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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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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얼굴을 맞고 바닥을 굴렀지만,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다.
맞은 부위도 아프기보다는 그냥 묘하게 기분이 나빴을 뿐이고.
‘…뭐지.’
문을 열고 저 누군지 모를 누님이 휘두른 꼬리에 맞아 굴러떨어진 것까지는 이해했다. 그래서 일단 누군지부터 물어보려고 했는데 나는 정체불명의 누님에 맞은편에 창백한 얼굴로 눈을 감은 채 벌벌 떨고 있는 멜버른 경을 뒤늦게 발견하곤 다시 입을 다물어야 했다.
‘공손하게…… 최대한 공손하게…….’
딱 봐도 타이트한 정장 셔츠를 입고 있는데도 압도적인 젖가슴의 크기로 보아 상당한 강자가 분명했다. 물론, 그게 아니더라도 멜버른 경이 저토록 겁을 먹고 떠는 것만으로 저 누님이 심상치 않은 사람이라는 건 충분히 파악이 가능했다.
생각의 정리를 끝낸 나는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털었다. 그리고 마차로 다가가지 않고 일어난 그 자리에서 이름 모를 누님을 향해 물었다.
“죄송하게도 제가 식견이 짧아 눈앞에 계신 분이 누구신지 알지 못합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네 주인이었던 여자.”
“……네?”
순간 잘 못 들은 건가 싶어 나도 모르게 되물었지만, 냐호처럼 머리 위에 잿빛 털로 뒤덮인 짐승 귀를 단 누님께선 두 번 대꾸해주지 않으셨다.
“저, 그…… 혹시, 타도 되겠습니까?”
“지린내랑 발정 난 암컷 냄새부터 지운다면.”
그제야 나는 문을 염과 동시에 꼬리에 얼굴을 얻어맞으며 바닥을 굴러야 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후각이 예민하신가 보네.’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손수건은 두세 장 가지고 다니지만, 청결 스크롤까지 챙겨 다니진 않기에 나는 얼른 계단을 밟아 다시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가장 가까이 있는 사제를 붙잡고 정화를 부탁했다.
무척 당황하긴 했지만, 어려운 부탁은 아니었기에 사제는 금방 내 몸에 정화를 걸어 주었고, 감사의 의미로 찐한 포옹을 남겨준 다음 다시 내려왔다.
“이제 타도 되겠습니까?”
살랑──
입구를 가로막고 있던 복슬복슬한 꼬리가 옆으로 비켜섰다.
혹시라도 마음이 변할까 봐 나는 얼른 마차에 올라타 문을 닫았다.
‘…누님보다 크다고?’
겁에 질린 멜버른 경의 옆에 앉아 정면으로 마주 본 이름 모를 누님은 놀랍게도 앉은키가 나보다 주먹 하나만큼 더 컸다.
그렇다고 하체보다 상체가 긴 것도 아니었고, 다리는 다리대로 길쭉해서 다리를 교차로 꼬고 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요염──
챱!!
“…….”
다시 한번 얼굴을 강타한 복슬복슬한 꼬리.
한 번 더 말하지만, 꼬리가 무척이나 복슬복슬해서 아프진 않았다. 단지 기분이 묘하게 불쾌할 뿐.
“얼굴도 아니고 기분 더럽게 가슴을 뭘 그리 빤히 바라보는 거지?”
“……죄송합니다.”
이상하다. 분명 허벅지를 보고 있었던 것 같지만, 가슴을 빤히 바라본 것도 사실이었기에 일단 사과부터 했다.
“머리와 눈이 검은 걸 제외하면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군.”
“……?”
“한 대 더 맞고 싶지 않으면 그만 출발시켜라.”
“……??”
밑도 끝도 없이 본인 하고 싶은 말만 내뱉는 정체불명의 누님.
그래도 르비엘은 말하면 듣기도 하고 대꾸도 해주는데 저 누님은 일단 꼬리부터 들어 올려 내 얼굴을 후려치려고 했다.
“…죄송한데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비젤린의 저택.”
누군진 몰라도 일단 최대한 비위를 맞춰주려던 생각이 방금 전 대답으로 완전히 뒤집혔다.
주르륵.
옆에 멜버른 경이 있는 게 조금 거슬렸지만, 더 망설일 것도 없이 일단 온몸을 오일로 뒤덮었다.
비젤린님의 저택엔 시란도 있고 다른 아내들도 있기에 가장 안전한 장소임과 동시에 겨울이를 위해 가장 노출되어선 안 되는 장소이기도 했다.
“제가 목적이라면 그냥 데려가시죠.”
“미쳤나 이게.”
정체불명의 누님이 노골적으로 이마를 찌푸리며 경멸의 시선을 보내왔다.
‘어라……?’
내가 목적이 아니라고?
이곳에 와서 처음 겪어보는 종류의 시선에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왜냐면 보름달처럼 반짝이는 금색 눈동자 속에 담긴 경멸은 연기가 아니라 진짜였기 때문이다.
“죄송한데……. 정확히 누구신지, 방문 목적이 뭔지 여쭤도 되게에에엑──?!”
거대한 꼬리가 순식간에 내 허리를 휘감았다. 그것도 뱃가죽 안에 들어 있는 소중한 장기를 다 터트려 버릴 기세로.
‘뒤, 뒤진다아……!!’
