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707화 (707/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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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감사합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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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대륙

새근새근 들려오는 시란과 비젤린님의 고른 숨소리를 듣고 있으니 절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으응…….”

침대에 눕자, 기다렸다는 듯이 꼬물꼬물 다가와 품을 파고드는 시란.

나는 그런 시란에게 기꺼이 왼쪽 팔을 베개로 내어준 다음, 조금 더 깊게 잠들 수 있도록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은은한 조명 빛이 감도는 낯선 천장을 올려다보며 시스템 창을 불러왔다.

【갓-컴퍼니 – 파견사원(서민수)】

『이름 : 서민수. 나이 : 26세

성별 : 남성. 직급 : 차장(파견)

사원평가 점수 : 0점(평가 없음)(?)

사원활동 점수 : 1,393점(50↑)(?)』

【서민수(차장) 평점】

◎교류 회수 15회

◎평점 등록 2회

◎평균 평점 0점

《교류하기》(가치점수)

《지원 능력》

◎ 성물 창조(?)

·

·

·

《스킬》

◎ 우리 아이 뼈 튼튼(P)

◎ 뒷처녀 감별사 (P)

◎ 암컷 관통(A)

◎ 최후의 한 방울까지(P)

◎ 내 몸은 오일로 되어있다(A)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놀랍게도 사원점수가 아니라 평균 평점이었다.

‘기대한 내가 호구지…….’

얻는 거야 어차피 가치점수의 할인이 전부였기에 딱히 목을 맬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5명이 거래를 했는데 한 사람도 평점을 남겨주지 않은 부분은 충분히 내 여린 마음에 상처를 주기 충분했다.

‘근데 딱 50점 올랐네.’

나는 오랜만에 갱신된 ‘?’를 눌렀고, 시스템 창이 변형되며 그간 나와 관계를 맺은 여성들의 종족과 이름이 길게 나열되었다.

나는 아래로 한참이나 이어진 스크롤을 가장 아래까지 쭈욱 당겼다.

◎백웅

·아드리안(얼굴 사진)

=>종족(25), 처녀(10), 사랑(10), 건강(5), 순혈(10), 작위(20)

=80점

◎드라이어드

·타니아(얼굴 사진)

=>종족(80), 처녀(10), 애정(5), 건강(5), 순혈(10), 작위(10)

=120점

◎마인 (New)

·쿠리리(얼굴 사진)

=>종족(15), 처녀(10), 사랑(10), 건강(5), 순혈(10)

=50점

·쿠로로

=>종족(15), 처녀(10), 사랑(10), 건강(5), 순혈(10)

=50(X)

·카이샨

=>종족(15), 처녀(10), 건강(5), 혼혈(5)

=35(x)

세부 항목까지 펼쳐 확인한 나는 일단 그녀들의 얼굴 사진과 이름을 합한 다음 머리에 저장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시선이 향하는 소항목.

‘……사랑?’

오늘 처음 본대다가 제대로 된 대화조차 나누지 않았는데 그녀들의 나를 향한 마음은 벌써 아내들과 같은 수준이었다.

조금 놀라긴 했지만, 그렇다고 크게 이상하다 생각하진 않았다.

‘내가 여기서 좀 먹히는 얼굴이긴 하지.’

게다가 시론도 나를 처음 보자마자 첫눈에 반했다고 고백하지 않았던가. 나는 서로가 서로에게 첫눈에 반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 중 한 사람이다.

딱히 더 확인해 볼 건 없었기에 길게 늘어진 창을 닫고 시스템 창을 눈앞에서 치웠다.

잠깐 단채방에 들어가서 우리 선배님들께 평점은 어디 갔는지 공손하게 여쭤볼까도 생각해봤지만, 지금 내 왼팔은 온전히 시란의 것이었기에 깔끔하게 생각을 접었다.

‘그런데 이름들이 귀엽네.’

성난 고양이처럼 하악질 하던, 그러니까 여주인. 카이샨 다음 내게 안겼던 마족이자, 지금 마인의 대표로 등록된 여성의 이름은 쿠리리. 그리고 스스로 아양을 부리던 닮은 외모의 여성이 쿠로로였다.

