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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올해도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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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삼십 분쯤 지났을까.
나는 뻐근해진 손목을 돌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단장님.”
“어? 왜.”
집무실에 퍼진 불쾌한 냄새를 빼내려고 창문을 활짝 열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고 있는데 딱밤을 한 대 때릴 때마다 제가 맞은 것처럼 흠칫거리던 로안이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도대체 사막은 어떤 곳입니까……?”
질문과 동시에 반쯤 뜨인 눈에 흰자위밖에 보이지 않는 로샨테 울나르를 바라보며 제 사타구니를 감싸 쥐었다.
“궁금하냐? 나중에 휴가받으면 같이 한 번 가던가.”
“아닙니다. 제가 사실 제도를 떠나면 죽는 병에 걸려서…… 정말 가고 싶은데 유감입니다.”
“입술이 침이나 바르고 말해라 이 자식아.”
“크흠…….”
본인이 생각해도 많이 민망하긴 한 모양이다.
나는 헛기침을 토하며 시선을 피하는 녀석을 향해 혀를 차며 물었다.
“저 자식이 말한 거 다 들었지?”
“예. 밤의 요람이 설마 그런 끔찍한 곳이었을 줄은 몰랐습니다.”
“이제 좀 내가 달라보이냐? 나 아니었으면 너랑 애들도 언젠가는 슥삭 당했을 거다.”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카지노 회원권 구해다 줘서?”
“뭐…… 그게 가장 크긴 합니다만.”
“이 자식이.”
가까이 있었으면 정강이를 걷어차 버렸을 텐데.
“어휴, 솔직하니까 봐준다.”
“큼. 감사합니다.”
“됐고, 조금 있다가 멜버른 경이랑 올라와서 이거 데려나가면 뒷정리하고 퇴근해라.”
“……제가 치웁니까?”
“싫으면 애들 불러서 치우게 하던가.”
딱밤을 때리는 과정에서 그만 바지에 작은 지도를 그려버린 우리의 로샨테 백작님.
다행히 바닥이 흥건해질 정도로 지리진 않았지만, 그래도 녀석의 엉덩이가 닿아 있던 바닥에 찝찝한 얼룩과 냄새가 남아 있었기에 반드시 청소할 필요가 있었다.
“……아닙니다. 찾아보면 휴게실에 청결 스크롤 몇 장 남아 있을 테니 그걸로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청결 스크롤이라면 믿을 만하지.”
나는 대충 냄새가 빠진 걸 확인하고 다시 문을 닫았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건 좋지만, 계절이 한겨울이다 보니 불어오는 바람이 찬 걸 넘어 살이 아려왔다.
뭐, 징표의 능력을 사용하면 추위나 더위에 면역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답답함? 지루하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나는 계절감을 느끼는 것 자체도 좋아했기에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체온 유지 기능은 항상 꺼두는 편이다.
“그럼, 모셔 올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라.”
“예. 다녀오십시오.”
집무실을 나와 휴게실로 가기 위해 계단을 내려오던 나는 생각했다.
‘그러면 손수건도 대충 근처에 던져놔도 되지 않나?’
청결 스크롤의 범위는 생각보다 훨씬 광범위했기에 책상 아래에 슬쩍 떨어트려 놓고 내일 출근하면 뽀송뽀송한 손수건을 획득할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이 나왔다.
“……?”
그런데 손수건을 다시 줍기 위해서 복도 끝으로 왔는데 손수건에 발이라도 달려 그사이에 멋대로 어딜 가버리기라도 한 걸까.
‘뭐야. 어디 갔어?’
주변을 아무리 살펴봐도 보이지 않는 손수건.
분명 바닥에는 손수건이 놓여 있던 얼룩이 남아 있는데 정작 손수건은 보이지 않다니.
‘…젠장.’
아무리 마법과 신이 존재하는 판타지라지만, 손수건에 갑자기 발이 달려 혼자 어딜 가버렸을 리는 없을 거다. 아니, 차라리 그랬으면 하고 바랐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몸을 돌렸다.
굳게 닫혀 있는 휴게실의 문짝.
‘그렇게 허리를 흔들었는데 안 깨는 게 더 이상하지.’
나는 손으로 얼굴을 몇 번 쓸어내리며 얼굴을 고친 다음 걸음을 옮겼다. 저쪽에서 먼저 눈치를 주기 전까지는 끝까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굴 생각이다.
“큼큼.”
