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697화 (697/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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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다!!

NetFighTer//구속엔...로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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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저택에 도착하는 건 생각보다 금방이었다.

시간적으론 마차와 비교하면 확실히 오래 걸리긴 오래 걸렸다. 하지만 꼬리를 살랑거리며 내 주위를 뽈뽈 돌아다니는 레이벨 누님을 구경하다 보니 오히려 마차를 탔을 때보다 더 빠르게 도착한 듯한 느낌이었다.

뭐랄까. 대형 애완견과 함께 산책하는 그런 느낌?

결론은 누님과의 산책은 몹시 만족도가 높은 산책이었다.

“누나? 갔어? 나 들어간다?”

사실 바로 옆에서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걸 알고 있지만, 내 목숨과 누님의 귀여운 행동을 앞으로도 계속 보기 위해 나는 필사적으로 레이벨 누님이 보이지 않는 연기를 이어 나가야 했다.

“아직 안 갔다.”

“헉?!”

바짝 붙은 상태에서 은신을 해제하며 나타난 누님을 위해 나는 아주 과장된 몸짓으로 아주 깜짝 놀랐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쫑긋──!!

그에 표정은 여전히 무심하지만, 살짝 풀어져 있던 레이벨 누님의 잿빛 귀가 아주 빳빳하게 쫑긋 서는 걸 볼 수 있었다.

“동생은 덩치에 비해 간이 콩알 만하군.”

“옆에서 갑자기 나타나면 누구나 놀랄걸?”

“나였다면 곧바로 주먹을 날려 머리통을 부숴버렸을 거다.”

응. 죽음까지 비밀로 하자.

방금 누님의 대답으로 난 직감했다.

내가 거짓말했다는 사실을 들킬 경우, 그 어떤 선처도 없이 내 머리통은 시원하게 박살 난 수박이 될 거라는 걸.

“근데 어제는 왜 인사도 없이 그냥 가버린 거야?”

“네가 뒤돌아서길래 그냥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오른쪽으로 살짝 기울이는 고개. 그리고 기울어진 방향을 따라 오른쪽 귀만 반으로 접혔다.

‘…뭐야. 귀여워.’

할 수만 있다면 당장 허벅지 위에 눕혀두고서 머리와 배를 하루 종일 쓰다듬어주고 싶을 정도의 귀여움이었다.

“나는 당연히 누나도 같이 따라 들어오는 줄 알았지.”

“으음…….”

살짝 찌푸려지는 누님의 눈썹.

“왜?”

“…아이의 엄마. 이름을 아직 못 들었다.”

“케르낙스라고 해.”

“케르낙스. 그 아이가 불편해할 거 같아서…….”

“……?”

꼬리를 추욱 늘어뜨리고 내 눈치를 살피는 레이벨 누님의 모습에 나는 잠깐 멍하니 눈을 끔뻑였다.

‘그러고 보니, 내가 기절한 사이에 케르낙스가 한 소리 했다고 했었지?’

나는 아이를 생각해서 적당히 들어준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누님의 반응을 보아하니 진심으로 케르낙스의 꾸중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 모양이다.

“누나.”

“……왜?”

추욱 늘어졌던 꼬리가 살짝 머리를 치켜들었다.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봐. 가지 말고 기다려. 알겠지?”

“…알겠다.”

긴 속눈썹을 느릿하게 끔뻑이는 누님을 뒤로 하고 나는 얼른 저택으로 뛰어 들어갔다.

“역시 아무도 없구만.”

이제는 겨울이에게 밀려 완전히 찬밥 신세가 되어버렸다는 게 슬슬 체감되기 시작했다.

물론, 나 역시 겨울이가 최고였기에 뭐라 할 말은 없다.

아무튼, 청결 스크롤을 이용해 일단 몸을 깨끗하게 정화한 후, 곧바로 계단을 뛰어 올라가 조심스럽게 침실의 문을 열었다.

“아아~ 아기의 뺨은 어찌 이리도 부드럽고 말랑한 걸까요?”

“젠장……. 난 왜 꼬리가 없어서.”

“엄마! 우린 왜 꼬리 없는 건데?”

“냐호. 다음은 제 차례입니다.”

냐호의 품에 안겨서 냐호의 복슬복슬한 검은 꼬리를 입에 물고 작은 입을 오물거리고 있는 겨울이와 그 주변에 오순도순 쭈그려 앉아 겨울이의 귀여운 모습을 감상하고 있는 아내들.

‘조금 미안하지만…….’

나는 레이벨 누님을 위해 오늘은 아내들 틈에 난입할 수밖에 없었다.

“겨울아~”

-……?