처음 이 시스템의 존재를 알게 되고 프로필을 열어봤을 때만 하더라도, 시론과 케르낙스의 얼굴과 함게 아래에 점수가 표시되어 있어 조금 꺼림직하게 생각했지만, 확실히 이런 상황에서는 굉장히 유용하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나저나 누나는 언제 올까.’

방에 들어오고도 시간이 꽤 흘렀다.

아마 케르낙스와 다른 아내들과 담소를 나눈 것만 해도 1시간은 가볍게 넘기지 않을까.

으응~

“…잘 땐 세상 귀여우신데 말이지.”

팔과 다리를 사이좋게 한 짝씩 내 가슴과 허벅지 위에 얹어 나를 꽉 끌어안는 시란의 잠꼬대에 고개를 살짝 숙여 흘러내린 머리카락 틈으로 드러난 이마에 입술을 맞췄다.

“흐응~”

그러자 건조해 보이던 시란의 입꼬리가 조금은 기분이 좋은 듯 부드러운 호선을 그렸다.

‘뭐…… 조금 전에는 다소 짓궂긴 하셨지만.’

비젤린님이 계신 것도 있고 침대 위에서 격렬한 시간을 보내던 걸 떠올리며 피식 나오려는 웃음을 삼켰다.

그렇게 잠든 시란의 사랑스러운 얼굴을 바라보며 얼마나 시간을 보냈을까.

‘안 오시려나.’

육체적 피로는 크지 않았지만, 긴장해야만 하는 상황을 몇 번이나 부딪혀서 그런지 수마가 올려오기 시작했다.

‘…당장 급한 건 아니니까.’

점차 무거워지는 눈꺼풀에 나는 저항을 포기했다.

**

“……미스.”

“…일……아침…….”

귓가를 간지럽히는 애정 가득한 목소리에 아득히 멀어져 있던 의식이 점차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일어났냐.”

“…좋은 아침.”

“그래.”

품에 안겨서 나를 빤히 올려다보고 있던 시란이 방긋 웃으며 내 목덜미를 살짝 깨물었다.

“으흐흐, 간지러워요…….”

“아침 먹고 출발할 거니까 빨리 일어나.”

“쓰읍?”

그제야 나는 이곳이 집이 아니라 마대륙의 경계와 가장 가까운 도시라는 걸 떠올려냈다.

“언제 일어났어요?”

“두 시간은 된 거 같은데.”

“……그냥 깨우지.”

“우리 남편 잠든 얼굴 보는 건 오랜만이라서 구경 좀 했다.”

“크흠.”

내가 쑥스러워하자 시란이 작게 웃으며 나와 함께 몸을 일으켰다.

“저기요. 밥맛 떨어지니까 적당히 하고 그만 와서 뭐라도 좀 만들어주면 안 될까?”

“부러우면 너도 끼던가.”

“됐거든?”

맞은편 침대에 앉아 있던 비젤린님이 이마를 와락 구겼고, 시란이 깔깔 웃으며 다시 내게 입술을 맞췄다.

“아침 준비할게요.”

“그래.”

나를 끌어안으며 몇 번인가 더 목덜미와 귀를 깨물며 애정 표현을 하던 시란이 그제야 순순히 떨어졌고, 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바로 아래에 두었던 미믹 케이스를 뒤적여 대충 손질되어있는 재료들을 하나씩 꺼냈다.

“토스트로 괜찮죠?”

“좋지.”

보관할 때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성질 때문에 미믹 케이스에서 꺼낸 식빵에선 고소한 버터향과 함께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진짜 볼수록 신기하다 그거.”

“비젤린님도 하나 만들어 보세요.”

“싫어. 그리고 필요하면 너한테 하나 얻으면 되는데 굳이?”

“엇…….”

나는 슬쩍 미믹 케이스를 뒤로 숨겼다.

“뭐야. 설마 그거 하나 못 주는 거야?”

그러자 비젤린님은 상당히 충격받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그리 말씀하셨다.

“흐흐, 당연히 농담이죠.”

선배님들에게 하나씩 만들어 넘긴 대가로 내가 필요할 때 아공간 또는 차원 주머니라 불리는 걸 받기로 했기에 앞으로 5개는 더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참고로 미리 대가를 받지 않은 건, 일단 내 수중에 들어오면 재산으로 취급당해 달마다 컴퍼니에 강제 기부를 당하기 때문에 일단은 선배님들께 맡겨두는 형태로 보관 중인 것이다.

