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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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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흐으으읍, 흐으으으응!!
닫힌 문 안쪽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억눌린 교성이 잔잔하게 조용한 복도에 퍼져나갔다.
“…저걸 다 직접 만드신 건가요?”
안을 들여다볼 수 있게 문에 나 있는 작은 창을 통에 안을 구경하던 아가사가 묘하게 붉어진 얼굴로 내게 물었다.
“비밀이야. 그보다 탈수로 자칫 죽을지도 모르니까 수시로 들여다보면서 관리 좀 잘 해줘.”
“이쪽에 전문가가 몇 명이나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그런 건 걱정할 필요 없어요.”
“그래그래. 인원 많아서 좋겠다. 그보다 그만 구경하고 올라가면 안 될까?”
“…구경이 아니라 효과가 있을지 잠깐 살펴본 거예요.”
“뭣하면 나중에 체험이라도 시켜줄게.”
“…….”
“……?”
당연히 기겁하며 거절할 줄 알았는데 아가사는 심각하게 고민하는 표정으로 침묵했다.
‘뭐야. 완전 S인 줄 알았는데 M 성향도 있었구나.’
네메아를 그렇게 괴롭힐 땐 언제고 설마 자신이 괴롭힘 당하고 싶어할 줄이야.
나는 예상외의 소득에 만족스러움을 느꼈다.
“뭐……? 서로 교류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수 있는 거잖아요? 직접 체험해 보고 괜찮으면…… 큼! 그건 그때 가서 다시 이야기하도록 해요.”
“그러던가.”
다시 이야기가 나오면 네메아를 데려와서 하루 동안 듬뿍 맛볼 수 있게 배려해줘야겠다.
그렇게 아직 주인이 찾아가지 못한 양구멍 전동 딜도가 달린 구속복으로 길레나를 정성스럽게 속박해준 나는 아가사와 함께 다시 최상층으로 돌아왔다.
“다른 용무라도 남아 있으신가요?”
“용무라고 해야 할까. 혹시 성기사들이 착용하는 갑주 한 세트만 빌려줄 수 있을까?”
“빌려주는 거야 상관없지만……. 어디다 사용하시려고요?”
“우리 부단장이랑 같이 다른 단원들 근무 상태를 점검하러 가려는데 내가 워낙 눈에 띄잖아. 그래서 신분을 좀 숨겨보려고…… 왜 그런 눈으로 보냐?”
나는 고운 이마를 팍! 구기고서 나를 노려보는 아가사의 시선에 아주 살짝 흠칫했다.
“상식적으로 당신 체구에 맞는 갑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내, 내가 뭐 어때서…….”
물론 조금 크기는 하지만, 그래도 누님이나 기에나를 생각해 보면 한 사람 정도는 나와 비슷한 체구가 있지 않을까?
“키는 몰라도 당신 덩치는 이상할 정도거든요?”
“…그렇게 말하면 상처받는다.”
“흥.”
조금 전까지 구속복에 흥미를 가지고 교류를 이어 나가자고 말했으면서…….
“하여튼, 당신에게 빌려줄 수 있는 갑주는 없으니까 꿈 깨세요.”
“느에…….”
“정말이지.”
아가사는 나를 향해 혀를 차더니, 소파에서 일어나 어딘가로 걸어갔다. 그리고 무언가 여닫는 소리가 바쁘게 들려오기를 잠깐.
“자요.”
“……?”
나는 아가사의 손에 들려 있는 새하얀 로브를 멍하니 내려다봤다.
“이거 네메아가 쓰고 다니던 그거 아니야?”
“네. 그거 맞아요.”
시스교로 개종하면서 반납했던 네메아의 로브가 지금 내 눈앞에 다시 나타났다.
“이걸 쓰면 적어도 얼굴은 안 보일 테니까 어지간히 눈에 띄는 행동만 하지 않으면 들킬 일은 없을 거예요.”
“그렇긴 한데…… 좀 찜찜한데.”
라피테라의 상징인 여섯 쌍의 날개가 음각되어 있는데 그걸 시스교의 교황인 내가 둘러쓰다니.
“싫음 말던가.”
“어허! 누가 싫다고 했나? 그냥 좀 찜찜하다고 했지.”
나는 아가사의 손에서 얼른 로브를 빼앗아 대충 코트 위에 둘렀다.
“좀 꽉 끼는데?”
