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699화 (699/771)

==========

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다!!

MickyRonBerchaide// 늘 생각하지만 사운님들께 많이 배웁니다.(공포)

-=-

튤리우스 제국

황제의 편지에 적혀 있던 일주일이 되는 아침이 밝았다.

그리고 난 레이벨 누님의 동거가 시작되면서 자연스레 아내들과 침대에 구르는 시간이 줄어들어 남아돌기 시작한 체력으로 꼭두새벽부터 번뜩 뜨인 눈으로 천장을 올려다보는 중이다.

새근─ 새근─

왼쪽과 바로 아래에서 들려오는 크고 작은 고른 숨소리.

‘……진짜 가기 싫다.’

왼팔을 베개 삼아 내 겨드랑이와 가슴 사이에 편안한 표정으로 얼굴을 묻고 있는 케르낙스와 가슴팍 위에 엎드려 냐호가 가져온 공갈 젖꼭지를 오물거리고 있는 우리 사랑스러운 겨울이.

당장 이 둘만 하더라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을 것 같은데 다른 아내들까지 배웅을 나온다면 그 자리에서 망부석이 되어버릴지도 모르겠다.

뭐, 내가 아무리 뻐팅겨봤자 시란과 레이벨 누님 앞에선 지푸라기와 별반 다를 게 없을 테지만.

‘근데 겨울이를 계속 겨울이라고 불러도 괜찮을지 모르겠네.’

태명으로 사용하던 걸 이름처럼 계속 부르고 있는 중인데, 사실 나로서는 겨울이라는 이름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 중이다. 그러나 내 의견과는 별개로 엄마인 케르낙스의 뜻도 제대로 반영해서 조금 더 좋은 이름이 있다면 겨울이에게 선물해주고 싶었다.

정작 케르낙스는 겨울이라는 이름도 예쁘고 좋다 말해줬지만, 그 말을 듣고 났더니 오히려 내가 더 이쪽에서도 이상하지 않은 이름도 함께 주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진짜 비젤린님 안 계셨으면 어쩔뻔했냐.’

하루에 한 번 얼굴을 보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은 겨울이를 떠나고 멀리 떠나는 나에게 있어서 굉장한 위안이 됐다.

적어도 마대륙에서 일을 끝마치고 돌아왔을 때 겨울이가 내 얼굴을 잊어버릴 일은 없을 테니까.

‘겨울이가 울면 어쩌지……?’

아직도 눈을 감으면, 첫날 겨울이가 나를 향해 작은 손을 버둥이며 서럽게 울던 일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젠장……. 기러기 아빠들은 도대체 얼마나 힘든 싸움을 하면서 살았던 거냐.’

내가 지구로 돌아가게 되면 기러기 아빠들에게 어떤 도움이라도 주자고 혼자 결의하고 있을 때였다.

아래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시선에 정신을 차린 난 슬쩍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쪽. 쪽.

통통한 볼살을 실룩이며 쪽쪽이를 입에 문 겨울이가 역시나 뜬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우리 겨울이, 아빠가 깨웠어요?”

쪽. 쪽.

그러나 대화가 통할 일 없는 겨울이는 오늘도 그저 나를 빤히 올려다 볼 뿐이었다.

“그래그래. 겨울이 하고 싶은 거 다 해.”

처음에는 기저귀를 갈아줘야 하나, 배가 고픈 건 아닌지 혼자 끙끙거렸으나, 케르낙스에게 상담해본 결과.

쪽. 쪽. 쪽.

겨울이는 그저 내 얼굴을 바라보고 싶었을 뿐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겨울아. 그렇게 뜨거운 눈으로 볼 거면 낮에도 아빠한테 제대로 얼굴을 보여주면 안 될까?”

물론, 겨울이는 대답하지 않고 날 바라보는데 여념 없었다.

“…오늘은 더 빨리 일어났네.”

“깼어?”

어느새 잠에서 깬 케르낙스가 부드러운 미소로 겨울이의 뺨을 살살 어루만져왔다.

“네가 곧 떠날 거라는 걸 안 모양이다.”

“겨울이가? 이제 이주 되는데?”

물론, 우리 겨울이가 다른 아기들보다 훨씬 영민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아직은 아기였다. 하지만 케르낙스는 이런 나와는 생각이 달랐던 모양이다.

“아기들은 어른이 느끼지 못하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다고들 하지. 너와 나. 그리고 다른 아이들의 불안과 아쉬운 감정에 영향을 받았을 거다. 잘 생각해 봐.”

겨울이의 뺨을 어루만지던 케르낙스가 고개를 들어 나와 눈을 마주 봤다.

“레이벨님께서 머물기 시작한 날부터 조금씩 겨울이가 널 찾는 빈도가 늘어났을 거다.”

