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650화 (650/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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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쟈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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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지금부터 네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 내일 내가 어찌 행동할지 달라질 것 같구나.”

굉장히 도발적인 미소를 짓는 르비엘 황녀가 나를 향해 말했다.

“제게, 달렸군요.”

“그렇다.”

내 물음에 그녀의 고개가 아주 느릿하게 위아래로 한 번 움직였다.

그에 나는 잠깐 생각했다.

과연 이 도발에 어느 정도 수위로 어울려주는 게 적당할까.

다른 여성들처럼 눈에 음심이 가득했다면, 거리낌 없이 그저 하고 싶은 대로 욕망을 풀어냈을 테지만, 눈앞의 르비엘 황녀는 그런 부류와는 다른 사람이었다.

나를 올려다보는 눈동자에는 호의가 가득했고, 방금 지어 보였던 도발적인 미소 역시 내게는 그저 부끄러움을 숨기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신기한 사람이란 말이지.’

잠깐의 고민 끝에 결정을 내린 나는 그녀를 향해 마주 웃었다.

“음…….”

그러자 올곧게 나를 향하던 르비엘 황녀의 눈동자가 아주 미약하게 흔들거리는 걸 볼 수 있었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구만.’

그녀의 당당함은 수줍음과 부끄러움을 숨기기 위한 그녀 나름의 방법이었던 것이다.

그런 결론에 도달하자, 긴 속눈썹을 천천히 깜빡이며 누워있는 그녀가 순식간에 귀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물론, 그녀의 외모는 귀여움보다는 아름다움.

정확히는 사내가 봐도 멋지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그런 쪽에 더 가까웠지만, 아무렴 어떤가. 내 눈에 그렇게 보인다는데.

“그러면 받은 것부터 돌려드려야겠군요.”

나는 조금 전 르비엘 황녀가 바라봤던 바구니에서 초콜릿 맛이 진하게 담겨 있는 쿠키를 집어 그녀의 작은 입술로 가져갔다.

“자, 아~ 하세요.”

“으음, 아아…….”

한 번 헛기침을 토한 다음에야 아주 작게 입술을 벌리는 르비엘 황녀의 모습에 순간 웃음이 나올 뻔했지만, 가까스로 삼키며 쿠키를 조금 그녀의 입에 물려주었다.

바삭.

정확히 내가 물려준 부분만을 베어 입을 다문 그녀가 곧 새하얀 뺨을 우물우물 움직여 쿠키를 맛봤다.

“입맛에 맞으십니까?”

“…내게는 조금 달군. 너는 어땠지?”

“저는 괜찮더군요.”

“그렇다면 되었다. 너를 위해 준비한 건데 굳이 내 입에 맞을 필요는 없…….”

바삭.

그녀의 이빨 자국이 남은 쿠키를 내가 반쯤 베어 물자, 르비엘 황녀의 눈동자가 크게 물결쳤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이번에는 내 이빨 자국이 남은 나머지 쿠키를 다시 그녀의 입술에 가까이 가져댔다.

“그래도 서로로의 입맛에 맞으면 더 좋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렇다만…….”

“드시겠습니까?”

“아니, 조금… 그리고… 네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만, 입술이 닿은 부분을 겹치는 건 위생적으로 좋지 않은 행동이다.”

“그렇군요.”

한 번의 거절에 나는 더 권유하지 않고, 나머지 쿠키를 내 입에 모두 밀어 넣었다.

“음…….”

아닌척하지만, 르비엘 황녀의 눈에는 약간의 아쉬움과 후회가 엿보였다.

신분과 그녀의 당당함에 휘둘릴 때는 미쳐보지 못했던 것이 가까이 얼굴을 맞대고 지켜보니 하나씩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 중에서 마음에 드시는 게 있으십니까?”

“…레몬, 저기 금색 케이크는 내 입에 꽤 맞더구나.”

“이거 말씀이시군요.”

연노란색 조각 케이크에서는 그녀의 입에서 잠깐 나왔던 레몬의 향기가 은은하게 풍겨오고 있었다.

“이건 조금 크니까…… 이렇게.”

나는 반대 손을 이용해 케이크의 앞 부분을 살짝 떼어낸 다음 그걸 황태녀님의 입에 가져댔다.

“자, 아~ 하십시오.”

“……아아.”

조금 전보다는 크게 벌어졌지만, 여전히 작은 입술의 틈으로 나는 레몬 향이 풍기는 케이크 조각과 함께 내 검지를 살짝 그녀의 입 속에 밀어 넣었다.

“음……?”

무언가 이질적이다는 것을 느낀 그녀가 눈을 끔뻑이는 것도 잠깐.

나는 얼른 그녀의 혀끝에 살짝 닿은 검지를 얼른 빼낸 다음 아무렇지 않게 그걸 내 입으로 넣어 살짝 핥는 걸 보여줬다.

“음, 부스러기만 맛봤을 뿐인데 향이 좋군요?”

“…….”

충격? 뭐 그런 걸 받은 것처럼 눈을 크게 뜬 그녀가 케이크를 씹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나를 빤히 올려다봤다.

“르비엘 황녀님?”

“너는…….”

내가 이름을 부른 후에야 정신을 차린 듯 눈동자가 잠깐 흔들리더니, 르비엘 황녀는 금방 나를 부르다가 다시 입술을 오물거렸다.

“저는?”

“…아무것도 아니다.”

무슨 말을 하려 했던 건지 알 것 같은 기분이었기에 나는 웃음을 삼키며 다시 케이크의 일부를 떼어냈다. 그녀와 내 입에 한 번씩 들어갔던 검지를 이용해서.

“아~ 아십시오.”

“…아아.”

조금 전보다 더 크게 벌어진 입.

