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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합니다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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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근데 진짜 싫어했던 건 아니겠지?’
묘하게 눈썹이 내려간 각도가 시론이 극대노 했을 때와 흡사했었다.
‘…아니겠지.’
바로 아래층의 휴게실 앞에 멈춰선 나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 시스의 대응에 괜히 입술이 바짝 말랐다.
‘해석 때문에 바빠서 그런 거겠지?’
그래. 그런 거겠지.
…역시 나오기 전에 뺨은 꼬집지 말 걸 그랬나.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
나는 시스와 관련된 일을 머리에서 털어내고 휴게실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늘 촌스럽다고 생각했던 푸른 제복 대신 남들 다 입는 평범한 겨울 복장에 외투를 걸친 로안이었다.
“오? 그 옷은 어디서 났냐?”
“출근하면서 가져왔습니다.”
전에 봤던 쓸데없이 털이 복슬복슬하던 코트와 다르게, 정말 실용성만 챙겨 적당히 옷깃이 긴 가죽 외투를 동여맨 녀석이 내게 다가왔다.
“단장님은 그 상태로 가실 겁니까?”
“일단은?”
“…….”
로안이 두 눈을 가늘게 만들어 나를 노려봤다.
요즘 그냥 풀어줬더니, 아주 내가 편해진 모양이다.
그래서 발을 살짝 들어오랜만에 녀석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
놀란 토끼처럼 두 눈을 크게 뜨거니, 내게 걷어차인 정강이를 붙잡고는 소리 없는 비명과 함께 바닥을 뒹구는 우리의 로안.
나는 열심히 바닥 먼지를 닦는 로안을 칭찬하기 위해 박수치면서 말했다.
“야. 내가 애들 감시하러 가는 걸 미리 알고 있었던 것도 아닌데 옷을 어디서 구하냐?”
“끄으응…… 아,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만….”
“니 눈이 그렇게 말하던데?”
그러자 녀석도 할 말이 없는지 입을 꾹 닫고는 계속 끙끙 앓는 소리만 냈다. 진짜 머리 한 대 칠까.
‘아니다. 참자.’
지금 유일하게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녀석인데 혹시라도 머리에 문제가 생기면, 나만 더 힘들어진다.
“그만 엄살 피우고 일어나. 가서 옷이나 좀 사 입게. 어차피 우리 애들 숫자도 적어서 내가 좀 돌아다닌다고 바로 마주치겠냐?”
“…소문은 금방 퍼질 겁니다. 워낙 눈에 띄시잖습니까.”
“시끄럽고 일어나 임마.”
“끄응…….”
내가 엉덩이를 툭툭 발등으로 두들기자, 로안은 그제야 불쾌한 얼굴로 바닥을 짚고서 몸을 일으켰다.
“가자.”
“하아…….”
한숨을 내쉬며 내 뒤를 졸졸 따라 아래로 내려온 로안을 데리고 나는 성문 나섰다.
“단장님. 진짜 저 혼자 가면 안 되겠습니까?”
공용 마차를 호출하고 돌아온 녀석은 질리지도 않는지 또 같은 말을 반복했다.
“…아무리 옷을 허름하게 입어도 단장님은 워낙 눈에 띄셔서 금방 들통난단 말입니다.”
“이놈 진짜 엄청 뭐라 그러네.”
“악!!”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녀석의 정수리에 꿀밤을 먹였다.
순식간에 내 주먹에 정수리를 가격당한 로안은 눈물이 찔끔 나온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정수리를 감싸 쥐었다.
“야. 안 간다, 안가. 진짜 더러워서.”
“…하루 두 번 씻습니다.”
“대가리도 하루 두 대씩 맞을래?”
“…….”
녀석은 한 발자국 떨어지면서 입을 다물었다.
진짜 한 대 더 쥐어 박아버릴까 보다.
뒤에서 성문을 지키고 있는 기사들의 시선이 조금 신경 쓰이기는 했지만, 내가 언제부터 그런 걸 따졌다고.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공용 마차에 올라탈 때까지 침묵을 지켰다.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풍요의 신전.”
