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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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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똑. 똑. 똑.
-단장님. 모셔 왔습니다.
정중한 노크 소리를 뒤따라 들어오는 로안의 목소리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큼큼…….”
그러자 죄인의 마음가짐으로 공손하게 무릎 꿇어앉아 있던 로샨테 울나르가 목을 가다듬으며 슬쩍 나를 올려다봤고, 우리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들어와라.”
문고리가 돌아가면서 집무실의 문이 열렸고, 쫓아 내보냈던 로안의 뒤로 새하얀 로브를 눌러쓴 세 사람이 뒤따라 안으로 들어왔다.
‘저쪽이 네메아고…… 그 옆에 붙어 있는 게 아가사구나.’
정확히 얼굴의 절반을 가려주는 신비한 로브로 완벽히 정체를 감춘 세 사람. 그러나 도드라지게 나온 흉부의 형태와 흔들림, 그리고 크기를 통해 나는 어렵지 않게 네메아와 아가사를 구분해 냈다.
‘그럼 저쪽이 길레나인가?’
두 사람과 조금 거리를 두고 있는 이름 모를 한 사람을 조심스럽게 살피며 나는 그녀들과 마주 바라보고 섰다.
“청장미 기사단의 단장 스미스라고 합니다.”
“라피테라님의 종인 아가사입니다.”
“시스님의 종인 네메아다.”
내가 먼저 고개를 숙이자, 익숙한 두 사람은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곧바로 나를 따라 고개를 살짝 숙여왔다.
“아…… 호르닉스님의 종인 에피넬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한 박자 늦게 고개를 숙이며 자신의 소속과 이름을 밝히는 또 한 명의 사제.
‘길레나가 아니었구나.’
다시 한번 셋을 향해 고개를 숙인 나는 옆으로 비켜서며 힘없이 고개를 바닥으로 떨어트리고 있는 로샨테 울나르를 그녀들에게 소개했다.
“당신이……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사제를 찾았다고 들었습니다.”
자신을 에피넬이라 소개했던 여성이 로샨테 울나르 앞에 섰다.
“……니오.”
“방금 뭐라 하셨습니까?”
“…아니라고 했소.”
깊게 가라앉은, 죄책감 가득한 목소리가 로샨테 울나르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나와 신호를 주고받은 후부터 계속해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녀석이 드디어 고개를 들어 올렸다.
빨갛게 부어오른 눈덩이와 그 아래에 가득한 눈물 자국.
‘진짜 타고난 놈이네.’
나는 보는 사람마저 흠칫하게 만들 정도로 불쌍하고 처연한 녀석의 모습에 속으로 혀를 찼다.
“그럼, 사제는 무슨 이유로 찾으신 겁니까?”
“고발… 아니, 자백을 하기 위함이오.”
“자, 백…… 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렇고.”
이때 떨어지는 눈물 한 방울.
정말로 기가 막힌 녀석이었다.
“자백… 무슨 자백을 하신다는 겁니까?”
“누이트. 그 간악한 사교도의 지독한 술수에 빠져 내가 저지른 죄에 대한 고백… 아니, 자백이오.”
“…….”
그런 로샨테 울나르를 한동안 말없이 내려다보던 에피넬이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봤다.
“맹세를 위해 잠깐 손을 묶고 있는 밧줄을 풀어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나는 손수 녀석의 뒤로 돌아가 발꿈치 위에 가지런히 올려둔 양손을 묶고 있던 밧줄을 어렵지 않게 풀어냈다.
“손을.”
“…여기 있소.”
에피넬이 내민 손을 붙잡는 로샨테 울나르.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을 따라 하시면 됩니다.”
“맹세는 수도 없이 해봤으니 걱정하지 마시오.”
“…지금부터 나는 진실만을 고할 것을 사랑과 자애의 신 호르닉스님의 이름 앞에 맹세한다.”
“나 로샨테 울나르는 지금부터 진실만을 고할 것을 사랑과 자애의 신 호르닉스님의 이름 앞에 맹세한다.”
파앗──!!
녀석이 맹세를 끝맺은 순간 에피넬의 손등에서 빛으로 이루어진 작은 문양이 떠올랐다.
“좋습니다. 지금부터 스스로가 저지른 죄들을 고하도록 하십시오.”
“우선…….”
그렇게 시작된 로샨테 울나르의 자백.
어떤 식으로 누이트교에 가담하게 되었는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수의 사내들을 누이트교의 신도로 만들었는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밤의 요람과 길레나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사제와의 관계까지.
“밤의 요람은 밤의 어머니라 불리는 누이트의 배필을 만들기 위한 사육장이오…….”
“사육, 장?”
“그렇소. 누이트의 취향에 맞는 사내를 길러내기 위한 사육장. 덤으로 좋은 자원 공급처이기도 하지.”
태어난 순간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할 줄 아는 거라고는 남을 부리는 것밖에 모르는 얼간이들의 주머니를 탈탈 털어내는 곳.
