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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다!!
MickyRonBerchaide//유령박이..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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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내 예상대로 르비엘이 벽면을 조작하자, 발아래에서 마법진이 생겨났고 우리는 순식간에 내가 아래로 떨어질 뻔했던 시작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나는 눈알이 핑그르르 도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어지러움에 다시 한번 고역을 겪어야만 했다.
“우웁…….”
“괘, 괜찮으냐?”
이젠 위산도 안 나오는데 자꾸만 헛구역질을 하려는 내 등을 토닥이며 르비엘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괜, 우웁── 찮지는 않은데…. 그래도 죽을 정도는 아닙니다.”
“나는 대마법사와 함께 다녔다기에 내성이 있는 줄 알았다…….”
“하하…….”
확실히 황궁에 우두커니 서 있는 황금 마탑의 주인이자, 유일하게 대마법사의 칭호를 가진 비젤린님이 내 뒷배로 있으니 충분히 할 수 있는 오해였다.
그러고 보면 누이트의 그 빡빡이에게 납치당했을 때도 이렇게 구역질을 했던 걸 떠올려보면 순간이동이라는 게 생각처럼 편리한 건 또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일단은 나갈까요? 옷도 입어야 하고.”
“그래. 우선은 가서 조금 쉬는 게 좋겠어.”
“어엇.”
르비엘은 나를 공주님처럼 번쩍 안아 들었다.
몸에 남아 있는 오일 때문에 그리 만지는 촉감이 좋지 못할 텐데도 그녀는 어떤 내색도 하지 않고 나를 잘못하면 깨지는 유리처럼 소중하게 품에 안은 채로 계단을 밟아 지상으로 올라갔다.
“경황이 없어 네 옷을 정리해두지 못했구나.”
덤불을 지나 우리가 뜨거운 관계를 가졌던 장소로 다시 돌아온 르비엘은 바람에 이리저리 날려 있는 내 속옷과 옷가지를 보고는 짧게 사과하면서 나를 바닥에 내려주었다.
“괜찮습니다. 그것도 저를 걱정하셔서 오신 거잖아요?”
“뭐어…….”
나는 당연하게 이번에도 돌직구를 날려올 줄 알았던 르비엘이 조금 수줍은 얼굴로 뺨을 긁적이는 모습에 눈을 끔뻑였다.
‘이런 모습도 귀엽네.’
물론, 르비엘은 평소의 당당한 면이 훨씬 보기 좋다고 생각했다.
나는 부끄러워하는 르비엘을 향해 허리에 묶어두었던 그녀의 망토를 돌려주었다.
“킁킁.”
“르비엘?”
“킁킁……?”
내가 부르자, 그녀는 당당히 망토에 코를 박은 상태로 고개를 들었다.
“그, 너무 대놓고 그러시면 제가 조금 부끄러운데요.”
“나도 가끔 부끄러우니 이번에는 네가 양보해라.”
조금 전에 그녀의 당당한 면이 더 보기 좋다고 말했던 건 아무래도 취소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이쪽을 빤히 바라보며 망토의 냄새를 킁킁 맞는 르비엘을 뒤로하고 일곱 개의 구슬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옷가지를 주섬주섬 챙겨 입었다.
‘시스야. 이제 말 들려?’
【그렇습니다.】
‘다행이다. 안에서 너랑 연락이 안 돼서 얼마나 불안했는지 모른다니까?’
【뭐. 사원 서민수는 제가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갓난아이와 다를 바가 없으니 충분히 이해합니다.】
‘아뇨. 그 정도는 아닌데요?’
시스는 평소처럼 자기가 대답하기 싫은 물음에는 묵비권을 행사했고, 나는 고개를 저으며 시스가 깔고 앉아 있던 푸른색 코트를 주워들었다.
“킁킁.”
팍!!
내가 르비엘을 따라 시스가 엉덩이로 깔고 앉아 있던, 정확히 시스의 온기로 따끈따끈한 부위에 코를 박자, 시스가 예쁜 발로 내 정강이를 걷어찼다.
당연히 조금도 아프지 않았다.
‘시스 냄새가 나는 건 좋은데…….’
나는 시스의 달큰한 향기와 세상 맡기 싫은 옅은 밤꽃 향기의 조화에 이마를 찌푸리며 코트를 두어 번 털어냈다.
아내들은 하나 같이 내 정액에서 중독적인 냄새가 나고 맛도 달콤한 맛이 난다고 하는데 나는 몇 번을 맡아도 그냥 조금 향기로운 밤꽃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대충 옷을 다 챙겨 입은 나는 무릎을 끌어안은 채 쭈그려 앉은 시스를 위해 구두를 정리하는 척 자연스럽게 뒤돌아 무릎 꿇어 등을 내어주었다.
