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700화 (700/771)

===========

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다!!

-=-

마대륙

다녀올게…… 라고 말을 하긴 했는데.

“동생은 내가 안고 간다.”

“아니. 이 양반이 미쳤나? 내 남편을 왜 큰 언니가 안고 간다는 건데? 큰 언니는 저 짐짝이나 들면 되잖아.”

바로 떠날 것처럼 작별 인사를 남기고 저택을 나왔으나, 보는 것처럼 우리는 곧장 떠나지 못하고 철문 앞에 서서 누가 날 안고 갈 건 지로 시란과 레이벨 누님이 다투는 중이다.

‘여기선 당연히 시란의 편을 들어야 하지만…….’

레이벨 누님의 축 처진 귀와 꼬리를 떠올리면 또 선뜻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자, 둘 다 그만. 서로 스미스를 안고 싶으면 이렇게 하는 건 어때?”

““……?””

시란과 레이벨 누님이 고개를 삐뚜름하게 기울이자, 비젤린님께서 히죽 웃으며 둘에게 속닥였다.

그리고.

“역시 우리 중 유일한 마법사야.”

“큭큭큭.”

아주 흡족한 레이벨 누님과 우리를 바라보며 어깨를 들썩거리는 비젤린님.

“꼭 이렇게 가야 해요?”

“나한테 묻지 마라.”

날 꼭 끌어안은 시란이 얼굴을 구겼다.

그래. 시란이 날 안고 있다. 그리고 날 안은 시란을 레이벨 누님이 안았고, 마지막 남은 비젤린님은 레이벨 누님의 꼬리를 허리에 감고 누님의 등에 코알라처럼 찰싹 붙어 우리를 내려다보는 중이었다.

‘솔로몬식 판결을 설마 내가 당하게 될 줄이야.’

사실 나로서는 전혀 불편한 구석이 없었다.

평소처럼 시란의 품에 안겼고, 시란의 품은 언제나 충격 완화를 위한 엄청나게 성능 좋은 젖가슴 쿠션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 미믹 케이스 역시 비젤린님이 경량화 마법과 부유 마법을 이용해 지팡이 끝이 묶어둬 잃어버릴 일도 없고.

“그, 다 해결됐으면 이제 출발할까?”

“그래.”

레이벨 누님이 시란을 한번 고쳐 안았다.

“벨 언니. 최대한 느릿하게 부탁해. 언니가 전력으로 달리면 짐을 잃어버리거든.”

“동생의 짐을 잃어버려선 안 되지.”

고개 대신 쫑긋 선 귀를 한 번 파닥파닥 움직인 후, 레이벨 누님이 옆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후우욱──!!

누가 얼굴에다 에어펌프를 쏜 것처럼 강렬한 바람이 덮쳐왔다.

하지만 그건 아주 잠깐뿐이었다.

“……?”

아주 짧게 얼굴을 치고 지나간 바람이 더는 불어오지 않게 되어 반쯤 까뒤집혔던 눈꺼풀을 바로 하고 앞을 봤다.

눈으로 좇을 수 없는 속도로 스쳐 지나가는 주변 풍경.

“왜. 바람이 안 부니까 신기하니?”

미친 속도로 스쳐 지나가는 주변을 멍하니 구경하고 있자, 레이벨 누님의 어깨 위에 턱을 얹은 비젤린님이 악동처럼 웃으셨다.

“처음 벨 언니한테 붙잡혀 왔을 때, 얼마나 비명을 크게 지르던지.”

“…들으셨어요?”

“응. 마침 산책 중이었거든.”

비젤린님께선 작은 손으로 처음 불어닥친 바람에 너저분해진 내 머리칼을 살살 정리해주셨다. 아니, 해주시려고 했다.

카악──!!

시란이 날카로운 상어 이빨로 비젤린님의 손을 깨물려 했고, 아주 간발의 차이로 비젤린님은 손을 뒤로 빼 손가락을 무사히 지켜냈다.

