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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649화 (649/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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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다!!

行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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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민트, 시나몬, 캐러멜.

설마 로안의 입에서 그 삼인방의 이름이 튀어나올 줄이야.

‘그러고 보니 무도회 끝나고 만나기로 했었지……?’

황태녀와 이런저런 일들이 겹쳐서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빼먹을 수 있는 정보는 다 빼먹은 데다가 누이트교에 가담해서 악질적인 짓을 저질렀다는 걸 안 순간 정이 뚝 떨어져서 그런 걸까.

여성과 관련된 일이라면 진짜 어지간해서는 잊어버리지 않는다고 자신했던 내가 까맣게 잊어버린 걸 보면 그녀들로부터 일말의 마음도 남아 있지 않았던 모양이다.

‘뭐,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이쪽을 불순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로한을 향해 눈을 찔러버리겠다는 듯 손가락을 갈고리 형태로 구부렸다.

“크흠!!”

그제야 슬그머니 아래로 시선을 내리 까는 우리의 유능한 부관님.

진짜 생각 이상으로 유능하지만 않았어도 확 찔러버리는 건데.

그런 속마음을 숨긴 채, 나는 로안의 어깨를 두드렸다.

“고생했다. 보니까 다친 곳은 없어 보이니까 오늘은 일찍 퇴근 해.”

“…진짜 퇴근합니까?”

“어. 대신 니가 뿌려둔 애들은 내일까지 다 잡아… 아니, 불러 놔라?”

“…….”

불신과 놀람, 그리고 약간의 감동이 깃들어 있던 녀석의 눈이 순식간에 짜게 식었다.

“그게 퇴근입니까?”

“로안아.”

“…예.”

“목검 들게 하지 말자.”

“……퇴근해 보겠습니다.”

거의 울 것 같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녀석이 고개를 떨구며 그리 대답해왔다.

“좀 쉬었다 가지?”

“…아닙니다. 다친 곳도 없는데 쉬어서 뭐하겠습니까? 시간만 아깝지.”

“어. 그래. 조심히 가고.”

나는 터덜터덜 혼자서 아래로 내려가는 녀석을 향해 손을 흔들어 준 다음, 새끼 강아지처럼 내가 말을 걸어주기만을 얌전히 기다리고 있던 이리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일단 우리 부단장 구해줘서 고맙다.”

“뭐, 뭘…… 치안 담당으로써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고작 며칠 안 봤다고 다시 수줍은 소녀가 되어버린 이리나의 반응에 나는 소리 없이 웃으며 그녀의 허리를 끌어당겼다.

“스, 스미스?”

“해야 할 일을 수행하는 것 자체가 대단한 거라고. 세상에 시킨 일 조차 똑바로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 그런… 가?”

“그래.”

“헤헤…….”

아드리안보다는 조금 밝은 톤의 초콜릿 피부에 나와 같은 검은 머리칼과 눈동자.

나는 가슴 아래에 놓아둔 손을 꼼지락거리면서 은근한 시선을 보내오는 그녀의 입술에 아주 가볍게 입술을 두어 번 맞췄다.

“내가 지금 황태녀님의 부름을 받아서 급히 나가봐야 하거든. 괜찮다면 내가 올 때까지 조금만 더 지켜봐 줄 수 있을까?”

“어? 아, 그, 괘, 괜찮아!!”

얼굴에는 아쉬움과 당혹감이 떠올랐지만, 금방 고개를 끄덕이는 이리나의 모습에 나는 다시 한번 입술을 맞췄다.

“우, 으, 으으… 우, 우리… 친구, 맞지……?”

“그럼. 친구지.”

“어으으…….”

기쁘면서도 복잡한 얼굴이 되어버린 그녀의 귓가에 나는 기쁜 소식을 전해주기로 했다.

“황태녀님께서 검은 갈기 기사단 인원을 보충해 주시겠다고 하셨어.”

“…진짜?”

“진짜.”

“와!!”

조금 전까지 몸을 꼼지락거리며 수줍어하던 소녀는 사라지고, 한 단체를 이끄는 수장으로 돌아온 이리나는 진심으로 기쁜 표정을 지으며 나를 꼭 끌어안아 주었다.