혹시 민망한 장면을 맞닥뜨릴 수 있었기에 문 앞에서 기침 소리를 한 번 낸 다음, 약간의 텀을 두고 천천히 문을 열었다.
“멜버른 경……?”
조용한 휴게실 안.
그리고 내가 시원하게 한 발 빼고 나오던 그 자세 그대로 누워 고른 숨을 내쉬고 있는 멜버른 경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단은… 넘어가 주는 건가?’
다른 여성이었으면 좋다고 따먹으려 들었을 텐데.
역시 기사 단장 정도 되는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른 모양이다.
“멜버른 경?”
“으음…….”
그런데 꽤 큰 목소리로 이름을 불렀으나, 그녀는 입술만 오물거릴 뿐, 눈을 뜰 생각이 없어 보였다.
“심문 끝났습니다. 멜버른 경.”
“으응…….”
그래서 이번엔 어깨까지 흔들어 봤지만, 역시나 마찬가지.
‘…시위하는 건가?’
본방을 해주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겠다는…… 뭐 그런 것 말이다.
“멜버른 경? 멜버른 경? 정말 안 일어나실 겁니까?”
“…….”
이제는 입을 오물거리지도 않고 무시하는 그녀.
‘씹새끼 갑자기 내려오거나 하진 않겠지?’
사실 휴게실에서 하는 것도 상관없지만, 위에 방치 해두고 내려온 게 있었기에 시간을 오래 끌 수가 없었다.
달칵.
일단 문을 잠근 나는 벨트를 풀며 다시 멜버른 경 앞에 섰다.
“진짜 안 일어나실 겁니까?”
“…….”
“알겠습니다.”
확고한 그 의지에 나는 조금 전과 다르게 아주 시원스럽게 바지와 팬티를 끌어 내렸다.
‘…이 새끼 때문에 싫다고도 못하고.’
나는 벌써 고개를 빳빳이 들고 준비를 끝마친 좆대가리를 향해 한숨을 내쉰 다음 멜버른 경의 살짝 얼룩져 있는 바지를 아래로 끌어내렸다.
화아악──
아직 푹 젖은 팬티가 남아 있음에도 코를 통해 훅! 들어오는 암컷 내음에 나는 침을 꼴딱 삼키며 남아 있는 마지막 천 쪼가리를 붙잡아 골반 아래로 끌어내렸다.
‘누가 봐도 처녀 보지네…….’
나는 솜털처럼 보짓덩이 위에 자라나 있는 금색 보지털을 살살 쓰다듬다가 조심스럽게 꽉 다물어져 있는 그녀의 도톰한 음순을 벌리고 움찔움찔 애액을 찔끔 흘려대고 있던 구멍으로 새끼손가락을 천천히 찔러넣었다.
꽈아악──!!
‘……진짜로 자지 넣었다가는 찌부러지겠는데.’
멜버른 경의 질척하게 젖은 보지는 새끼손가락이 뻐근해질 정도로 빈틈없이 달라붙어 오돌토돌한 돌기와 주름을 이용해 뱀처럼 조여왔다.
일단 아무리 그녀가 강하다지만, 내 자지 크기와 그녀의 보지 구멍을 생각해 보면 지금 상황에서 삽입하는 건 다소 무리가 있어 보였다.
‘게다가 처녀막까지 있고.’
새끼손가락 끝부분에 닿은 얇은 막의 감촉에 나는 천천히 새끼손가락을 빼냈다. 그리고 자리를 그녀의 얼굴 쪽으로 다시 옮겼다.
나는 벌써부터 쿠퍼액을 질질 흘려대고 있는 자지를 붙잡고 그녀의 입술에 치덕이며 말했다.
“…나중에 따로 날을 잡도록 하죠. 그러니 오늘은 이걸로 봐주시기 바랍니다.”
“으부응…….”
따로 입을 벌리도록 뺨을 누르지 않았음에도 스스로 혀를 내밀며 내 귀두 부분을 입술로 감싸는 그녀의 행동에 나는 그녀가 내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판단하고 손을 뻗어 금방 다물어버린 소음순 사이에 검지를 끼워 넣었다.
팬티를 벗길 때부터 애액으로 흥건하게 젖어 있던 그녀의 보지는 매끄럽게 내 검지를 집어삼켰고, 나는 추잡스러운 소리를 내며 조금씩 귀두를 핥짝거리기 시작한 그녀의 행동에 맞춰 자지를 넣어달라고 뻐끔거리고 있는 좁디좁은 구멍 사이로 검지를 천천히 밀어 넣었다.