“시란?”

“아니, 바람은 내가 막아주고 있는데 왜 니가 생색을 내냐고.”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는 건 정말 아주 한순간이었다.

“내가 언제 생색을 냈니? 그냥 그런 일이 있었었지~ 하고 이야기 한게 단데. 하여튼 성질하고는.”

“이게 진짜……!!”

“시란. 얌전히 있으렴.”

“아오!!”

“풉풉~”

약올리는 둘째. 아니, 셋째였나?

아무튼, 약올리는 둘째와 놀림 받는 막내. 그리고 둘째보단 셋째를 말리는 맏이.

‘환장의 조합이었군.’

나는 벌써부터 마대륙에서의 생활이 다른 의미로 걱정되기 시작…….

“으게에엑──?!”

……했다, 라고 생각하던 중에 갑자기 비젤린님이 굉장히 익숙하고 친숙한 비명을 내지르셨다.

“비젤. 너도 그만하렴.”

“그, 그마아아안!!”

“엄살은.”

“허어어억?! 허억! 허어억!!”

2초는 됐을까.

아주 짧게 울려 퍼지던 비명이 멈추자, 비젤린님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숨을 헉헉 몰아쉬다가 레이벨 누님의 어깨에 젖은 빨래처럼 추욱 늘어지셨다.

‘묵념.’

내가 저 꼬리에 맞아도 보고 졸려도 봐서 아는데 진짜 장난 아니다.

“꼴좋…… 꺄악?!”

“너도 언니한테 말 버릇이 그게 뭐니? 안 그래도 주의를 주려 했다만, 동생이 다른 사람들 보는 앞에선 네 체면을 지켜달라고 부탁해서 참고 있었다.”

“아파!! 지, 진짜 아파!! 사, 살 떨어진다고오!!”

“엄살은.”

“끄으으윽…….”

세상에.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게 현실이 맞나?

그 시란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다니.

“남편…… 큰 언니가 괴롭혀.”

“괴롭힌 거 아니다. 그냥 옆구리를 살짝 꼬집었을 뿐이다.”

“그걸 폭력이라고 불러.”

“진짜 폭력이 뭔지 알려줘야 할 거 같은데.”

“봤지? 들었──”

파가각!! 파각!! 쿠우웅!!

엄청난 소리와 함께 나무껍질 같은 게 얼굴을 스치고 입 안으로 들어왔다.

“어푸푸풉!! 퉷?!”

“음. 이동 중에 말 시키지 말렴. 시란.”

“말은 큰 언니가 시켜놓고 왜 내 탓이야!!”

“크흠.”

입에 잔뜩 들어온 나무 파편을 뱉어낸 나는 그제야 레이벨 누님이 울창한 숲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방금 나와 시란과의 대화에 집중이 흐트러져 엄청나게 큰 나무들을 와장창 부숴버렸다는 것도.

그럼에도 내가 무사할 수 있었던 건 그 짧은 순간에 시란이 날 품에 꽉 끌어안아서였다.

‘운전자는 운전에만 집중하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니까.’

그 레이벨 누님도 나무에 처박았는데 일반인 놈들은 오죽할…….

둘을 어떻게 진정시켜야 하나 고민하며 고개를 들던 나는 보았다.

축 늘어져 계신 비젤린님의 머리에 보기 좋게 솟아오른 커다란 혹 덩이를.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내가 아주 큰 오해를 하고 있었다는걸.

‘…고생이 많으셨겠네.’

깨어나면 잘해드리도록 하자.

**

“여기가 경계다.”

“생각보다…….”

짹짹~♪

“엄청, 상쾌한 곳이네요……?”

푸른 털을 가진 신비롭고 귀여운 새들이 지저귀고 숨을 들이쉴 때마다 폐가 정화되는 듯한 맑은 공기가 가득한, 엘프의 숲보다 더욱 생명의 기운이 넘쳐흐르는 풍요로운 숲.