“고마워!! 황태녀님께서는 허언을 하지 않으시는 분이거든!! 진짜, 진짜 고마워!!”

“그래그래.”

이렇게 기뻐할 줄 알았으면 조금 더 힘을 써줄 걸 그랬네.

나는 품에 안겨 가슴에 얼굴을 마구 문지르며 껑충 뛰는 이리나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행동에 피식 웃으며 그녀를 번쩍 안아주었다.

“꺅?!”

“그렇게 좋냐?”

“으, 응? 그, 그야 당연하지!! 우리 애들이 여태까지 얼마나 고생했는데!!”

“이리나 너도 고생했잖아.”

“나야 뭐…… 걔들보단 받는 게 더 많으니까.”

굉장히 솔직한 대답에 나는 그만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뭐, 뭐야…… 진지하게 대답했는데!”

“아니, 그냥.”

제도에서 생활한지 꽤 오래됐다고 들었지만, 그녀는 다른 귀족들과 다르게 속물적이지 않았다.

“…그보다 내려줘. 누가 보면 어쩌려고 그래.”

“보면 어때서?”

“그, 그래도…… 여자가 남자 위에 올라타 있다니… 쪽팔린단 말이야.”

얼굴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아 보였지만, 확실히 시론과 케르낙스도 초창기에는 이런 애정 표현을 상당히 부끄러워했기에 나는 웃으며 이리나를 바닥에 내려주었다.

“그러면 부탁 들어주는 거지?”

“…아까도 들어주겠다고 했거든?”

이리나는 입술을 살짝 삐죽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나를 따라 피식 웃으며 다시 한번 나를 끌어안았다.

“진짜 고마워. 걔들은 우리 기사단이 관리하는 감옥에 넣어둘 테니까 볼 일 다 보면 우리 기사단으로 와. 길은 기억하고 있지?”

“몰라도 물어서 가면 되니까 걱정하지 마시라.”

“알겠어. 그러면 먼저 가 있을게?”

마지막으로 이리나는 까치발을 들어 소심하게 내 뺨에 입술을 쪽! 맞추고는 도망치듯 후다닥 계단을 밟아 아래로 사라졌다.

다시 혼자가 된 나.

“민트, 시나몬, 캐러멜인가…….”

그 셋을 어떻게 써먹으면 좋을지를 생각하며 나는 휴게실로 걸음을 옮겼다.

**

“이곳이다.”

“와…….”

찬물을 마시고 조금 진정된 듯 보이는 멜버른 경을 따라서 도착한 곳 앞에서 나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태껏 보았던 궁은 장난감으로 보일 정도의 웅장한 크기의 황금빛 궁전.

태양궁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정말로 태양에 닿을 정도로 높은 길이에 목을 끝까지 치켜들어도 끄트머리가 다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오해를 할 것 같아 미리 말해두겠다만, 황제께서는 가장 작은 궁에서 머무르신다.”

“…황제께서 말입니까?”

멜버른 경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태양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정교하게 조각되어있는 보석이 장식된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고, 나는 얼른 그녀의 뒤를 쫓았다.

“스미스 경을 모셔 왔습니다.”

-들여라.

르비엘 황녀의 허락이 떨어지자, 멜버른 경은 옆으로 살짝 비켜선 다음 한 손으로 닫혀 있는 문을 가볍게 밀어젖혔다.

“들어가도록.”

“실례하겠습니다.”

그녀와 가볍게 눈인사를 주고받은 다음, 나는 황태녀가 있을 방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와라.”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특별한 장식이나 가구 없이, 실생활에 필요한 책상과 책장. 그리고 침대 정도의 것들로만 공간을 채워져 있는 소탈한 풍경에 나는 소파에 앉아 손을 흔드는 르비엘 황녀를 향해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받았다.

“사내는 단 걸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다과라도 들 테냐?”

“주시면 감사히 먹겠습니다.”

이세계는 디저트 자체가 고급품이었기에 맛이 보장된 몇 안 되는 음식 중 하나였기에 나는 거절하지 않았다.

“이쪽에 앉거라.”

“예.”

르비엘 황녀는 통신구 하나에 마력을 잠깐 불어놓고 내려두더니, 바로 옆자리를 두들기며 나를 불렀다.

