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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함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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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벨마 귀부인은 침실을 나와 십 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문을 구두의 앞굽으로 소리 없이 아주 부드럽게 밀어 문을 개방했다.
“들어오시죠.”
“감사합니다.”
팔 하나를 꼭 끌어안은 채 고롱고롱 기분 좋은 소리를 내고 있는 아드리안을 데리고 벨마 귀부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생각했던 것처럼 화려하진 않네.’
온통 새하얀 대리석과 반짝이는 장식으로 도배되어 있던 1황자의 그곳과는 다르게, 마르비우스의 만찬실은 별다른 장식 하나 없이 정말 필요한 것들만 딱딱 놓여 있었다.
“편한 곳에 앉으시죠.”
“아, 그럼 이쪽에.”
나는 대충 가장 가까운 쪽 의자를 빼고 앉았고, 아드리안은 의자 대신 내 허벅지 위에 올라타 앉는, 벨마 귀부인은 조금도 의식하지 않는 행동을 보여줬다.
“대단히 사이가 가까우시군요.”
물론, 벨마 귀부인 역시 그다지 아드리안을 신경 쓰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고 말이다.
“그런데 음식이 입에 맞으실지 모르겠습니다. 황자님께서 작년부터 육류로 식단을 바꾸셔서 말이지요.”
“저도 샐러드 같은 것 보다는 육류를 더 좋아합니다.”
“그렇다면 마음이 조금 놓이는군요.”
그녀는 특유의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지금까지 계속 손에 들고 있던 은색 트레이에 올려두었던 접시들을 내 앞에 가지런히 나열하고 위에 덮어두었던 뚜껑을 열어주었다.
“오…….”
내 주먹보다 큼지막한 두툼한 고기의 등장에 나도 모르게 감탄이 튀어나왔다. 게다가 얼굴 위까지 올라오는 달짝지근한 냄새와 따뜻한 열기가 더해지니 고프지 않던 배도 고파지는 듯했다.
“나이프는…….”
“아, 저한테 주십시오.”
분명 내 식사를 돕겠다고 따라왔던 아드리안이었지만, 어느새 누구보다 편한 얼굴로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뭐, 제대로 삽입을 할 수 없는 황녀님을 대신해서 아드리안이 조금 고생한 것은 사실이었기에 나는 속으로 웃으며 아드리안이 조금 더 편하게 잘 수 있게 허리를 곧게 펴주었다.
“이거, 두 분의 사이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각별하신 모양입니다.”
“하하…….”
개인적으로는 벨마 귀부인에게 신뢰감을 느끼고 있지만, 사실을 털어 놓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었기에 나는 그저 어색하게 웃으며 고기를 썰어 입에 가져갈 뿐이었다.
“음?”
“입에 맞으십니까?”
“예. 부드러운 건 둘째치고 육즙이 장난 아닌데요?”
당연히 잡내 같은 건 조금도 나지 않았으며, 이빨이 닿는 순간 결대로 뭉그러지며 입안 전체로 진한 풍미를 담은 육즙이 팡팡 터져 나왔다.
“무슨 고기로 만든 겁니까?”
“백색 갈기 곰의 다리입니다.”
“푸흡……!!”
“이런.”
생각도 못한 고기의 정체에 그만 입에 머금고 있던 잔해를 기침과 함께 뿜었고, 벨마 귀부인은 딱 봐도 고풍스러워 보이는 손수건을 꺼내어 내게 내밀었다.
“가, 감사합니다.”
“우응…….”
나는 내 기침에 몸을 꼼지락거리는 아드리안의 등을 토닥이며 손수건으로 입과 주변을 닦았다.
“황자님께서 그 고기가 좋다고 떼를 쓰셔서 말입니다.”
“…예에.”
듣지 않아도 이유를 알 것 같았기에 나는 뒷말을 덧붙이지 않고 그냥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손수건은 나중에 세탁해서 돌려드리겠습니다.”
“후후, 괜찮아요. 손수건이야 소모품이니 얼마든지 새로 가져올 수 있으니 말이죠.”
다른 여성들 같으면 좋다고 고개를 끄덕였을 테지만, 벨마 귀부인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사양해왔다.
“음…… 그러면 버리기에는 아까우니 빨아서 제가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다시 사용하실 건가요?”
“예. 딱 봐도 값져 보이는 걸 그냥 버리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습니까. 보들보들하기도 하고.”
“비젤린 공작 각하와 꽤 오래 지내셨다고 들었는데 검소하시군요.”
“검소…… 까지는 아닙니다만.”
“제 눈에는 충분히 그리 보이는군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벨마 귀부인의 미소가 조금 전보다 더 부드럽게 보였다.
“아, 죄송합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말 상대가 사라져서. 편히 식사하시지요.”
벨마 귀부인은 기품 있는 자세로 내게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만찬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다행히 기감을 펼쳐 확인해 봤더니, 멀리 간 게 아니고 바로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나는 그녀의 말대로 배부터 편하게 채우기 위해 손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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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르르륵──
향긋한 향을 품은 따뜻한 홍차가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찻잔 위로 떨어져 내린다.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나는 우유와 꿀을 적당히 섞은 다음 달콤 쌉싸름한 홍차로 입 안에 남아 있는 기름진 것을 깨끗하게 지워냈다.
