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696화 (696/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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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다!!

MickyRonBerchaide//근데 생물도 담을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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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손수건과 함께 이젠 비상용으로 챙겨 다니게 된 청결 스크롤을 찢었다. 양피지에 담겨 있던 상쾌한 바람이 흘러나와 레이벨 누님의 몸에 달라붙은 슬라임 조각을 삼키고 말끔하게 소멸했다.

“준비성이 좋구나.”

“뭐, 어쩌다 보니.”

이걸 챙겨 다니게 만든 사람이 본인이라는 걸 누님은 알까.

레이벨 누님과의 첫 만남은 그만큼 충격이었다.

“그런데 누나.”

“뭐냐. 동생.”

나는 휑하니 비어 있는 철문 밖을 둘러보며 물었다.

“혹시 황실에서 마차 안 왔어?”

“없었다.”

“그렇구만.”

레이벨 누님은 일방적인 사람이긴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었기에 나는 누님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누나.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오늘도 따라올 거야?”

“불편하냐?”

“난 괜찮은데 부하나 다른 사람들이랑 대화 나누는 게 조금 힘들어서 그 부분은 곤란하네.”

“으음.”

누님은 본인의 커다란 가슴을 떠받치더니, 한 손으로 턱을 쓸어내리며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

‘역시 나쁜 사람은 아니란 말이지.’

레이벨 누님이라면 ‘어쩌라고.’이렇게 한마디만 해도 내가 할 말이 없어진다. 그런데 저렇게 이마까지 찌푸리며 진지하게 고민해주는 것만 봐도 레이벨 누님이 보여지는 것보다 훨씬 상냥한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누나. 그래서 말인데. 이거 원래 아내들한테만 주는 거거든?”

나는 손목에 차고 있던 징표를 누님에게 보여줬다.

“다들 목에 차고 있던 거구나.”

“어. 근데 이게 단순한 장신구가 아니야.”

“……?”

귀를 파닥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레이벨 누님의 모습에 순간적으로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을 뻔했다.

“일단, 내가 잠깐 사라져 볼 테니 놀라지 말고 가만히 있어 봐.”

“은신 마법으로도 내 눈은 속일 수 없다만.”

“보기나 하쇼.”

그리고 나는 징표를 슬쩍 사타구니에 가져댄 다음, 얼른 속으로 시동어를 외쳤다.

“……?!”

순식간에 회색빛으로 변한 내 몸과 동시에 레이벨 누님의 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역시 장난치는 건 그만두자.’

솔직히 슬쩍 놀라게 해주고 싶단 생각도 들었지만, 누님이 무심코 내지른 주먹이나 발길질 한 방에 이승과 하직할 수 있었기에 나는 징표를 떼어내는 것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어, 어떻게 한 거냐?”

“너무 달라붙으면 설명을 못 하잖아.”

나와 눈높이도 비슷한 사람이 아이처럼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꼬리까지 살랑거리면 정말로 쓰다듬어지고 싶어지기에 나는 얼른 누님의 뺨을 조심스럽게 밀어냈다.

‘근데 왜 내 몸이 뒤로 밀려나는 걸까.’

분명 누님을 밀었는데 정작 뒤로 가는 건 나였다.

“그 목걸이의 능력이구나?”

“맞아. 그래서 이걸 누나한테도 하나 만들어주려고.”

쫑긋──!!

“정말?!”

“어, 그, 그럼.”

“동생!!”

“우붑?!”

순식간에 누님의 거대한 흉부에 얼굴을 파묻히게 된 나는,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숨이 부족해서 정신이 아찔해졌다.

“순수한 호의로 받는 선물은 거의 200년 만이구나. 더군다나 가족에게서 받는 선물이라니. 이 누나는 정말 기뻐.”

얼마나 기쁜진 알겠으니까 제발 좀 놓아줬으면 좋겠다.

“……!!”

“아, 미안.”

열심히 버둥거린 게 다행히 효과가 있었던 건지, 누님이 나를 놓아주었고 나는 가까스로 숨이 넘어가기 전에 신선한 공기를 폐에 가득 채워 넣을 수 있었다.

“…누나. 난 시란처럼 튼튼한 게 아니니까 조금만 조심히 다뤄주라.”

“그, 그러마.”

조금 전까지 쫑긋 서 있던 귀와 꼬리가 주인에게 혼난 강아지처럼 추욱 쳐졌다.

‘진짜 치사한 사람이네.’

원래도 내가 화를 낼 입장이 아니지만, 저런 약한 모습을 보여주면 있던 화도 사라져 버린다.

“아무튼, 이거 만들려면 누나 머리카락이 한 가닥 필요하거든.”

“여기.”

망설임 없이 잿빛 머리칼 하나를 툭 뽑아 나에게 내밀었다.

나는 그걸 받아 재료 보관소에 넣은 후, 성물창조를 이용해 눈 깜빡할 사이에 레이벨 누님 전용의 징표를 만들어냈다.

“…물건이 허공에서 나타났다.”

“내 능력 중 하나지.”

“동생은 신기한 걸 많이 할 수 있었구나.”

