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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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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결국 도중에 잠에서 깬 아드리안까지 끼어들면서 우리는 평소처럼 셋이서 침대를 뒹굴었고, 두어 시간 정도의 꿀 같은 낮잠을 자고 상쾌한 기분으로 눈을 떴다.
“여기.”
“고마워요.”
“응~”
의자에 걸어둔 푸른색 코트를 가져와 내 어깨에 걸쳐준 아드리안의 두 뺨과 입술에 가볍게 키스하자, 아드리안은 늘 그래왔듯이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발끝을 살짝 들어 답례하듯 내 입술에 본인의 입술을 살짝 겹쳐왔다.
파닥파닥.
기분 좋을 때마다 귀엽게 움직이는 머리 위에 돋아난 동글동글한 짐승의 귀.
나는 아드리안의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가볍게 두들겨준 다음, 허리를 삐끗해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마르비우스에게 다가가 그녀의 뺨을 쓰다듬었다.
“무리하지 마시고. 내일 또 올 테니까 오늘은 얌전히 아드리안한테 간병 받으세요.”
“…차라리 혼자 있는 게 낫지.”
여전히 사이가 좋은 듯하면서도 나쁜 듯한 둘의 관계에 나는 피식 웃으며 우리 작은 황녀님의 이마에 입술 도장을 찐하게 남겼다.
“아드리안?”
“응.”
“오늘은 황녀님 괴롭히시면 안 됩니다?”
“……응.”
“저것 보아라! 평소에는 따박따박 곧잘 대답하더니, 한참이나 망설이다…… 읏!!”
기승위로 즐기던 아드리안의 모습에 질투심을 느껴, 무리하게 따라하며 허리를 튕기더니.
나는 눈물을 그렁거리며 허리를 움켜쥐는 마르비우스의 모습에 소리 없이 웃으며 그녀의 허리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괜히 덧나지 말고 얌전히 계세요.”
“으그긋…… 어, 어머니는 무섭고 엄한 분이시지만, 나쁜 분은 아니시다. 그러니 앞에서 거짓말만 고하지 않는다면 좋게 대해주실 것이야.”
“세 번이나 말씀하셨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다른 건 몰라도…….”
“몰라도?”
“크흠, 아닙니다.”
아르델라와 아르델.
시론과 시란.
기에나와 리히나.
리히나님은 아직이긴 하지만, 반쯤 허락하신 것과 다름 없으니 포함시켜되 괜찮겠지.
아무튼, 지구에서는 감시 상상도 할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는 나였기에 무심코 이걸 자랑이랍시고 말하려 했다는 사실에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뭐, 이쪽에서는 모녀와 이어지는 경우도 흔하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자랑이라고 떠들기에는 뭔가, 뭔가했기에 나는 도중에 얼버무리고 말았다.
“그러면 내일 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가려면 얼른 가거라. 나는 좀 쉬어야겠다.”
“살쪄.”
“뭐, 뭐라?!”
“가자.”
“아드리안 경!! 이 곰…… 으극!!”
허리를 붙잡고 부르르 떠는 마르비우스를 뒤로 하고, 아드리안은 나를 호위한다는 명목으로 번쩍 안아다가 궁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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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후, 저 속도는 영 적응이 안 되네.”
순식간에 나를 기사단 건물 앞에 내려다주고 다시 마르비우스의 곁으로 돌아간 아드리안.
‘돌아간 거 맞겠지?’
다른 건 몰라도 내 부탁은 잘 들어주는 편이니, 나는 이번에도 아드리안을 믿기로 했다. 뭐, 아니면 마르비우스가 직접 벨마 귀부인을 호출할 테니 어느 쪽으로든 크게 문제는 없겠지만.
“나 왔다.”
“오셨습니까.”
깔끔하게 비워진 아래를 지나서 집무실의 문을 열자, 소파에 앉아 무언가를 끄적이고 있던 로안이 벌떡 일어나 인사해왔다.
“애들은 잘 보냈지?”
“물론입니다. 찾아온 검은 갈기 기사단원들에게 혹시라도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단원이 있다면 조용히 알려달라 일러두었습니다.”
“…잘하긴 했는데, 있어도 알릴 것 같진 않네.”
“뭐, 그 부분은 저도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 같군요. 그래서 신입과 기존의 단원들을 섞어 2인 1조로 편성했습니다. 그리고 양쪽을 다 불러다가 밀고하는 쪽에는 적절한 포상이 있을 거라는 말도 해두었습니다.”
