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644화 (644/771)

==========

카인G크리티카//감사함둥!!!

-=-

튤리우스 제국

“원한다면 동행하겠다.”

건물을 에워싸고 있는 기사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 멈춰선 멜버른 경은 옆에 선 나를 돌아보며 그리 물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하긴. 여성도 아니고 경이 다른 사내 따위에게 힘으로 밀린다는 건 상상도 가지 않는군.”

여성이라고 크게 다르진 않겠지만, 나는 뒷말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왜 그러지.”

우리를 발견한 황금의 기사들이 옆으로 비켜서고 있을 때, 나는 괜찮은 생각이 떠올라 멜버른 경의 손을 붙잡았다.

“……경?”

“아니, 다시 생각해보니 역시 동행해주셨으면 해서 말입니다.”

“으, 음… 그거야 어렵지 않은 일이다…….”

조금씩 붉은 기운이 감도는 그녀의 얼굴.

나는 바이저까지 눌러써서 얼굴이 전혀 보이지 않는 기사들의 틈을 지나 멜버른 경의 손을 붙잡고 건물로 이어진 계단을 올랐다.

“아, 단장…… 충.”

정확하게 사람 하나 딱 넣기 좋은 크기의 자루 옆에 서 있던 로안이 나와 멜버른 경을 발견하더니, 그녀를 향해 경례했다.

“멜버른 경.”

“으, 음.”

붙잡고 있는 손이 자꾸 신경 쓰였던 건지, 그녀의 눈은 몇 번이고 나와 맞닿은 손을 곁눈질하기 바빴다.

“위로 올라가시면 휴게실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잠깐 눈이라도 붙이시죠.”

“……?”

“다른 게 아니고 너무 피곤해 보이셔서 조금 쉬게 해드리려고 동행을 부탁드렸던 겁니다.”

“어…….”

처음에는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눈을 끔뻑이던 멜버른 경은 뒤에 이어진 내 설명에 무척 놀란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멜버른 경?”

“어…… 아, 그, 그렇, 군….”

살짝 흔들리던 눈동자가 다시 안정되었고, 대신이라고 해야 할까.

멜버른 경은 내 시선을 피하기위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한 시간 정도면 충분할 것 같으니, 끝나면 제가 모시러 가겠습니다.”

“아니, 그, 나는… 이, 임무를…….”

“얼른.”

“으, 으음…….”

그다지 힘을 주지 않았음에도 그녀는 내게 마지못해 떠밀리듯 계단 위로 느릿느릿 올라갔다. 물론, 한 번씩 이쪽을 뒤돌아보는 것도 잊지 않고서.

그렇게 멜버른 경이 사라진 후.

“로안.”

“네. 단장님.”

평소보다 더 굳어진 얼굴로 녀석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아니, 오진 말고.”

“……?”

나는 미동도 없이 놓여 있는 자루를 가리키며 물었다.

“열어 봤냐?”

“아직 카지노에 발도 못 붙여 봤습니다.”

“…뭔 소리야.”

“오래 살고 싶단 소립니다.”

“안 열어 봤다는 거지?”

“예.”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아하니, 저 자루 안에 누가 담겨 있는지 모르는 게 확실했다.

‘…뭔가 믿음직스러우면서도 믿음직하지 못하단 말이지.’

막말로 누가 도박 자금을 왕창 쥐여준다고 하면 홀라당 배신을 할 것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로안아.”

“예.”

“누가 좋은 도박장 소개해주고 돈까지 준다고 하면 따라갈 거냐?”

“안 따라갈 이유가 있……끅?!”

“에라이 자식아.”

내게 정강이를 까인 녀석이 맞은 부위를 움켜쥐며 바닥을 데구르르 구르며 열심히 바닥 청소를 했다.

“이거 도박 시켜준다고 하면 그냥 배신할 놈이네.”

“아니, 도박이랑 배신이랑 무슨 연관이 있다고 이러십니까?!”

정말 억울하다는 얼굴로 외치는 녀석의 모습에 나는 꿀밤을 추가로 먹여주려다가 참았다.