스윽.
지나치게 가벼운 무게감과 함께 등을 꾸욱 눌러오는 기분 좋은 압박감.
나는 천천히 퍼저기 시작하는 시스의 온기를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그럴 듯 한 걸 내가 메모해왔거든?’
【이상한 걸 메모해왔다면 엉덩이를 걷어차 주겠습니다.】
‘반대로 똑바로 메모해 왔으면 내가 엉덩이 팡팡?’
아각─!!
나는 왼쪽 목덜미를 오물오물 깨무는 시스의 반항에 코트를 슬쩍 정리하는 척하며 손바닥으로 치마 안에 숨겨진 시스의 알궁둥이를 토닥였다.
“그럼 나가도록 하자.”
“넵.”
등 뒤로는 시스가, 옆으로는 르비엘의 손을 붙잡은 나는 그녀의 걸음에 맞춰 겨울에도 화사하게 꽃을 피운 정원을 지나 태양궁으로 돌아왔다.
“황태녀님.”
근위 기사들과 함께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멜버른 경이 다가왔다.
“아직 시간이 남았는데 재촉하지 마라.”
“…죄송하옵니다. 혹시 또 잊어버리신 줄 알고.”
“쯧. 귀찮은 년들.”
르비엘은 노골적으로 언짢은 기분을 들어냈다.
“오찬을 준비하라 일러라.”
“예.”
멜버른 경이 고개를 슬쩍 돌리자, 가장 끝에 있던 여기사가 태양궁 안쪽으로 뛰어 들어갔다.
“가자꾸나.”
“네.”
무슨 일이 있는 건 분명하지만, 나는 굳이 르비엘에게 무슨 일 때문에 그리 언짢은지는 묻지 않았다.
‘뭐, 이번에도 회의 같은 거 때문이겠지.’
정확히는 그 회의라는 것 때문에 조금 뒤에 나와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화가 많이 난 것으로 추측됐다.
스윽.
“……?”
붙잡고 있던 손을 놓은 다음, 그 손으로 다시 허리를 꼬옥 끌어당기자 르비엘이 놀란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르비엘.”
“으, 응?”
이쪽으로는 감히 고개조차 돌리지 않으려는 여기사들을 앞으로 하고 내가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자 르비엘은 명백히 당황한 얼굴로 입술을 달싹였다.
‘오늘 여러모로 고생했으니까.’
나는 오늘의 감사와 그녀의 기분을 조금 풀어주기 위해 흘러내린 아름다운 금발을 귀 뒤로 넘긴 다음, 맛보고 싶은 정도로 알맞게 달아오른 귀에 속삭였다.
“일 힘내세요. 여보.”
“……?!”
맹수를 마주한 토끼처럼 눈을 크게 뜬 르비엘이 조금은 바보처럼 보일 정도로 입을 크게 벌렸다.
“갈까요?”
“어? 아, 그, 그래…….”
르비엘은 몇 번이나 군침을 삼키며 내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
【종마.】
‘아야. 또 왜 그래?’
르비엘과 식사를 끝마고 돌아가는 길.
내 등에 업혀 있던 시스는 갑자기 귀를 깨물었다.
다행히 진짜로 내가 아프길 바라는 건 아니었던 건지, 아프진 않고 간지럽기만 했다.
여튼, 이유 없이 나를 괴롭히는 시스의 엉덩이를 조물조물 만지다 보니 나는 기사단 건물에 도착해 있었다.
이젠 두 발로 걸을 수 있음에도 여전히 내 등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시스를 업은 그대로 계단을 올라 집무실의 문을 열었다.
“일찍 오셨습니다.”
소파에 앉아서 단원들을 어떻게 굴릴지에 대한 계획서를 작성하고 있던 로안에 벌떡 일어나 인사해왔다.
“별일 없었고?”
“예. 가끔 들러리로 세우려는 귀족들의 시종들이 오긴 했는데 그것도 단장님께서 황태녀님의 부군이 되신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서 발길이 뚝 끊겼습니다.”
“들러리?”
“예. 모르셨습니까?”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로안 역시 의외라는 얼굴로 눈을 끔뻑였다.
“워낙 아시는 게 많으셔서 당연히 알고 계신 줄 알았습니다.”
“아니. 기사단 일은 너한테 다 맡겼는데 내가 그걸 어떻게 아냐고.”
“…그렇게 말씀하시면 또 제가 할 말이 없어집니다만.”