그것이 바로 사내들이 그토록 회원이 되고 싶어 했던 밤의 요람에 실체였다.
“그리고 신전의 삼엄한 감시에 숨구멍을 뚫어주는 존재가 있었소.”
“……누굽니까.”
착각이 아니라면 에피넬의 목소리가 한층 더 낮아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길레나. 자신을 길레나라고 소개한 사제요.”
“어떻게 생겼는지… 얼굴을 직접 보신 적이 있습니까.”
“평균보다 작은 체구에 갈색 머리. 그리고 왼쪽 송곳니가 유독 날카로운 사람이…… 큭?!”
순간 로샨테 울나르의 얼굴이 구겨지더니.
“끄아아악!!”
“아…….”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고, 녀석의 손을 붙잡고 있던 에피넬이 멍하니 입을 벌리며 핏줄이 돋아난 손아귀에서 힘을 풀었다.
“죄송합니다.”
말과 다르게 조금도 미안함이 담기지 않은 사과.
그와 동시에 그녀의 손아귀에서 신성한 빛이 조금 더 강하게 뿜어져 나왔고, 고통에 신음하던 녀석의 안색이 빠르게 회복되는 걸 볼 수 있었다.
“길레나. 그 사제는 정확히 어떤 일을 했습니까.”
“…누이트의 기운을 감추는 결계를 쳤고, 다른 성직자들의 의심을 피할 수 있게 몇 번이나 공증을 서줬다고 들었소.”
“그렇군요. 다른 건 더 없습니까.”
“마지막…… 하나 남긴 했소만.”
“말하세요.”
에피넬의 어조는 어느새 명령조로 바뀌어 있었다.
그에 녀석은 힐끗 나를 바라봤고, 에피넬을 등지고 서 있던 나는 아주 작게 눈알을 위아래로 한 번 움직였다.
“…1황자. 마르비쿠스가 누이트교의 자금을 조달하고 여러 편의를 봐줬소.”
“……하.”
여러 복잡한 감정이 뒤섞인 탄식이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끝입니까?”
“…그렇소.”
“당신의 자백에 티끌만큼의 거짓도 없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녀는 붙잡고 있던 로샨테 울나르의 손을 놓더니, 품에서 새하얀 손수건을 꺼내 손을 아주 박박 닦는 모습을 보였다.
‘남자 손을 잡고도 저러는 건 또 처음 보네.’
그만큼 사교도를 향한 혐오감이 강하다는 것이겠지.
“…신의 뜻으로 엄히 다스리는 것이 옳으나, 스스로 죄를 깨우치고 잘못을 바로잡으려 한 바. 신전에서는 더 이상 죄를 묻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황태녀님께 그리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저 두 사람과 함께 왔을 때부터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지만, 저지른 죄만 나열해도 책 반 권은 집필이 가능한 녀석을 처우를 혼자 결정하는 것을 보면 그녀 역시 지위가 굉장히 높은 사람인 모양이다.
“그럼…… 더 볼 일이 없다면 나가보겠습니다.”
“아, 잠시.”
나는 눈치껏 문 옆에 서 있던 로안에게 손짓했다.
“밧줄을 다시 묶고 내가 올 때까지 얌전히 지켜보고만 있도록.”
“알겠습니다.”
로샨테 울나르를 잠깐 로안에게 맡겨 둔 나는 손수 집무실의 문을 열며 그녀들의 배웅을 자처했다.
달칵.
그렇게 집무실의 문이 닫히고, 나는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네메아의 로브 안쪽으로 손을 넣어 탐스러운 엉덩이를 주무르며 말했다.
“네메아님과 아가사님께 개인적으로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잠깐 시간 괜찮으십니까.”
“그럼요.”
“잠깐이라면.”
“……저는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아, 조심히 돌아가시길.”
내가 고개를 숙이자 에피넬 역시 나를 향해 예의를 보인 다음 몸을 돌려 빠르게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소리좀 차단해줘요.”
“그러죠.”
아가사가 탁! 손가락을 튕기자 반투명한 막이 순식간에 우리를 감쌌다.
“길레나는 어떻게 됐습니까?”
“방금 나간 사람 어떤 것 같았아요?”
“…꼭지가 돈 거 같던데요?”
“네. 태어나서 단 세 번밖에 화낸 적이 없다고 알려진 여자가 아주 단단히 화가 났더군요.”
“근데 누굽니까?”
“신 호르닉스가 가장 아끼는 종이랍니다.”
신이 가장 아끼는 종.
참고로 눈앞에 있는 아가사 역시 그러한 존재였다.
“……교황?”
“딩동댕~”
그녀는 재미있다는 듯이 큭큭 웃으며 말을 이었다.
“참고로 길레나라는 이름의 사제는 이곳에 오기 전에 구금 해 뒀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제가 직접 찾아가서 이야기했으니, 기분은 상하더라도 일단 붙잡긴 한 거죠. 그런데 어머? 믿었던 도끼에 그만 발목이 잘려버렸네요~”
“…가능하면 제가 직접 만나봤으면 하는데.”