이런 물리력에 대항하기 위해 찝찝해지는 걸 인내하고 온몸을 오일로 뒤덮었다. 하지만 당장 숨이 넘어가는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옷 재질이 너무 좋아 오일이 스며들지 않고 그냥 아래로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는 걸 말이다.
“이 빌어먹을 것들이…….”
게다가 뭔진 몰라도 이름 모를 누님께서 갑자기 화가 단단히 나신 듯 목소리가 아주 살벌해졌다.
콰앙──!!
묵직한 소리와 함께 마차의 문이 사라졌다.
부서지거나 떨어져 나간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으브브브브브븝!!”
정말 오랜만에 하늘을 나는 체험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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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에에에엑…….”
농담이 아니라 오일막을 두르지 않았다면 바람에 얼굴 가죽이 다 벗겨졌을지도 모른다.
“나약한 놈.”
왜냐면 방금 나보고 나약하다 말한 무식한 누님이 마차 문을 없애고 저택 철문 앞에 날 던져 놓기까지, 내 폐에 들어간 공기가 절반이 채 비명으로 바뀌기 전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끼이익.
범상치 않은 누님이 잿빛 털이 복슬복슬한 꼬리를 살랑이며 철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우웁…… 어후, 미친… 이게 뭔 일이냐고….”
아침에 먹은 게 자꾸 올라오려 했지만, 억지로 삼킨 다음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누군지 모를 강한 누님의 뒤를 쫓았다.
“하, 그래. 그렇게 나오겠다 이거냐.”
“……?”
현관문 앞에 멈춰선 누님은 갑자기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코웃음 치더니, 이내 다시 입을 다물고 현관문을 정중하게 두들겼다.
거기서 나는 약간의 안도감을 느꼈다.
달칵.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좌우로 활짝 열렸다.
“뭐야. 우리 애를 왜 개떡으로 만들어서 데려왔어?”
“더럽게 답답하고 불쾌해서.”
“……?”
어쩐 일인지 마중을 나온 비젤린님께서 누군지 모를 누님의 대답에 고개를 살짝 갸우뚱 기울였다.
“뭐, 아무튼 들어와. 그리고 스미스야. 너는 좀 씻어야겠다.”
이름 모를 누님이 먼저 안으로 들어갔고, 동시에 비젤린님의 손에서 산뜻한 바람이 불어와 내 몸을 휘감았다.
‘아아…… 마법 최고….’
청결 스크롤을 사용할 때보다 배는 상쾌한 바람에 울렁거리던 속까지 진정되는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숨 쉬는 것보다 쉬운 걸 가지고 감사는 무슨.”
비젤린님이 피식 웃으며 뒤돌아 섰고, 나는 현관문을 닫아 얼른 비젤린님 옆에 찰싹 붙었다.
“뭐야. 오늘은 머리 쓰다듬는 거 금지다?”
“아, 예.”
그런 게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하려 했지만, 비젤린님의 시선 역시 진지했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근데 어쩌다가 만났대?”
“…신전에 볼일 보고 나왔더니 마차에 타고 계시던데요?”
“아, 오던 길에 만났구나.”
“만난 게 아니고 납치당했다니까요?”
“그래그래.”
키가 한참이나 작은 비젤린님은 다 이해한다는 얼굴로 내 엉덩이를 토닥였다.
‘일단 비젤린님 지인인 거 같아서 이제야 마음이 좀 놓이네.’
힘이 잔뜩 들어간 어깨를 조금 느슨하게 푼 다음, 비젤린님을 공주님처럼 번쩍 안아 들었다.
“뭐야. 또 뭐 부탁하려고?”
머리를 쓰다듬 받는 것 다음으로 좋아하는 자세에 비젤린님은 안긴 그 자세 그대로 팔짱을 끼며 나를 빤히 바라봤다.
“부탁이 아니라요. 저랑 같이 오신 분이 누구신지 좀 알려주시면 안 됩니까? 마차에 탔을 때부터 물어봤는데 꼬리로 얼굴만 왕창 얻어맞았거든요.”
“…뭐야. 누군지 몰라?”
“놀랍게도 누구신지 모릅니다.”
“분명 어제 말할 거라고 했는데.”
비젤린님이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시더니.
“아, 그래서──”
“끝났다.”
계단에 서 있는데 먼저 들어갔던 이름 모를 누님이 계단 아래로 다시 내려왔다. 그리고.
“어떻게 이런 놈한테서 그런 귀여운 아이가 태어난 건지 이해를 못하겠군.”
여전히 경멸과 못마땅한 시선으로 내 얼굴을 한 번 크게 훑고는 바람처럼 스쳐 지나 가버렸다.
‘…진짜 뭐지?’
주관적으로도 잘생긴 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렇지만 이곳에 와서 이토록 무시당하고 경멸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일까.
“누굽니까. 저 사람?”
이토록 누군가를 괴롭히고 싶단 욕구가 끓어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왜. 그때 저녁 시간에 시란이 말했었잖아.”
“시란이요?”
“그래. 아직 위로 언니들 있다고 말이야.”
“어……, 그럼?”
비젤린님이 고개를 끄덕이셨다.
“우리 첫째 언니란다.”
“허어……?”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그리고 모험가 길드 마스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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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어째서...? 왜...? 다들 얌전히 잘 있는 우리 '엘'을 모함하시는 것입니깟..?
+모험가 길드 마스터의 인상착의는 정말정말 오래된 극 초반.
아르델이 아르델라에게 모험가 길드를 건들면 늑대한테 물린다고 서술된 적이 있습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