”

“예. 놀랐습니다.”

사실 전혀 놀라지 않았다.

아드리안이 숨어 있다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지만, 워낙에 힘 빠지는 나른한 목소리에 외모가 워낙 아름다워 놀랐다기보다는 파닥파닥 귀를 움직이며 기대하는 시선이 그저 심장이 아플 만큼 귀여웠을 뿐이었다.

“문은 아드리안이 열어준 겁니까?”

“응. 이거, 무거워.”

아드리안은 검은색 문을 발끝으로 가볍게 두드렸고, 나는 시험삼아 다시 한번 문에 손을 대고 있는 힘껏 밀어봤다.

꽈아아악──!!

양팔의 근육은 물론이고 종아리와 허벅지까지 한껏 부풀어 올랐으나, 자존심 상하게도 밤하늘을 옮겨 놓은 듯한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쩐지 소리에 비해서 쉽게 움직인다 했다.’

나는 몸에서 힘을 빼고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와 나를 올려다 보고 있던 아드리안의 두 뺨에다가 손바닥을 가져댔다.

“으무응.”

“하하.”

부드럽게 내 손 움직임을 따라 늘어나고 줄어드는 아드리안의 뺨.

나는 마지막으로 그녀의 이마에 입술을 맞추고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그그그극──!!

기분이 좋아진 것일까.

아드리안은 귀를 쫑긋 세우고는 얼른 문을 닫고 내 옆으로 쪼르르 다가와 섰다.

“시종이 없다고 들었는데. 정말 한 명도 없어요?”

“응. 없어.”

“그렇군요.”

첫 만남부터 어른 외견과 다르게 어른스러워 보이기는 했다만, 설마 모든 걸 스스로 하고 있을 줄이야.

-이이익!!

슬슬 아드리안에게 우리 황녀님이 있는 곳으로 안내를 부탁하려는데, 저 멀리서부터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멀리서도 눈에 띄는 반짝이는 금발의 앳된 소녀가 이쪽으로 달려오는 게 눈에 보였다.

“내가 이럴 줄 알았습니다!!”

성장 중이지만 여전히 짧은 다리로 바삐 뛰어온 마르비우스는 내 팔을 꼬옥 끌어안고 뺨을 문지르고 있는 아드리안에게 삿대질하며 소리쳤다.

“공정하게 경쟁하기로 약조하지 않으셨습니까!!”

“몰라.”

“이, 이익!!”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마르비우스가 작은 주먹을 꼬옥 말아쥐더니.

툭! 툭! 툭!

아드리안의 매끈하고 탄탄한 복부를 마구마구 때렸다.

“으응~”

“이이익!!”

물론, 때리는 마르비우스가 빠르게 방전되어가는 것과 다르게 맞고 있는 아드리안은 고롱고롱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내 팔에 뺨을 계속 문지를 뿐이었지만.

“읏차.”

“이익! 노, 놓거라! 내 오늘 저 곰탱이를 단죄할 터이니!!”

놀고 있는 다른 팔로 우리 황녀님의 허리를 붙잡고 번쩍 안아 들자, 황녀님은 작은 팔다리를 마구 휘두르며 아드리안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래봤자 당사자는 조금도 듣고 있지 않은 것 같았지만 말이다.

“자아, 진정하세요. 네?”

“으, 우으으…….”

능숙하게 팔을 두어 번 움직여 우리 황녀님을 편하게 품에 앉은 후, 붉어진 뺨에 쪽쪽 입술을 맞추자, 마르비우스는 언제 분노했냐는 듯이 금방 입술을 다물고 얌전해졌다.

‘시종이 없으니 편하긴 하네.’

나는 자연스럽게 내 목을 끌어안은 마르비우스에게 물었다.

“어디로 가면 됩니까?”

“…쭉 앞으로.”

“네. 쭉 앞으로.”

그렇게 나는 두 사람과 함께 궁전 탐방을 시작했다.

**

“보기보단 안 넓군요?”

“내 그렇다고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더냐.”

품에서 내 무릎 위로 자리를 옮긴 황녀님은 내 가슴에 편히 머리를 기대며 말을 이었다.

“넓어봤자 움직이는 나만 더 힘들 뿐이다. 더군다나 관리해야 하는 부분도 늘어나고.”

시종을 들이면 다 해결될 일이었지만, 진짜 성별을 스스로 드러낼 때까지는 비밀을 유지해야 했기에 마르비우스는 골디아스 왕국으로부터 복귀한 그날 기존에 들였던 시종들까지 전원 내보냈다고 한다.

