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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다!!
MickyRonBerchaide//스미스 담당 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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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저기요~?”
겨울바람처럼 차게 느껴지는 음색에 어울리는 차디찬 손이 내 옆구리를 찔러왔다.
콕. 콕. 콕.
호기심 가득한 아이의 손길처럼 악의 없는 연약함.
‘이 정도면 일어나 주는 게 예의겠지……?’
다른 건 몰라도 아직 문양을 다 옮겨 그리지 못했──
뻐억!!
“……?!”
아찔한 충격과 함께 몸이 옆으로 꺾이며 시야가 어지럽게 돌아갔다.
몇 번인가 구르던 몸은 덕지덕지 발라져 있는 오일에 의해 쭈욱 미끄러졌고, 얼마 가지 못해 어느 석판 하나에 부딪히는 것으로 멈췄다.
나는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욱씬거리는 옆구리를 움켜쥐며 다시 몸을 돌렸다.
“이제야 봐주네.”
날카로운 눈매에 어울리는 호쾌한 미소.
하지만 전혀 그렇지 못한 손속.
‘끄응……. 그보다 오일이 발려 있는데 어떻게 타격을 입힌 거지?’
바닥에 미끄러지면서 조금 떨어져 나가긴 했지만, 내 몸은 여전히 사람이 만지기 꺼려질 정도의 오일이 발려 있었다.
당연히 욱씬거림에 손을 맞대고 있는 옆구리 역시.
“저기. 물어봐야 할 게 있거든? 솔직하게 대답해주면 좋을 거 같아. 아니면 조금 전보다 더 아픈 꼴을 당하게 될 거거든.”
이름 모를 여인은 계절에 어울리지 않는 검은 드레스를 흐늘거리며 이쪽으로 다가왔다.
“응?”
그리고 정확하게 내 얼굴 앞에 쭈그려 앉아 고개를 삐뚜름하게 갸웃거렸다.
‘검은색…… 토끼?’
물론, 내 시선은 쭈그려 앉으면서 자연스럽게 드러난 허벅지 안쪽을 들여다보기 바빴지만. 아니, 자연스럽게 시선이 가는 걸 어쩌라고.
푸욱.
“아악?!”
갑작스럽게 시야가 암전되더니, 두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내 얼굴은 아래가 아니라 위에 달렸거든?”
찔린 눈을 감싸며 바닥을 구르고 있는데 어처구니없어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아픈 꼴을 당해야 말을 듣는 쪽?”
그리고 다시 가까워지는 발소리에 나는 다급히 입을 열었다.
“잠깐!!”
“싫어.”
“포, 폭력 반대!!”
“나는 찬성.”
세상에.
지척까지 다가온 소리에 내 머리는 그 어느 때보다 열렬하게 회전했다. 하지만 평소에도 잘 안 쓰던 머리를 굴린다고 해서 뾰족한 수가 나오는 건 아니라는 걸 오늘 알게 되었다.
스윽.
“……?”
어딜 어떻게 걷어차이더라도 최대한 충격을 덜 받게 몸을 웅크리고 있던 나는 머리 위에 닿은 서늘한 감촉에 움찔했다.
“그래서. 너는 도굴꾼이니?”
“도굴, 꾼이요?”
“응. 여긴 튤리우스의 혈족에게만 허락된 장소거든. 그런데 넌 튤리우스의 피가 한 방울도 안 섞였잖아. 참, 그 손바닥에 있는 피는 마르비엘 건데. 그건 어떻게 된 거야?”
악의는 없지만, 그녀가 내뱉은 한 마디가 귀를 타고 스며들어 올 때마다 나는 몸 안의 모든 근육과 장기가 쭈그러드는 것만 같았다.
본능적으로 대답이 늦어지면 조금 전보다 더 험한 꼴을 당하게 될 거라는 걸 직감한 나는 얼른 입을 열었다.
“우선 도굴꾼은 아닙니다.”
“그래?”
“네. 그리고 황제께서 이곳의 안내역으로 르비엘을 제게 붙여주셨습니다. 그래서 르비엘이 직접 제 손에 피를 묻혀줬죠.”
찔리는 바람에 시큰거리는 눈을 억지로라도 떠 그녀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흐음~”
날렵한 턱을 쓰다듬으며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는 그녀.
“하하~!! 뭐야. 그런 거였으면 진즉에 말을 하지 그랬어!!”
“억, 억?!”
갑자기 호탕하게 웃기 시작하더니, 혼자 깔깔 웃으며 내 등을 때리는데…… 분명 오일이 발려 찰팍! 소리가 나고 있음에도 어째선지 엄마에게 등짝을 맞았을 때와 비슷한 수준의 아찔함이 뇌리를 타고 들어왔다.
“저!! 그, 그보다 누구신지……?”
“응? 나 몰라?”