“쮸웁…… 응, 읏… 츄르릅… 으브흡…♥”
말랑말랑한 혀가 요도구를 핥으며 쿠퍼액을 음미했고, 새하얀 치아가 귀두를 긁으며 자극해온다.
찔꺽찔꺽찔꺼억♥
빠르게 사정하기 위해 자지에 힘을 주고 있던 나는 그녀의 절정 역시 빠르게 유도하기 위해 질벽의 윗부분을 천천히 긁어내며 살짝 움푹 들어간 부분을 힘주어 눌렀다.
“으붑♥”
‘끄응…….’
허리를 튕기면서 그녀의 입이 조금 움직였고, 덕분에 그녀의 이빨에 자지가 살짝 깨물렸다.
“자아, 괜찮으니 얼른 가버리세요.”
“으, 흐읏, 욱, 그흐읏…….”
갈고리 형태로 구부린 검지로 점차 강하게 조여오는 질벽을 긁어낼 때마다 애액이 퓻퓻! 뿜어나와 휴게실 바닥을 흥건하게 더럽혔다.
“…이번엔 조금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사정감이 몰려온 나는 그녀의 머리를 붙잡은 다음, 좆두덩으로 그녀의 말랑한 입술을 그대로 뭉그러뜨렸다.
“구흐웁!!”
“하아… 쌉니다.”
단숨에 자지를 조여오는 끈쩍한 목보지의 자극에 나는 참아왔던 사정감을 해방했고, 자지가 몇 번 움찔거리며 정액을 토해냈을 즘 멜버른 경의 허리가 부웅 떠올랐다.
푸슈우웃──!!
내 손바닥을 때리며 강렬하게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물줄기
“……푸하아!!”
혹시라도 허리가 빠지면 곤란했기에 나는 더 이상 그녀를 자극하지 않고 사정을 끝낸 자지를 뽑아냈다.
“…하아, 하아, 하으응… 꺼억….”
가쁜 숨을 내쉬다가 몇 번인가 귀엽게 트림을 내뱉는 그녀.
‘뒷정리까지 해야 일어나겠지.’
나는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입 주변에 자지털 몇 가닥을 붙이고서 숨을 허덕이고 있는 그녀의 흐트러진 얼굴을 잠깐 감상하다가 청결 스크롤을 찾기 위해 움직였다.
**
“…미안하다.”
“아닙니다.”
시원하게 한번 조수를 뿜었던 멜버른 경은 그로부터 한 시간이 더 지나서야 깨어났고, 잠에서 깨어난 그녀는 지금 보는 것처럼 나를 향해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한 번 잠들면 살기를 느끼기 전까지는 깨어나지 않는 체질이라…….”
그런 설정인가.
“그러시군요.”
“으음……. 잠깐 눈만 감고 있으려고 했는데 경의 마사지가 생각 이상으로 효과가 좋았던 것 같군.”
“도움이 된 것 같아 그래도 기분은 좋네요.”
“……미안하다.”
“아닙니다. 그보다 시간이 늦어졌으니 그만 올라가죠?”
놀랍게도 벽에 붙어 있는 시계는 어느덧 퇴근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경은 이만 돌아가도 좋다. 심문이 끝났다고 했으니, 나머지는 내가 처리하도록 하지.”
“그래도 됩니까?”
“다만, 내일 심문을 통해 얻어낸 것이 있다면 보고서로 작성해 줬으면 한다.”
“어렵지 않습니다.”
가기 전에 로안에게 시켜놓고 가도록 하자.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음…… 나는, 으음… 조, 조금 몸을 푼 다음에 나가겠다.”
쉽사리 흔들 의자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밖으로 나왔다.
추가적으로 황태녀와의 만남 없이 곧바로 퇴근해도 좋다는 소리에 기분이 좋아진 나는 가벼운 걸음으로 계단을 밟으며 시스를 불렀다.
‘시스야. 쉬고 있는 사람 한 명만 마중 보내줄래?’
【마침 제가 쉬고 있긴 하군요.】
‘…네가 오면 내가 업고 가야 하잖아.’
【싫습니까?】
‘아뇨. 좋습니다. 오실래요?’
【됐습니다.】
이거 집에 돌아가자마자 시스부터 달래줘야 할 것 같다.
“…알겠습니다.”
“그래. 수고하고.”