“어머? 우리를 어떻게 보시는 거죠? 무한에 가까운 신성력으로 정신이 망가지지 않게, 절대 죽지 못하도록 잘 관리하니 걱정하지 마세요.”
오소소──!!
농담이 아니라 순간 등허리를 타고 소름이 쫙 돋아났다.
‘…사교도에 한해서는 진짜 자비가 없네.’
“그보다 저도 궁금한 게 있는데.”
“뭡니까?”
“어떻게 구워삶았길래 저렇게 쉽게 입을 연 거죠? 설마…….”
순간 아주 불쾌한 시선이 나를 따라왔고 나는 경악하려는 아가사를 향해 소리쳤다.
“어허?! 확실히 말해두겠는데, 저는 남자랑 옷깃 스치는 것조차 혐오하는 사람입니다!!”
“아니, 뭐… 사교도 입을 열게 하는데 그 정도 희생 정도는…….”
“아니라고!!”
“…아니면 아닌 거지 왜 소리를 질러요?”
귓구멍을 후비적거리는 품위 없는 그녀의 행동에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별거 없고 그냥 한 편이라고 속여 넘겼을 뿐입니다.”
“……하긴. 당신이 가진 능력이라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겠네요. 그런데 같은 편이라고 속인 것까지는 납득이 가는데 반대로 정보를 술술 불었던 부분은 더더욱 의문인데요?”
“영업 비밀입니다.”
아가사가 눈을 게슴츠레 뜨고 나를 노려봤지만 나는 콧방귀를 뀌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뭐, 알려준다고 해서 따라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내가 로샨테 울나르의 입을 열게 만든 방법은 정말로 간단했다.
[ 사제들이 찾아온다면 그간 활동하고 접촉한 이들의 명단을 일러바치도록 하게. ]
[ 일러바치라니? ]
[ 걱정할 것 없다 형제여. 은신처는 모두 옮겨졌으며 길레나를 비롯한 핵심 인원들 역시 모두 자리를 피했다. 형제는 그저 모든 것을 밝히고 죄를 뉘우치는 모습을 보여주기만 하면 나머지는 내가 해결하도록 하겠다. ]
[ 그, 그렇다면야……. ]
배신이 아니라, 널 구하기 위해 모두 준비된 계획이다!
내 참신한 개소리에 녀석은 홀라당 넘어왔고, 결과는 조금 전에 보았던 것처럼 알고 있는 모든 걸 우리 앞에서 토해냈다.
“그럼, 네메아? 나중에 저택에서 봐요.”
“알겠다.”
“아니, 진짜 말 안 해 줄 거예요?”
“예.”
“이 쫌…… 꺅?!”
내가 눈짓을 보내자, 네메아는 얼른 아가사를 짐짝처럼 옆구리에 끼워 들었다.
“나중에 봐요~”
“그래.”
“빌어먹을 년놈들…….”
그렇게 아가사는 네메아와 함께 아주 빠른 속도로 내 시야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러면 마무리하러 가 보실까나~’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일이 손쉽게 풀렸기에 나는 아주 가벼운 걸음으로 집무실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오셨습니까.”
“어. 손은 잘 묶어 놨냐?”
“예. 일단 과하지 않게… 느슨한 정도로 묶어 뒀습니다.”
“그래. 잘했다.”
나는 녀석의 어깨를 두들기며 등 뒤로 달고 있는 망토를 벗겼다.
“단장님……?”
“잠깐만 빌리자.”
“아, 예에…….”
뭔가 체념한 듯한 대답이 조금 기분 나빴지만, 나는 녀석의 망토를 돌돌 말아다가 뒤를 향해 있는 로샨테 울나르의 손목에 묶고 나머지 한쪽을 내 책상 모퉁이에 연결했다.
“이, 이보게……?”
“쓰읍. 얌전히.”
무언가 이상함을 눈치챈 녀석이 다급히 나를 불러왔지만,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로안아.”
“네. 단장님.”
“손수건 가진 거 있냐?”
“여기.”
금화 자수가 새겨진 손수건을 넘겨 받은 나는 그걸 가지고 놈의 입에 밀어 넣기 위해 머리통을 붙잡았다.
“혀, 형제여?”
“형제 같은 소리하고 있네.”
“뭐, 뭣이……우부읍?!”
때마침 생겨난 틈에 나는 손수건을 아주 깊숙이 밀어 넣고 손수 입까지 틀어 막아 줬다.
“우브읍!!”
“어. 그래. 나도 누이트 보지가 개 씹걸레 보지라고 생각해.”
“브으……?”
내 신사적인 단어 선택에 놈도 감격한 걸까.
발악을 멈추고 멍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녀석을 향해 나는 놀고 있던 다른 손으로 허공에 딱밤질 하며 웃었다.
“딱 100대만 맞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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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는 겁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