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679화 (679/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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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감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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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자, 잠깐……!!”

내가 주먹을 쥐고 다가가자, 어째선지 멀쩡하게 출근한 우리 부단장께서 다급히 뒤로 물러났다.

“잠깐은 반말이고.”

“제가 다 설명하겠습니다!!”

한 걸음을 더 내딛기도 전에 녀석의 두 무릎은 빛의 속도로 바닥에 닿았다.

“…….”

“…….”

기분 나쁠 정도로 다소곳하게 무릎 꿇은 허벅지 위에 양손을 얹고 간절한 시선을 보내오는 녀석.

‘그래. 좋은 날에 주먹부터 써선 안 되지.’

나는 아침에 보았던 사랑스럽고 귀엽고 천사 같은 겨울이의 얼굴을 떠올렸고.

‘아니, 근데 이 새끼가 멀쩡했으면 오늘 출근 안 해도 됐던 거잖아?’

화가 가라앉긴커녕 더더욱 놈의 정수리에 주먹을 쥐어박고 싶어졌다.

‘쓰읍……. 진정하자. 좋게 생각하자. 좋게. 덕분에 더 빨리 퇴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자고.’

나는 스스로와의 갈등 끝에 주먹을 펴고 등을 돌렸다.

“집무실로 올라가자.”

“……예!!”

살았다! 라는 환희의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녀석의 외침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

“단장…… 읍?!”

“쉿.”

집무실의 문을 열자, 내 의자에 앉은 그대로 책상에 엎드려 잠든 시스의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잠깐 기다려라.”

“…….”

고개를 끄덕이는 녀석의 입에서 손을 뗀 나는 조용히 안으로 들어가 걸치고 있던 코트를 벗어 잠든 시스의 어깨 위에 덮어주었다.

‘아니, 인형은 잠 같은 거 안 잔다더니…….’

누가 봐도 잠든 모습에 나는 괜히 미안함이 들어, 흘러내린 시스의 머리칼을 가지런히 정리해준 다음 집무실을 나왔다.

“아래로 가자.”

“옙…….”

뭔가 이상한 사람을 쳐다보는 눈으로 날 바라봤지만, 조금 전에 머리통이 깨질 위기를 겪어서 그런지 녀석은 토 달지 않고 앞장서서 휴게실로 나를 안내했다.

“그래서.”

햇볕이 잘 드는 자리에 각자 의자를 끌고 와 앉은 나와 로안.

“어떻게 된 건데?”

“우선, 이야기를 듣고 화내지 않으시겠다고…… 아니, 팔 하나랑 다리 하나만 멀쩡히 남겨주시겠다고 약속해주십시오.”

팔 하나에 다리 하나.

그 말을 듣자 놀랍게도 나는 녀석이 왜 팔과 다리 하나씩은 꼭 남겨달라 이야기했는지에 대한 이유가 먼저 떠올랐다.

“이 미친 도박 중독자 새끼.”

“크흠…….”

내 추측이 사실임을 증명하듯.

녀석은 금방 헛기침을 토하며 내 시선을 피했다.

‘이게 광기지. 다른 게 광긴가?’

나는 살짝 질린 표정으로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알겠으니까 설명이나 좀 해봐.”

“예……. 그런데 사실 뭐 별거 없습니다.”

그렇게 시작되는 부단장의 파란만장 탈출 서사.

“마차에서 정신을 잃고 눈을 떴는데 피로 추측되는 빨간색으로 마법진이 잔뜩 그려진 방이었습니다.”

피로 그려진 마법진이라면 누이트가 확실했다.

“그리고 보기에도 칙칙한 로브를 뒤집어쓴 여자들이 여럿 저를 둘러싸고 있더군요. 여자란 건 목소리 듣고 알았습니다.”

“남자는 없었고?”

“그것까지는 모르겠습니다. 숫자도 꽤 됐고, 로브를 두르고 있어서 누가 입을 열었는지 구분이 잘 안 가더군요.”

“계속.”

고개를 끄덕이자, 로안은 목을 가다듬고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음, 일단 이런저런 말을 하긴 했지만, 결론은 원래 그자들이 노리던 목표는 제가 아니라 단장님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거야 그렇겠지.”

“그래서 그런지 분위기가 아주 흉흉하더군요. 보기에도 날카로워 보이는 단검으로 내 목을 겨누며 묻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으면 끔찍한 지옥을 맛보여주겠다고 했었습니다.”

“그래……?”

“예.”

누이트교는 사교였고, 비교적 온화했던 페트미라와 달리 살인도 서슴치 않고 저지르는 진짜 사악한 놈들의 집단이었기에 로안이 당했다는 협박 자체는 크게 이상할 게 없었다.

‘문제는 놈들에게는 정신 세뇌가 있었을 텐데 굳이 협박을 했다는 점인데 말이지…….’

아니면 세뇌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자가 그 자리에 없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다음이 핵심이긴 합니다만, 일단 로샨테 울나르와 관련된 일들을 묻더군요. 그 일을 단장님께서 주도하셨는지, 누구의 도움이 있었는지…… 뭐 이런 것들을 물었습니다.”

“그리고 솔직하게 다 대답했다?”

“……예.”

녀석은 얼른 눈을 내리깔았다.

‘뭐, 멀쩡할 때부터 대충 예상은 했지만.’

게다가 딱히 화를 낼 부분도 아니었다.

내 주변 관계를 알면 알아갈수록 오히려 내게 더 손을 쓰기 어렵다고 판단하게 될 테니 말이다.

“어디까지 말했는데?”

“단장님께서 주도하셨고, 황태녀님께서 도와주신 것까지 밝혔습니다.”

“알고 있는 부분은 다 말했단 소리네.”

“그렇, 습니다.”

