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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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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재밌구나.”
귀를 간지럽히는 나른한 목소리에 나는 흠칫 어깨를 떨 수밖에 없었다.
놀랐다기보다는 귀에 누군가 갑자기 바람을 불어넣으면 간지러워서라도 어깨를 흠칫 움츠릴 테니까.
‘근데 왜 이렇게 힘이 빠지지…….’
조금 더 묵직한 가슴의 중량감을 통해 상대가 르비엘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한 순간, 어깨를 시작으로 팔다리에 자연스레 힘이 들어갔다. 그런데 나른한 목소리가 귀를 간지럽힌 순간, 온몸에 퍼진 긴장감이 사르르 녹아내리더니, 점차 몸이 노곤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스르륵.
부드러우면서도 탄력감 있는 황제의 가슴이 내 팔을 기분 좋게 쓸고 지나가더니, 엉덩이를 붙이고 옆에 앉아 있던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미스. 사막 출신. 대마법사의 비호를 받는 남자.”
들으면 들을수록 졸음이 몰려오는 나른한 목소리에 나는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자꾸만 아래를 향해 가물거리는 눈꺼풀을 들어 올리기 위해 허벅지를 있는 힘껏 꼬집어야만 했다.
‘존나 아프네…….’
순간의 아찔함에 두 눈이 번쩍 뜨이긴 했지만, 마치 수면 마취라도 당한 것처럼 맑아졌던 정신은 몇 초를 버티지 못하고 수마에 빠져버리기를 반복했다.
“아아, 실례.”
슬슬 눈앞의 사물이 두 개가 되었다가 세 개로 나뉘기 시작할 즘, 예의 나른한 목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내 뺨을 어루만지는 감촉이 느껴졌다.
“헉?!”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몽롱하게 풀리던 정신이, 누군가 찬물이라도 얼굴에 뿌린 것처럼 두 눈이 번쩍 뜨이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리 가까이서 누군가 대면한 건 오랜만이라 무심코 실수해버렸군.”
“어, 어……?”
정신이 또렷하게 돌아오자, 여럿으로 나뉘어 보이던 시야 역시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나는 조금 전과 같은 차림으로 내 앞에 서 있는, 하지만 르비엘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풀풀 흩뿌리고 있는 여성의 등장에 그만 당황하고 말았다.
분명 르비엘 본인조차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똑같이 생긴 외모로 내게 접근해왔던 황제였는데, 지금 눈앞에 서 있는 여인은 눈꼬리부터 입매까지. 모든 부분이 르비엘과는 정반대되는 외모를 하고 있었다.
옅은 금색 눈썹에 살짝 아래로 처진 눈꼬리.
날카롭지만 크게 높지 않은 콧대와 다소 건조해 보이는 입술.
내가 바보처럼 입을 뻥긋거리고 있자, 황제는 부드럽게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르비엘을 따라 묶어두었던 머리 끈을 풀어 헤쳤다.
사라락.
한 올 한 올 새하얀 목덜미를 스쳐 어깨 아래로 흘러내리는 화사한 금발.
“반갑다.”
“어, 아, 바, 반갑, 습니다……?”
굉장히 익숙한,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해오는 그녀의 행동에 나는 무심코 마주 손을 내밀어 그만 악수를 해버리고 말았다.
“그래. 그렇구나. 하하하~”
“…….”
마치 졸린 듯이 살짝 아래로 쳐진 눈꼬리가 샐쭉 휘어지더니, 어떠한 의욕도 느껴지지 않던 권태로운 눈동자에 약간의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아, 저, 그…… 죄, 죄송합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나는 일단 그녀를 향해 머리를 숙이며 사과했다.
‘…젠장. 정신 차려라 스미스.’
지금까지 겪었던 여성들과는 완전히 다른, 이쪽보다는 지구에 훨씬 가까웠던 르비엘.
지금까지 직접 보고 겪은 경험을 토대로 나는 르비엘의 그런 독특함이 황제로부터 물려받은 거라 확신했다.
그런데 직접 마주한 황제는 내게 성적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는 점을 제외하면, 무엇하나 르비엘과 닮은 구석이 없어 보였다.
“음? 아아, 괜찮아. 내가 악수하자고 내밀었는데 뭘.”
느리지만, 그렇다고 늘어지지 않으면서 또렷이 뇌리에 박히는 목소리.
“그보다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말이야. 외모는 물론이고 음색에 사소한 버릇까지 완벽히 따라 했을 텐데, 내가 마르비엘이 아니라는 걸 어느 부분에서 의심하기 시작했지?”
“아, 그, 그게 말입니다…….”
그 적극적은 르비엘 조차도 우선은 내 의사를 먼저 물어본 다음에 행동을 취했는데, 황제는 그런 것조차 없었다.
‘역시 유전인가……?’
그러나 이런 생각은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그렇게 고민할 질문은 아니었을 텐데.”
“……!!”
특별한 행동을 취하지도, 그렇다고 분위기가 갑작스럽게 변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특유의 나른한 음색이 귀를 스친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아찔한 감각과 함께 오싹한 기운이 등허리를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그게… 가, 가슴……입니다….”
“으음?”
뭘 어떻게 잴 시간도 없이 있는 그대로 대답하자, 황제는 졸린 눈을 끔뻑이며 고개를 삐뚜름하게 기울였다.
“가슴?”
“…그렇습니다. 황태녀님의 가슴과 무게감이 달랐습니다.”
“…….”
인간의 한계치까지 기울어진 고개가 뚜둑 멈추더니, 힘없이 아래로 축 처진 황제의 눈꼬리가 점차 커졌고.
