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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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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시스가 낙오되지 않게 품에 안은 나는 멜버른 경의 뒤를 따르며, 한 번씩 고개를 살짝 숙여 시스의 정수리에 입술을 맞췄다.
【언제까지 하실 작정입니까.】
‘싫어?’
【정수리가 슬슬 젖는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 않습니다.】
‘그러면 그만해야지.’
나름 좋은 분위기라 도착할 때까지는 얌전히 받아들여 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스는 역시 시스였다.
좋고 싫음이 명확한 나의 도우미.
때마침 태양궁까지도 얼마 남지 않았기에 나는 마지막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치켜들어 나를 똑바로 마주 보는 시스.
여태껏 얌전히 가슴 위에 놓여 있던 시스의 두 손이 내 목을 휘감았고, 이마를 향했던 내 입술은 어째선지 시스의 폭신폭신한 입술과 맞닿아 있었다.
【젖은 게 싫을 뿐이지…….】
여전히 입술이 맞닿은 상태.
짧지만, 여러 차례 내 입술을 자신의 색으로 물들이는 시스의 목소리가 잔잔하게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당신의 입맞춤이 싫은 건 아닙니다.】
입맞춤을 이어 나가면서도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건 아마도 시스가 유일하지 않을까.
【오늘은 이걸로 끝입니다.】
시스가 천천히 입술을 떼어내며 다시 내 가슴에 얌전히 머리를 기대었다.
나는 입안 가득 맴도는 시스의 체향을 음미하며, 흘러내린 푸른 머리칼 사이로 드러난 시스의 붉어진 귓불에 소리 없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툭.
그런 내 웃음은 또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까.
언제 나의 무표정한 얼굴로 시스가 귀엽게 말아쥔 주먹의 손등으로 내 가슴을 때렸다.
‘생각해보면 시스랑 이렇게 단 둘이 외출해보는 건 또 처음이네.’
그런데 첫 외출부터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시스를 곤란하게 만들어 버렸다. 물론, 중요도로 따진다면 충분히 그럴 만한 것이긴 했지만.
‘조금 정리되면 나중에 제대로 데이트하자.’
당연하지만 시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 역시 딱히 시스의 대답을 기대하진 않았다. 이것 자체가 시스의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나는 태양궁 근처를 둘러싸고 있는 근위 기사들의 등장에 살짝 당황했다. 다름이 아니고 그녀들이 나를 발견하는 순간 무거운 투구를 눌러쓴 머리를 그대로 바닥을 향해 숙였기 때문이다.
이 세계에서 고개를 숙인다는 것은 정말로 상대를 존중하고 존경할 때 보이는 행동이다. 뭐, 황족을 섬기는 그녀들의 입장에서는 예비 국서인 나에게도 예를 보이는 건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고개를 숙이지는 않는다.
아주 좋은 예로 당장 길 안내를 맡은 멜버른 경조차 황태녀인 르비엘에게 고개 숙이지 않는다.
‘이건 빨리 해결하는 게 좋겠다.’
벨마 귀부인은 분명 욕심이 많다고 했지만, 이건 욕심을 넘어 약간의 광기로까지 보였다.
“스미스.”
좌우로 사열해 있는 근위 기사들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르비엘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내려주십시오.】
‘응.’
나는 시스를 조심스럽게 옆에 내려준 다음 르비엘을 향해 마주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황태녀가 직접 마중을 나와 있다니.
솔직히 기쁜 건 사실이지만, 그녀와 점차 가까워질수록 근위 기사들의 긴장감이 내 피부를 콕콕 찔러와 상당히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투욱!
‘……?’
나는 갑작스럽게 등에 올라탄 시스의 행동에 순간 당황했다.
그런 내 마음을 알 텐데도 시스는 별다른 말 없이 두 팔로 내 목을 끌어안았다.
‘구두는 또 언제 벗었데.’
내 목 아래에 내려온 시스의 손에는 조금 전까지 신고 있던 구두가 손에 들려 있었다. 그리고 내 취향에 맞춰 속살이 비치는 검은 스타킹을 신은 시스의 두 다리가 내 허리를 끌어안았다.
【이러면 절 신경 쓰실 필요 없을 겁니다.】
‘그냥 품에 안기는 게 낫지 않을까?’
【시끄럽습니다. 지금부터는 황태녀에게 집중하십시오.】
‘…가슴이나 어떻게 하고 그렇게 좀 말해라.’
푸딩처럼 말랑하면서도 탄력 넘치는 가슴이 실시간으로 내 등을 꾸욱꾸욱 눌러 기분 좋은 압박감을 주는데 다른 곳에 정신을 집중하라니.
【정신력으로 극복하십시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주 달달한 분위기였던 것 같은데.
나는 은근히 나를 도발하듯 조금씩 가슴을 눌렀다 떼기를 반복하는 시스의 자극에 괜히 입술에 침을 한 번 바르고 입을 열었다.
“르비엘. 왜 나와 있어요?”
“조금이라도 네 얼굴을 빨리 보고 싶어서.”
솔직하지 못한 시스와는 정반대로 너무나도 솔직하고 저돌적인 르비엘은 화사한 미소와 함께 이쪽으로 다가왔다.
“직접 데리러 갈까도 생각해 봤지만, 네가 부담스러워할 것 같아 참았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르비엘의 말대로 많이 부담스러워 했을 겁니다. 배려해 줘서 고마워요.”
“으음~”
다가온 그녀의 부드러운 뺨을 손으로 어루만지자, 르비엘은 고양이처럼 고롱고롱 소리를 내며 조금 더 내 손에 얼굴을 맡겨왔다.
“이대로 너를 침실에 데려가고 싶지만…….”
