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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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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비젤린님.”
“으응……?”
비젤린님의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위태로운 자세로 침대에 뻗어 있던 비젤린님께서 입에 물고 있는 제 머리칼을 오물거리며 고개를 살짝 들어 올리셨다.
“벌써 점심입니다. 언제까지 주무시려고 그러세요? 그리고 머리카락은 먹는 거 아니니까 뱉으시고.”
“브에…….”
다가가 입에 물린 머리칼을 살짝 당겼고 다행히 잠에서 깬 비젤린님은 순순히 물고 있던 본인의 머리칼을 뱉어내셨다.
“끄으으읏~!! 타하~”
성인이지만, 성인답지 못한 귀여운 팔다리를 위아래로 쭉쭉 뻗으며 시원하게 기지개를 켠 후에야 몸을 벌떡 일으켜 바로 앉으셨다.
“물.”
“침은 안 됩니까?”
“…….”
“다녀오겠슴다.”
싸늘한 시선에 나는 얼른 부엌으로 내려가 차가운 냉수가 담긴 유리병을 가지고 돌아왔다. 그런데.
“푸하~”
어디서 났는지 모를 물병을 손에 쥔 비젤린님께서 숨을 크게 토해내며 입가를 소매로 닦고 있는 게 아닌가.
“저기 옆에 보관고 있는데 어디까지 가는 거니.”
“…가기 전에 말씀해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목소리도 잘 안 나오는데 말할 틈은 줘야지.”
그도 그렇군.
빠르게 납득한 나는 ‘저기다 넣어놔.’라는 비젤린님의 지시에 손에 든 물병을 보관고에다가 넣고 다시 침대로 돌아와 앉았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
“큼큼, 마치 제가 부탁할 게 없으면 찾아오지 않는 사람처럼 말씀하시는군요.”
“실제로 저택에 온 후로 처음 들어왔잖니.”
“…머리라도 박을까요?”
“누구 죽는 꼴 보고 싶어서 그래?”
내가 머리를 박으려는 시늉을 보이자, 비젤린님은 얼른 마법을 이용해 나를 침대에 바로 앉히셨다.
“그래서? 중요한 이야기?”
“비젤린님의 식사랑 관련된 일입니다.”
“뭔데.”
그냥저냥 들어주려던 비젤린님의 눈이 대번에 날카로워졌다.
“설마, 그때 했던 약속을 못 지키겠다는 건 아니지?”
“…절대 아닙니다.”
“왜 대답에 망설임이 있을까?”
“그게 아직 제대로 된 답안지가 없어서…….”
수틀리면 정말로 모습을 감춰버릴 것 같았기에 나는 일단 솔직하게 지금 상황을 이야기했다.
“…너, 그런 변태들이랑 어울렸니?”
“오, 오해입니다! 어울리고 싶어서 어울린 게 아니거든요? 근데 꼭 그렇게 나쁜 사람들은 또 아니라고 할까…….”
“여자를 넣어 다닐 가방을 의뢰한 놈들이 나쁜 놈들이 아니다?”
“죄송합니다.”
나는 그대로 바닥으로 내려가 머리를 박았다.
이번엔 비젤린님께서도 말리지 않으셨다.
“흠……. 차원 가방, 아공간… 흥미롭긴 하네.”
“그러고 보니 비젤린님께선 그런 걸 만들어 보실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
“내가 그런 게 왜 필요하겠어? 저택에 필요한 거 다 있고 마법으로 다 해결할 수 있는데.”
“음, 그것도 그렇네요.”
애초에 비젤린님께서 많은 물건을 가지고 다니실 이유가 없으셨다.
다른 곳처럼 전투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세계도 아니었고, 장인어른의 덕분에 판타지와 잘 조화를 이룬 현대 문물에 가까운 마도구들도 잔뜩 있었으니.
“지금이라도 만들어 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나쁘지 않은 생각이네. 그런데 스미스야.”
“넹.”
자연스럽게 무릎 꿇고 앉은 나는 싱긋 웃으시는 비젤린님을 올려다보며 마주 웃었다.
“그렇게 되면 결국에는 내 문제를 내가 해결하고 내가 사서 고생하러 가는 거잖니? 내가 왜 그렇게 해야할까?”
“생각이 짧았습니다.”
여전히 웃고 계신 비젤린님을 향해 나는 다시 한번 대가리를 박았다.
“정신 사나우니까 그만하고 올라와 봐.”
“넵.”
벌떡 일어나 얼른 침대로 올라가 앉았다.
“의자.”
“의자.”
안이 훤히 비쳐 보이는 얇은 네글리제만 걸친 비젤린님의 보드라운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넣어 번쩍 든 다음 내 허벅지 위에 앉혀드렸다.