아무튼, 나는 로샨테 울나르가 자백한 내용을 정리해서 내일 아침에 책상 위에 올려두라는 말을 남긴 다음 건물을 나왔다.
“곧 나오실 겁니다.”
그리고 석상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건물을 에워싸고 있는 기사들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인 다음 성문으로 향했다.
‘네메아가 왔네?’
나는 반투명하게 변한 상태로 골목 쪽에 멈춰서서 이쪽을 바라보는 네메아를 향해 다가갔다.
스르륵.
그리고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다음, 나 역시 징표의 능력을 이용해 몸을 숨겼다.
“갈까요?”
“잠깐.”
내가 품에 안기려고 하자, 네메아는 내 허리를 팔로 감싸며 가슴골 사이로 반대 손을 넣어 굉장히 눈에 익은 것을 꺼냈다.
“흘렸기에 챙겨뒀다.”
조금 전까지 내가 찾아다녔던 손수건.
아주 깨끗하게 세탁된 손수건이 네메아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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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흑흑...모두 감쟈합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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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스미스가 떠난 후.
“…….”
홀로 남은 멜버른은 쌓여 있던 피로가 말끔하게 사라진 대신, 신체에 일어난 변화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야만 했다.
그날이 아님에도 잔뜩 부풀어 있는 젖가슴과 민감하게 서 있는 유두는 스스로 생각해도 이상했다.
그뿐일까. 아직 욕구가 쌓이기까지는 시간에 여유가 남아 있을 텐데도 젖어 있는 음부와 욱씬거리는 아랫배 또한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갑작스러운 변화였다.
‘게다가…….’
목구멍 안쪽으로부터 올라오는 진한 수컷의 냄새가 실시간으로 그녀의 몸을 달아오르게 만들고 있었다.
피로는 사라졌지만, 활동에 있어서는 오히려 더욱 불편해진 몸 상태에 멜버른은 어찌하면 좋을지 제대로 판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설마 그가……?’
부푼 가슴과 음부가 젖는 건, 처음 그의 얼굴을 보았을 때도 겪었던 증상이었기에 진정제의 효과가 덜 먹혀들었다는 것으로 어떻게 스스로를 납득 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목구멍 안쪽에서 올라오는 진한 수컷 내음은 도대체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아니… 아니다…….”
무엇이 아쉽다고 그런 사내가 자신 같은 여성에게 손을 대겠는가.
무엇보다 검은 갈기 기사단의 단장인 이리나와 무척 가까워 보이기까지 했으니, 멜버른은 스미스가 자신에게 손을 댔을 거라는 가정 자체를 배제해 버렸다.
“그래…… 사내들이 머물던 공간이니… 그래서 그런 걸 수도 있겠군.”
자신의 마음과 다르게 신체는 정직한 법이니.
상대가 누구든, 우선 수컷의 냄새를 맡으면 반응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상황을 정리한 그녀는 유두와 클리에 속옷이 스칠 때마다 망신스러운 소리가 흘러나오려는 것을 꾹 눌러 참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충.”
“음…….”
남아서 무언가를 작성 중이던 그의 부관의 경례를 받으며, 게거품을 물고 기절한 로샨테 백작을 다시 자루에 담아 어깨에 걸쳤다.
“수고하십시오.”
“그래…….”
그는 사람 보는 눈까지 뛰어난 걸까.
멜버른은 조금의 불쾌함도 느껴지지 않는 순수한 로안의 시선에 고개를 한 번 끄덕이며 건물을 나왔다.
“수고하셨……?”
자리를 지키고 있던 자신의 부관이 다가오다 멈추더니, 내리고 있던 바이저까지 들어 올리며 이쪽을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무슨 의미냐.”
혹시라도 임무를 내팽개치고 깜빡 자버린 걸 눈치챈 걸까.
하지만 이어지는 대답에 멜버른은 다른 의미로 눈을 크게 떠야만 했다.
“눈 아래에 그늘이 사라지셨습니다.”
“……뭐?”
“정말입니다. 보십시오.”
스릉.
부관은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반쯤 뽑아 유리처럼 맑은 면을 내밀었다.
“…진짜군.”
멜버른은 검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눈을 끔뻑였다.
“정말 아무 일도 없으셨습니까?”
“…없었다.”
“와…… 그러면 그겁니까? 몇 년간 사내들만 바글거리던 건물에 쌓여 있던 양기를 흡수──”
빠악!!