“뭐, 잘했다.”

어차피 가장 중요한 길레나에 대한 건 로안을 내보내고 대화를 나눴기 때문에 사실 녀석이 뭘 말해도 문제 될 건 없었다.

왜냐면 르비엘이 내게 첫눈에 반했다는 소식은 이미 제도 전체에 퍼진지 오래였으니까.

“그게 끝?”

“황성 내에서 단장님과 친분이 깊은 자들은 누구인지, 밤의 요름은 왜 나오지 않게 된 건지…… 그 정도를 물었습니다.”

“그래서 시원하게 다 불었고?”

“예…….”

이번에야 말로 진짜 한 대 맞는 건가? 라는 얼굴을 하고 있는 녀석을 빤히 바라보며 나는 의자의 팔걸이에 손을 얹어 턱을 괴었다.

“근데 용케도 네 말을 믿어준 모양이다?”

“…….”

그런데 갑자기 녀석이 눈알을 굴려 내 시선을 피했다.

“로안아.”

“예?”

나는 웃으며 주먹을 살짝 들어 보였다.

“…….”

우리 부단장께선 소리 없이 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진실의 수정인가 뭔가로 일단 제 말이 진실이라는 게 판명나긴 했습니다만…….”

“다만?”

“이대로는 절 풀어줄 수 없다면서 밤의 어머니인지 뭔지……. 아무튼, 신앙심을 심어줘야 한다고 저들끼리 떠들기에…….”

“떠들기에?”

“…단장님 욕을 했습니다!!”

조금 전에도 느꼈지만, 우리 부단장은 무릎 꿇기가 아무래도 적성에 맞는 모양이다. 어쩜 저렇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을 수 있는 건지.

“내 욕을 하셨다?”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녀석이 부릅뜬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그, 뭐라고 했는데?”

“일이란 일은 모두 제게 떠넘기고, 참견은 또 무지막지하게 하시는 데다가, 틈만 나면 머리를 때리거나 정강이를 걷어차는 걸로도 모자라서 진심 어린 충언을 올려도 들은 척 만척하는 안하무인이라고…….”

거짓 하나 섞이지 않은 팩트라는 사실에 나는 차마 로안 녀석에게 뭐라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제 악의가 엄청나다면서 그냥 풀어줄 테니 정보원 역할을 요구했습니다.”

“그걸 받아들였고?”

“……예.”

조금만 더 가벼운 상황이었으면 그냥 머리를 쥐어박았을 테지만, 녀석이 납치당한 건 순전히 내 책임이었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잘했다. 그리고 무사해서 다행이고, 역으로 정보를 얻을 수도 있게 됐단 소리잖냐?”

“납치당했던 장소는 모릅니다. 내보내 줄 때도 눈을 가리고 내보내서. 대신 일주일 후에 제 저택에서 접선하기로 했습니다.”

“일주일?”

“예. 준비만 철저히 한다면 크게 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녀석은 도박 중독이라는 사실만 제외하면 진짜 유능한 놈이 맞는 것 같다.

【사원 서민수.】

‘어? 깼어?’

놈과 대화하던 중에 시스의 청아한 음색이 머리에 울려 퍼지면서 정신을 맑게 만들었다.

【당신 부관을 데리고 집무실로 올라오십시오.】

‘엉? 어, 그래.’

우리 부단장은 왜 데려오라는 건진 모르겠지만, 시스의 말은 절대적이었기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생했다. 일단 올라가자.”

“…벌써 일 시키시려는 겁니까?”

“시끄럽고 올라와 임마.”

“……예에.”

머리통 안 깨진 거에 감사할 때는 언제고, 벌써 투덜거리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조만간 목검 마사지를 다시 한번 해줘야 할 것 같다.

달칵.

집무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내 코트를 어깨에 걸친 시스가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큼지막한 자기를 두 손으로 쥔 채 문 옆에 딱 붙어 서 있었다.

‘……?’

뭘 하려는 건진 모르겠지만, 바로 뒤에 로안이 서 있었기에 나는 집무실 안으로 걸음을 계속 옮겼고, 로안이 내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온 바로 그 순간.

파앙──!!

“……?”

시스가 두 손으로 쥐고 있던 자기를 로안의 뒤통수에 내려쳐 버렸다.

당연히 자기는 시원스럽게 깨졌고.

움찔, 움찔…….

로안의 대가리도 깨진 것처럼 보였다.

“시스야?”

“오염됐습니다.”

“…오염?”

시스는 대답하지 않고 귀엽게 하품하더니,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내 책상 앞 의자에 털썩 앉았다.

‘오염됐다고?’

별다른 낌새는 느끼지 못했지만, 시스가 괜히 그런 말을 했을 리는 없기에 나는 게거품을 문 채 눈을 까뒤집은 로안의 대가리에 불기둥을 가져댔다.

‘……!!’

그리고 시스의 말대로 녀석의 머리 깊숙한 곳에 누이트의 신성 조각을 발견해 낼 수 있었다.

숨겨져 있긴 했지만, 말 그대로 조각에 불과했기에 어렵지 않게 흡수를 마친 나는 불기둥을 꺼트렸다.

“에라이 자식아.”

어쩐지 납치당한 놈치고 너무 멀쩡하게 풀려났더라니.

나는 기절한 놈의 머리에 감자를 하나 더 먹여주려다가 그냥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런데 그냥 나한테 말하면 됐을 텐데. 작기로 머리는 왜 친 거야?”

“정화 의식입니다.”

“……?”

“정화 의식입니다.”

시스가 두 번 말했다.

“정화 의식이었구나.”

“정화 의식이었습니다.”

나는 진지하게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지른 게 없는지 깊은 고민에 빠져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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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정화 의식입니다(정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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