“시끄럽고. 자루 들고 집무실로 따라와라.”

“…예.”

그래도 아침에 했던 말이 빈말은 아니었는지, 녀석은 조금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내가 지시한 일을 수행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자루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흐읍!!”

문제는 의욕은 있는데 수행할 능력… 아니, 힘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내놔 임마.”

“크흠…….”

얼굴이 새빨갛게 변할 때까지 힘을 줘서 겨우 어깨에 자루를 짊어진 녀석이 안쓰럽다기보다는 그냥 내가 답답해서 자루를 빼앗았다. 물론, 한 손으로.

“역시 단장님. 대단하십니다.”

“…그만 딸랑이고 따라나 와라.”

“딸랑이가 뭡니까?”

“몰라 이 자식아.”

나는 자루를 어깨에 지고 녀석과 함께 집무실로 향했다.

“로안아.”

“예. 단장님.”

“너. 오늘 여기서 보고 들은 거 어디 가서 말하면…… 밤비노 블랙리스트에 올린다?”

“단장님.”

녀석이 진지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더니, 아주 결의에 찬 시선과 함께 입을 열었다.

“죽으면 죽었지. 누가 고문하더라도 입 다물고 있겠습니다.”

“…그래.”

결의에 찬 눈과 다르게 그다지 신뢰는 가지 않았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여주긴 했다.

“그런데 단장님. 자루에 뭐가 들었기에 그렇게 무거운 겁니까?”

“사람.”

“……?”

순간 내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녀석이 눈을 끔뻑였고, 나는 녀석이 보는 앞에서 어깨에 짊어지고 있던 자루를 바닥에 깔고 끝부분을 쑤욱 잡아당겼다.

“헉?!”

자루가 벗겨지면서 진짜로 사람의 머리부터 천천히 자루에서 빠져나오자 녀석이 기겁하며 나를 바라봤다.

“묶어는 놨네.”

“다, 단장님?”

“황태녀님께서 허락하신 거니까 겁먹지 마.”

“아, 그렇습니까?”

언제 겁을 먹었냐는 듯이 금방 무덤덤한 얼굴로 돌아온 녀석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밧줄에 손발이 묶인 상태로 엎어져 있는 로샨테 울나르를 힐끗거렸다.

“그런데 의식이 없어 보이는군요.”

“글쎄.”

나는 아주 편하게 엎어져 있는 로샨테 울나르에게 다가간 다음, 오늘 아침에 로안이 닦아준 구두 끝을 세워 그대로 녀석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어억……?!”

“오우…….”

죽은 듯 누워 있던 로샨테 울나르가 바르르 몸을 떨며 신음했고 그걸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로안은 제가 맞은 것도 아니면서 엉덩이를 감싸며 얼굴을 찡그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

손발이 묶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애벌레처럼 몸을 떨기만 하던 로샨테 울나르를 빤히 바라보고 있던 로안의 눈이 점차 커지더니.

“로샨테 백작?”

“그──”

빠악!!

“……?!”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앞으로 튀어 나가더니, 그대로 내가 걷어찼던 똥꼬를 그대로 걷어차버린 로안과 이제는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한 채 입가에 새하얀 거품을 물고 바들바들 몸을 떠는 로샨테 울나르.

“이 쓰레기 같은 놈. 모든 도박사가 너를 저주할 거다.”

아주 침까지 뱉을 기세로 로샨테 울나르를 노려보던 녀석이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목검이라도 가져옵니까?”

“니 대가리 깨 달라고?”

“…큼. 얌전히 있겠습니다.”

“그래. 한 번만 더 급발진하면 니 엉덩이부터 걷어찬다?”

“……그냥 나가 있으면 안 됩니까?”

“어. 안 돼.”

나는 소파에 편히 앉으며 아직도 끙끙거리고 있는 로샨테 울나르를 가리켰다.

“너는 거기 서 있다가 내가 시키면 아까처럼 걷어차기나 해라.”