“윽!!”
“…적당히 해라.”
부관은 강철로 된 각반이 우그러진 것을 확인하고는 눈물을 보이기 전에 바이저를 내렸다.
“철수한다.”
철그럭──!!
신속하게 대열을 갖추는 부하들을 바라보던 멜버른은 자루를 부관에게 떠넘기며 황태녀의 궁전을 향해 몸을 돌렸다.
‘마사지…….’
자신의 얼굴을 상냥하게 어루만지던 그의 손길을 떠올리면서.
**
“서방님~”
손수건을 회수한 건 멜버른 경이 아니라 네메아라는 충격적인 진실과 함께 저택으로 돌아온 나를 가장 먼저 반겨준 것은 하늘하늘한 잠옷 차림의 냐호였다.
“오늘은 일찍 왔네?”
“후후~ 오전에 카지노 건을 처리하고 명분을 그럴듯하게 만들기 위해서 일찍 퇴근했답니다.”
고개를 살짝 들어 나를 올려다보더니, 복슬복슬한 털로 뒤덮인 귀를 파닥이며 살포시 미소 짓는 냐호.
나는 그런 냐호의 이마에 입술 도장을 찐하게 남긴 다음, 양쪽으로 네메아와 냐호를 끼고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다녀오셨습니까.”
“엉. 별일 없었지?”
마침 부엌에서 걸어 나오던 기에나와 가볍게 인사를 주고 받은 다음, 나는 오늘 저녁은 간단하게 먹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고 침실로 향했다.
“케르낙스랑 시론은?”
“기에냐님이랑 함께 정원 꾸미고 계셔요.”
“아하.”
산책을 자주 할 만큼 정원을 마음에 들어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직접 가꾸기까지 할 줄은 몰랐다.
“누님이랑 시란도 함께 있어?”
“네. 그리고 비젤린님께서는 시란님께 붙잡혀서 끌려 나가셨답니다.”
“음…… 뭔가 상상이 가네.”
케르낙스와 우리 겨울이를 위해서 과격한 행동은 하지 않았겠지만, 비젤린님 역시 마찬가지의 이유로 커다란 마법은 사용 불가능했을 테니, 도망은커녕 저항조차 제대로 못 하고 시란에게 뒷덜미를 붙잡힌 채 대롱대롱 끌려 나갔을 테지.
비젤린님 입장에서는 몹시 안타까운 일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꽤 귀여워서 웃음이 먼저 나왔다.
“아, 혹시 로샨테 울나르가 어떻게 됐는지 들었어?”
조금 미숙한 네메아와 그걸 커버하고 남을 만큼 능숙한 냐호의 시중을 받아 잠옷으로 갈아입은 나는 내 팬티만 따로 챙기는 네메아를 뒤로하고 촌스러운 정복을 정리 중인 냐호에게 물었다.
“황태녀 직속 근위 기사들에게 끌려갔다는 것까지는 알고 있네요.”
“요란하게 끌려갔어?”
“으음~ 조용하지는 않았죠?”
꼬리를 살랑이며 옷걸이에 옷을 걸던 냐호가 고개를 살짝 갸우뚱 기울이며 그리 대답했다.
‘뭐, 대충 예상은 했지.’
자루에 담아 왔다는 대답을 들었을 때부터 은밀성은 이미 포기했다. 물론, 심문을 진행한 게 나라는 소문이 퍼지는 것 역시 막을 생각이 없었다.
역으로 저쪽에서 나를 노려주기를 바라고 있는 입장이라고 해야 할까.
“로샨테 그놈은 이제 더 신경 안 써도 될 거야.”
“서방님께서 대신 혼내주셨냐요?”
옷 정리를 끝낸 냐호가 몸을 돌리더니, 내 가슴팍에 자신의 몽글몽글한 가슴을 지그시 눌러 압박하며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다봤다.
스르륵.
천천히 내 허벅지를 시작으로 더듬더듬 조금씩 위로 올라오는 냐호의 꼬리.
“크흠, 내가 아주 혼쭐을 내줬으니까 걱정하지 마.”
“아~ 역시 서방님……♥”
누구보다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내 목을 끌어안은 냐호가 까치발을 들어 내 쇄골과 목덜미 주변을 천천히 핥으며 폭신폭신한 입술을 맞춰왔다.
‘역시 집이 최고야.’
누구의 눈치 볼 것 없이 이렇게 애정을 듬뿍 나눌 수 있는 곳을 어떻게 싫어할 수 있을까.