여기가 마대륙과 십 년이 넘도록 치고받고 싸웠다던 죽음의 숲이라고? 뭐지? 몰래카메란가?

하지만 그런 내 의문은 생각보다 빠르게 깨어난 비젤린님에 의해 금방 해소되었다.

“스미스야. 십 년이나 서로 죽고 죽이면 시체가 산처럼 쌓이겠지?”

“…그렇겠죠?”

“그럼, 그 시체들은 다 어떻게 처리할까?”

“불에, 태우나?”

“숲도 함께 태우게?”

“그, 전쟁 중인데 별로 문제 될 건 없지 않을까요?”

“듣고 보니 그 말도 맞네. 하지만 정답은 아니란다. 시체를 따로 처리하진 않아. 그냥 죽은 그 자리에 방치하지.”

비젤린님께서 미믹 케이스를 열더니, 검은 안개가 일렁거리는 안쪽으로 손을 불쑥 집어넣어 대충 소시지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숲을 향해 던졌다.

그러자 아주 놀라다 못해 눈알이 밖으로 튀어나올 광경이 펼쳐졌다.

콰드드드득──!!

바닥 아래에서 뻗어 나온 굵은 나무뿌리가 순식간에 소시지를 관통하고는 바닥 아래로 끌고 사라져버렸다.

“보는 것처럼 이 숲에는 청소꾼들이 많단다. 저기 짹짹 울고 있는 새들은 살아 있는 것들의 피를 주로 마시고, 널리고 널린 나무는 모두 잡식이라 방금처럼 양분이 될 만한 게 떨어지면 끌고 들어가지.”

“…굉장하네요.”

제국을 벗어나자마자 나는 이 세계의 알고 싶지 않은 또 하나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

“그럼, 저길 어떻게 지나가죠?”

“스미스야. 쟤들이 식물이고 새라는 이유로 멍청할 거라 생각하면 안 된다? 생각해보렴. 쟤들이 아무에게나 덤벼들었다면 아직까지 멀쩡히 살아 있을 수 있을까?”

“……진즉에 멸종했겠죠?”

“그래. 쟤들도 사람 봐가면서 덤벼.”

“그렇군요.”

“그런 거지.”

어쩐지 새들이 이쪽으론 고개도 안 돌리더라니.

“다 떠들었냐?”

“네. 기다려줘서 고마워요.”

“동생. 기다린 건 나다. 시란은 그냥 내게 안겨 있었을 뿐이다.”

“누, 누나도 고마워.”

“꺄아아악?!”

“아.”

내 감사 인사에 본능적으로 레이벨 누님은 본능적으로 꼬리를 흔들었고, 그 꼬리에 휘감겨 있던 비젤린님께선…… 생략하겠다.

“구, 구하러 안 가도 괜찮아?”

“괜찮다. 아마도…….”

슬쩍 시선을 피하는 레이벨 누님의 행동에 나는 누님이 가족을 애틋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도 사실은 연기가 아니었을까, 라는 나쁜 생각까지 들기 시작했다.

푸드득──!!

비젤린님의 날아간 방향에서 수십 마리의 새들이 날아올랐다.

다행히 정신을 차리고 돌아오시는구나, 라고 생각하는 것도 잠깐.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

처음 들어보는 언어가 우렁차게 숲을 관통했고, 동시에 검은 인영이 숲 안에서 튀어나왔다.

검은 머리칼에 약간의 푸른 빛이 감도는 피부.

검은 바탕에 파충류의 그것처럼 빛나는 금색 눈동자.

그리고 머리 양쪽에 자라나 있는 한 쌍의 검은 뿔.

“@$#%$%…….”

“$%#@…….”

엄청난 기세와 함께 등장한 여성들은 우리를 향해 무어라 소리치더니.

“히익!!”

“잘못!! 사, 살려!!”

정확히 레이벨 누님을 발견하고는 그대로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마참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