눈을 감고서 내 손길을 즐기던 르비엘이 눈을 뜨더니, 제 손으로 뺨을 어루만지고 있던 내 손을 붙잡아 조심스럽게 아래로 내렸다.
“…아무래도 그 크기는 역시 조금, 음.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더구나.”
두 뺨을 살짝 붉히며 르비엘은 기침을 토했다.
“우선 너도 나도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 같지만, 우선은 어머니께서 허락한 시간이 그리 길지 않으니 자리를 옮기도록 하자.”
르비엘이 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고, 나는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스으윽.
다정하게 손을 붙잡고 이번에는 직접 길잡이 역할을 맡은 르비엘과 함께 말을 맞춰 걷고 있으니, 등에 올라타 업힌 시스가 어깨 너머로 고개를 빼꼼 내밀어 나와 르비엘을 빤히 쳐다봤다.
‘부담스럽습니다만.’
【관찰하는 중입니다. 방해되니까 말 걸지 말아주십시오.】
나는 너무나도 매몰찬 시스의 대답에 서러워서 눈물이 찔끔 나올 것 같았지만, 그때마다 적절하게 시스가 젖가슴으로 내 등을 꾸욱꾸욱 눌러 기분을 풀어줬다.
“그런데 르비엘.”
“……?”
당당하게 손을 요구했던 모습과는 다르게, 아주 소심히 붙잡은 내손을 조물조물 만지던 그녀가 어깨를 흠칫 떨며 고개를 들었다.
“멜버른 경이랑 다른 기사분들은 따라오지 않는 겁니까?”
“정확히는 따라오지 못하는 거다.”
르비엘은 붙잡은 손을 살짝 들어 올리며 말을 이었다.
“내 궁……. 태양궁의 뒤에는 특별한 마법진이 새겨져 있지. 황실의 피가 흐르지 않는 누군가가 땅을 밟으면 몸속의 피를 부글부글 끓게 만드는.”
“저, 저는……?”
“황족과의 접촉은 곧 허락과 같으니.”
르비엘은 살짝 쫄아버린 나를 안심시켜주기 위해 조금 더 바짝 붙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말거라. 내 손바닥에 내 피를 묻혀뒀으니 설령 손을 놓더라도 문제가 생기진 않을 것이야.”
“피, 요?”
“그래.”
르비엘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침대에서는 그리 용맹하더니.’라고 속삭이며 웃었다.
“자, 보아라.”
쿡쿡 웃던 르비엘은 붙잡은 손을 떨어트리더니, 조금 전까지 맞닿아 있던 내 손바닥을 뒤집어 가리켰다.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손바닥은 아주 진한 붉은 색으로 덧칠되어 있었다.
“조금 기분 나쁠 수도 있겠지만, 안전을 위함이니 참아줬으면 좋겠구나.”
“그렇게 기분 나쁘진 않습니다. 그보다 손은 괜찮으십니까?”
“응? 아, 괜찮다. 신경 쓰지 마라.”
내 손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붉은 피가 뚝뚝 흘러내리기 시작한 르비엘의 손바닥.
무슨 수로 맞잡은 손에 피를 묻힌 것인지 궁금했는데 피가 흘러내리는 그녀의 손바닥을 보는 순간 르비엘이 무슨 수를 썼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유년 시절부터 귀한 걸 많이 먹어 회복력이 좋으니 괜찮다.”
“시끄럽고 손이나 내밀어 보십쇼.”
“……?”
제 손바닥을 손톱으로 깊게 파내어 상처를 낸 르비엘을 향해 손을 내밀며 다시 한번 힘을 주어 말했다.
“손.”
“어, 어? 아, 그, 어, 여, 여기이……?”
누가 봐도 당황한 얼굴로 일단 피가 철철 흐르는 손바닥을 내민 르비엘.
나는 그녀의 손을 붙잡은 다음, 바지 뒷주머니에 항상 챙겨 다니는 손수건을 꺼냈다.
“아니, 자, 잠깐 기다리면 금방 멎는──”
“시끄러워요.”
“…으, 응.”
다시 한번 르비엘에게 주의 준 다음, 나는 손수건으로 마저 그녀의 손바닥을 덮고 단단히 조였다.
예쁜 무늬가 알록달록 들어가 있던 손수건은 빠르게 그녀의 색으로 물들었다. 크게 의미는 없어 보였지만, 하지 않은 것보다는 나은 것 같았기에 나는 붙잡은 손을 놓으며 물었다.
“아프진 않습니까?”
“괘, 괜찮다…… 응….”
내게 붙잡혔던 손목을 매만지며 조심스럽게 눈을 내리깔며 얼굴을 붉히는 르비엘.
【정말 타고난 종마군요.】
‘……?’
【혼잣말입니다. 신경 쓰지 마시고 하던 일 하십시오.】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으면서 그렇게 말하는 건 조금 너무하지 않을까?
당연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보다 굉장히 아름다운 정원이네요.”
“으, 음……. 황성이 지어질 때부터 존재하던 곳이다. 누가 관리하는 것도 아닌데 언제나 화사한 꽃들이 가득 피어 있는 곳이지.”
르비엘은 잠깐 손수건이 묶인 손을 바라보다가 그걸 등 뒤로 숨기며 말을 이었다.
“저기, 흰 꽃이 피어 있는 덤불 안쪽에 비고로 이어진 지하 계단이 있다.”
“얼른 가보죠.”
“그래.”
마치 미로처럼 보이는 커다란 높이의 덤불 벽.
나는 르비엘과 함께 뻥 뚫려 있는 공간에 발을 내디뎠다.
“억?!”
마치 누군가 발로 걷어차기라도 한 것처럼, 불알로부터 정신이 아찔해지는 고통이 등허리를 타고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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