“음, 좋구나.”

내가 주먹 하나만큼 거리를 두고 옆에 앉음과 동시에 황태녀는 거리낌 없이 몸을 돌려 내 허벅지에 머리를 눕혔다.

“줄 것이 있을 텐데?”

“아, 예. 여기.”

역으로 당황해버린 나는 르비엘의 물음에 얼른 정신을 차리고 챙겨 왔던 보고서를 그녀에게 넘겨주었다.

“음, 많이도 저질렀구나.”

우리 로안이 열심히 정리한 보고서를 꼼꼼히 읽어 내려가는 르비엘 황녀.

“바라는 대로 사제 앞에서 직접 죄를 실토했다고 하니, 녀석의 죄목은 여기 적힌 것들을 그대로 사용하면 되겠구나.”

금기 중의 금기인 남성 인신매매부터 시작해서 불법 약물의 운반과 사교도 지원 등.

사실상 제국을 전복시키려 했던 것과 다름없는 수위의 전과였기에 어제를 기점으로 로샨테 울나르는 여러 의미로 끝장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여기 적혀 있는 작자들 역시 같은 죄목으로 엮으면 될 터. 억울하다면 사제 앞에 신의 이름으로 결백을 증명할 기회를 준다고 하면 쉽게 끝낼 수 있겠구나.”

황태녀는 보고서를 끝까지 읽은 것인지, 손에 들고 있던 그것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는 보석처럼 빛나는 눈동자를 끔뻑이며 내 얼굴을 빤히 올려다보았다.

“그…….”

나나 그녀에게 중요하고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을 묻기 위해 입을 연 순간.

똑. 똑. 똑.

누군가 문을 두드려 왔다.

“들어와라.”

르비엘 황녀의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문이 열리더니, 바퀴 달린 거대한 카트를 밀며 여성 집사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달그락.

그리고 테이블 위에 하나씩 놓이기 시작하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넘어가는 먹음직스러운 조각 케이크와 각종 빵과 쿠키들.

순식간에 테이블 위를 디저트로 메꾸어버린 여집사들은 들어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소리 없이 밖으로 퇴장했다.

“그래서.”

르비엘 황녀가 쿠키 하나를 집어 들며 말을 이었다.

“아까 뭔가를 말하려다가 멈추지 않았더냐. 계속 말해 보거라.”

먹기보다는 나에게 주려는 듯한 손동작에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1황자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예외는 없다.”

나를 올려다보고 있는 그녀의 눈동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법은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황족이라 하여 면책이 주어질 거라 생각한 것이냐?”

“…부끄럽습니다.”

“음, 경치가 좋구나.”

진짜로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리는데 황태녀는 그런 나를 빤히 올려다보며 즐겁다는 듯이 입꼬리를 부드럽게 끌어올렸다.

“아직 뭔가 할 말이 더 남아 있는 것 같은데.”

“…티가 납니까?”

“직감이라는 것이지. 괘념치 말고 이야기해 보거라.”

첫 만남부터 그랬지만, 정말로 시원시원한 사람이었다.

“…로샨테 백작과 1황자의 처분을 제게 맡겨주실 수 있으십니까?”

“음, 그건 조금 힘들겠구나.”

황태녀는 손에 쥔 쿠키를 천천히 내 입을 향해 내밀며 말을 이었다.

“처벌은 어머니께서 내리실 거다. 그걸 네 뜻대로 하고 싶다면 내가 아닌 어머니를 설득해야 할 터.”

“우음…….”

어느새 내 입술 사이로 그녀의 손에 쥐여 져 있던 쿠키가 들어와 있었다.

“하지만…… 그래.”

조금은 장난스럽게 미소 지은 르비엘 황녀.

“마침 내일 어머니께서 너를 한 번 보고자 하셨다.”

“…내일 말입니까?”

“그래. 그러니까.”

그녀는 쿠키가 담겨 있는 바구니를 한 번.

그리고 쿠키를 가리켰던 손으로 제 입술을 한 번 가리킨 다음 말을 이었다.

“지금부터 네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 내일 내가 어찌 행동할지 달라질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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