“벨마 귀부인.”
“말씀하시죠.”
벨마 귀부인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며 그리 대답했다.
“다음이 아니라…… 혹시, 제가 황태녀님에 관한 것을 묻는다면 실레가 되겠습니까?”
“어떤 것을, 어떤 목적으로 묻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죠.”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기에 나는 얼른 말을 덧붙였다.
“1황자님의 탄생일을 기념해 열린 무도회에서 황태녀께서 제게 공개적으로 고백을 해오셨습니다. 그 자리에서는 돌려 말씀드리긴 했지만, 오늘 아침에도 저를 만나러 찾아오셨더군요. 그래서…… 그분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아보고자 여쭈려 했습니다.”
“이미 소문으로 파다하기에 대충은 예상하고 있었답니다.”
벨마 귀부인은 흰 장갑을 낀 손으로 입을 살짝 가리고 즐겁다는 듯이 작게 웃으셨다.
“그런 이유라면야 제가 알고 있는 선에서 성심껏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나는 어째선지 마르비우스가 왜 그녀에게 귀부인의 호칭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계속해서 말하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면…… 그분의 어린 시절에 대해서도 알고 계십니까?”
“후후, 물론이지요. 제가 담당 유모는 아니었기에 직접 기저귀를 갈아드리지는 못했지만, 아장아장 걷기 시작할 무렵부터는 거의 모든 부분을 꿰고 있답니다.”
“혹시…… 시종장… 그런 분이셨습니까?”
“후후, 시종장은 저보다 훨씬 젊은 아이가 맞고 있지요. 그 시절은 아직 은퇴하기 전이라 근위 기사단장을──”
“콜록!!”
“이런.”
내가 기침을 토하자, 벨마 귀부인은 새로운 손수건을 꺼내어 나에게 내밀어왔다.
“가, 감사… 콜록… 합니다….”
손수건이 필요한 종류의 기침은 아니었지만, 왠지 모르게 받아야만 할 것 같아 나는 그걸로 대충 입을 닦고 놀란 가슴을 다독였다.
“의외였습니까?”
“예에…… 그, 전혀 그런 쪽으로는 안 보이셔서.”
“아무래도 십 년이 넘게 시간이 흘렀으니 말입니다.”
분명 과거를 듣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인자해 보였던 미소가 돌연 섬뜩하게 느껴진다면 내가 너무 소심한 놈인 걸까?
‘…마르비우스가 왜 그렇게 귀부인이라는 호칭에 딴지를 걸어왔는지 이제 알겠네.’
나는 입을 대충 닦았던 손수건을 주머니에 찔러넣으며 얼른 화재를 다시 황태녀에게로 돌렸다.
“그럼… 황태녀님의 이야기를 계속 들려주시겠습니까?”
“물론이지요.”
벨마 귀부인은 여전히 주름 하나 없는 눈을 살포시 감으며 말을 이었다.
“황태녀님께서는 옹알이를 뗀 시점부터 욕심이 많으셨지요.”
“…그렇습니까?”
“예. 음식부터 시작해서 아주 작은 훈련용 목검까지.”
나로서는 전혀 상상이 가지 않았으나, 그녀에게는 즐거웠던 추억인 것인지, 벨마 귀부인은 소리 없이 작게 미소 지었다.
“누가 뭐래도 폐하의 피를 가장 진하게 이어 받은 분이란 생각이 들었답니다.”
“…황제께서도 그러셨습니까?”
“더하면 더 했지, 덜하진 않으셨지요.”
차분한 목소리와 표정.
그리고 약간의 그리움이 묻어나는 대답에 나는 벨마 귀부인이 현 황제와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거나 그와 준할 정도의 돈독한 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또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샐 뻔했군요. 후후, 늙으면 이런 게 문제이니 스미스 경께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빈말이 아니라 개인적으로는 황제의 이야기도 함께 듣고 싶었지만, 벨마 귀부인의 과거를 듣고 나니,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
“욕심 많은 것이 흠이 되는 것은 아니니 걱정은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황태녀님께서는 욕심이 많은 만큼 그것을 탐할 능력까지 갖추셨으니 말이지요.”
세 살의 나이에 목검을 쥐고 허수아비를 때렸으며, 네 살부턴 철검을 들었고 다섯 살의 나이에 목각인형을 부숴버린… 평범함과는 완전히 궤를 달리하는 황태녀의 유년기.
“그때는 의욕도 많으시고, 폐하의 눈에 띄기 위해 정말 뭐든 열심이셨지요. 아, 물론 예나 지금이나 형제자매에게는 따뜻하셨습니다.”
즐겁게 이야기하던 벨마 귀부인의 말이 점차 느려지기 시작하더니.
“하지만…….”
어느새 입매에 그려진 미소가 지워지고, 추억을 회상하듯 감겨 있던 벨마 귀부인의 두 눈이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성인식. 폐하께 정식으로 황태녀의 자리를 인정받으신 다음 날부터 황태녀께선 모든 의욕을 잃으셨지요.”
“이유는…… 모르십니까?”
“예.”
귀부인께선 낮게 가라앉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흘리듯 입술을 달싹이셨다.
“폐하의 비고까지는 따라 들어갈 수 없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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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