**
다음 날 아침.
사랑스러운 아내들과 즐거운 밤을 보낸 나는 출근을 위해 다시 황성에 발을 디뎠다.
“오셨습니까.”
“뭐냐. 왜 갑자기 나와 있고 그러냐?”
나는 혼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로안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렸다.
“아침은 먹었냐?”
“예. 간단히 먹었습니다.”
“그렇구만.”
며칠 전의 내가 봤다면 기겁할 정도로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며 나는 녀석과 함께 집무실로 들어왔다.
“어제 시킨 건?”
“책상 위에 올려뒀습니다.”
“아, 저거구만.”
나는 편하게 자리에 앉아 녀석이 작성한 보고서를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너 천재냐?”
보고서에는 정말 필요한 내용들만 간추려져 있었는데, 로샨테 울나르가 저지른 죄목과 녀석이 누이트 교와 협력한 부분. 그리고 다른 공범자들과 거기에 동조한 이들의 이름과 직업 또는 작위가 빈틈없이 기록되어 있었다.
‘사람들 이름은 어떻게 다 외웠데.’
굵직한 것들이야 나도 기억하고 있지만, 설마 이런 부분까지 전부 기억하고 있었을 줄이야.
“제가 기억력이 뛰어나긴 합니다.”
“…진짜 도박만 빼면 완벽한 새낀데.”
“잘 못들었습니다.”
“어? 아냐. 잘했다고.”
나는 보고서를 서랍게 넣어둔 다음 편하게 의자에 몸을 기댔다.
“근데 애들은 어떻게 할 거냐?”
“그걸 왜 저에게 묻습니까?”
“니가 눈 돌아가서 내보냈잖아.”
“그거야 단장님께서 일단 지시하신 일이잖습니까.”
“아니 이 새끼가?”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말 대꾸를 하다니.
“…불러들이라고 하시면 불러들이겠습니다.”
내가 진짜 일어날 것처럼 자세를 잡자 녀석은 얼른 뒤로 한걸음 물러나며 그리 말했다.
“당분간 내버려 둬라.”
“…진짜 내버려 둡니까?”
“뭐, 부른다고 당장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있어봤자 밥만 축내고 공간만 차지하는 놈들 불러다가 뭐하게?”
“그러니까 불러들여서 교육시켜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 대답에 나는 씨익 웃었고, 녀석이 흠칫 몸을 떨었다.
“교육. 음. 좋지 교육.”
“아니, 그… 지금 생각해 보니 단장님의──”
“로안아.”
“……예.”
눈치가 빠른 만큼 녀석은 벌써 자신의 운명을 알아차린 듯 체념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애들 좀 쓸만하게 만들어 두자.”
“……예에.”
“그래그래.”
유능한 부관을 둔다는 게 이런 기분인가?
‘아주 짜릿해…….’
나는 죽상이 된 녀석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나중에 좋아하는 디저트라도 하나 가져다주자고 생각했다.
“오늘은 따로 시킬 일 없을 것 같으니까. 나가서 애들 찾아오고 시간 되면 퇴근해.”
“…알겠습니다.”
녀석은 꾸벅 고개를 숙이고는 조용히 문을 열고 집무실을 나갔다.
그렇게 혼자가 된 나는 황녀님 또는 황태녀로부터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며 상태창을 활성화 시키려는데.
똑. 똑. 똑.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하던 것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들어와.”
노크 소리가 많이 소심했기에 나는 일단 나보다 직급이 낮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열리는 문을 지그시 바라봤다. 그리고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금발에 얼른 자세를 바로 고쳐야 했다.
“멜버른 경?”
“음…….”
내가 이름을 부르자, 그녀는 뭐가 민망한 건지 조용히 문을 닫으며 나를 힐끗 곁눈질해왔다.
“지금 일어나면 되겠습니까?”
“그, 아니… 두 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
“두 시간이나요?”
“……그래.”
어제와 비교하면 얼굴이 정말 많이 좋아진 그녀가 조심스럽게 이쪽으로 다가왔다.
“…혹시.”
“예. 말씀하십시오.”
책상 앞에 서서 나를 내려다보던 그녀가 슬그머니 시선을 회피하더니, 텅 빈 소파를 가리키며 말했다.
“…잠깐 저곳에서 눈을 붙여도 괜찮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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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점점 추워지는 날씨...다들 건강 조심하시는 겁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