“……확실히.”

내가 있더라도 시론이나 다른 아내들과 잘 어울려 놀던 겨울이였지만, 케르낙스의 말대로 하루가 지날 때마다 아내들보단 나와 붙어 있는 시간이 점차 늘어났단 사실을 깨달았다.

“…스미스. 설마, 지금 우는 건가?”

“누, 눈에 먼지가 들어가서 그래.”

“푸흐…….”

머쓱하게 코를 훌쩍이고 있는데 케르낙스가 겨울이를 보듬으며 내 가슴에 뺨을 가져대고 살포시 웃었다.

“네가 내 남편이라는 사실이 언제나 날 행복하게 만들어.”

“……응.”

뭐라 대답하면 진짜로 눈물이 찔끔 나올 거 같아서 나는 겨울이와 케르낙스의 머리에 입술을 맞췄다.

**

모두가 함께하는 아침 시간.

“오늘 황성에서 사람이 나올 거야.”

아침을 들던 아내들이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아마도……?”

“장난하냐.”

진지한 얼굴로 듣고 있던 시론의 눈썹이 V자로 돌변했다.

“아니, 그, 솔직히 황제가 어떤 사람인지 아직도 감이 잘 안 잡혀서 말이야. 근데 아마 오늘 사람이 올 거라고 생각하거든?”

겨우 한 번.

황제가 아니더라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하지만 정말로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지만, 이것만은 자신할 수 있다. 황제는 제 입으로 내뱉은 말은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황제뿐만 아니라 르비엘과 마르비우스도 그런 걸 보면 황족의 핏줄을 이은 이들의 공통된 성격이 아닐까 싶으면서도 비열하고 찌질한 1황자를 생각하면 그건 또 아니다 싶기도 하고.

“동생아.”

“왜?”

기에나의 특제 샐러드를 먹으려던 나는 고개를 들어 레이벨 누님을 바라봤다.

“마차로 널 마중 나왔던 아이가 찾아왔다.”

“멜버른 경이?”

“이름은 모르겠고, 지금 철문 앞에 서 있구나.”

“그래?”

나는 샐러드를 대충 찍어 입 안으로 쑤셔 넣은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황제가 보낸 거 같으니까 잠깐 다녀올게.”

마르비우스였다면 안으로 들였을 테지만, 멜버른 경에게는 아직 비밀로 한 게 많았기에 나는 초대하기보단 직접 마중 나가는 쪽을 선택했다.

“멜버른 경.”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러게요. 나흘 만인가요?”

“닷새에 가깝지만요.”

헤어지기 전보다 밝아진 얼굴로 나를 향해 인사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폐하께서 보내셨습니까?”

“예. 이걸.”

저번과 마찬가지로 평민이나 쓸 것 같은 투박한 편지 봉투를 그녀로부터 건네받았다.

“황녀님께 따로 전하실 말씀이 있으신지요.”

“아, 편지를 써 둔 게 있는데 그건 나중에 전해주겠다고 말만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녀는 약간의 아쉬움이 담긴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타고 왔던 마차에 올라 자리를 떠났다.

‘이게 뭐라고 떨리는지…….’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나는 현관 앞에 멈춰서서 밀봉도 되어 있지 않은 봉투를 열어다가 정확히 반으로 두 번 접힌 편지지를 꺼내 펼쳤다.

‘……?’

아침이라 눈이 뻑뻑한 건가?

손바닥 두 개를 펼친 것보다 큰 편지지에는 글자보단 여백이 훨씬 많았다. 게다가 첫 줄도 아니고 중간에 떡 하니 자리 잡은 몇 없는 글자를 다시 한번 눈으로 읽었다.

[ 슬슬 마중 나온 녀석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을 테니, 해가 지기 전까진 경계에 도착하는 게 좋을 거다. ]

도대체 어디의 누구들이 마중을 나왔다는 거고, 그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을 거라는 건 도대체 무슨 의미인 걸까…… 라고 말하고 싶지만, 나 역시 어깨 위에 달고 다니는 게 마냥 장식은 아니었기에 편지에 적인 짧은 내용을 이해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 미친 여자가 진짜……!!’

**

정오가 지난 늦은 점심.

우리 현명한 아내들은 편지에 적힌 말뜻을 한 번에 이해했고, 덕분에 아침 식사 자리는 혼돈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겨울아.”

-…….

얌전히 내 허벅지 위에 앉아 나를 올려다보는 사랑스러운 우리 딸.

“아빠가 잠깐 멀리 다녀와야 하는데…… 가도 괜찮을까?”

-…….

당연하지만 겨울이는 대답이 없었다.

그저 입에 문 쪽쪽이를 오물거리며 아침처럼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볼 뿐.