로안은 마부석과 맞닿아 있는 벽면의 작은 창을 열고 나 대신 목적지를 말한 다음 문을 닫고 내 맞은 편에 앉았다. 그렇게 마차가 출발했고 녀석은 힐끗 내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나쁜 뜻은 없었습니다.”
“나도 알아 임마.”
“…근데 왜 때리셨습니까?”
“재수 없어서.”
“…….”
녀석이 잠깐이지만 불손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으나, 금방 얼굴을 풀었기에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오늘 바로 퇴근하십니까?”
“아니. 다시 돌아갔다가 퇴근할 건데. 왜?”
“아뇨. 단장님께서 돌아가시면 저도 돌아가려고 했습니다.”
“됐네요.”
“크흠, 알겠습니다.”
“…야. 그래도 두 번은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냐?”
“단장님 입 아프시게 뭣 하러 두 번이나 묻습니까?”
“…….”
쓸데없이 나를 생각하는 녀석의 대답에 나는 뭐라 한마디 하려다가 입을 다물어야만 했다.
“도착했군요.”
“그런 거 같네.”
나는 창밖으로 보이는 휘황찬란한 신전의 위용에 조금 감탄했다.
만약 태양궁을 먼저 보지 않았다면 꽤나 놀라지 않았을까.
‘확실히 크기는 진짜 더럽게 크네.’
나는 무슨 올림픽 경기장보다 넓어 보이는 거대한 규모에 혀를 찼다.
우리 쪽으로 전향하러 왔던 심문관 출신이던 아리아가 말했던 것처럼 신전의 높이는 우리 신전이 더 높았지만, 크기 자체는 감히 비교하는 게 미안할 정도로 라피테라의 신전은 어마어마하게 넓었다.
“읏차.”
마차의 문을 열고 내리자, 기도를 위해서인지 뭔지 모를 목적으로 신전을 향하던 수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모여들었다.
나는 익숙한 시선들을 무시하며 마차에 타고 있는 로안에게 손짓했다.
“안 내리고 뭐하냐.”
“…저도 내립니까?”
“그럼. 부단장이 단장을 보필 안 하면 뭘 하려고?”
“아니, 그러면 감시는……?”
“신전에 잠깐 볼일 보고 같이 가.”
“……아까는 안 간다고 하셨잖습니까.”
“맞고 내릴래, 그냥 내릴래?”
“다리에 쥐가 나서…… 지금 내리려던 참이었습니다.”
녀석은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은 채 마차에서 내렸다.
“들어가자. 금방 끝날 테니까. 그리고 여기서 갈아입을 옷도 구하고 말이야.”
“…성기사 갑주라도 착용하실 게 아니라면 그냥 가시죠.”
“어떻게 알았냐? 성기사 갑주 입으려고 했는데. 근데 내 크기에 맞는 게 있으려나?”
“단장님?”
내가 모세의 기적처럼 쫙 갈라진 인파 속에서 계단을 밟아 오르자, 녀석은 당황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며 얼른 옆으로 달려와 붙었다.
“왜.”
“아무리 단장님이시라지만 성기사 갑주를 빌려달라는 말은 절대로 하지 마십시오. 아무리 황태녀 전하의 비호를 받고 계시다지만 신전은 그런 걸 조금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어. 그래. 알겠다.”
“단장님……!!”
“귀 안 먹었다고!!”
“악?!”
나는 혹이 올라온 부분에 다시 감자를 먹였고, 로안은 진짜로 눈물을 터트렸다.
“어휴, 뭔 사내놈이 그거 맞았다고 우냐?”
“저, 저니까 이만큼 버틴 겁니다!!”
“어쭈? 이젠 소리까지 치네?”
“끄으응……!!”
화병 앓는 사람처럼 가슴을 탕탕 두드리는 녀석의 행동에 나는 피식 웃으며 계단을 마저 올랐다.
‘근데 엄청 쑥덕거리네.’
