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663화 (663/771)

========

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다!!

-=-

튤리우스 제국

달칵.

침실의 문을 등지고 선 나는 뒤돌아 서 있는 시스를 향해 물었다.

“애들한테 무슨 일 생겼어?”

“그럴 리가요.”

뒤돌아선 시스가 이쪽으로 몸을 돌리며,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아이들은 지나칠 정도로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그건 다행이네.”

“글쎄요.”

“……?”

잘 지내고 있는데 글쎄요라니.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시스가 두 팔을 벌려 내 허리를 조심스럽게 끌어안아 왔다.

“시, 시스님?”

“다른 의미는 아닙니다. 그저 너무 잘 지내고 있어서 그걸 본 당신의 반응이 어떨지 예상이 갔을 뿐입니다.”

“어, 그, 그렇구만. 그런데 아까 계단에서도 그렇고…… 오늘 왜 이러시는지?”

그런 내 물음에 조용히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던 시스가 고개를 살짝 치켜들었다.

“싫으십니까.”

“아뇨. 완전 좋습니다.”

얇은 드레스 안에 숨겨진 가슴의 감촉이 고스란히 느껴져, 아랫도리가 절로 묵직해질 정도로 좋았다.

나는 시스를 마주 끌어안으며, 언제 보아도 아름다운 푸른 머리칼에 입술을 맞췄다.

“그러면 무슨 일이야? 직접 부르기까지 하다니.”

“나쁜 일은 아니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직접 부른 건 사죄를 하기 위함이지 별다른 뜻은 없었습니다.”

“사죄?”

“예.”

탁──!!

시스가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특별한 변화는 없었지만, 나는 시스가 평소처럼 주변에 결계를 만들어 시간의 흐름을 빠르게 만들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사죄에 앞서 우선은 자세한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어, 응.”

시스가 먼저 손을 놓았고, 나는 아쉬움을 삼키며 시스를 놓아줬다.

“골디아스 왕국에서 납치되었을 때를 기억하십니까.”

“그걸 어떻게 잊겠냐. 칼름이랑 둘이 갇혀서 죽어라 고생했는데.”

“아랫도리를 흔든 걸 가지고 고생했다고 하신 거라면 역시 양심이 없으시군요. 신성의 부스러기를 흡수하는 걸 알려준 것도, 위협이 되는 쓰레기들을 배제한 것도 모두 저였는데 말입니다.”

“엄살 좀 부려봤습니다. 죄송합니다.”

“용서하겠습니다.”

시스의 말에 나는 숙였던 고개를 들어 올리며 눈을 끔뻑였다.

“왜 내가 사과를 하고 있지?”

“글쎄요.”

어차피 시스에게 사과하고 무릎 꿇은 게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나는 그냥 뺨을 긁적이며 다시 허리를 곧게 폈다.

“그래서?”

“당신 대신 제가 당신의 몸에 깃들었을 때 일입니다. 그때 페트미라라고 불리는 존재가 저와 같은 방법으로 칼름의 몸에 깃들었었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어?”

“예. 칼름의 몸을 빌린 그 존재는 더 이상 페트미라교를 이용해 무언가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었습니다. 그리고 사라지기 전에 이런 말을 남겼었습니다.”

[ 등잔 밑이 어둡다.]

“그건…… 내가 생각하는 게 맞아?”

“예. 당신이 생각하는 그 속담이 맞습니다. 혹시나 해서 알려드리자면, 이 세계엔 등잔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야 그렇겠지.”

촛대라면 모를까.

등잔이라니.

“근데 신이니까. 알고 있어도 이상할 건 없어 보이는데?”

“페트미라는 신이 아닙니다.”

“……?”

순간 머리 위로 물음표가 열 개 정도 떠오른 것 같은 기분이다.

“정확히는 본인이 스스로 신이 아니라 답했습니다.”

“그럼 내가 흡수한 신성은?”

“다른 이름 모를 존재의 것이겠지요.”

“아니……. 잠깐, 그러면 뭐가 어떻게 되는 거야?”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시스의 발표에 너무 놀란 나머지 뻐근해졌던 아랫도리가 진정될 정도였다.

“페트미라는 신이 아니었다?”

“예. 분명 거짓은 아니었습니다.”

“신도 아닌데 사도들에게 신성을 나눠줬다고?”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잘 생각해 보십시오. 칼름과 사도들이 그럴듯한 권능을 부렸는지.”

“권능?”

그 순간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아픈 기억.

“…그러고 보니 누이트의 빡빡이랑 다르게 우리 애들은 처음부터 권능을 못 썼구나.”

만약 권능을 사용할 줄 알았다면, 납치당했던 그때 칼름이 별 시답잖은 후광을 내뿜어 내 눈을 멀게 만들었을 리가 없다.

“그렇습니다. 교주였던 타니아를 제외하면 모두 제가 가진 마법을 권능으로 보이듯 사용했을 뿐입니다.”

“확실히…….”

칼름을 제외한 전직 사도들은 이 세계에서도 귀하디귀한 마법사였으며, 그것도 살상과 생활 모두에 뛰어난 능력자 중에 능력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뿐 아니라 일반 신도들 중에서도 수상할 정도로 능력자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기도 했었다.

“잠깐.”

칼름이 사실 여우주연상을 수상할 정도의연기 천재라는 사실과 우리 신도들이 다들 엄청 유능하다는 건 지금 중요한 게 아니다.

“그럼, 페트미라의 정체는……?”

