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641화 (641/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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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다시 한번 메리메리 멜크 입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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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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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흐릿하게 미소 짓고 있는 르비엘 황녀를 앞에 두고서 나는 잠깐 생각했다.

‘뭐, 괜찮겠지?’

일반인은 감히 생각해 낼 수도 없는 종류의 선물이었고, 특히. 이 세계의 남자들이라면 아주 기겁할 만한 내용이었지만, 나는 전혀 아니었다.

물론, 황태녀님의 정신 상태가 다소 걱정스럽긴 했다만, 어쨌든 날 위해 준비한 거고, 조금 전의 물음에서도 위압적인 분위기는 조금도 느끼지 못했기에 나는 조금 더 그녀를 신뢰해보기로 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대단히 마음에 듭니다.”

“정말이냐?”

“예? 아, 예.”

“하하, 그래. 마음에 드는구나.”

오히려 내 대답에 놀랐다는 듯이 르비엘 황녀가 눈을 크게 뜨더니, 다시 한번 묻는 대답에 확실하다고 못을 박듯 고개까지 끄덕이자 그녀는 작게 웃으며 아주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왜 그러십니까?”

“별일 아니다. 남자 손도 잡아본 경험이 없으면서 내게 지적하더니, 결국에는 내 말이 옳았다는 게 증명되어 기뻐서 웃었다.”

놀랍게도 나는 조금 전의 대답에서 ‘남자 손도 잡아본 경험이 없는’ 이가 누구인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확실히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지?’

묻는 말에 솔직하게 대답하는 점도 그렇고, 조금 전의 웃음에서도 그저 순수하게 즐거움만이 담겨 있었다.

“음. 미안하다. 혼자 너무 들떴던 것 같구나.”

“아닙니다. 그런데 질문 하나 해도 괜찮겠습니까?”

“밖에 있는 녀석이 닦달할 때까진 얼마든지.”

아무래도 일정이 있는데 또 미뤄두고 나온 모양이다.

‘…이게 병 주고 약 주고라는 건가?’

앞으로 멜버른 경을 만날 때면 반드시 한 번은 꼭 마사지를 해주기로 다짐하며 나는 말을 이었다.

“제가 로샨테를 조사하려 한다는 건 어찌 아셨습니까?”

“나는 황태녀고, 당연히 궁 내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일이 내 귀로 들어온다. 네가 반한 후로는 그 범주에 청장미 기사단도 포함시켰고, 마침 어제 바쁘게 움직이더구나.”

“아…….”

황태녀님께선 더 길게 설명하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 나는 대충 어떻게 된 일이지 상상할 수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로샨테 울나르의 목을 가져다주마.”

바로 그 순간이었다.

아주 찰나였으나, 분명 황태녀로부터 처음 누님 앞에 섰을 때의 오싹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꺼림직함에서 느껴지는 오싹함이 아닌, 진짜 강자를 만났을 때 위축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 목까지는… 괜찮습니다.”

“음. 목은 별로인가. 알겠다.”

마치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내려는 듯이 르비엘 황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목은 별로….’라는 말을 몇 번이고 중얼거렸다.

“그럼, 목은 안 치고…… 어떻게 해줬으면 하지?”

그 물음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그녀가 이런 질문을 하는 의도를 모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쓰으읍…… 이러면 안 되는데….’

물론, 목적을 위해서 어느 정도 친분을 맺을 생각이기는 했다. 거기에 마음이 또 통한다면 더 가까운 관계로 나아갈 여지까지 생각하고서 말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이렇게 내 마음을 휘어잡으려고 한다면…….

“작위 박탈. 죄목은 세상에 알리고 로샨테 울나르와 개인적으로 만날 수 있게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어렵지 않다.”

“그럼…… 그렇게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다. 오후에 다시 사람을 보내도록 하마.”

세상에.

하지만 놀라는 것도 잠깐.