신도나 사제들로 보이는 이들이 아주 뜨거운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며 뭐라뭐라 떠들었는데, 그게 한둘이 아니라 도저히 엿듣는 게 불가능할 정도였다.
“신전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완전히 삐쳐버린 로안과 함께 계단을 끝까지 오르자, 몰링타에서 아가사가 입고 있던 사제복과 비슷한 백의를 걸친 여성이 우리를 반겨왔다.
‘역시 풍요의 사제 인가…….’
우리쪽 신도들도 어디 누구와 비교해도 꿀릴 거 없는 미녀들이었지만, 풍요쪽 성직자들은 수상할 정도로 가슴의 크기가 남달랐다.
진짜 기회만 된다면 풍요쪽 성직자들 몇 명을 모아다가 착유 플레이를 해보고 싶을 정도로.
‘…쓰읍. 바른 생각. 바른 생각!!’
곧 아빠가 될 몸인데 아직도 이런 생각이 먼저 들다니.
나는 스스로 반성하며 사제에게 다가갔다.
“교황님을 만나 뵈러 왔습니다.”
“하하, 물론 청장미 기사단장이신 스미스 경이라면 충분히 그분을 만나 뵐 자격이 있으시지요. 그러나 모든 일에는 절차라는 게 있는 법. 이렇게 갑작스레 요구하시면 조금 곤란하답니다.”
여사제는 무척이나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은근히 두 팔로 자신의 터질 듯한 가슴을 끌어모아 나에게 과시했다.
툭. 툭.
사제를 향해 무어라 하려던 나는 삐쳐서 한마디도 하지 않고 졸졸 따라오던 로안이 옆구리를 쳐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녀석이 기분 나쁘게 까치발까지 들어 내 귀를 붙잡아왔다.
“미치셨습니까?!”
“…내 생각엔 니가 미친 거 같은데?”
참고로 나는 꼬추 달린 놈과 접촉하면 두드러기가 나는 병이 있다.
아마도.
“제가 조금 전에 말씀드리지우으읍?!”
나는 침까지 튀기며 쓸데없는 소리로 내 시간을 잡아먹으려는 로안의 얼굴을 대충 밀어냈다.
그리고 녀석의 침이 묻은 손을 대충 바지에 닦은 다음 한 걸음 더 사제를 향해 다가갔다.
내가 다가섬에 따라 자연스럽게 부각시킨 젖가슴이 내 가슴에 닿아 살짝 뭉그러졌다.
흠칫.
자애로운 미소로 조용히 우리를 지켜보고 있던 사제의 어깨가 미미하게 떨렸고, 나는 밝은 금발 아래에 숨겨져 있던 그녀의 붉어진 귓불을 흘기며 말했다.
“교황님께서 계시긴 합니까?”
“…….”
“사제님?”
“……아!! 네, 네?”
단순히 조금 부끄러워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보아하니 온 신경이 지금 나와 맞닿아 있는 가슴에 집중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 이게 정상적인 반응이지.’
나는 세상 무덤덤하지만, 부끄러워할 때는 또 부끄러워하는 르비엘을 떠올리며 목소리를 조금 더 낮췄다.
“교황님께선 지금 안에 계십니까?”
“그, 그렇습니다…….”
내가 얼굴을 가까이하자, 나를 당당히 바라보던 사제의 시선이 점차 아래를 향했다. 물론, 남다른 가슴 덕에 바닥 대신 본인의 윗가슴 밖에 볼 수 없지만.
스르륵.
“아…….”
내가 손을 뻗어 그녀의 금발을 귀 뒤로 넘겨주자, 사제의 입에서 달콤한 숨결이 삐져나왔다.
참고로 주변의 시선이 불타오르고 있는 건 덤이다.
‘조금 과했나?’
잠깐 고민했지만, 아무렴 상관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나는 사제의 턱을 검지로 가볍게 치켜올린 다음.
입꼬리를 최대한 자연스럽게 끌어올리며 나직이 말했다.
“시스교의 교황이 만나자 한다고 전해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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