신이 아님에도 그 말을 알고 있는 페트미라의 정체가 바로 지금 가장 중요했다. 그리고 떠오르는 하나의 가능성.

“설마, 장인어른의 따님?”

“지금으로서는 그쪽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세상에…….”

아직 확실한 건 아니었기에 단정 지을 수는 없었지만, 지금까지 시스의 말이 단 한 번도 빗나가거나 틀린 적이 없다는 걸 감안한다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러면 아까 비젤린님께서 말씀하셨던 첫째랑 둘째분 중 한 분 이신 건가?”

“그건 아닐 겁니다. 비젤린 그녀는 몰라도 시란은 당신에게 거짓말을 할 여성이 아닙니다.”

“시란만 모르고 있을 가능성도 있잖아. 워낙 사이가 안 좋기도 하고.”

“아뇨.”

시스는 아주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당신이 황성에 드나들며 아랫도리를 놀리는 동안 저 나름대로 친목을 다지며, 여러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그리고 합리적인 근거에 따라 첫째와 둘째는 페트미라가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군요.”

“뭐야. 첫째랑 둘째가 누군지 알아낸 거야?”

“첫째는 확실히. 그러나 둘째는 추측만 하는 중입니다.”

“누군데?”

“알려드리지 않을 겁니다.”

“야!! 사람 궁금하게 만들고 그러기 있냐?”

나는 떨어졌던 시스를 다시 바짝 끌어안으며 투정을 부렸다.

꽈아악!!

“억, 크, 시, 시스……님…?”

“아직 이야기 안 끝났으니까 얌전히 계십시오.”

“네, 넵…….”

시스는 무슨 떨어진 동전 줍듯 아무렇지 않게 손아귀에 움켜쥐었던 내 불알을 조심스럽게 놓아주었고, 나는 얼른 시스로부터 세 발자국 떨어졌다.

“첫째와는 아마도 이번 일과 관련해서 조만간 만나게 될 거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괜히 아는 티 내서 분위기 이상하게 만들지 말고 지금처럼 순수하게 모르고 계십시오.”

“넹…….”

나는 아직도 불알이 욱씬거려서 괜히 엉덩이를 토닥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페트미라는 시란이랑 비젤린님도 모르는 또 다른 자매가 되는 건가?”

“지금으로서는 그쪽으로 방향을 잡고 움직이는 게 맞을 것 같군요.”

“으음……. 뭐, 지금은 나쁜 일에서 손을 떼신 것 같으니 괜찮나?”

“언제부터 그런걸 따지셨는지.”

“저도 알고 보면 굉장히 섬세한 남자입니다만.”

“여자 가슴이라면 크기를 떠나 일단 만지고 빠는 게 먼저인 사람이 입에 담을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수컷의 본능이지.”

“쯧…….”

정말로 기분이 나쁠 때만 보여주는 경멸의 표정과 함께 시스가 나를 향해 혀를 찼다.

“그, 위험한 눈으로 제 거기를 노려보지 말아주실래요?”

“그런 것 치고는 굉장히 건강해 보이는군요.”

“크흠.”

나는 머쓱함에 헛기침을 한 번 내뱉어 분위기를 환기했다.

“그러면 할 이야기는 끝?”

“내일.”

“……?”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시스가 나를 힐끗 올려다보며 맗을 이었다.

“내일, 저도 동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굳이? 같이 안 가도 내 눈을 통해서 볼 수 있잖아.”

“보고 듣는 건 문제가 안 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당신 혼자 보내는 건 마음이 놓이지 않더군요. 무엇보다 사원 서민수는 아직 미세한 기운을 잡아내는 것까진 무리이지 않습니까.”

“그렇게 팩트로 때리면 제가 할 말이 없는데요?”

“그러면 함께 가는 걸로 다른 아내분들께 말씀드려놓겠습니다.”

“무시하기냐.”

나는 작게 콧방귀를 뀌며, 하찮다는 시선을 보내는 시스를 마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징표가 있으니까 괜찮겠지.’

무엇보다 굳이 입을 통하지 않아도 의사소통도 가능하니.

“진짜 끝?”

“그렇습니다.”

시스가 뭘 더 바라냐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그에 나는 약간의 허탈함을 담아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결국 사죄는 어떻게 되는 거야?”

“…그런 건 잘도 기억하시는군요.”

“아니, 말하고 아직 십 분도 안 지──”

스르륵.

나는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왜냐면 조금 뒤로 물러난 시스가 양쪽 뺨을 붉히며 스스로 치맛자락을 붙잡아 들어 올렸기 때문이다.

나는 속옷이면서 속옷의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는 검은색 레이스가 달린 팬티에 침을 삼켰다.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는 투명하고 끈적한 저 체액을 맛보고 싶었다.

“시스님……?”

“이번 일은 명백한 제 잘못입니다. 당신의 도우미로서 무엇하나 숨겨서는 안 됐지만, 당시 사원 서민수의 능력으로는 이 사실을 알게 되어도 혼란만 더해질 거라 판단하여 지금까지 숨겼습니다.”

내가 아는 시스는 결코 나에게 사과하지 않는다.

차라리 혀를 깨물면 깨물었지.

그런데 그랬어야 할 시스가 지금 스스로 치마를 들춰, 나를 향해 가랑이를 스스로 벌려왔다.

“이를 깊이 반성하며, 오늘 저는 충실한 당신의 도우미로서 성심성의껏 봉사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세상에 사죄하는 본인이 더 즐거운 사죄 법이 있다니.

“…너 진짜 영악해.”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시스님은 뻔뻔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