“오…….”
나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처음만 하더라도 나를 골탕 먹여 쫓아낼 생각만 가득했던 녀석이, 이토록 내 입에 맞는 유능한 부관이 될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근데 진짜 악랄한 새끼네.’
그래서 더 마음에 드는 녀석이기도 했다.
“잘했다. 그거 중요한 거냐?”
“아, 이거 말씀입니까.”
녀석은 그걸 나에게 내밀며 말했다.
“다른 건 아니고, 조금 더 단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방법을 생각해보고 있었습니다.”
“……너 혹시 애들한테 쌓인 거 많냐?”
어째 하나 같이 목검이 빠지는 게 없는 효율적인 관리법에 나는 혀를 내둘렀다.
“문헌을 보면, 그 흉폭한 마물조차 폭…… 크흠. 엄한 훈육을 받으면 야성을 죽이고 길들여 진다 적혀 있었습니다. 하물며 지성이 있는 인간이라면 마물보다 더 쉽지 않겠습니까?”
“훈육 같은 소리 하네. 폭력이라 말하면 될 걸 뭐 그렇게 포장하냐.”
“…조금 날것으로 표현하자면 그렇다는 거지요.”
나는 손에 들려 있던 종이를 다시 녀석에게 넘겨주며 서재 앞 책상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오늘 수고했고, 그만 정리하고 퇴근해 봐.”
“충!!”
“…지랄한다.”
“크흠.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우리 로안은 후다닥 짐을 챙겨 집무실을 나가려 했다.
“아, 애들 퇴근은 어떻게 지시했냐?”
“순찰 끝나면 알아서 돌아가라고 일러뒀습니다.”
“그래?”
“예. 뭐, 사건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퇴근도 늦어지겠지만, 그거야 본인들이 어찌하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렇지.”
아무리 기사라도 은등급 이상의 모험가만 되더라도 그녀들을 무시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누님에게 직접 들은 바가 있다.
하지만 그런 사나운 모험가라도 남성. 그것도 귀족만큼은 쉽게 건들지 못한다고 하더라.
남자를 건들면 일단 신전에 밉보이기에 모험가 생활을 하는데 불이익이 너무 많다나 뭐라나.
그러니 로안의 말대로 이리나의 기사들을 따라 나간 우리 단원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협조하냐에 따라 퇴근 시간 역시 달라진다는 의미였다.
“수고했다. 카지노에 빠져서 내일 지각하지 말고.”
“공과 사는 확실하게 구분하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럼.”
그렇게 로안이 집무실을 떠났고, 혼자가 된 나는 의자에 편히 기대어 창문 아래를 내려다봤다. 여기 있으면 우리 건물로 누가 들어오고 나가는지 훤히 보이니까.
‘나가는 건 진짜 칼 같네.’
나는 절도 있는 걸음으로 순식간에 성문을 향해 멀어지는 로안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고개를 저었다.
진짜 도박만 아니었으면 완벽한 부관이었을 텐데.
‘뭐, 도박 자체도 그리 큰 문제는 아닌가?’
어디 빚을 내면서까지 즐기는 것도 아니고.
대충 들어보니까 하루에 정해둔 액수만큼만 사용하고 돌아온다는 것 같던데.
오늘 밤비노의 카지노를 이용하면 냐호에게 미리 부탁해두었던 딜러가 따라붙을 테니, 내일이면 녀석이 어떤 녀석인지 조금 더 자세히 알 수 있게 될 예정이었다.
‘그나저나 우리 오렌지는 잘 교육받고 있으려나 모르겠네.’
벨마 귀부인 말로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교육 받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는 했는데.
오렌지 성격상 나를 한 번은 더 만나고 싶다 말했을 법도 한데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걸 보면, 생각보다 잘 지내고 있진 못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오셨네.”
나는 창밖으로 보이기 시작한 멜버른 경의 황금 견장을 잠깐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집무실을 나왔다.
“멜버른 경.”
“경. 이리 나와 계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내가 계단을 밟으며 내려오자, 멜버른 경은 조금 더 속도를 높여 내게 다가왔다.
“어차피 내려왔어야 할 계단이지 않습니까? 아니면, 멜버른 경께서 저를 안고 내려와 주려 하셨습니까?”
“…경께서 원하셨다면 기꺼이.”
살짝 놀려주려고 한 말이었지만, 멜버른 경은 생각보다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심지어 거절이 아니라 내가 바란다면 정말로 안아 주겠다는 듯이 말이다.
