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643화 (643/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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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니다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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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아드리안.”

“응.”

눈물에 콧물까지 훌쩍이고 있는 오렌의 뒷덜미를 붙잡고 선 아드리안이 귀엽게 눈을 끔뻑이며 대답했다.

“그건 어디서 잡아 왔어요?”

“바로 앞.”

“아까 나가신 것도 그 녀석 잡으러 가신 거였어요?”

“응. 알짱거리는 거, 거슬려.”

웬일로 아드리안이 들어왔음에도 얌전히 있는 황녀님과 함께 침대에 누운 상태로 나는 몸만 살짝 옆으로 돌렸다. 그리고 편하게 마르비우스의 정수리에 턱을 얹으며 오들오들 떨고 있는 오렌의 얼굴을 바라봤다.

‘상황은 대충 알겠는데 말이지.’

이유야 어찌 됐든, 나를 만나기 위해서 궁을 휘적이다가 우연히 내가 이곳으로 향했다는 정보를 얻고는 주변을 어슬렁거렸을 테고, 인간을 아득히 초월하는 예민한 감각을 가진 아드리안에게는 그 부분이 상당히 거슬렸던 모양이다.

일단 적의는 없고 남자인 데다가 나와 친분도 있는 사이인 것 같아 그냥 잡아 온 것 같지만, 상대가 여성이었다면 장담하는데 아드리안의 손에 의해 반으로 찢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문제는 저놈이 지금 두 눈을 뜨고 있다는 건데.’

다른 것도 아니고 나와 마르비우스가 한 침대에서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 모습을 봐버린 것이다. 불쌍하기도 했고, 나름 마음에 든 녀석이라 어떻게 해주고 싶긴 했다.

‘…그래도 이건 좀 힘들지.’

입이 가벼운 녀석 같지는 않지만, 신과 마법이 존재하는 이곳에선 얼마든지 상대의 머릿속에 있는 내용을 끄집어내는 게 가능했기에 더욱 마음이 한쪽으로 기울었다.

“일단 놓아주실래요?”

“응.”

아드리안은 쥐고 있던 손을 놓았고, 녀석은 그대로 바닥에 엉덩이를 찧으며 끙끙 앓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몸을 웅크렸다.

“오렌지야.”

“…네, 네!!”

콧물을 훌쩍이며 엉덩이를 문지르던 녀석은 내가 이름을 틀렸음에도 얼른 고개를 치켜들고서 대답해왔다.

“짧고 간결하게.”

“……네?”

“여기까지 왜 왔는지.”

“아, 그…….”

녀석의 눈에 약간의 당혹감이 깃들었다.

“못 하면 살아서 못 나간다.”

물론 농담이지만, 다행히 녀석에게는 큰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제가 직접 들은 건 아닌데요!! 황자님께서 스미스님의 회원자격을 박탈하고 범죄자로 만들겠다고 말했다고 했어요!!”

“조금 더 자세히.”

“황자님 침소 시중을 드는 친구가 말해줬는데…… 그게 전부에요!! 진짜에요!! 그, 그래서 알려드리려고…….”

녀석의 눈가에 다시 촉촉한 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했고, 여성의 눈물에는 약하지만 사내의 눈물에는 짜증을 느끼는 나는 얼른 손을 들어 말했다.

“울면 엉덩이 걷어차 버린다.”

“히끅……!!”

그러자 오늘따라 더 꼬질꼬질해 보이는 오렌은 입술을 꽉 깨물더니 얼른 손등으로 제 눈을 박박 문지르는 행동력을 보여줬다.

“그래. 일단 입 닫고 얌전히 있어라.”

“……!!”

녀석은 제 입을 두 손으로 틀어막으며 고개를 열심히 흔들었다.

그래도 눈치가 있는 녀석이었기에 나는 잠깐 녀석에게서 신경을 잠깐 끄고 생각을 정리하려는데, 지금까지 얌전히 안겨 있던 마르비우스가 작은 두 손으로 내 뺨을 살포시 감싸왔다.

“형님. 아니, 마르비쿠스 그 녀석이 황성에서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은 그리 크지 않느니라.”

“그렇습니까?”

“그래.”

“죽일까?”

나름 진지한 대화를 나누던 나와 마르비우스는 동시에 고개를 돌려 아드리안을 바라봤다.

“…밤에, 슬쩍.”

두 손을 조물조물 귀엽게 쥐락펴락했지만, 거기에 담긴 의미는 상당히 위험하고 살벌한 것이었다.

“정말로 필요하면…… 그때 말할게요.”

“응.”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한 번 끄덕이는 아드리안.

‘그런 걸 부탁할 바에는 내가 해치우는 게 낫지.’

나는 이불 아래에 가려진 손으로 마르비우스의 작고 탐스러운 엉덩이를 살살 주무르며 바닥에 머리를 박고 있는 오렌의 정수리를 힐끗 바라봤다.

‘문제는 저 녀석을 어떻게 하냐인데…….’

1황자가 무슨 짓을 벌이려는지 조금 신경 쓰이긴 했지만, 딱 그 정도였다. 말하는 걸 들어보니 밤의 요람에서 나를 쫓아내고 동성애 같은 걸로 엮으려는 모양이지만 그 정도는 황태녀나 마르비우스의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내 선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였다.

나는 조금씩 달뜬 숨을 내뱉기 시작한 마르비우스를 꼬옥 끌어안으며 살짝 붉어진 귀에 나직이 속삭였다.

“저 녀석 어떻게 할까요?”

“…가장 입이 무거운 자가 누구인지 아느냐?”