나는 오묘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이는 녀석을 지나, 등에 업힌 시스를 떼어내 푹신한 의자에 편히 몸을 기댔다. 그리고 몸무게의 대부분을 가슴에 몰아넣은 시스를 무릎에 앉히며 말했다.
“점심은 먹었냐?”
“예. 다른 건 몰라도 식사는 잘 챙겨 먹는 편입니다.”
“그러면 조금 있다가 순찰 나가게 준비하고 있어라.”
“…진짜 같이 가실 겁니까?”
“쓰읍. 나 못 믿냐?
”……단장님은 믿지만, 단장님의 신체는 못 믿겠습니다.“
나에 대한 신뢰가 이렇게나 바닥을 기어 다니다니.
하지만 녀석의 말대로 아직 몸을 숨길 만한 방법을 찾지 못했기에 나는 그냥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
”준비하고 있어라?‘
“……예.”
결국 나를 설득하기를 포기한 로안은 문을 열고 터덜터덜 집무실을 떠났다.
“꼰대 상사의 표본이로군요.”
“꼰대? 내가?”
“그렇습니다.”
“나처럼 좋은 상사가 어딨다고 그런 심한 말을 해?”
“……진심입니까?”
“그럴 리가.”
나는 피식 웃으며 시스의 따끈따끈 부들부들한 뺨에 내 뺨을 마구 문질렀다.
“…그려왔다는 거나 보여주십시오.”
“넹.”
마지막으로 좋은 향기가 나는 시스의 뺨에 소리나게 입술을 맞춘 다음 나는 문양을 그려둔 도면을 위에 띄웠다.
“그런데 시스한테도 이게 보이나?”
“당신의 시야를 공유하고 있으니 시스템 창은 제게도 보입니다.”
“아하.”
시스는 내 가슴에 편하게 등을 기댄 다음, 앞에 떠 있는 도면을 유심히 살폈다.
“뭔가 알겠어?”
“…아쉽게도 당신의 엉덩이를 걷어차는 건 다음으로 미뤄야 할 것 같군요.”
“진짜로 걷어찰 생각이었어?”
“저는 농담을 싫어합니다.”
언제나의 무덤덤한 얼굴로 대답한 시스.
나는 괘씸한 시스의 가슴을 조물조물 주무르며 물었다.
“뭐라고 적혀 있는 거야?”
“이건 그가 독자적으로 만들어낸 글자입니다. 게다가 배치가 엉망이라 조합까지 생각하면 한나절 정도는 걸릴 것 같군요.”
“…그렇게나?”
내게 있어서는 슈퍼 컴퓨터와 다름없던 시스가 해석에 한나절이나 걸리다니.
’그렇게 어려운 건가?‘
“사원 서민수의 눈에는 평범한 그림으로 보이겠지만, 제게는……. 자음과 모음이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는 것처럼 보여지고 있다. 정도면 왜 시간이 오래 걸리는지 이해하시겠습니까?”
“오……. 그렇게 말하니까 한방에 이해가 가네.”
나는 최대한 똑같이 옮겨 그린 크고 작은 그림으로 빽빽한 도면을 다시 바라봤다.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는 자음과 모음들.
그것들을 모아 하나의 글자를 만들고, 그 글자들을 또 조합해 단어를 만든 다음, 그 단어들을 엮어 이번엔 문장을 만든다.
’생각만 했는데도 머리에서 쥐가 날 거 같네.‘
나는 다시 한번 진심으로 시스가 내 도우미가 되어준 것에 감사했다.
“그럼, 해석은 집에 돌아가서 마저 할까?”
“그럴필요 없습니다.”
시스는 가슴을 만지고 있던 내 손등을 찰싹 때린 다음 무릎에서 내려갔다.
“모두 기억했으니, 해석에 방해가 되지 않게 그만 나가주셨으면 좋겠군요.”
“…여기 내 집무실인데?”
“그래서요.”
두 눈을 가늘게 뜨며 노려보는 시스의 대답에 나는 뺨을 긁적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냥 그렇다고. 내 집무실이면 시스 네 집무실이나 마찬가지지 뭐.”
나는 시스를 번쩍 들어다가 내가 앉아 있던 의자에 앉혀준 다음, 이마에 입술 도장을 찐하게 남겼다.
“그러면 애들 잘하고 있는지 확인만 하고 금방 돌아올게?”
“…빨리 가십시오.”
내 침이 잔뜩 묻은 이마를 손등으로 문지르며, 다른 손을 귀찮다는 듯이 휘적이는 시스.
“싫은 척하기는.”
“…….”
나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나를 빤히 올려다보고 있는 시스의 뺨을 마지막으로 쭈욱 잡아당긴 다음 도망치듯 집무실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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