“진짜?”

“그럼요. 원하시면 이거 그냥 드릴게요.”

“……됐어.”

말은 그렇게 하셨지만, 다행히 표정은 한결 부드러워져 있으셨기에 나는 마음 놓고 따끈따끈한 토스트 위에 싱싱한 채소와 두툼한 베이컨을 잔뜩 얹어 비젤린님 앞으로 가져갔다.

“우유도.”

“넹.”

그리고 넘치는 시란과 케르낙스의 모유를 우유와 함께 적당한 비율로 섞은 게 잔뜩 담겨 있는 유리병 하나를 꺼내 비젤린님에게 드렸다.

“시란은요?”

“나는 그거.”

요염하게 웃으며 길고 고운 검지로 나를 가리키는 시란.

당연하지만 시란의 검지는 내 사타구니를 가리키고 있었다.

“야. 할 거면 다른 방 가서 해.”

“니가 나가지? 우린 둘이고 넌 하난데 왜 우리가 나가야 하냐?”

“…큰 언니 없다고 기어오른다?”

언제나 그렇듯 발화점이 매우 낮은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순식간에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쓰읍!! 둘 다 그만 하세요. 싸우면 내일부턴 식사 준비 안 해드릴 겁니다?”

“나는 딱히 상관없는데.”

“시란.”

“…알겠다고. 안 싸우면 될 거 아냐.”

시란이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홱! 돌렸다.

“비젤린님은요?”

“잘때랑 밥 먹을 때만 좀 조심해줘. 그럼 나도 별말 안 할 테니까.”

“그 부분은 죄송합니다.”

“하아……. 됐다. 됐어. 내 동생이 할 사과를 왜 네가 하니?”

비젤린님은 고개를 저으며 식사를 마저 이어 나갔다.

“근데 레이벨 누나는요?”

“잠깐 들어왔다가 너 자는 거 보더니 다시 나가더라.”

“그래요?”

들어오긴 했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응? 어디로요?”

“밥 먹으러.”

“어엇?!”

그렇게 나는 시란의 손에 이끌려 바로 맞은편 방으로 끌려 들어갔다.

**

“크흠.”

시란이 배부르게 아침 식사를 끝낸 후, 함께 방으로 돌아오자 어느새 돌아온 레이벨 누님이 소파에 앉아 헛기침을 내뱉어왔다.

“누나. 아침 먹을래?”

“괜찮다.”

이쪽으로는 눈길을 주지 않은 채 대답하는 그 모습에 나는 살짝 올라가려는 입꼬리에 힘을 주어 가까스로 붙잡았다.

“그러면 출발은 언제 해요?”

“언제든 상관없다.”

나는 미믹 케이스에서 훈제된 고기를 몇 덩이 꺼내 대충 입에 욱여넣었다.

“…후우. 그러면 이것만 먹고 가죠.”

“알겠다.”

뚝뚝 끊어지는 대답.

“누나.”

“……왜?”

반쯤 접혀 있던 누님의 귀가 쫑긋! 올라왔다.

“아뇨. 그냥.”

“크흠.”

그리고 다시 접히는 귀.

“그런데 혹시 길드──”

파앗!!

다시 접혔던 누님의 귀와 꼬리가 빳빳하게 위를 향했다.

“……에 무슨 일 없어?”

“업무는, 다른 녀석들에게 맡겨두고 와서 모른다.”

“그렇구나.”

만약 귀와 꼬리만 아니었다면 깜빡 속아 넘어갔을 정도로 침착한 대답이었지만, 안타깝게도 귀와 꼬리의 반응 덕에 조금 전 누님의 대답이 조금 부자연스러웠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뭘까.’

가족 사이에는 비밀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으면서 치사하게 거짓말이라니.

하지만 이에 대해선 더는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시스와 떨어져 있어도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아내들조차 모르는 비밀이었기에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싶진 않았다.

“아, 하나 더 괜찮아?”

“물론.”

여전히 내가 아닌 다른 곳을 보며 대답하는 레이벨 누님의 옆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우리 최종 목적지가 어디야?”

“수도.”

“수도?”

레이벨 누님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더니.

“너무 궁금해하지 마라.”

힐끗 나를 곁눈질하며 작은 입술을 달싹였다.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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