“죽은 사람이요?”

“……마, 맞다.”

놀란 듯하면서 동시에 입술을 살짝 삐죽이며 고개를 끄덕이는 우리 황녀님.

“일단 살려는 주고 싶은데…… 어디 먼 곳에 잠깐 보내놓으면 안 됩니까?”

“뭐, 마음이 여린 그대라면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꾸물꾸물.

작은 몸을 꼼지락거리던 황녀님은 내 품에서 벗어나더니, 옆으로 누워 있는 내 배를 의자의 등받이 삼아 몸을 기대며 바로 앉았다.

“네놈. 이름이 오렌지라고 했느냐?”

“오, 오렌……아, 마, 맞습니다! 오렌지라고 합니다!!”

조아리듯 바닥에 머리를 박고 있던 녀석은 그 자세 그대로 목청만 높여 대답했다.

‘확실히 눈치가 빠르긴 해.’

나는 말랑말랑한 마르비우스의 배를 조심조심 만지면서 상황을 지켜봤다.

“너는 오늘부터 1황자가 아닌, 나 3황자를 모시는 시종이 될 것이다. 알겠느냐?”

“네에!! 감사하옵니다!!”

“그래. 그러면 일단 교육부터 받아야겠지.”

찰싹.

“아야.”

마르비우스가 살짝 붉어진 얼굴로 배를 조물조물 만지던 내 손등을 때리고는 품에서 완전히 벗어나 침대 바로 옆에 놓인 탁자 위로 손을 뻗었다.

우우웅──

그 위에 올려져 있던 통신구가 영롱한 푸른 빛을 내뿜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와의 연락이 닿았다.

-네. 황자님.

그리고 들려오는 벨마 귀부인의 목소리.

“여기 내 시종으로 쓸 녀석을 주워 왔으니, 데려가서 한동안 교육을 하도록 해라.”

-교육 말씀이시군요. 알겠습니다.

대화는 그것으로 종료.

불이 꺼진 통신구를 탁자 위에 다시 되돌려 놓은 마르비우스가 꼬물꼬물 내 품으로 돌아오더니, 내 귀에 작은 입을 가져대고 속삭였다.

“유모가 곁에 두고 계속 감시할 테니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되느니라.”

“감사합니다.”

칭찬해 달라는 미소를 지어 보이는 마르비우스의 등을 토닥이며 나는 여전히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오렌…… 이제는 오렌지가 되어버린 녀석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뭐…… 죽는 것보다는 낫겠지.’

**

오렌이 벨마 귀부인에 의해 끌려간 후, 나는 예정대로 마르비우스와 아드리안을 품에 안고서 느긋하게 낮잠을 청했다.

“그러면 퇴근하기 전에 한 번 더 들를게요.”

“기다리고 있으마.”

“…빨리, 와.”

그리고 조금 늦은 점심을 먹었고, 황태녀가 보낸 사람이 도착해 벗어두었던 코트를 다시 걸치고 두 사람의 짧은 배웅을 받으며 궁을 나왔다.

“멜버른 경?”

“…음.”

안색이 조금 좋아졌다 싶더니, 그 잠깐 사이에 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황금 견장을 어깨에 찬 멜버른 경의 눈 아래에 넓게 퍼진 다크서클이 아침보다 더 색이 진해져 있었다.

“마사지…… 부탁해도 되겠나?”

“그럼요.”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드리안 덕분에 마르비우스의 궁 주변으로는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기에 나는 눈치 보지 않고 그녀의 눈 아래를 시작으로 얼굴과 귀를 쓰다듬고 주물렀다.

“그, 그만…….”

“아프셨습니까?”

“아니… 그… 아, 아니다.”

다크서클은 여전했지만, 살짝 붉은 기운이 감도는 피부와 생기가 돌아온 눈동자를 보아하니 이 정도면 충분할 듯싶어 나는 이유를 더 묻지 않고 뒤로 물러났다.

“따라오도록.”

컨디션이 꽤 회복된 멜버른 경은 나를 배려해 내 보폭에 맞춰 천천히 걸음을 옮겼고 덕분에 나는 한결 편하게 그녀의 뒤를 쫓을 수 있었다.

‘근데…… 뭔가 길이 익숙한데?’

분명 황태녀의 궁 또는 감옥 비슷한 곳으로 나를 데려가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걸으면 걸을수록 굉장히 낯이 익은 풍경이 자꾸만 눈에 들어오는 게 아닌가.

그렇게 조금씩 의아함을 느끼는 것도 잠깐.

나는 금색 갑주를 걸친 기사들에게 에워싸인 우리 기사단 건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멜버른 경?”

“…나는 분명 반대했다는 것만 알아줬으면 한다.”

장갑을 낀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린 그녀가 깊게 탄식하며 말을 이었다.

“…황태녀께서 말씀하시길. 낯선 공간으로 데려가면 경이 불안해할지도 모른다고 하시더군.”

“그래서 저희 건물로……?”

“…….”

말없이 고개를 한 번 끄덕이는 그녀.

나 역시 말없이 그녀의 뒤에서 두 손으로 얼굴을 한 번 쓸어내렸다.

죄는 알리되, 나와는 관련이 없게끔 일을 처리할 생각이었는데 설마 이런 식으로 꼬이게 될 줄이야.

“…일단 자루에 담아 오긴 했다만.”

“…예에.”

이렇게 광고를 하고 있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만.

“멜버른 경.”

“……?”

나는 살짝 돌아보는 그녀의 퀭한 두 눈을 바라보며 진심을 담아 말했다.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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