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701화 (701/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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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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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대륙

시란의 품에 안긴 나는 잠깐 상황을 정리해 봤다.

일단 레이벨 누님이 꼬리를 살랑거린 탓에 비젤린님이 그대로 숲 어딘가로 날아가 버렸다.

뒤이어 잔뜩 화난 사람처럼 알 수 없는 언어로 소리치며 나타난 두 명의 여성.

그리고 누가 봐도 사절단으로 보이는 두 여성은 위엄 넘치는 등장과 동시에 이마를 바닥에 가져대며 아주 납작 엎드려 목숨을 구걸해왔다.

‘이게, 권력의 맛?’

나는 무슨 진동 모드로 맞춰둔 스마트폰이 울고 있는 것처럼 엎드린 채로 달달달 떨고 있는 둘의 엉덩이를 즐겁게 감상──

짜악!!

“뭐, 뭐야?”

“동생?”

갑자기 내가 내 뺨을 후려치자, 시란과 레이벨 누님이 동시에 놀란 눈으로 내 양손을 사이좋게 하나씩 결박했다.

“기합 넣으려고 친 거니까……. 그, 좀 놓아줬으면 하는데.”

“…놀랐잖아.”

시란이 먼저 붙잡고 있던 손목을 놓았다.

“누나?”

“동생. 혼자도 아닌데 몸을 너무 험하게 다루는구나.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라.”

“그, 그럴게.”

섬뜩한 시선에 나는 얼른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고, 그제야 레이벨 누님은 나머지 내 손을 해방 시켜주셨다.

‘후우, 두 번 홀렸다가는 족쇄 차고 다니게 생겼네.’

남몰래 마른침을 삼킨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 사절들 같은데 조금 진정시킬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렇다는데.”

“동생이 그렇다면.”

레이벨 누님이 안고 있던 시란을 바닥에 내려두고는 거의 바닥과 일심동체가 되어가고 있는 이름 모를 두 여성에게 다가갔다.

“바로 앉아라.”

““……?!””

그러자 바닥에서 떨어질 생각이 없어 보이던 둘이 벌떡 일어나 공손히 무릎을 꿇고 고개를 푹 숙였다.

“시란. 마대륙에서도 공용어가 통해요?”

“통하겠냐?”

처음 저 둘이 소리칠 때부터 그럴 것 같았기에 크게 당황하진 않았다. 어차피 내게 필요한 건 말로 하는 교감이 아니라, 몸의 대화였으니.

“그래도 조금은 이해하는 것 같네요.”

“사절로 보냈는데 그 정도 구색은 맞춰줘야지.”

“아하.”

일단 확인한 바로 사절로 온 저 둘은 기껏해야 단어 몇 개를 이해하고 말할 수 있는 게 고작으로 보였다.

‘뭐, 주둥이 털 일 없으면 나도 편하지.’

오히려 더 마음이 차분해졌다.

“아니, 사람을 날렸으면 찾으려는 시늉은 해야 할 거 아니야!!”

그리고 때마침 비젤린님께서 지팡이로 나무를 팍팍 내려치며 숲을 빠져나오셨다. 덤으로 미믹 케이스도 무사한 듯 보였다.

“뭐야. 사절로 보낸 게 겨우 일반 마족이야?”

머리에 달라붙은 나뭇잎을 떼어내던 비젤린님은 그제야 무릎 꿇고 있는 둘을 발견하곤 혀를 찼다.

“그, 일반 마족은 뭡니까?”

“사람을 그냥 사람이라고 하지?”

“그렇죠?”

“마대륙에 사는 사람을 일반 마족이라고 생각하면 쉬울 거야.”

“오…….”

이게 대륙 최고의 마법사가 해주는 눈높이 교육?

헷갈릴 거 없이 단박에 이해했다.

“마대륙엔 뿔 달린 게 일반적인 모양이군요?”

“그렇지. 쟤들처럼 머리 양쪽에 달린 애들도 있고, 이마에 외뿔인 애들도 있지. 뿔 형태도 다양하고.”

만약 이 사실을 뿔박이 선배님께 알려드리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쪽엔 머리에 뿔 달린 애들이 드래곤 뿐이라던데.

“일단 시간 아까우니까 그만 출발하는 게 어때?”

허리를 두어 번 두드린 비젤린님께서 터덜터덜 걸어와 레이벨 누님의 등을 타고 올라가 매달렸다.

“동생이 저것들을 진정시키길 원하던데.”

“스미스야.”

비젤린님께서 한숨을 내쉬었다.

“벨 언니가 쳐 죽인 쟤들 시체만 해도 이 숲 절반은 더 채울 수 있을걸?”

