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642화 (642/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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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합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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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텅 빈 원탁.

홀로 남겨진 나는 멍하니 닫힌 문을 바라보며 불편하기 짝이 없는 대리석 의자에 등을 기댔다.

‘섹스도 안 했는데 왜 이렇게 힘이 빠지지……?’

분명 육체적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앉아만 있었을 뿐인데 수상할 정도로 몸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아니, 힘을 준다면 힘은 들어가지만 뭔가 그럴 기운이 안 난다고 해야 할까.

‘이게 바로 기가 빨렸다는 건가?’

울음이 터진 시론을 상대할 때 이후로 여성을 상대로 주도권을 빼앗긴 건 농담이 아니라 오늘이 처음이었다.

물론, 시스를 상대로는 단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지만, 아무튼 시스는 예외로 두도록 하자.

“…근데 진짜 어쩌지.”

거절당하거나, 마르비우스처럼 황제가 될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대답이 돌아올 것을 예상했었지만, 황태녀는 감히 나 따위가 예상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설마 그 자리에서 황제를 알현하자는 말을 꺼내올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아니, 잠깐만.”

나는 굳게 닫힌 문을 멍하니 바라보며 눈을 끔뻑였다.

‘초대 황제가 분명 장인어른의 딸이었으니까…… 따지고 보면 황족 전원이 장인어른의 피를 조금씩 이어받은 거 아닌가?’

보통은 남자의 씨앗이 더 큰 영향을 주지만, 이곳은 남자보다 여성의 피를 더 진하게 이어받으니, 초대 황제의 피가 아직까지 진하게 이어져 내려왔을 터.

‘당장 혼혈인 아르델이랑 아르델라만 보더라도 누구 피가 더 진하게 이어지는지 알 수 있으니까.’

“…쓰벌.”

나는 딱딱한 원탁에 이마를 박았다.

이왕 황제를 알현하게 되는 거 어떻게든 환심을 사서 비고에 들어가자고 생각했는데 장인어른과 장모님의 따님의 피를 이어받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더니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해졌다.

‘그렇다고 1황자까지 봐줄 생각은 없지만.’

이건 단순히 고추 달린 놈이라 차별 대우를 하는 게 아니다. 놈이 지금까지 어떤 짓을 벌여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냐호를 건드린 로샨테 울나르와 긴밀한 사이라는 점 하나로 녀석은 반드시 나와 개인 면담 시간을 가질 이유가 충분했다.

“……그냥 마르비우스한테 비고 위치만 알려달라 할 걸 그랬나.”

징표를 이용해 몸을 숨기면 발각될 위험도 없을뿐더러, 비젤린님을 대동한다면 안에 어떤 함정이 설치되어 있더라도 쉽게 해제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면 나는 몸만 들어가서 장인어른이 남긴 흔적을 찾아 쏙 읽고 빠져나오면 더는 귀찮게 출근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아니지. 마르비우스를… 아니, 이제는 그것도 필요 없어졌구나.”

본래는 마르비우스를 황태녀로 등극시켜 마대륙으로 향하는 허가증을 얻기 위해 겸사겸사 황성에 들어왔었지만, 그저 얼굴 한 번 봤을 뿐인데 진짜 황태녀가 내게 완전히 반하면서 그런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마르비우스 본인도 황태녀를 ‘큰 누님’이라 부르며 내 아내가 되는 것까지 개인적으로 찬성했으니, 내가 원하지 않는다면 굳이 황태녀의 자리를 노리지 않을 터.

‘이 부분은 나중에 따로 말을 나눠봐야겠네.’

아직 황태녀와 사랑에 빠진 건 아니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이 스스로 생각해도 몹시 높다고 보고 있기에 나로 인해서 둘의 사이가 틀어지는 상황은 막고 싶었다.

그리고 마르비우스에게는 미안하지만, 솔직히 아드리안이 없다면 마르비우스가 르비엘 황녀를 이길 수 있는 구석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일단은…….”

나는 앉은 상태로 굳게 닫힌 문을 바라봤다.

‘없애도 되나?’

힘으로 여는 건 이미 저번에 실패했기에 내 힘으로는 저걸 열 수 없다는 걸 제대로 학습한 상태다.

그렇기에 지금 내가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성물 창조의 부가 스킬 중 하나를 이용해 문을 통째로 재료 보관소로 보내버리는 방법뿐이다.

문제는 내가 이곳으로 오는 동안 마주친 인간들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괜히 소문이 났다가 엄한 놈들 귀에 들어가면 귀찮아질 수도 있으니 조심하긴 해야 하는데 말이지…….’

잠깐의 고민.

“뭐, 상관없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 능력은 안다고 해서 감히 대처할 수 있는 종류의 능력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마력에 접촉한 것도 범위에 들어가는데 뭐 어쩔 건데?’

물론, 황궁에서 논란이야 조금 생길 순 있겠지만 우리 르비엘 황녀님께서 내게 무한한 호의를 보내는 중인데다가 비젤린님까지 내 뒷배로 있는데 고작 문 한 짝 날렸다고 누가 뭐라 할까.

그런 이유로 나는 수정으로 이루어져 있는 거대한 문 앞으로 걸어가 매끈한 표면에 손을 가져댔다.

‘성물 재료 보관.’

간단하게 시동어를 떠올린 것만으로 손에 맞닿아 있던 매끈한 수정문이 신기루처럼 자취를 감췄다. 그런데…….

“꺅?!”