붕─!! 붕─!!

누님의 꼬리가 좌우로 한 번 흔들거릴 때마다 엄청난 소리가 들려왔다.

저런 무표정한 얼굴로 꼬리를 저렇게 흔드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 아닐까.

“가만히 있어 봐. 달아줄 테니까.”

“으음.”

붕붕 흔들던 꼬리까지 멈춘 누님은 조금 더 내가 편하라고 목을 앞으로 내밀어주셨다.

사실 머리카락이 더 흘러내려 그냥 있어 주는 쪽이 편했지만, 배려하는 마음 자체가 고마웠기에 흘러내린 누님의 머리를 정성스럽게 정리해 뒤로 넘긴 후, 징표를 누님의 새하얀 목에 채웠다.

“자, 사용법이랑 주의사항을 말해줄 테니까 잘 들어.”

“그래.”

태양처럼 반짝이는 금색 눈동자가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나는 친절하게 징표의 능력을 발현하기 위한 시동어와 주의사항을 설명했다. 아주 약간의 변형을 주어서.

“…네 다른 부인들 눈에는 보이지만, 너한테는 안 보인다?”

“난 목에 안 차고 있잖아.”

“그렇군.”

누님은 목에 건 하트 모양 장신구를 더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황성에선 그걸로 모습을 숨기고 있어 줘.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동생 부탁이라면.”

고개를 살짝 끄덕인 누님은.

“냥냥냥.”

특유의 무심한 얼굴로 아무렇지 않게 내가 알려준 시동어를 입으로 내뱉었다. 그리고 좀 전의 내가 그랬듯 레이벨 누님의 몸은 회색빛으로 물들었다.

‘원래 회색이었던 부분이 많아서 그런지 별로 티는 안 나네.’

하지만 나는 지금부터 누님을 보지 못하는 설정이었기에 티나지 않도록 목을 가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누나? 앞에 있지?”

“동생. 사실은 내가 보이지?”

뭐지? 그냥 찔러본 건가?

“…시선이 내 가슴을 향해 있는데.”

빌어먹을 스미스 새끼.

이대로 눈을 뗀다면 내가 거짓말을 한 사실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기에 나는 오히려 누님의 가슴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출근 시간 다 됐으니까 황성으로 좀 데려다줬으면 하는데.”

“으음. 보이는 거 같은데.”

슬그머니 다가온 누님은 코가 닿을 만큼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어 왔다.

달콤한 숨결.

뜨거운 체온.

아름다운 눈동자.

‘들킨다…….’

누님의 손에 반으로 찢어지는 내 모습이 순간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누나? 거기 이읍.”

“……?”

당장 찾아온 위기를 모면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최후의 방법을 사용했고.

“누, 누나?”

누님의 작지만 탐스러웠던 입술에 겹쳤던 입을 떼어내며 뒤로 물러났다.

“…….”

살짝 커진 눈으로 멍하니 제 자리에 서 있기만 한 레이벨 누님.

‘살았, 나?’

나는 혹시 몰라 입을 꾹 닫고 누님의 미간만 뚫어지게 바라봤다.

이젠 걸리면 진짜 죽는다.

그렇게 누님이 뭐든 다른 행동을 취하길 얼마나 기다렸을까.

“…안 보이나 보군.”

귀를 쫑긋 세운 누님이 아주 작게 중얼거리시고는 복슬복슬한 꼬리로 나를 휘감으셨다.

기분 탓일 수도 있지만, 앞선 휘감기들보다 조금 더 상냥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성문 앞까지 도착하는 건 역시나 순식간이었다.

다만, 어제와 다른 점이 있다면 머리가 엉망이 되지도, 속이 울렁거리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징표가 마음에 드셨나?’

내 몸이 멀쩡한 부분에 대해선 크게 궁금하지 않았다. 왜냐면 시란과 아르델이 날 껴안고 날아다니면서 마력으로 보이지 않는 얇은 막을 이용해 날 보호해 준 걸 몇 번이고 경험해 봤으니 말이다.

철그럭──!!

드디어 평소처럼 절도있게 나를 향해 경례하는 기사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준 후, 우선 기사단 건물로 향했다.

‘…근데 뭐 하시는 거지?’

약간의 거리를 두고 따라오시던 레이벨 누님은 몇 번이고 날 앞 찔러가시더니, 나를 바라본 채로 나를 가로막 듯 멈춰서기를 반복했다.

물론, 부딪히기 전에 누님이 먼저 옆으로 물러났기에 실제로 충돌하는 일은 없었지만.

“나왔다.”

“단장님?”

집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얼굴이 썩 좋아진 로안이 소파에서 일어나 꾸벅 고개 숙여 인사해왔다.

“나 며칠 뒤에 마대륙으로 가니까, 돌아올 때까지 사고 치지 말고 알아서 애들 잘 굴려라. 알겠냐?”

“예?”

“그럼 수고하고.”

“아니, 단장님?!”

“그리고 내일부터 출근 안 할 거니까 오늘부터 니가 단장 대리해라.”