“푸흐흐흑!! 큭, 아하하하하!!”
곧이어 본인의 배를 부여잡으며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크흑, 큭… 가, 가슴의 무게감이 다르다? 크흐흐흑!!”
그칠 줄 모르는 웃음소리는 어느 순간부터 울음처럼 들리기까지 했고, 실제로 황제는 몇 번인가 손등으로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기까지 했다.
“하아, 하아아…… 아아…….”
체감상 십분 가까이 웃은 후에야 겨우 진정한 황제는 마저 눈물을 닦으며 천천히 숨을 골랐다.
“이렇게 웃은 건 삼십 년 만이군.”
이걸 대꾸해야 하나 고민하던 나는 일단 입을 다무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
“그런데 말이야.”
웃음을 터트리기 전보다 훨씬 생기 넘치는 눈동자로 나를 지그시 쳐다보던 황제가 말했다.
“마르비엘의 가슴을 직접 만져보지도 못하고, 제대로 닿은 적도 없을 텐데 무게감이 다르다는 건 뭘 근거로 확신한 거지?”
“콜록, 콜록!!”
르비엘과 내가 아니라면 결코 알아서는 안 될 사실을 당연하다는 듯이 입 밖으로 꺼낸 황제.
“집 밖도 아니고, 내 집에서 일어난 일인데. 집주인인 내가 모르는 쪽이 더 이상하지 않나?”
“그, 그렇습니다. 예…….”
조금 전에 실컷 웃어서 그런지 황제의 얼굴은 처음보다 훨씬 부드럽게 풀어져 있었다. 아니, 애초에 인상 자체가 굉장히 나른했기에 위협적이지 않은 건 매 한 가지였지만.
‘뭔가 달라…….’
르비엘도 가끔 섬뜩함을 안겨줄 때가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강자로부터 흘러나오는 기운에 나약한 내가 자연스럽게 위축되었을 뿐. 굉장히 자연스러운 종류의 섬뜩함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르비엘의 섬뜩함은 전혀 기분 나쁜 그런 섬뜩함이 아니었다.
하지만 눈앞의 황제는 르비엘과는 달랐다.
아래로 처진 눈매가 샐쭉 휘어지면서 권태로운 눈동자에 내 얼굴이 비칠 때면 끈적한 무언가가 나를 집어삼키는 듯한…… 굉장히 질척하면서도 소름끼치고 불쾌감을 느꼈다.
“…가슴을 많이 보고 만져서, 눈으로만 보더라도 대략적인 것들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열에 열이 다 정확하진 않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단 한 번도 빗 나간 적이 없어서…… 들으셔서 아시겠지만, 이번에는 그저 감에 의지해 찔러본 것이었습니다.”
“아하하~!! 그래, 그렇단 말이지? 그러면 자리에 앉았을 때, 내 가슴이 팔에 닿아서 들킨 거로구나. 아니지. 내가 진득하지 못해 스스로 정체를 드러낸 꼴이 되어버렸군.”
이번에는 대답이 빨랐기 때문일까.
황제는 나를 향해 예의 그 불쾌한 기운을 쏘아 보내지 않았고, 대답 자체는 조금 전과 같은 이유로 썩 유쾌했던 것인지 기분 좋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후우~ 황좌에 오른 이후로 가장 즐거운 날이구나. 가히 기념일로 지정하고 싶을 정도야.”
굉장히 만족스럽게 웃은 황제는 아무렇지 않게 다시 내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상여자처럼 한쪽 다리를 끌어 올리더니, 정강이를 두 손으로 붙잡고 무릎 위에 턱을 괴며 입을 열었다.
“내 무료함을 달래주었으니, 마땅한 보답을 해야겠지. 그래. 바라는 게 있다면 뭐든 하나 들어주도록 하마.”
그 순간 나는 다시 한번 내 생각이 틀렸음을 인정해야만 했다.
‘기분파인 건 황제한테 물려받은 거였구만.’
나는 어째선지 조금 요염하게 보이기 시작한 그녀의 나른한 미소에 침을 꼴딱 삼키며 대답했다.
“뭐든, 입니까?”
“뭐든.”
무릎 위에 턱을 괸 상태로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더니, 안 그래도 졸려 보이는 눈을 더욱 가늘게 뜬 채로 나를 빤히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예를 들자면…… 그래. 누군가를 죽여 달라거나, 눈에 거슬리는 신전들을 죄다 불태워 달라는 뭐 그런 거 말이다.”
“…….”
다른 이가 했다면, 필시 농담이 지나치다며 웃어넘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를 쳐다보고 있는 황제의 눈동자에는 조금의 장난기도 찾아볼 수 없었다.
“뭐, 그게 싫다면 쉰내 나는 창고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말해도 좋고.”
세상 모든 것에 흥미 없어 하는 권태로운 눈을 가진 그녀였지만, 지금까지 만나왔던 그 어떤 여성들보다도 내 비밀을 많이 꿰뚫고 있는 황제였다.
“아, 대신 창고에 들어가겠다고 한다면 못난 내 아들을 귀쟁이의 숲에 버리게 해달라는 청은 들어주지 않을 것이야.”
이 상황 자체가 몹시 즐겁다는 얼굴로 양쪽 입꼬리를 끌어올리는 황제.
사실 답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황제 폐하의 비──”
“아니면.”
물음에 답을 하던 내 말을 끊어버린 황제가 다시 한번 입꼬리를 길게 끌어올렸다.
“막내의 첫날밤을 내게 팔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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ᕙ(⇀‸↼‵‵)ᕗ 힘쌔고 강한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