때리던 것을 멈춘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싸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거짓말을 해서 득을 볼 게 하나도 없어 보였기에 나는 살기 위해서라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아하. 몰라서 그렇게 내려온 거구나.”
“……?”
“아니, 갑자기 비명을 지르면서 난간을 타고 내려오는데 누가 봐도 미친놈이잖아. 심지어 옷까지 홀딱 벗고 있고.”
“앗……?!”
그러고 보니 팬티 한 장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다.
너무 정신이 없어서 설마 이 중요한 사실을 깜빡 잊어버리다니.
‘…근데 잊을 만도 해.’
가끔은 옷을 입고 있는 시간보다 벗고 있는 시간이 더 길 때도 있으니까.
“아무튼, 날 모른다고?”
“그, 그렇습니다……?”
“왜 의문형이야?”
“그냥… 저도 모르게.”
“흠, 너 진짜 덩칫값 못 하는구나?”
“하하…….”
주먹 한 방에 나보다 큰 바위도 쪼개버리는 사람들이 수두룩한데 여기서 덩치가 무슨 소용일까. 살려면 알아서 쭈그러들어야지.
“흐흐, 그래도 귀엽긴 하네.”
“아, 예…….”
시론과 다른 아내들이 내게 처음 귀엽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이런 느낌이었을까. 칭찬은 분명한데 뭔가 칭찬으로 다가오지 않아 떨떠름했다.
“아~ 이상한 애랑 있으니까 나까지 이상해지려고 하네. 자꾸 말이 다른 길로 새잖아.”
“…죄송합니다.”
“음~ 좋아. 이상한 녀석이긴 하지만 그래도 거짓말도 안 하고 사과도 빠르고. 이상하지만 착한 녀석으로 해줄게.”
“…감사, 합니다.”
“그래그래.”
서늘한 손이 내 머리를 투박하게 쓰다듬어왔다.
나는 더 이상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하며 고개를 떨궈 그녀의 검은색 토끼 팬티나 감상하기로 했다.
스윽.
그리고 눈앞에 나타난 갈고리처럼 구부러진 가녀린 손가락.
“왜 자꾸 얼굴이 아니라 팬티를 봐?”
“…본능이랄까.”
“이상한 녀석이네. 대화할 땐 얼굴을 봐야지. 팬티는 나중에 봐.”
“……?”
뭔가 화를 내는 부분이 다소 이상했지만, 나는 다시 눈을 찔리고 싶지 않았기에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검은색을 좋아하지 않았으면 또 때렸을 거야. 그보다 이제 내가 누군지 소개 좀 해도 될까?”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한두 곳이 아니었지만, 나 스미스.
사랑하는 아내들을 위해서라도 이곳에서 몸 성히 나가야만 했기에 눈치껏 입을 다물었다.
“경청하겠습니다.”
“좋아. 나는 이곳을 지키는 수호자야.”
“…….”
“엣헴.”
황제보다 더 카리스마 넘치는 외모로 뭔가 댕청미를 뽐내며 가슴을 당당하게 내미는 여인의 모습에 나는 순간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뇌정지가 와버렸다.
“응? 못 들었나? 여길 지키는 수호자야!”
내가 반응이 없자, 그녀는 조금 더 큰 소리로 다시 한번 같은 말을 반복했다.
당연히 눈치가 아주 없지 않은 나는 그제야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를 깨닫고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수, 수호자!! 대단하고 훌륭하신 분이셨──”
빡!!
순간 정수리에 묵직한 충격이 가해지는 것 같더니 시야가 흔들거렸다.
“끄으으응…….”
그리고 뒤늦게 찾아온 고통에 나는 정수리를 감싸며 다시 한번 데구르르 굴렀다.
“거짓말하지 마.”
“……죄송합니다.”
나는 몇 초 사이에 볼록 솟아오른 작은 혹을 문지르며 조심조심 몸을 바로 앉혔다.
“혹시 이름은 따로 없으십니까?”
“있어.”
“오, 그럼…….”
“근데 안 알려줄 거야.”
“…그러면 수호자님이라고 부르면 되겠습니까?”
“그렇게 해. 그런데 너는 이름이 뭐야?”
그녀의 물음에 아주 잠깐 나도 그녀와 똑같이 대답해볼까란 생각이 들었지만, 곧바로 머리를 흔들었다.
지금은 차분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지만, 수틀리면 주먹이 먼저 나가는 여자를 상대로 그런 짓을 할 정도로 나는 깡이 좋지 못했다.
“스미스라고 합니다.”
“스미스. 거꾸로 해도 스미스네. 흐흐, 이름도 재밌는 아이네.”
그녀가 기분 좋게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까 허공에 손을 허우적거리던데. 뭔진 모르겠지만, 하던 거 계속해.”
“그, 죄송한데 일으켜 세워주실 수 있으십니까? 제가 몸이 좀 이래서.”