“어휴, 누굴 닮아서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나는 겨울이의 이마와 보드라운 뺨에 조심스레 뽀뽀한 다음, 바로 옆에 앉아 조용히 우리를 지켜보고 있던 케르낙스에게 겨울이를 안겨주었다.

“스미스.”

겨울이를 품에 안은 케르낙스가 옅은 미소로 품에 안은 겨울이의 정수리에 입을 맞췄다.

“평소였으면 떨어지기 싫다고 네 옷을 붙잡고 늘어졌을 텐데, 지금은 얌전히 내 품에 안겼군.”

“그만. 나 진짜 눈물 날 거 같아.”

“누가 보면 영영 헤어지는 줄 알겠어.”

무척 심란한 나와 다르게 케르낙스는 그런 나를 향해 무척 귀엽다는 시선을 보내왔다.

“우리 남편이 이렇게나 마음이 여릴 줄은 몰랐는 걸.”

“…여보. 나 원래 여린 남자야.”

“침대에선 아닌 것 같던데.”

“크흠!!”

빈틈을 노리고 들어오는 공격에 나는 결국 웃을 수밖에 없었다.

“금방 올게.”

“가능하면 일 년 안에 돌아왔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다.”

“어떻게든 해 볼게.”

나는 케르낙스와 케르낙스의 품에 얌전히 안긴 겨울이의 이마에 사이좋게 뽀뽀해주었다.

“겨울아. 아빠 다녀올게?”

“다녀오세요.”

케르낙스가 겨울이의 작은 손을 붙잡고 살살 흔들었고.

-아우우.

놀랍게도 겨울이가 입에 물고 있던 쪽쪽이를 뱉으며 작은 입술을 오물거렸다.

“…저녁마다 꼭 연락할게.”

“너무 무리하진 말고.”

코끝이 시큰거려 입을 꾹 다물고, 그냥 케르낙스와 겨울이를 한 번 꼭 안았다.

“다녀올게.”

“그래.”

다른 아내들의 배웅을 위해 케르낙스는 겨울이를 데리고 침실에 있기로 했다. 그렇기에 나는 정말 마지막으로 둘의 이마에 입술을 맞추고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억지로 움직여 침실을 나와 아래로 향했다.

“일단 먹을 수 있는 건 모두 집어넣었습니다.”

“고마워.”

미믹 케이스를 건네는 기에나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가볍게 입술을 맞췄다.

“냐호야. 편지 잘 부탁할게.”

“걱정하지 마셔요.”

평소보다 더 밝은 얼굴을 한 냐호가 품에 안겨 왔다.

“누님. 저 없다고 또 술로 성욕 충당하려 하시면 안 됩니다?”

“……야!! 언제 쩍 이야길 하냐?!”

입술을 삐죽 내민 아멜라 누님이 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아무 여자한테 마음 주지 말고.”

“그럴게.”

베네오가 다가와 내 목을 끌어안았다.

“겨울이 좀 잘 부탁할게.”

“걱정하지 마라.”

다가온 네메아의 왼쪽 뺨에 난 상처에 입술을 맞췄다.

그리고.

“아직도 화가 덜 풀렸어?”

“…….”

“어휴, 우리 공주님.”

나는 황제에게 잔뜩 심통이 난 시론에게 다가가 허리를 끌어안았다.

“완전 헤어지는 것도 아니고 잠깐 떨어지는 건데?”

“…….”

조금 전 케르낙스에게 들었던 말을 설마 이렇게 바로 써먹게 될 줄이야.

나는 여전히 표정이 좋지 못한 시론의 두 뺨을 손으로 감싸며 이마를 맞대었다.

“이제 가야 하는데……. 시론 네가 그런 표정을 하면 갈 수가 없잖아.”

그리고 꽉 다문 입술에 내 입술을 겹쳤다.

“그러니까 웃어주면 안 될까?”

“……뭐래.”

여전히 표정은 어두웠지만, 시론은 나를 똑바로 마주 보며 말했다.

“…빨리 와.”

“응. 노력할게.”

시론은 결국 내 목을 끌어안으며 입술을 맞춰왔다.

“아주 걱정은 혼자 다 하지?”

“…흥!!”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시란의 한 마디에 시론은 결국 콧방귀를 뀌며 뒤로 물러났다.

“이제 끝났지? 어휴, 누가 보면 진짜 죽으러 가는 줄 알겠다. 당장 오늘 저녁에도 얼굴 보고 대화할 거면서.”

비젤린님이 한숨을 푹 내쉬고는 손에 든 지팡이로 내 엉덩이를 쿡쿡 찌르셨다.

그에 나는 머쓱하게 웃으며 아내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다녀올게.”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마. 대. 륙

도감작on

+반년 넘게 떨어져 있는 아멜라 모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