“쓰담쓰담.”
“쓰담쓰담.”
그리고 편하게 내 가슴팍에 머리를 기댄 비젤린님의 정수리를 시작으로 조심조심 머리를 쓰다듬어드렸다.
“음, 체온이 평소보다 따끈따끈하네.”
“목욕하고 왔거든요. 어이쿠.”
얌전히 머리를 쓰다듬 받으시려나 싶더니, 비젤린님은 돌연 옆으로 스르륵 넘어가셨다.
“흐아으음~ 너 때문에 다시 잠 오기 시작했잖니.”
“가슴이라도 만져드릴까요?”
“…어떻게 넌 애 아빠가 됐는데도 변하질 않는 거야?”
“크흠, 농담이었습니다.”
가늘게 뜬 비젤린님의 시선이 몹시 따가웠지만 참았다. 안 그러면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휴, 남자는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애라고 하더니, 딱 그 말 그대로네.”
꾸물꾸물 다시 몸을 일으킨 비젤린님은 뒤통수를 내 가슴팍에 찰싹 붙이시며 말했다.
“지금까지 네가 만든 물건들 하나씩 다 꺼내고 나한테 설명 좀 해보렴.”
“넵.”
자문을 구했기에 나는 군말 없이 지금껏 완성한 성물들을 하나씩 침대 위에 나열했다.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들어준 스타킹, 밤의 요정.
처음으로 만들었던 수동 딜도이자 기에나와 이어준 위로의 활.
비주류인 활보다 검을 선호하는 모험가들에게 팔아먹기 위해 만들었다가 딜도 그 이상의 무언가가 되어버린 위로의 검.
처음으로 마력을 터득하고 내 능력을 섞어 만든 징표.
슬라임 핵과 공명석을 이용해 만든 최초의 원격 전동 딜도인 만능 기구.
오로지 겨드랑이만 바라는 미친 변태 선배님의 의뢰로 간지러움을 유발하는 슬라임 핵과 관통 능력을 조합해 만든 만능 패치.
마지막으로 관통 능력을 제외하고 모든 능력을 때려 박아 만든 만능 구속복까지.
“일 년 살짝 넘는 동안 많이도 만들었다.”
“흠흠.”
나는 살짝 목을 가다듬으며 방해가 되지 않도록 비젤린님의 머리를 조심조심 쓰다듬었다.
“이거, 보온 효과랑 존재감을 지워주는 효과만 있다고 했었지?”
“네. 상징성으로 만든 거라 다른 능력은 없어요.”
“그렇단 말이지.”
비젤린님은 아드리안의 머리칼을 재료로 넣어 만든 징표를 들고 이리저리 살피시다가 도로 침대 위에 던지며 말씀하셨다.
“난 또 성적으로 관련된 뭔가를 꼭 추가해야 하는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건 아니었잖아. 너도 참 이런 간단한 걸 가지고 고민하다가 날 찾아오다니.”
무언가 굉장히 많은 것이 내포된 한숨을 내쉬더니, 슬쩍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다보셨다.
“뭘 어렵게 생각해? 지금까지 네가 만든 성물을 넣고 다닐 용도라고 적당히 가져다 붙이면 되는 걸. 용도도 크기도 가지각색이니, 크기랑 무게에 구애받지 않고 수납할 수 있다 정도면 충분한 거 아니야?”
“오……?”
“오? 는 무슨. 부디 겨울이가 케르낙스 그 아이를 닮았기를 바랄뿐이야.”
“저도 간절하게 바라고 있습니…… 아악?!”
반바지를 입어 드러난 내 사나구니쪽 살집을 비젤린님의 작은 손이 아주 맵게 꼬집었다.
“아빠가 됐으면 자신감도 좀 붙고 그래야지. 아무튼, 볼 일 끝났으면 가서 토스트나 구워놔. 내려가서 먹게.”
“넹…….”
쓰라린 사타구니를 벅벅 문지르며 허벅지에 앉은 비젤린님을 옆에 조심스레 내려드렸다.
“근데 비젤린님.”
“왜?”
“만약에 안 되면 어떻게 합니까?”
“슬라임핵? 그걸로 어떻게 잘 해보던가. 가방을 열면 슬라임이 튀어나와서 집어삼킨다든지 하는.”
“…변태.”
“뭐, 뭐?!”
“토스트 구우러 갑니다!!”
허공에서 뿅! 하고 나타난 커다란 지팡이에 나는 얼른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방을 뛰쳐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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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 아빠 다녀올게?”
케르낙스의 품에 안겨 누가 업어가도 모르게 잠든 겨울이의 말랑말랑한 뺨에 뽀뽀해준 다음, 케르낙스의 입술에는 조금 더 찐한 입맞춤을 남기고서 저택을 나왔다.