밝은 분홍색 머리칼이 유독 눈에 띄는 여성이 돌연 내 앞으로 쓰러져 오는 게 아닌가.

크게 힘이 실리지 않았기에 나는 어렵지 않게 안면이 있는 그녀를 품으로 받아냈다.

“괜찮으십니까?”

“아, 그, 괘, 괘, 괘괜찮…… 아요오오…….”

점차 줄어들던 목소리는 말을 끝맺을 때가 되어서는 집중하지 않으면 들을 수 없을 정도가 되어 있었다.

“태양 기사단의 단장이신 론벨 경이 맞습니까?”

“아!! 아, 아닌…… 데요오….”

맞구만.

흠칫 어깨를 떨더니 조금씩 고개를 아래로 숙이며 자연스럽게 내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는 그녀.

“저, 그만 떨어져 주시겠습니까?”

“아…… 죄, 죄송해요!!”

줄어들었던 목소리가 거짓말처럼 화들짝 놀라 소리치며 뒤로 후다닥 물러나는 모습에 나는 뺨을 긁적였다.

“그런데…….”

“실례했어요!!”

뭘 하고 있었냐고 물으려 했지만, 내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론벨로 추정되는 여성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린 채 순식간에 내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뭐지.”

계획에는 없었지만, 르비엘 황녀와 몹시 가까워질 예정이 되어버리긴 했지만, 다다익선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듯. 아군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기에 잠깐 친분이나 맺으려 했을 뿐인데 저렇게 도망쳐 버리다니.

‘걸리면 안 될 짓이라도 저지르던 중이었나?’

도둑이 제 발 저린 다고 했다.

나는 밖으로 나와 문 주변을 살폈고,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수상한 점은 발견하지 못했다.

‘뭐…… 찔리면 알아서 찾아오겠지.’

분홍색 머리칼이 제법 기억에 남긴 했지만, 아내들뿐만 아니라 주변 여성들의 머리 색도 꽤 다채로웠기에 나는 금방 분홍색을 떨쳐내고 마르비우스의 궁전으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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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머니를 알현한다고?”

수정궁에서 르비엘 황녀와 나눴던 대화를 고스란히 내 입을 통해 전해 들은 마르비우스가 조금 흥분한 얼굴로 내 허벅지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확정된 건 아닙니다만,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혼례에 대해서는 별로 놀라지 않으시는군요?”

“아니, 놀라긴 했다만…….”

황녀님께선 미묘한 얼굴로 잠깐 나를 바라보시더니.

“나는 원래 서열이 가장 끝번이었으니, 그 앞에 큰 누님 한 사람이 더해진다 하더라도 크게 감흥이 없다만…… 나보다는 다른 분들께 어찌 설명해야 좋을지 고민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

“…….”

마르비우스의 대답을 듣는 순간, 등허리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고 불알이 아주 쭈글쭈글 쪼그라들었다.

“그, 너무 걱정하진 말거라.”

어지간히도 티가 났던 걸까.

황녀님께서 내 뺨을 조심스럽게 붙잡으시더니, 작은 입술을 달싹이셨다.

“큰 누님께 네 사정을 제대로 말씀드린다면 무리하게 혼례를 올리려 하진 않으실 거다. 애초에 상대가 싫어하는 짓을 하시는 분도 아니고.”

“그건…….”

확실히 1황자에게 곰대가리를 선물이라고 가져온 것도 악의는 없었기에 마르비우스의 말처럼 될지도 모른다.

문제는 내 아내의 숫자가 이제는 두 손으로 다 샐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마르비우스와 아드리안에게는 아직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분명 거절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으니 포함해도 괜찮을 것이다.

아무튼, 평범한 귀족도 아니고 무려 차기 황제가 될 사람이다.

게다가 벨마 귀부인이 말했던 것처럼 오늘 보니 욕심도 제법 있어 보였고.

‘…이번 만큼은 마르비우스 생각처럼 잘 안될 거 같은데.’

물론, 나보다는 르비엘 황녀를 위해서라도 나는 아내들의 편을 들어야 했고, 그렇게 될 것이다.

당장에 시란까지 갈 것도 없이 누님 혼자서도 제도를 불바다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힘을 가졌고 실행할 능력도 차고 넘치는 사람이었다.

로샨테 울나르의 목을 베어다 주겠다고 말했을 때 느낀 섬뜩함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그렇다고 르비엘 황녀가 누님보다 강할 거라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일단 이 이야기는 절대로 다른 아내들 귀에 들어가면 안 된다…….’

혼례가 진행되고 말고를 떠나서, 상당한 소란이 벌어질 게 뻔한 주제였기에 이 부분은 어떻게든 내 선에서 해결하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점심 전까지 조금만 쉬죠.”

“음. 그건 아주 좋은 생각이구나.”

내가 두 팔을 벌리자, 마르비우스는 배시시 웃으며 내 품에 다시 들어와 나를 꼭 끌어안았다.

그렇게 오후부터 시작될 폭풍을 대비하여 머리를 조금 쉬게 만들 생각으로 마르비우스를 끌어안고서 침대에 벌러덩 누우려는데.

그르르륵──!!

침실의 문이 열리더니, 잠깐 밖에 다녀온다던 아드리안이 타이밍 좋게 돌아왔다.

“훌쩍…… 스, 스미스 경…….”

잔뜩 겁에 질린 오렌의 뒷덜미를 붙잡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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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올해가 끝나가는 겁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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