살짝 졸린 눈으로 냐호의 꼬리를 오물거리던 겨울이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아빠 왔어요~”

-아우우!!

정확히 나를 향해 작고 통통한 손을 바둥거리는 겨울이의 모습에 입꼬리가 저절로 승천했다.

“참, 아침에도 이렇게 좋아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제법 능숙하게 냐호로부터 겨울이를 받아 품에 안았다.

“…다음은 제 차례였는데.”

“어, 그, 미안.”

길쭉한 귀를 아래로 추욱 늘어뜨리며 무척 아쉬움을 표현하는 기에나의 모습에 나는 사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크흠, 그, 다른 게 아니고…….”

나는 불만 가득한 시선으로 나를 쏘아보는 아내들의 날카로운 시선에 얼른 이렇게 난입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어때?”

“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만……. 그때처럼 몸이 떨리지 않는 걸 보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합니다.”

“뭐어……. 일단은 잠깐 자리를 피해 있도록 하지.”

“저, 저도 아직은 마음에 준비가 안 돼서…….”

레이벨 누님에게 간접적인 피해를 봤던 세 사람은 우선 자리를 살짝 피해 있기로 했다.

“난 상관없어. 사실 직접 보고 싶기도 했고.”

시론은 당연히 남는 쪽.

“껄끄러운데.”

“시란. 어차피 한동안 같이 다닐 거잖아요.”

“…남으면 될 거 아냐.”

시란도 남기로 했다.

“난 패스.”

“……난 신전에 다녀오지.”

“아직 안 다녀왔어?”

누님과 함께 슬그머니 침실을 나가던 네메아가 어깨를 흠칫하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듯 뛰어가 버렸다.

“그럼, 모셔 올게요?”

“나도 함께 내려가고 싶다만…….”

“겨울이에게 밖은 아직 무리지.”

-우응…….

겨울이는 내 코트를 붙잡고 떨어지지 않으려 했지만, 내가 머리와 이마에 뽀뽀를 잔뜩 해주자, 살짝 토라진 얼굴로 슬그머니 손을 놓아주었다.

“아빠 금방 올 거니까. 응?”

-…….

케르낙스의 품으로 옮겨간 겨울이는 잠깐 나를 흘겨보다가 출근 때처럼 홱! 하고 케르낙스의 가슴팍에 얼굴을 숨겨버렸다.

“우리 겨울이는 뒤통수도 사랑스럽네.”

“당연한 소리 그만하고 얼른 모셔 와라.”

“넹…….”

케르낙스에 의해 쫓겨나다시피 침실 밖으로 나온 나는 다시 한번 계단을 뛰어 내려와 밖으로 나왔다.

“누나. 들어와.”

“……그, 꼭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데.”

“괜찮으니까 얼른.”

“그, 어, 으음.”

레이벨 누님의 손을 붙잡고 잡아당겼고, 여태껏 내 힘에 못이기는 척하던 다른 여성들과 다르게 누님은 한참을 제 자리에 서 있다가 겨우 걸음을 옮기는 모습을 보였다.

‘근데 징표에 대해선 설명을 안 했는데…… 괜찮겠지?’

머뭇머뭇 내 손을 붙잡고 저택 안으로 들어온 누님의 모습은 도저히 첫날 당당히 저택을 활보하던 사람과 동일 인물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딱딱하게 경직된 모습을 보였다.

“케르낙스도 화 다 풀렸다고 하니까 너무 긴장하지 마.”

“으, 으음.”

거짓말을 못 하는 우리 레이벨 누님은 작은 입술을 앙다물고 슬쩍 내 시선을 피해버렸다.

똑. 똑. 똑.

일단 양쪽 모두 마음의 준비는 필요했기에 문을 열기 전에 가벼운 노크로 신호를 보냈다.

“들어간다?”

“…그래.”‘

표정은 무심한 그대로였지만, 반만 접혀 있는 누님의 귀에 순간 웃음이 나올 뻔했다.

다행히 입술을 살짝 깨무는 것으로 웃음을 가까스로 참아 낸 나는 아내들을 생각해 주다가 도리어 내가 큰일에 휘말릴 것 같아 얼른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음. 초대해 줘서 고맙다.”

침대에 앉아서 겨울이를 보듬고 있던 케르낙스가 먼저 인사하자, 그제야 반만 접혀 있던 누님의 귀가 다시 쫑긋 섰다.

“이쪽에 앉으시죠.”

“아니. 서 있어도 괜찮다.”

“손님을 세워두는 쪽이 불편해서 그렇습니다.”

“으음. 그런 이유라면.”