“불평할 거면 내놔요.”
“크흠.”
눈을 게슴츠레 뜨고서 노려보는 아가사의 시선에 나는 로브의 모자 부분을 머리에 눌러썼다.
“어때?”
“…쯧. 쓸데없이 잘생겨서는.”
“뭐라고?”
“아뇨. 아무 말도 안 했어요.”
분명 뭐라 한 거 같은데.
하지만 다시 묻기도 전에 아가사는 다시 어딜 다거니, 작은 손거울을 가지고 돌아와 그걸 나에게 내밀었다.
“어때요.”
“신기하긴 하네.”
손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예전에 네메아가 그러했듯, 정확히 코 위로는 짙은 음영이 드리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검은색 가면이라도 쓴 것처럼.
“…근데 크게 효과는 없을 거 같다.”
“그건 당신이 워낙 개성 넘치니까 그런 거잖아요.”
“음…….”
할 말이 없다.
일단 하관만 드러났지만, 특유의 굵직한 목과 턱선 때문에 남자인 게 바로 티가 났다. 무엇보다 로브로는 내 우월한 체구를 숨기는 게 불가능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민폐 같은데. 꼭 당신이 직접 확인해야 해요?”
“……비밀이야.”
나는 로브를 벗어다가 다시 아가사에게 돌려줬다.
저걸 입어봤자 등 뒤에 음각되어 있는 여섯 쌍의 날개 때문에 시선만 더 끌릴 미래가 훤히 보였기 때문이다.
“내일 이 시간에 올게.”
“가시게요?”
“엉. 빨리 돌고 데리러 가야 할 사람이 있거든.”
“그러세요. 사람 불러줄 테니까 잠깐 기다려요.”
아가사는 통신구를 이용해 사제를 호출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종이 울렸다.
“볼 일 없어도 가끔 찾아와요. 교황끼리 교류하면 좋잖아요.”
“침대에서?”
“……뭐, 그럼 더 좋고.”
“솔직하기는.”
나는 아가사에게 설렁설렁 손을 흔들며 밖으로 나왔다.
“모, 모시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처음 마중 나왔던 여사제를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로안과 합류해 있었다.
“뭐냐. 왜 이렇게 수축해졌냐?”
“…고위 신관들과 성기사 단장이라는 사람들이 찾아와 말을 거는데 제가 어떻게 버티겠습니까?”
“인기 좋네?”
“……!!”
로안이 도끼눈을 뜨더니, 나를 아주 매섭게 노려봤다.
그대로 갈고리 형태로 구부린 손가락으로 콱! 찔러주려다가 귀찮아 질 것 같아 참았다.
“…도대체 뭐하시는 분이십니까?”
“뭐하긴. 너네 단장이지.”
“끄응…….”
로안은 더 물어봤자 본인 속만 타들어간다는 걸 깨달았는지 더 이상 내게 질문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아가사가 내 신분을 떠벌렸을 리는 없을 테고.
내 시선은 자연스럽게 앞을 걷고 있는 여사제에게 향했다.
‘내일 아가사한테 말해줘야겠네.’
다른 건 몰라도 입이 가벼운 여자는 질색이다.
“조심히 돌아가시길…….”
“고마워요.”
“읏….”
마지막으로 여사제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준 다음, 나는 로안과 함께 아래로 내려와 대기하고 있던 공용 마차로 향했다.
“……?”
“왜 그러십니까.”
“아니. 이거 우리 마차 맞냐?”
“예. 1-7호. 우리 마차 맞습니다.”
마차 뒤에 붙어 있는 번호까지 확인하고 돌아온 로안의 확신에 찬 대답에 나는 마부석을 빤히 바라봤다.
“근데 마부가 바뀌었는데?”
“예?”
녀석이 놀란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더니, 얼른 마부석에 앉아 있는 마부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대롭니다만?”
“아냐. 가슴이 조금 더 작아.”
“……?”
“로안아. 찔러버리기 전에 눈 바로 뜨자.”
날 미친놈처럼 바라보던 녀석은 내 경고에 얼른 눈을 내리깔았다.
“일단 타자.”
“…예.”
여전히 미심쩍은 시선을 보내는 녀석의 정강이를 걷어차 주고 싶었지만, 괜히 소란을 일으켜 좋을 게 없었기에 나는 로안과 함께 마차에 올라탔다.