‘하긴…… 지금 당장 목을 잘라다 주겠다고 했는데 작위 박탈이 뭐 대수겠어.’

심지어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황제에게 직접 인정받은 후계자인데 누가 감히 뭐라고 토를 달까.

“더 부탁할 것은 없느냐? 부담가지지 말고 이야기해 보거라.”

“으음…….”

계속해서 나를 부추기는 우리 황태녀님.

솔직히 말해서 하고 싶은 말이 산더미다. 하지만 이렇게 순수하게 호의를 보이는 사람에게 막무가내로 부탁하기에는 아무래도 얼마 남지 않은 양심이 조금 찔려왔다.

“그런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무엇이 말이냐.”

“로샨테 울나르는 1황자와 가까운 사이로 알고 있습니다.”

“괜찮다. 내가 혈육을 아끼는 것은 맞다만 그래봤자 어머니라는 연결고리가 사라지면 남인 관계다. 반면에 너는 비록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내 남편이 될 남자가 아닌가.”

“그으으…….”

너무나도 당당한 그녀의 대답에 나는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아닌, 가……?”

그리고 내가 끙끙거리며 입술을 달싹이자, 르비엘 황녀님의 얼굴이 실시간으로 침울하게 변해갔다.

“으, 그으, 아닌, 건 아닌 데…….”

“아닌데…?”

비 맞은 강아지처럼 힘없이 치켜뜬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녀.

그에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우선은 조금 더 서로를 알아가는 것부터 시작하죠.”

“아, 그런 고민이었나.”

얼굴을 보진 않았지만, 한층 밝아진 목소리에 나는 쉽사리 황태녀님께서 지금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상상할 수 있었다.

‘뭔가, 뭔가 말린 기분이긴 한데…….’

좋은 게 좋은 거라 하지 않았던가.

나는 세수를 하듯 얼굴을 쓸어내리며 다시 고개를 들어 황태녀님을 바로 마주 봤다.

“검은 갈기 기사단에 인원을 조금 충원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검은 갈기. 이리나 백작인가. 같은 사막 출신까지 챙겨주려는 건가. 마음씨까지 곱구나.”

옅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칭찬하는 그녀의 대답에 나는 다시 두 손으로 내 얼굴을 가렸다.

‘그런 순수한 의도가 아니라서 죄송합니다……!!’

기왕 연인에 가까운 관계가 되기로 한 거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이런저런 고민을 해결하려고 했는데…… 해결되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이런 식으로 정신적인 타격까지 입게 될 줄은 몰랐다.

“그 부분은 당장 해결하긴 힘들 것 같구나. 그래도 이번 주 안에는 해결할 테니, 너는 아무런 걱정 하지 말아라. 이리나 백작에게도 내 따로 사람을 보내 네가 힘썼다는 사실을 알려주도록 하마.”

“그으, 그으으…… 렇, 게까지는 안 해주셔도 됩니다만….”

“아니다. 공이라는 것은 본래 널리 알려야 한다. 숨긴다고 해서 누가 특별히 알아주는 게 아니니 명심해 두어라.”

나 역시 그 말에는 몹시 동의하는 바였지만, 이번에는 그런 의미로 거절한 게 아니었다는 게 문제다.

“더 없느냐? 사소한 것도 괜찮으니 말해 보아라. 황태녀인 내가 얼마나 대단하고 유능한 사람인지 조금 더 네게 자랑할 기회를 다오.”

이미 충분히 알았다고 하더라도 믿지 않겠지?

나는 눈을 반짝이며 내가 입을 열기를 기다리고 있는 황태녀님의 모습에 벨마 귀부인께서 왜 그토록 그녀의 과거 이야기를 그토록 그리운 얼굴로 즐겁게 이야기하셨는지 알 것 같았다.

‘의욕이 넘치고 욕심이 많으며 능력이 좋다…… 인가.’

