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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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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장인어른의 둘째 딸이자, 신전 세력 다음으로 영향력이 강한 모험가 길드의 마스터.
그리고 십 마성의 첫 번째 별.
“턱 빠지겠네.”
“어읍…….”
너무 놀라 떡 벌어진 내 턱을 비젤린님께서 조심조심 아래에서 위로 받쳐 올려주셨다.
“진짜 몰랐어?”
“네. 진짜 몰랐습니다.”
“몰링타에서 접수원 생활을 4년이나 했는데도 모른다니. 그건 그거대로 놀랍다.”
“그땐 먹고살기 바빴거든요?”
“하긴, 내가 가져다주는 은화 몇 푼에 신나 하던 때긴 하지. 그때가 참 순둥순둥하고 귀여웠는데 말이야.”
비젤린님이 작은 손으로 내 뺨을 콕콕 찌르며 피식 웃으셨다.
“근데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겨울이한테 축복 좀 내려주라고 불렀어.”
“축복이요?”
“응. 사실 축복이라기 보다는 영역 표시에 가깝지만.”
“…….”
“스미스야.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니까 우리 눈 예쁘게 뜰까? 찔러버리기 전에.”
“커흠! 커흐음!!”
작지만 방대한 마력으로 만든 구체를 둥둥 띄워 보이는 비젤린님의 위협적인 행동에 나는 얼른 순한 양으로 빙의했다.
“그래서 그 축복이라는 건 뭐고, 어떻게 진행되는 겁니까?”
“거창한 건 아니고, 둘째 언니 피를 이유식이나 모유 같은 거에 섞어 먹이는 거야. 그러면 몬스터는 물론이고 마물이나 짐승들이 겁을 먹고 도망쳐. 게다가 둘째 언니를 알고 있는 힘 좀 쓴다는 녀석들은 아예 접근조차 안 할걸?”
“…왜 영역 표에 가깝다고 말씀하셨는지 이해가 가네요.”
“그렇지?”
나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비젤린님을 조심히 계단에 내려드렸다.
“그래서 올라갔다가 금방 내려오신거군요?”
“그렇지. 그냥 피 한 방울 떨어트려 주면 끝이니까. 아무튼, 재밌는 구경하고 싶으면 얼른 올라갔다가 내려와.”
“재밌는 구경이요?”
“어. 재밌는 구경.”
비젤린님은 그 재미난 일에 대해 알고 계시기 때문일까.
혼자서 작게 키득거리시더니, 내 엉덩이를 다시 한번 토닥이시고는 아래로 내려가셨다.
‘…첫인상부터 망해버렸네.’
하지만 관계야 차차 개선해 나가면 될 일이었기에 나는 비젤린님의 말대로 얼른 계단을 올라 침실로 들어갔다.
“케르낙…… 스…?”
침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침대에 앉아 겨울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케르낙스의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스미스.”
통통한 뺨을 우물거리며 젖을 빨고 있는 겨울이의 등을 토닥이며 케르낙스가 나를 향해 살포시 미소 지었다.
그 눈부시고 사랑스러운 미소에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크흠.”
가까스로 입꼬리에 힘을 준 나는 침대로 다가가며 물었다.
“냐호는 왜 저래?”
양손을 가지런히 배 위에 올려둔 자세로 소파에 누워 있는 냐호는 마치 죽은 사람처럼 보였다.
“그게…….”
케르낙스가 어색하게 웃으며 겨울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레이벨님의 얼굴을 보더니, 그대로 기절해버리더군.”
장인어른의 둘째 딸이자, 내 얼굴을 마구 때리셨던 누님의 이름은 레이벨인 듯하다.
“그러고 보니 평소보다 얼굴이 하얗네.”
같은 수인이니까 뭔가 알고 있을 것 같다고는 생각했는데 단순히 알고 있는 정도가 아닌 모양이다.
“아, 참고로 오기 전에 신전에서 정화 받고 왔다? 아래에서 비젤린님이 청결 마법도 써주셨고.”
“냄새를 맡으면 그 정도는 안다.”
케르낙스가 작게 웃었고, 나는 머쓱함에 뺨을 긁적이다가 침대에 걸터앉았다.
쯉쯉쯉.
작은 입을 열심히 오물거리는 게 어쩜 이리도 사랑스럽고 귀여운지.
‘근데 아빠보다 밥이 먼저인 건 조금 시무룩할지도…….’
아빠가 온 것도 모르고 열심히 젖을 빨고 있는 겨울이의 사랑스러운 뺨을 살짝 찔러볼까도 생각했지만, 괜히 놀라게 했다가 케르낙스에게 등짝을 맞을 것 같아 그만두기로 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시란이랑 누님이야 원래 저녁 전까지는 잘 안 보이는 사람들이니 그러려니 할 수 있지만, 기에나랑 베네오가 지금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은 건 조금 궁금했다.
“아래에 없나?”
“없던데?”
나와 케르낙스는 동시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스는?”
“시스님이라면 욕탕에 계실 거다. 혼자 조용히 생각하실 게 있으시다고 하시더군.”
“그렇구만.”
나는 케르낙스의 이마와 입술에 애정을 가득 담아 입술을 맞춘 다음, 조용히 갈아입을 옷을 챙겨 옆방으로 이동했다.
“내가 이럴 줄 알았지.”
마지막으로 보이지 않았던 한 사람.
가벼운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나는 이불을 걷어차고서 배를 벅벅 긁고 있는 시론에게 다가갔다.