“…출발하시죠.”

비젤린님의 보충 설명과 더불어 나는 무릎 꿇은 둘의 바닥 아래로 흥건한 물줄기가 흘러나오는 모습에 대화를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파악──!!

“……?!”

레이벨 누님의 꼬리가 무릎 꿇은 둘의 얼굴을 후려쳤고, 둘은 그대로 바닥을 몇 바퀴나 굴러야 했다.

하지만 둘은 얼른 다시 기어와 굴러가기 전의 자리에 그대로 다시 무릎을 꿇었다.

“니가 누나누나 거리던 사람이 저런 사람이다.”

시란이 내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으며 그리 속삭였고, 나는 이름 모를 마족의 머리채를 붙잡고 무어라 작게 속삭이는 레이벨 누님을 멍하니 바라봤다.

“가, 감사!!”

“열심!! 아, 안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둘은 레이벨 누님을 향해 몇 번이고 머리를 숙인 다음 그대로 몸을 돌려 도망치듯 숲 안으로 사라졌다.

“발이 느린 녀석들이라 오늘은 협곡 도시에서 쉬어야 할 것 같다.”

이쪽으로 돌아온 레이벨 누님이 나를 향해 그리 말씀하셨다.

“벨 언니. 스미스는 협곡 도시가 뭔지 몰라.”

“아.”

작은 입술을 살짝 벌린 레이벨 누님은 잠깐 내 눈치를 살피시더니.

“…출발하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시란을 번쩍 안아 들었다.

**

아름다운 새들이 지저귀는 숲속.

나는 슬슬 저물어가는 태양을 슬쩍 올려다본 다음 태평한 세 자매에게 물었다.

“이렇게 걸어도 괜찮은 겁니까?”

“괜찮아.”

“응. 걱정할 거 없어.”

시란과 비젤린님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거의 동시에 대답했다.

“쟤들이 하루 종일 뛰는 것보다 벨 언니가 잠깐 뛰는 게 더 멀리 가.”

“와…….”

“음, 별거 아니다.”

내가 감탄하는 반응을 보이자 레이벨 누님의 귀가 파닥거렸다.

“그래서 협곡 도시가 뭐하는 곳입니까?”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작은 손으로 본인의 턱을 쓰다듬기를 잠깐.

“고기 방패?”

“……예?”

“쓰읍, 이게 아닌가?”

그렇게 다시 눈을 감고 고민하시기를 잠깐.

“일단 이 경계의 숲이랑 가장 가까운 마대륙 도시야. 그리고 협곡 도시를 지나야만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고. 물론 예외도 존재해.”

비젤린님이 레이벨 누님을 곁눈질했고, 레이벨 누님은 이번에도 귀를 파닥였다.

“아무튼, 다른 나라로 비유하면 국경 요새 정도로 생각하면 편할 거야. 대신, 변경백이랑 정예 기사들이 모이는 왕국과 다르게 협곡 도시엔 마대륙에서도 어찌하기 힘든 별종이랑 망나니들이 가득해.”

“……대충 이해한 거 같습니다.”

“다행이네.”

휴전하기 전까진 지금 걷고 있는 숲이 바로 전장이었다. 그리고 그런 전장과 가장 가까운 도시가 협곡 도시.

‘그래도 고기방패라는 비유를 사용하신 걸 보면 크게 긴장할 필요는 없어 보이네.’

다시 한번 레이벨 누님의 존재에 감사하며 나는 누님들에게 물었다.

“근데, 어차피 협곡 도시에 하루 머물거라면 그냥 우리가 먼저 가는 편이 낫지 않아요?”

“스미스야.”

“넹?”

비젤린님께서 아주 상냥한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며 머리를 살살 쓰다듬으섰다.

“벨 언니가 갑자기 도시에 딱 나타나면 도시가 아주 즐거워지겠다. 그치?”

“…공기가 참 맑네요.”

“그러게.”

나는 입을 닫고 얌전히 시란의 가슴 쿠션을 즐겼다.

**

“여기가, 마대륙……?”

노을이 지기 시작할 즘 우리는 숲을 나왔다. 그리고 레이벨 누님이 도약하기를 몇 번.

나는 오랜 가뭄을 맞이한 것처럼 쩍 갈라진 대지와 저 멀리 휘몰아치고 있는 붉은 모라 바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내가 말했지? 마대륙엔 먹을 게 없다고.”

“그, 다, 다른 곳도 저렇습니까?”

“비슷해. 물론, 저렇게 모래 폭풍이 부는 건 이곳뿐이지만.”

“다행이네요…….”