레이벨 누님은 뚱하니 서 있는 시란에겐 눈길도 주지 않고, 케르낙스가 두드린 침대에 엉덩이를 살짝 걸치고 앉았다.

“그땐 제가 너무 흥분해서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아니. 부인으로서 남편을 걱정하는 게 어찌 무례가 되겠느냐. 그리고 그땐 명백히 내 잘못이 맞으니 신경 쓰지 마라.”

“그럼, 서로 그때의 일은 잊는 거로 하면 어떨까요.”

“……동생에겐 아까운 부인이구나.”

“스미스도 충분히 좋은 남편이랍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누님과 케르낙스는 서로를 바라보며 소리 없이 미소 지었다.

“시란.”

“……왜?”

“너도 내게 소개해줄 아이가 있잖니.”

“아니, 핏덩이 때 한 번 봤잖아?”

“그래서. 조카가 날 기억하니?”

“…….”

일단 레이벨 누님의 물음에 시란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리고 난 시란을 대하는 레이벨 누님의 태도와 말투에 살짝 놀랐다.

’…진짜 자매구나.‘

나와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와는 다르게 시란을 대할 땐 진짜로 가족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겼다.

“뭘 쭈뼛쭈뼛 서 있냐? 니가 인사하고 싶다며.”

“아, 미, 밀지 마!!”

시란에 의해 등을 떠밀린 시론이 깽깽이걸음으로 레이벨 누님의 앞까지 밀려왔다.

“그, 아, 안녕…… 하세요….”

“그래. 많이 컸구나.”

“우읏.”

여태껏 무심하던 레이베레 누님의 얼굴에 처음으로 흐릿한 미소가 그려졌다.

“널 처음 봤을 땐 손바닥만 했었는데.”

“뭔 소리야. 잰 나왔을 때부터 언니 젖통만 했구만.”

“시란. 아이 앞에서 내가 그런 천박한 말 쓰지 말라고 했을 텐데.”

“…그 정도면 충분히 순하거든?”

“마음 같아선 벌을 주고 싶지만, 동생이 싫어할 테니 참을게.”

짧게 한숨을 내쉰 레이벨 누님은 ’…언제 철이 들려는 건지.‘라고 작게 중얼거리며 다시 시론에게 집중했다.

“나는 네 이모인 레이벨이라고 한단다. 편하게 벨 이모라고 부르렴.”

“그, 그래도…… 돼요?”

“이모를 이모라고 부르는데 안 될 이유가 어디 있겠니.”

“…벨 이모.”

“그래. 내 귀여운 조카.”

“우읏?!”

레이벨 누님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시론을 살포시 품에 끌어안았다.

“왜 이렇게 말랐니?”

“어? 아, 저, 전혀 안 말랐는데…… 요….”

“아니야. 말랐어. 넌 어떻게 애를 먹였길래 딸이 이렇게 비쩍 마르게 둔 거니?”

“아니, 누군 굶기고 싶어서 굶겼겠어? 제일 중요한 시기에 지가 멋대로 가출한…….”

“가, 출?”

“나, 남편!!”

“으엇?!”

레이벨 누님의 눈이 가늘어지자, 시란은 얼른 내 등 뒤로 뛰어와 나를 방패로 내세웠다.

“…넌 나중에 나랑 따로 대화 좀 하자꾸나.”

“내가 이래서 만나기 싫다고 한 거라고…….”

“아얏.”

레이벨 누님의 눈초리에 시란이 입술을 삐죽이며 내 옆구리를 살살 꼬집었다.

“그런데 이모.”

“왜 그러니?”

시론이 부르자, 금방 표정을 풀어버리는 레이벨 누님의 모습에 나는 누님이 생각 이상으로 ’가족‘에 큰 무언가를 담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목에 걸린 그거. 이모가 직접 산 거야?”

“아, 이건 동생이 준 거란다.”

누님의 대답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 자리에 있던 아내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나를 향해왔다.

“후후, 가족이라면서 내게 직접 채워주더구나.”

직접 채워준 것도 맞고, 가족이라 말한 것도 맞지만, 무언가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대답이었다.

“스미스. 나중에 따로 이야기를 조금 해야 할 것 같군.”

“그러게. 설마 그 짧은 틈에 이모를 자빠뜨릴 줄은 몰랐는데.”

“대단하네.”

그리고 이어지는 아내들의 살벌한 시선.

“나, 하, 할 일이 있어서 잠깐 자리 좀 비울게……!!”

정말 억울했지만, 느낌적으로 왠지 억울하지 않은 일이 될 것 같았기에 나는 날 기다리고 있을 선배님들을 위해 냅다 욕탕으로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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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이제 마지막 에피소드 마대륙만 남은 겁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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