나는 새하얀 치아와 그 안으로 보이는 르비엘 황녀의 혀를 잠깐 바라보다가 케이크와 함께 검지를 또 밀어 넣었다.

“우음…….”

이번에는 그녀 역시 대비하고 있었던 건지, 놀라지 않고 태연하게 입술을 닫아 내 검지를 핥았다.

물론, 그러면서도 내 반응을 살피기 위해 몇 번이고 눈동자를 움직이는 것도 잊지 않은 그녀였다.

“르비엘 황녀님은.”

“…….”

조심조심 케이크를 오물거리던 그녀가 씹는 것을 멈추고 내게 집중했다.

나는 그녀의 타액이 묻은 검지로 케이크를 떼어내 그것을 내 입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 보란 듯이 검지를 핥은 다음 말을 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사랑스러운 분이셨군요.”

“…….”

마치 고장 난 기계처럼 그대로 굳어버린 황태녀님.

나는 더 자극하지 않고 레몬 향과 단맛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케이크를 천천히 음미했다.

“……젠장.”

그때, 굳어 있던 르비엘 황녀로부터 예상치 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놀란 내가 고개를 숙이자, 그녀는 왼쪽 손등으로 제 눈 주변을 덮으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무엇하나 도움이 되는 조언이 없군…….”

한동안 그 상태로 누워있던 르비엘 황녀가 얼굴을 가린 팔을 아래로 내리며 나를 향해 말했다.

“한평생 누군가를 연모해본 적이 없기에 주변 신하들에게 조언을 구했다만, 무엇하나 너와 맞아떨어지는 것이 없구나.”

어디서부터 조언을 참고한 행동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솔직함은 본래 그녀의 것이라는 것만큼은 분명했다.

“…뭐냐. 그 웃음은.”

“아, 죄송합니다.”

살짝 낮아진 그녀의 음색에 나는 손으로 내 입 주변을 매만졌고, 내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다른 의미는 아니고, 조금 전 말씀 드렸던 것처럼 당신께서 너무 사랑스러워 웃음이 나왔던 모양입니다.”

“…바로 그런 점이다.”

르비엘 황녀가 슬쩍 내 시선을 피했다.

“사내들은 절대로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조금만 강하게 밀어붙이면 금방 당황해서 하자는 대로 한다고 대부분 대답했었지.”

그녀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완전 내 이야긴데?’

조금만 강하게 밀어붙이면 다들 내가 하자는 대로 금방 따라주었던 여성들.

나는 굳이 나오려는 웃음을 참지 않고 감히 황태녀의 머리를 허락 없이 쓸어내렸다.

“그래서 당황하셨습니까?”

“…그렇다. 지금 행동도 심히 마음이 혼란스럽군.”

“보통은 그런 것까지는 말하지 않습니다.”

“……부부 사이에는 숨기는 것이 없어야 한다.”

“하하.”

마르비우스와 같은 말을 하다니.

확실히 피가 이어진 자매가 맞는 듯했다.

“그럼, 이 방에 와서 하셨던 행동들은 전부 조언에 따른 것이었습니까?”

“그러면 내가 가신들의 꼭두각시지 않느냐. 조언은 그저 참고만 할 뿐이다.”

“즉, 모두 당신께서 하고 싶으셨던 대로 하셨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 다.”

어떻게든 나를 먹어 볼 생각으로 가득했던 지금까지의 여성들과 다르게, 황태녀라는 신분을 가지고도 고작 내 허벅지에 눕거나 쿠키를 받아먹는 게 전부라니.

반대로 이쪽이 더 불끈불끈해지는데 이걸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

“르비엘 황녀님.”

“……?”

말해 보라는 시선을 보내는 그녀를 향해, 나는 흘러내린 그녀의 금빛 머리칼을 정리하며 말을 이었다.

“제게 조금 더 바라는 것 없으십니까? 지금이라면 뭐든 들어드리겠습니다.”

“…스미스.”

“네. 황녀님.”

나는 준비가 되었다는 눈빛을 그녀에게 보냈고, 내 눈빛을 받은 그녀는 두 눈을 게슴츠레 만들었다.

“설령 부부 사이라 하더라도 ‘뭐든’이라는 말은 쉽게 붙여선 안 된다. 하물며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내뱉어서도 안 되고. 알겠느냐?”

“예?”

“알겠냐고 물었다.”

“아, 예에……?”

뭐지.

나는 왜 갑자기 혼이 난 거지?

“하지만…… 그래. 이미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

당황하는 것도 잠깐.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르비엘 황녀의 얼굴을 따라 눈을 도르륵 굴렸다.

‘그래. 황태녀도 여잔데. 성욕이 없을 리가 없지.’

살짝 마른 입술이 침을 바른 나는, 고개를 살짝 치켜들고 이쪽을 올려다보는 그녀를 똑바로 마주 봤다.

“네 마사지가 그리도 좋다고 멜버른이 칭찬하더군.”

“…그렇습니까?”

“그래. 나도 그 마사지라는 것을 받아보고 싶구나.”

마사지라면 얼마든지 해줄 수 있다.

그런 거야 부탁이 없더라도 구석구석 주물러 줄 수 있었다.

“다른 건 더 없으십니까?”

“크흠, 다른 거라…….”

고민하는 듯하면서 내 뒤에 있는 커다란 침대를 힐끗 바라보는 그녀.

그제야 나는 안도하며 다시 마음을 차분하게 가졌다.

“그러면…… 마사지에 이어서….”

“이어서?”

“침대에서…….”

꿀꺽.

“…내가 잠들 때까지 곁에 있어 줬으면 좋겠구나.”

나는 지금껏 날 상대해왔던 여성들이 어떤 마음이었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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