멀리서 보고만 있어도 소름이 끼치는 붉은 모래 폭풍.

저 안에 협곡 도시가 있다고 했다.

‘도시를 지나야만 하는 게 아니라, 도시도 못 지나가겠는데…….’

내가 혼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레이벨 누님은 아무렇지 않게 모래 폭풍을 향해 폴짝폴짝 뛰어 빠르게 거리를 좁혀 나가셨다.

“음, 마법이 편하긴 하군.”

“그렇지?”

다행히 우리가 모래 폭풍에 휩쓸리는 일은 없었다.

보는 것처럼 비젤린님의 실드로 바람은커녕 모래 알갱이 하나조차 우리 몸에 닿지 못했다.

그렇게 얼마나 안으로 들어갔을까.

“우와…….”

나도 모르게 입에서 감탄이 튀어나왔다.

왜냐면 미친 모래 폭풍 속에 진짜로 도시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도 뛰어난 마법사가 있는 모양이네요.”

지금 우리를 보호하고 있는 반투명한 막이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었고, 그렇기에 도시가 존재할 수 있었다.

“마대륙에서는 마법이 꽤 흔해.”

“그래요?”

“그래요.”

비젤린님은 학생을 가르치듯 내 머리를 또 쓰다듬었고, 그사이에 우리는 벌써 활짝 열린 도시의 성문을 지나고 있었다.

“환영합니다.”

그리고 성문을 통과한 우리 앞에 나타난 정장 차림의 여성.

이마에 달린 뿔만 아니었다면 평범한 사람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이쪽에 가까운 외모의 여성이었다.

“…우리 말 할 줄 모른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세월이 많이 흘렀지.”

내가 눈을 흘기자, 비젤린님께서 검지와 중지를 갈고리처럼 구부려 당장 내 눈을 찌를 것처럼 슉슉 손을 흔드셨다.

“아, 제가 그냥 별종이라 그렇습니다.”

정장 차림의 여성이 싱긋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우선 저택으로 모시겠습니다.”

별다른 소개도 없이 우리를 본인의 저택으로 안내하는 여성.

‘뭐, 상관없나.’

수틀리는 순간 사라지는 건 저쪽이니.

“대륙과 비교하면 불편한 부분이 많으실 테지만, 이쪽의 사정도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지만 사정을 봐달라는 것과 달리, 그녀의 저택은 제도에 있는 비젤린님의 저택만큼이나 크고 화려했다.

“모두 빈방이니 편하신 곳을 아무렇게 사용해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욕탕을 이용하고 싶으시다면 저를 불러주시길.”

그녀는 식사를 어떻게 하겠냐는 말도 없이 우리를 저택 한 가운데 덩그러니 놓아두고 사라져 버렸다.

“예의 없다고 생각했지?”

“…조금?”

“흐흐, 그런 거 아니니까 마음 상할 필요 없단다.”

비젤린님은 레이벨 누님의 등에서 폴짝 내려왔다.

“기에나랑 베네오가 쓰러졌던 거 기억하지?”

“네. 기억합니다.”

“방금 쟤도 그때 그 둘이랑 별반 상황이 다르지 않았어. 그런데 내색하지 않고 여기까지 우릴 데려왔고”

“…대단하네요.”

“그렇지?”

비젤린님은 가장 가까운 방문을 열고는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럭저럭 넓으니까 대충 여기서 자자.”

“음, 그러지.”

“스미스는 내 거야. 탐내지마.”

시란과 레이벨 누님의 신경전이 조금 있었지만, 내가 가운데 자는 걸로 합의를 보며 우리는 무사히 저녁을 해결할 수 있었다.

**

미믹 케이스 덕에 만족스러운 식사를 끝마친 후, 우리 세 자매께선 사이좋게 내 양쪽 허벅지와 배를 베개 삼아 베고 누워 고롱고롱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빈둥거리는 중이다.

“그, 사절로 왔던 두 사람 말입니다. 일반 마족들 사이에선 꽤 강한 편이겠죠?”

“일반 마족 중에선 꽤 강한 편이겠지.”

“그렇겠죠? 그리고 아까 우릴 마중 나왔던 마족 있잖아요. 그 여자는 무슨 마족입니까?”

“걔도 일반. 이쪽에 가까운 건 혼혈이라 그래.”

“……그렇군요.”

똑같은 일반 마족이 셋.

빠르게 머리를 굴린 나는 비젤린님께 부탁했다.

“사절로 온 그 둘이랑 우릴 안내했던 그 마족까지. 지금 데려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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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집으로 빨리 돌아가기 위한 가장의 노력...(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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