“시론아? 곧 점심이야.”
“으응~”
“어이쿠.”
배를 긁던 손까지 뻗어 내 목을 끌어안더니, 그대로 힘을 주어 나를 침대에 끌어들이는 시론의 행동에 나는 순순히 침대에 올라 따끈따끈한 시론을 품에 꼭 안아주었다.
“우으응~”
그러자 두 다리로 내 허리까지 꼭 감싸더니, 목덜미에 얼굴을 묻어왔다.
시란의 아침 단련이 사라진 후로 시론은 보시다시피 이렇게 종종 늦잠을 자고는 했다.
“읏차.”
나는 코알라처럼 품에 안긴 시론이 넘어가지 않도록 등을 받치고 몸을 일으켜 바로 앉았다.
“…일찍 왔네?”
“응. 겨울이랑 우리 시론 보려고 일찍 왔지.”
“흥…….”
귀여운 콧방귀를 뀐 시론은 고개를 들어 가늘게 뜬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봤다.
쪽.
“…이번만 속아주는 거야.”
그리고 늘 그래왔듯이 가벼운 입맞춤 한 번으로 입꼬리가 사르르 녹아내렸다.
“케르낙스도 이젠 일찍 일어나는데. 우리 시론도 이젠 부지런해져야지?”
“몰라…….”
품에서 내려온 시론의 탐스러운 엉덩이를 살살 두드려주자, 그게 또 기분이 좋은지 슬쩍 나를 향해 엉덩이를 내밀며 시론이 작게 중얼거렸다.
“언니 잠이 다 나한테 옮겨 왔나 봐. 요즘 부쩍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더라.”
“어디 아픈 덴 없고?”
“응. 그냥 너무 안 움직여서 그런가 봐.”
그리 대답한 시론은 두 팔을 위로 쭉 뻗어 시원하게 기지개를 켰다.
“가서 씻고 나와. 간단히 먹을 거 준비해 놓을 테니까.”
“빨리 씻고 우리 겨울이랑 놀아줘야지~”
시론은 얼른 갈아입을 속옷을 챙겨 방을 나가버렸다.
“근데 마대륙에서 돌아왔더니, 겨울이가 나보다 다른 아내들을 더 좋아하는 건 아니겠지?”
물론, 서로 사이가 좋은 건 대환영이다.
하지만 아무리 사랑하는 아내들이라지만, 겨울이의 최애를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케르낙스는 예외.’
그렇게 혼자 시답잖은 생각을 하며 방을 나온 나는 아래로 내려와 부엌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조금 전 침실에서 보았던 것과 살짝 다른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걸레질하던 도중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기에나가 식탁에 머리를 박은 자세로 엎어져 있었다.
다가가 확인해 본 결과 다행히 호흡과 맥박 모두 일정했다.
‘설마…….’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주방에 고개를 슬쩍 들이밀자, 아니나 다를까.
나는 총이라도 맞은 사람처럼 냉장고에 등을 기댄 자세로 쓰러져 있는 베네오에게 다가갔다.
“베네오? 괜찮아?”
“으읏……?”
악몽을 꾸고 있는 듯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를 구기고 있던 베네오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려왔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아무리 이름을 부르고 흔들어도 좀처럼 일어나지 못하는 베네오를 안아다가 우선은 기에나의 옆에 눕혀주었다.
‘도대체 뭐지……?’
원인이라고 한다면 갑작스럽게 찾아왔다가 바람처럼 떠나버린 레이벨이라고 하는 누님이 원인일 것이다.
문제는 직접 얼굴을 마주친 냐호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지만, 부엌과 주방에 있던 저 둘은 어째서 정신을 잃은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시론은 또 멀쩡하고…….’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누님이랑 네메아도 어디서 기절해 있는 건 아니겠지?”
내가 말하고도 피식 웃음이 나왔지만, 끙끙거리는 기에나와 베네오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이상하게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들기 시작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시스야 조금 전에 시론이 들어갔으니, 혹시 기절했더라도 시론이 챙겨줄 거고…….’
일단 집에 있을지 모를 누님과 네메아를 찾기 위해 부엌을 나서던 바로 그때였다.
“스미스야.”
“넹?”
현관 쪽에서 걸어오시던 비젤린님이 특유의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은 채 나에게 다가오라 손짓하셨다.
“기에나랑 베네오가 기절해 있었는데 혹시 레이벨님이 원인입니까?”
“응? 아, 그래. 걔네 둘은 요정이랑 엘프였지. 그건 조금 있다가 설명해 줄 테니까 얼른 가자.”
“아니, 그, 어딜……?”
마법사인 만큼 근력이 몹시 약한 비젤린님이었기에 거부하려면 충분히 거부할 수 있었지만, 상황 설명을 제대로 듣기 위해서 일단 비젤린님의 작은 손에 이끌려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하아, 어떻게 딸을 가진 부모가 됐는데 철이 들긴커녕 더 망나니가 된 건지…….”
철문 앞에 서서 소리치고 계시는 레이벨 누님과 그 앞에 나란히 무릎 꿇고 앉아 두 손을 머리 위로 바짝 들고 있는 시란과 누님.
“어때. 재밌지?”
“…….”
손으로 입을 가리며 쿡쿡 웃으시는 비젤린님과 다르게 나는 조금도 웃을 수가 없었다.
언제나 당당하고 그 누구에게도 질 것 같지 않았던 시란이 무릎 꿇고 벌을 서다니.
‘일단 머리부터 박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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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는 베네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