덤으로.

“으응……♥”

지금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그릉그릉 소리를 내고 있는 아드리안의 존재감 때문에 시종을 들여도 겁에 질려 무엇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고 하더라.

“그런데 식사 같은 건 어떻게 해결하십니까?”

“시간이 되면 유모가 준비해 오느니라.”

“아, 벨마 귀부인 말씀이군요”

“그래. 귀부인은 아니지만.”

“하하.”

가능하면 벨마 귀부인을 한 번 더 만나 뵙고 싶었지만, 점심까지는 시간이 까마득히 남았기에 다음 기회를 노려봐야 할 것 같다.

“그보다 그대여.”

“네. 황녀님.”

마르비우스가 고개를 살짝 치켜들어 나를 올려다 봤다.

“그대가 다른 사내들과 다르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만, 그래도 오늘부터는 가능하면 호위 한 사람을 데리고 다니도록 하는 것이 좋겠구나.”

“1황자 때문이군요.”

“그렇다.”

마르비우스가 이마를 살짝 찌푸리고서 말을 이었다.

“따로 알아보니, 질 나쁜 녀석들과 꽤 복잡하게 얽혀 있더구나.”

“황태녀님께서도 그리 말씀하시더군요.”

“큰 누님을 만난 것이냐?”

“예. 기사단 건물에서부터 이곳까지 친절하게 직접 안내해주시더군요.”

“음…… 우응~!”

나는 황녀님의 이마에 주름이 더 깊어지자, 검지로 슬쩍 주름진 부분을 눌려 넓게 펴주었다.

“고운 이마에 주름 생기십니다.”

“…크흠.”

그제야 황녀님은 이마에 힘을 빼고서 다시 편히 내 가슴에 머리를 기대었다.

“무도회장에서 그대에게 공개적으로 구애를 하시더니, 정말로 그대가 마음에 쏙 드신 모양이야.”

“예. 진심이 전해지더군요. 첫인사를 나눈 다음 곧바로 다시 한번 첫눈에 반했다고 고백하셨습니다.”

“…내가 큰 누님보다 그대를 더 사랑하느니라.”

“나도. 스미스 좋아.”

돌연 앞과 옆에 앉아 있던 두 사람이 나를 꼬옥 끌어안으며 나를 향해 뜨거운 시선을 보내왔다.

“그으… 저도 두 분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긴 합니다만, 해야할 일이 있어서 오래 있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해야 할 일? 그대의 소속은 이제 내 휘하인데 감히 누가 그대에게 지시를 내렸단 말이냐? 당장 이름을 불어라.”

마르비우스가 대단히 정색한 얼굴로 내 뺨을 붙잡고 두 눈을 부릅떴다.

“머리. 부숴.”

그에 질세라 어깨에 턱을 얹은 아드리안이 살벌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다.

나는 이러다가 진짜 엄한 사람 한 명 잡을 것 같았기에 오해를 풀기 위해 얼른 입을 열었다.

“누가 시킨 게 아니라, 이번에 흑선 상단의 마차가 습격받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거기에 냐호… 그러니까 제 아내 중 한 명이 거기에 피해를 입어서 범인을 잡기 위해 조금 바쁠 것 같습니다.”

“음, 흑묘족의 그분이 피해를 입었단 말이지.”

마르비우스는 신분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내 아내로서의 서열만으로 냐호를 존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 일이라면 내가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구나.”

“도움은 감사하지만 제가 스스로 처리해 보려고 합니다.”

“어째서?”

“으음…… 그게 좀 복잡한데…….”

나는 이야기를 약간 변형시켜, 지구와 컴퍼니의 내용은 쏙 뺀 다음, 시스교의 우두머리로서 시스 여신을 찬양할 만한 그럴듯한 업적을 만들기 위함이라고 대충 둘러댔다.

“그렇다면 더더욱 도움을 받는 게 낫지 않느냐?”

“…어째서 말입니까?”

“우리의 마음을 얻은 것도 네 능력이니 말이다. 그리고 정식으로 혼례를 올리진 않았다만, 서로가 인정한 부부가 아니더냐. 무엇보다 신을 칭송하게 만들 업적을 위해서라면 이런 자잘한 일이 아니라 조금 더 큰 일에 힘을 쓰는 게 효율적일 터. 예를 들자면…… 그래.”

마르비우스가 부드럽고 말랑한 엉덩이로 내 사타구니를 꾸욱 누르며 말했다.

“미래의 황제를 굴복시킨 사내 같은 그런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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