나는 머리에 쓰고 있던 내 모자를 녀석에서 넘기며 말했다.

“바쁘니까 질문하지 말고. 돌아왔을 때 마음에 안 드는 구석 있으면 회원권 뺏는다. 알겠냐?”

“……예에.”

“그래.”

역시 믿음직한 우리 부단장.

나는 질문이 몹시 많은 녀석을 집무실에 방치하고, 르비엘을 만나기 위해 태양궁으로 곧장 향했다.

“기절, 하셨다고요?”

“……그렇습니다.”

태양궁 앞을 지키고 서 있던 멜버른 경이 얼굴을 붉히며 내게 르비엘이 기절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했다.

“…그렇게 되신 겁니다.”

“허, 허허.”

날 마대륙으로 보내선 안 된다고 황제에게 따지다가, 마지막엔 본인도 따라가겠다고 떼를 쓴 끝에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 황제가 손에 쥐고 있던 술잔을 던져 르비엘의 머리통을 깨버렸단다.

참고로 황제가 손에 쥐고 있던 술잔은 용의 뼈와 비늘을 가공해 만든, 대륙에서 가장 튼튼한 술잔이었다고 한다.

“신관의 치유를 받으면 금방 회복하시겠지만…….”

“폐하께서 내버려 두라 하셨나 보군요.”

멜버른 경의 고개가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그리고 경의 출입도 금하라 명하셨습니다.”

“알겠습니다. 폐하께서 그리 말씀하셨다면 어쩔 수 없죠.”

직접 황제를 만나본 나로선 충분히 딸의 머리통을 깨버리고도 남을 위인이라 생각되었기에 얌전히 황제의 명령에 따르기로 했다.

르비엘에겐 미안하지만, 떠나기 전에 편지라도 써서 마르비우스게 전달을 부탁하는 걸로 하고 몸을 돌렸다.

“다, 단장님께선 병가를 내셨습니다!!”

“병가?”

이름은 모르지만 얼굴은 기억하고 있는 이리나의 부관이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어디 다쳤습니까? 아님, 병?”

“그게…… 뭐라 말씀드려야 좋을지 모르겠는데, 스미스 경의 부관인 로안 경이 풍요의 신전으로 향할 때 단장님께서 우연히 발견하시고는 직접 호위를 맡아 따라 나가셨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에 나는 순간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누님을 흘겨볼 뻔했다.

“로안 경의 치유를 끝내고 신전을 나가려는데 갑자기 끙끙 앓으며 쓰러지셨다고 합니다. 다행히 바로 옆에 있던 신관들이 몸을 살폈지만, 병이나 저주의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들었습니다.”

나보다 조금 빠르게 신전으로 향했을 로안.

치유가 끝났을 때쯤이면 아마도 내가 신전에 도착해 볼일을 보고 있었을 때였을 거다.

그리고 내가 타고 왔던 마차엔 아마 누님이 올라타 멜버른 경과 주변 사람들을 물리기 위해 어마어마한 기세를 마구 뿜어대고 있었을 거고.

이리나는 정말 재수 없게 레이벨 누님이 내뿜은 기세에 당한 모양이다.

‘…사막에서도 뭔가 일을 저질렀던 모양이네.’

하얗게 질린 얼굴, 고열, 덜덜 떠는 몸.

딱, 기에나와 베네오가 겪던 증상과 똑같았다.

“건강 조심하라고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이리나에게도 편지를 한 통 써두는 게 좋을 거 같다.

이대로 왕녀들까지 한 번 만나보면 더 좋았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왕녀들과는 접촉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했다.

이리나와 르비엘은 육욕이 목적인 것도 있지만, 일단 나에대한 순수한 호감이 있었다. 그리고 서로에게 크게 바라는 부분도 없었고.

하지만 세 왕녀는 오로지 내 몸이 목적이었다.

어차피 1황자는 곧 엘프의 숲으로 팔려나갈 예정이었고, 황태녀인 르비엘이 내 연인이 되었고, 마르비우스 또한 이미 내 아내였기에 잘 생각해보니 왕녀들과는 굳이 다시 만나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단 사실을 깨달았다.

무엇보다 레이벨 누님이 지켜보는 앞에서 섹스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다.

‘어쩌다 보니 다 끝내버렸네.’

출근의 가장 큰 이유였던 르비엘까지 기절해서 만날 수 없는 상태가 되었기에 이젠 정말로 황제로부터 따로 연락이 오기까지 집에서 겨울이와 함께 뒹굴거릴 수 있게 되었다.

‘근데 진짜 뭐가 하고 싶은 거지?’

자꾸만 내 주변을 서성거리는 레이벨 누님.

‘…귀여우니까 됐나.’

뭘 하고 싶어 하는진 모르겠지만, 꼬리를 기분 좋게 살랑거리는 모습이 보기 좋았기에 조금 더 누님의 모습을 지켜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난 일부러 누님을 찾지 않고 조용히 성문을 나와 저택으로 걸었다.

‘가끔은 좀 걷기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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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한창 궁금할 게 많은 나이xxx살

+다음주부터 일요일 연참복지가 다시 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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