“마차에서는 손이 닿는 것도 거절하시더니.”
“그것과 이건 다릅니다. 그건…… 제 욕심이고, 이것은 경의 편의를 위한 것이니.”
“르비엘의 기준이 어떻게 나뉘는지 알 것 같군요.”
“황태녀께서도 공과 사는…… 어느 정도 구분해 주십니다.”
“어느 정도, 말이군요.”
멜버른 경도 말을 하고 나서 조금 부끄러워졌는지 제대로 대답하지 않고 슬쩍 시선을 피했다.
하긴, 내 몸을 봤다는 이유로 입구를 지키게 세워두었던 기사의 두 눈을 뽑아버리겠다고 날뛰는 사람에게 공과 사가 뚜렷하다고 할 순 없겠지.
“그럼, 모시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멜버른 경을 따라 다시 한번 드넓은 황궁의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태양궁으로 가는 게 아니었습니까?”
“예. 황태녀께선 일정을 마무리 지으신 다음 황제 폐하의 궁으로 오시기로 하셨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폐하께서 기거하고 계신 궁은 따로 이름이 없습니까?”
“그렇습니다. 이유는 모르지만, 건국제때부터 지금까지 어떤 분들도 이름을 붙이지 않으셨습니다.”
뭔가 사연의 냄새가 솔솔 풍기는 이야기였다.
“저곳입니다.”
멜버른 경이 가리킨 곳은 여태껏 보았던 궁전들의 절반보다도 더 작은 크기의, 궁전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의 작은 저택이었다.
“아무도 안 지키고 있군요.”
“저희 같은 것들이 일백이 모인다 한들 어찌 태양을 가릴 수 있겠습니까.”
쿠구궁!!
묵직한 소리와 함께 문을 저택의 문을 밀어젖히는 멜버른 경.
그녀는 반쯤 열린 문 옆으로 비켜섰다.
“이곳은 허락받은 이들만 들어갈 수 있기에 저는 여기까지입니다. 안쪽에서 기다리고 계시면 황태녀께서 오실 겁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그녀와 인사를 나눈 다음 저택 안으로 들어왔다.
쿠구궁!!
내가 들어오기 무섭게 다시 닫혀버리는 저택의 문.
‘엄청 평범하네.’
화려한 장식은커녕 제대로 된 그림 하나 걸려 있지 않은 복도는 지금 내가 아내들과 함께 살고 있는 비젤린님의 저택이 사치스러워 보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검소하고 담백했다.
“……?”
긴 복도를 지나 모퉁이를 돌자, 작은 방이 하나 나왔다. 그리고 나는 준비되어 있는 소파에 앉아 있던 익숙한 얼굴의 여인과 만날 수 있었다.
“르비엘?”
“왔구나.”
멜버른 경은 분명 기다리고 있으면 그녀가 올 것이라 이야기했지만, 보아하니 나와 만날 생각에 일을 더 빠르게 마무리하고 달려온 모양이다.
“제가 따로 준비해야할 게 있습니까?”
“아니다. 어머니께선 그다지 격식을 따지시는 분이 아니시니, 크게 걱정할 것 없다.”
“그건 다행이군요. 그러면 바로 들어갑니까?”
“음. 그게 말이다.”
르비엘은 살짝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앉아 있는 소파를 가볍게 두드렸다.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으니, 우선 앉거라.”
“아, 예.”
뭔진 몰라도 나름의 이유가 있을 테니, 나는 굳이 이유를 묻지 않고 그녀의 옆자리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으음.”
작게 기침하며 조금 수줍은 티를 내는 르비엘.
나는 어제와는 또 조금 다른 모습에 피식 웃으며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꾸욱.
르비엘은 저항하지 않고 편히 내게 몸을 기대었고, 그녀의 탐스럽지만, 여전히 비밀에 감춰진 가슴이 살짝 닿아왔다.
바로 그 순간.
오랫동안 쌓이고 축적된 내 경험이 소리쳤다.
이 묵직함은 결코 꽉 찬 F가 아니라고.
그보다 한 단계 더 위.
누님과 네메아의 사이쯤 되는 무게감.
옆에 앉은 이가 르비엘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한 순간.
“……재밌구나.”
나른한 목소리가 내 귀를 간지럽혀 왔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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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슴믈리에는 만지지 않아도 안다 - 슴미스-
+내일 할머니의 마지막 기도일이라 호출을 받아 부득이하게 휴재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