욕심은 모르겠지만, 확실히 지금 눈앞의 황태녀님께서는 굉장히 의욕적인 얼굴을 하고 있긴 했다.

“…더 없느냐?”

내가 한참이나 입을 열지 않자, 그녀는 조금 전처럼 비에 젖은 강아지에 빙의해 금방 음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누가 보면 내가 괴롭히는 줄 알겠네…….’

실제로 괴롭힘까진 아니지만, 그와 비슷한 수준의 정신적 피해를 받고 있는 건 나인데 말이다.

차라리 내 몸이 목적이거나 다른 무언가를 노리고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을.

그랬다면 나 역시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원하는 걸 팍팍 요구했을 텐데.

하지만 음심이라고는 한 줌도 느껴지지 않는 순수한 시선에 나는 감히 황태녀님의 마음을 의심할 수가 없었다.

“…진짜. 뭐든 말씀드려도 되는 겁니까?”

“물론이다.”

내가 입을 열자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들며 대답하는 르비엘 황녀.

“그럼…….”

말을 꺼낸 직후에도 나는 이 자리에서 지금 그것을 언급해도 괜찮은지 몇 번이고 고민했다.

“자, 어서.”

고뇌 중인 나와 다르게 기대에 찬 눈으로 기다리고 있는 황태녀님의 시선에 나는 결국 입을 열었다.

“황제 폐하의 비고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어머니의 비고에?”

급격하게 낮아진 그녀의 목소리에 나는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역시 말하는 게 아니었는데…….’

내가 생각해도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부탁이었다.

“그러니까…….”

이어지는 그녀의 목소리에 나는 감았던 눈을 뜨고 다시 고개를 들어 르비엘 황녀를 바라봤다.

“어머니의 비고에 들어가고 싶다……?”

“그렇습니다.”

이미 엎질러진 물.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나는 어떤 질문이 날아오더라도 능숙하게 대답할 수 있게 마음을 다잡았다.

“우선은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겠구나.”

“반드시 확인해 봐야 할 게 있습니다.”

“확인…… 무언가를 탐하기 위함은 아니라는 거구나”

“예. 신께 맹세고 그 어떤 것도 가지고 나오지 않겠습니다.”

나는 부디 내 진심이 그녀에게 닿기를 바라며 진심을 가득 담아 르비엘 황녀의 푸른 눈동자를 지그시 바라봤다.

“그, 그렇게 뜨거운 시선으로 바라보면 나라도 부끄러워진다만…….”

‘……?’

당연히 나를 의심하고 몇 개의 질문을 더 던질 거라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황태녀님께서는 두 뺨을 수줍게 붉히시고는 내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리셨다.

그러기를 잠깐.

“음…….”

작게 기침하며 고개를 드는 르비엘 황녀.

그녀가 힐끗힐끗 나를 곁눈질하며 다물었던 입을 다시 열었다.

“네가 비고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머니의 허락을 받아야만 한다.”

“역시…….”

거절하는 대답이라 생각한 내가 미리 생각해 뒀던 말을 내뱉으려는데.

“그러니 어머니를 뵈러 가자꾸나.”

“무리한 부탁을…… 예?”

내가 방금 제대로 들은 게 맞나?

그 사실을 확인하기도 잠깐.

쿵. 쿵. 쿵.

두꺼운 수정궁의 문이 크게 흔들거렸다.

그러자 르비엘 황녀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을 이었다.

“내 남편 될 사람이니, 정식으로 혼례를 올린다면 어머니께서도 허락해 주실 거다.”

“아니, 그, 황──”

내가 말을 다 끝맺기도 전에 활짝 열리는 수정궁의 문.

“어머니와의 알현은 내가 준비할 터이니 너는 걱정할 것 없다.”

본인 할 말만 끝맺고서 도망치듯 문밖으로 사라져 버린 르비엘 황녀.

“…….”

혼자가 된 나는 수정궁의 문이 완전히 닫히고 난 후에야 다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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