“…진짜 마부가 바뀌었습니까?”
“그렇다니까. 앞에 신전이 있긴 한데…… 뭐, 자세한 건 모르겠고. 바뀐 건 확실해.”
본래 꽉 찬 C컵의 볼륨이었는데, 신전에서 볼일을 마치고 나왔더니 풍선에 바람이 빠진 것마냥 볼륨이 줄어들어 있었다.
“…그럼 내려야 하는 거 아닙니까?”
“왜. 내가 착각했을지도 모르잖냐?”
“솔직히 믿기 어려운 근거이긴 합니다만…… 단장님께서 말씀하시니까 묘하게 설득력이 생겨서 저도 혼란스럽습니다.”
“묘하게는 뭐냐. 믿으려면 확실하게 믿을 것이지.”
나는 언짢은 눈으로 녀석을 잠깐 노려본 다음, 자리에서 일어나 마부석과 닿아있는 벽의 작은 창을 열었다.
“천천히 제도 한 바퀴 돌다가 황성으로 가주게.”
“알겠습니다.”
마부가 가볍게 고삐를 당겼고,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에 나는 창을 닫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뭐, 끽해야 납치밖에 더 당하겠냐? 너도 남자고 나도 남잔데.”
“……지금이라도 내리면 안 되겠습니까?”
“어. 안 돼.”
“끄응…….”
로안은 몹시 불안한 얼굴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 바깥 풍경을 바라봤다.
“걱정 마라. 무슨 일 생겨도 내가 너 하나 못 챙기겠냐?”
“…혹시라도 무슨 일 생기면 평생 저주할 겁니다.”
구해주려던 마음도 싹 사라지게 만들어 버리네.
진짜 말 잘 듣고 능력만 없었으면 확 내다 버리는 건데.
나는 더 이상 도박을 즐길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해하고 있는 로안에게 완전히 신경 끈 다음 조금 더 편하게 의자에 몸을 기댔다.
‘내가 가슴을 잘못 봤을 리는 없고, 그러면 진짜 마부가 바뀌었단 소린데…….’
지금 시점에서 나를 노릴 만한 동기를 가진 세력은 누이트교가 유일했다.
신성력이 조금 간당간당하긴 하지만, 오일막 자체가 워낙 가성비가 좋았기에 크게 걱정은 되지 않았다.
‘이참에 진짜 납치당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말이지.’
게다가 납치당한 장소가 여태껏 한 번도 들어 난 적 없다는 놈들의 본거지라면 더더욱 좋을 거 같다.
드르륵.
“……?”
“……?”
마부석과 닿은 창문이 열리자, 나와 로안의 시선이 동시에 열린 창문으로 향했다.
푸화악──!!
동시에 열린 창문을 통해 알 수 없는 분홍색 가루가 잔뜩 들어와 순식간에 앞조차 볼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콜록, 콜록! 다, 단장…….”
기침을 토하며 나를 부르던 로안의 말이 도중에 끊어지더니, 무언가 바닥에 쓰러지는 소리가 뒤를 이어 들려왔다.
‘수면제? 뭐 그런 종류인 모양이네.’
여러모로 평범함의 범주에서 벗어났기에 나는 숨을 참은 상태로도 상황을 분석할 정도로 상당히 여유로울 수 있었다.
‘그냥 내려주고 혼자 탈 걸 그랬나.’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분홍 가루 속에서 뒤늦게 로안의 존재가 아주, 아주 살짝 걱정되기 시작한 바로 그때였다.
우우웅──!!
‘……?’
내 가슴팍에서 방대한 마력과 함께 붉은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에 빛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가슴팍을 열었고,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케르낙스!!’
바로 비젤린님께서 내게 준 목걸이가 빛나고 있었던 것이다.
빛과 함께 뿜어져 나온 방대한 마력이 점차 내 몸을 감싸는 게 느껴졌고, 나는 혼란하면서 기쁘고, 또 걱정스러운 동시에 바닥에 쓰러져 있을 로안이 순간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뭐, 괜찮겠지……?’
어차피 잠들어서 내가 사라진 것도 모를 테고.
‘우리 겨울이 얼굴만 보고 구하러 갈 테니까 좀만 고생하자!!’
나는 완전히 나를 집어삼킨 마력에 그대로 몸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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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건 줘!!
사랑하는 아내가 먼저입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