질척질척.
“덩치는 곰탱이 같으면서 하는 짓은 아가구나? 하지만 나는 아가를 좋아해. 귀엽잖아.”
우우웅.
“어, 엇?”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몸이 부웅 떠오르더니, 나는 어느새 두 발로 바닥을 딛고 서 있었다.
“감사, 합니다……?”
“왜 의문형이야?”
“그, 놀라서…….”
“하하. 촌놈 같아. 뭘 이런거로 놀란담.”
그녀는 다시 깔깔 웃었다.
나는 머리를 긁적였고, 수호자라 자칭한 그녀는 조금씩 웃음을 그치고 다시 카리스마 넘치는 얼굴로 돌아갔다.
“그러면 나는 신경 쓰지 말고 하던 거 해.”
“……옙.”
이것저것 묻고 싶은 게 산더미였지만, 묻는다고 해서 순순히 대답해줄 존재로는 보이지 않았기에 나는 최대한 그녀의 심경을 거스르지 않게끔 행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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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양을 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저기…….”
“왜?”
근처 석판에 기대어 앉아 있던 그녀가 눈을 끔뻑였다.
“혹시 초대 황제께서 남기신 물건이 있다면 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거기 있잖아.”
그녀는 조금 전까지 내가 문양을 옮겨 적었던 석판을 가리켰다.
“…다른 건 없습니까?”
“응. 없어. 아!”
황제를 무척이나 닮은 그녀가 두 눈을 크게 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도 황제가 남긴 거야. 나한테도 그 이상한 손짓 할 거야?”
“……아뇨. 안 합니다.”
“뭐야. 재미없게.”
저도 딱히 재밌어서 한 건 아닙니다만.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주먹은 가깝고 법은 존재하지 않았기에 나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그보다 이제 조금 둘러봐도 괜찮으려나.’
석판의 내용도 일단 훑어보면 뭔가 얻을 수 있는 게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벽에 달려 있는 문 너머에도 뭐가 존재하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혹시 저 문 안쪽에는 뭐가 있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나는 그녀에게 물으며 고개를 돌렸다.
얼굴을 마주 보지 않으면 그녀의 주먹이 점차 다가왔으니까.
“……?”
그런데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석판 아래에 편히 앉아 있던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수호자님?”
크게 몇 번이고 그녀를 불러보았지만, 들려오는 건 메아리치는 내 목소리뿐.
‘장난치시려는 건가?’
나타날 때도 소리 없이 나타났으니 모습을 감추는 것도 그녀에게는 쉬운 일일 것이다.
나는 적당히 놀라주는 게 좋겠다 생각하며, 그녀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는데.
-스미스!!
저 멀리서 르비엘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왔다.
“르비엘?”
-아, 다행이다…….
아주 작게 중얼거렸을 뿐인데 그걸 들은 르비엘의 안도하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계단이 있는 방향에서 르비엘이 희게 질린 얼굴로 달려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스미스!!”
“르비엘. 왜 이렇게 안색이 나빠요?”
“그, 그걸 몰라서 묻는 것이냐?!”
르비엘은 진심으로 화난 얼굴로 내게 말했다.
“마, 말도 없이 멋대로 혼자 가버리다니!! 거기다 입구 쪽에 그 흔적은 또 무엇이냐!! 나, 나는 네가 아래로 미끄러진 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아느냐?!”
“아…….”
그제야 나는 그녀의 얼굴을 창백하게 질리도록 만든 원흉이 나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녀를 끌어안았다.
“미안해요.”
“…나쁜놈.”
품에 안긴 르비엘은 몇 번이고 이마로 내 가슴을 두드렸다.
나는 충분히 그녀가 진정될 때까지 그녀의 등을 똑같이 토닥이며, 정수리에 입술을 맞췄다.
“이제 좀 괜찮아요?”
“…흥.”
“화 풀어요. 내가 잘못했으니까.”
“……화 안 났다.”
누가 봐도 화난 얼굴인데.
르비엘이 이마를 찌푸리자, 조금 전까지 같이 있던 수호자라 자칭한 여인의 얼굴과 겹쳐 보였고 나는 르비엘의 이마에 입술을 맞추며 물었다.
“그런데 수호자는 어떤 분이세요?”
“……?”
뾰루퉁해진 얼굴로 나를 바라보던 르비엘이 고개를 삐뚜름하게 기울였다.
“수호자? 그게 뭐지?”
“그, 여기 지키시는 분이요. 초대 황제께서 남기셨다고 하시던데……?”
“도통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구나.”
이마를 살짝 구긴 르비엘이 나를 빤히 올려다보며 말했다.
“애초에 황족 이외엔 누구도 들어 올 수 없는 금역인데 뭣 하러 수호자 같은 걸 둔단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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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금의 축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