“잠깐 철장화로 갈아 신고 오면 안 되겠습니까?”

“대가리.”

“크흠…….”

로샨테 울나르와는 아직 한마디도 주고받지 않았는데 어째서 머리가 지끈거리는 건지 모르겠다.

“이, 이러고도… 너희가…… 무, 무사, 무사할 것 같으냐?!”

적당히 대화가 가능해질 때까지 기다리는데, 고통이 조금 가시자마자 로샨테 울나르가 나를 노려보며 그리 소리쳤다.

“우리보다는 네 안위나 걱정하는 게 어때?”

“하……!! 사내를 폭행하는 것은 신전에서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물론, 제국은 물론이고 대륙의 모든 나라에서도 금지되어 있지. 내가 이곳에서 나가는 순간 너는 범죄자가 되는 거다.”

움찔.

언제든지 녀석의 엉덩이를 걷어찰 준비를 하고 있던 로안이 슬쩍 뒤로 물러났다.

“어. 그래. 알겠으니까 잠깐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 줄래? 그러면 빨리 내보내 줄 테니까.”

“하, 범죄자 따위가 묻는 말에 대답할 것 같은가? 게다가 1황자님을 배신한 네놈의 무엇을 믿는단 말이냐.”

“로안아.”

“…찹니까?”

“싫으면 니가 나 한테──”

빠악!!

“@#^!!$#”

그래도 자기가 맞긴 싫은 건지, 녀석은 얼른 로샨테 울나르의 엉덩이를 걷어찼고, 로샨테 울나르는 다시 한번 알 수 없는 괴성을 내지르며 바닥을 굴러다녔다.

“흑선 상단을 노린 이번 일에 1황자가 관여했나?”

“…무,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혹시 고통을 즐기는 쪽?”

“…….”

그 짧은 틈에 눈물과 콧물을 흘려 나름 준수한 외모가 망가져버린 녀석이 나를 잠깐 노려보다가 입을 열었다.

“나, 나는 흑선 상단을 노린 적이 없다…….”

“아니. 암흑가에서 이미 다 불었다니까?”

“…모른다. 모르는 일이야. 그러니 내 결백을 증명할 수 있게 성직자… 사제를 불러라.”

“다, 단장님?”

녀석의 입에서 사제라는 말이 나오자 로안의 눈에 순간 불안감이 깃들었다.

‘어휴, 좀 데리고 다니려니까 뭔 겁이 저렇게 많은지.’

나는 ‘사제’를 불러달라는 녀석의 대답에 누군가의 이름이 떠올랐다.

“사제를 불러달라?”

“…그렇다. 미리 말해두지만, 네놈이 불러주지 않더라도 재판이 열리면 성직자들은 반드시 참여하니 허튼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하지만 지금 내 말에 따라준다면…… 같은 사내로서 아량을 베풀어 줄 수도 있다.”

슬슬 무도회에서 보였던 재수 없는 미소를 짓는 녀석을 내려다보며 나는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하는 척, 물었다.

“…아무 사제나 불러주면 되나?”

“흥. 나는 사랑과 자애의 신 호르닉스의 신도다.”

“사랑과 자애.”

“그래. 그곳에서 길레나 사제를 찾아라. 내 결백을 증명하기 위함이라 말하면 한걸음에 달려 와줄 신실한 사제다.”

“사랑과 자애… 길레나 사제…….”

“그래. 얼른 사람을 보내라.”

“음. 그래. 그래야지.”

나는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얼굴색이 좋지 못한 로안을 향해 말했다.

“내가 올 때까지 신나게 걷어차고 있어라.”

“……예?”

“네, 네놈!!”

상반된 반응을 보이는 둘.

“돌아와서 저 새끼 멀쩡하면──”

빡!!

“@%!#[email protected]!”

“걱정 말고 다녀오십시오.”

사제는 멀지만 내 발길질은 가깝다.

나는 시원한 타격음을 뒤로하며 집무실을 나왔다.

‘시스야.’

녀석의 부탁대로 사제를 불러주기 위해서.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ω<)☆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