“크큭, 크크큭!!”
저택을 나온 나는 손에 든 서류 케이스를 흔들며 악당처럼 웃었다. 노린 건 아니고 최대한 조용히 웃어야겠다고 생각했더니 저런 소리가 나오더라.
‘비젤린님이 주신 의견이 그대로 먹힐 줄은 몰랐는데.’
물론, 세부적인 디테일이 다소 추가되긴 했지만, 기본 골조는 비젤린님께서 말씀하신 그대로였기에 사실상 비젤린님에 의해 태어난 성물이나 다름없었다.
크기와 상관없이 주둥이 안으로 밀어 넣으면 뭐든 삼키는 차원 가방의 탄생이었다.
거기에 아공간이 지닌 특성 중 하나인 성질 고정이라는 것도 함께 추가해서 말이다.
시간의 흐름에 구애받지 않고 가방에 들어갔을 때의 상태를 고스란히 유지시켜주는 설정이었다.
이게 시간 정지와 다른 점은 만약 살아 있는 대상이 들어가게 될 경우, 움직일 순 없어도 의식은 깨어있는 상태가 된다는 점이 달랐다.
즉, 정신이 멀쩡한 상태에서 시간 흐름 따윈 알 수 없는 어두컴컴한 공간에 계속해서 갇혀 있는 기분을 만끽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1t이라는 무게 제한이 있고 생물은 넣을 수 없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아무튼, 그렇게 탄생한 이 성물엔 ‘미믹 케이스’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그리고 지금 내 손에 들린 건 ‘미믹 케이스.Mk2’로 무게 제한이 사라진 대신 생물 1개체를 삼킬 수 있도록 개량한 버전이다.
초-진동 검처럼 기본 도면에 겉모양만 바꾼 게 아닌, 아예 새로운 설정을 추가해 또 하나의 도면을 더 추가한 완벽한 마크2.
“동생.”
“히익?!”
등 뒤에서 들려온 레이벨 누님의 목소리에 순간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러버렸다.
“녀석.”
“으겍…….”
다행히 적절한 타이밍에 누님께서 뒷덜미를 잡아당겨 얼굴이 바닥에 처박히는 일은 피할 수 있었지만, 하마터면 목이 졸려 그대로 기절할 뻔했다.
“혼자 기분 나쁘게 웃더니, 사람이 다가오는 것도 모르고. 뭘 하고 있었던 거냐.”
“새로운 도구를 만들어서…….”
“도구?”
고개를 갸웃거리며 꼬리를 살랑거리는 누님의 반응에 나는 살짝 마른 입술에 침을 묻혔다.
“누나.”
“뭐냐. 동생.”
“내가 새로 만든 도구를 누나한테 시험해 보고 싶은데…… 혹시 잠깐만 얌전히 있어 줄 수 있을까?”
“그러마. 나도 궁금하던 참이었다.”
“고마워!”
나는 침을 꼴깍이며 뒤로 다섯 걸음 물러났다.
“내가 이걸 열면 미끌미끌한게 훅! 튀어나올 텐데 놀라지 말고 가만히 있어 줘.”
“미끌미끌…… 기분 나쁜 건 싫은데.”
“나중에 내가 깨끗하게 청소해줄게.”
“나는 물도 싫다.”
“…마법도 있어.”
“음. 그럼 괜찮다.”
레이벨 누님이 물을 싫어한다는 새로운 정보를 갱신한 다음, 나는 미믹 케이스 마크2의 주둥이를 활짝 벌렸다.
촤아악──!!
투명에 가까운 하늘색 슬라임 촉수들이 순식간에 레이벨 누님을 향해 뻗어나갔다. 그리고…….
“…기분이 몹시 불쾌해졌다.”
“어, 미안. 지금 떼줄게.”
팔다리는 물론이고 허리와 목까지 슬라임 촉수가 휘감겨 섬뜩한 소리를 내며 강하게 끌어당기고 있었지만, 누님은 말 그대로 끈적끈적한 게 기분 나쁘다는 이유로 눈썹만 살짝 찌푸릴 뿐이었다.
분명 재미있을 거 같다며 시험대에 올랐던 시란도 끌어당긴 촉수였는데…….
꾸르륵.
내가 힘을 거두자, 미믹 케이스 역시 뱉어냈던 슬라임 촉수를 다시 거둬들였다.
얌전히 케이스 주둥이를 닫은 나는 주머니에서 청결 스크롤을 꺼내며 생각했다.
‘…절대로 레이벨 누나한텐 대들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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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미믹케이스mk2에는 로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