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708화 (708/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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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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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대륙

“본좌가 바로 마대륙의 천하제일인 인 천마이니라.”

감미로운 목소리와 전혀 그렇지 못한 대사에 피가 쏠리려던 아랫도리가 거짓말처럼 팍 식어버렸다.

“후후, 최대한 기세를 갈무리했다만, 그럼에도 본좌의 숨길 수 없는 위대함에 절로 몸이 굳어진 모양이구나.”

“…….”

너무 오그라들어서 나도 모르게 앓는 소리를 낼 뻔했다.

“하지만 안심하거라!! 무의 정점에 오른 본좌는 나약한 것들을 괴롭히는 취미는 없으니 말이다. 으하핫!!”

젠장. 목소리가 너무 감미로워서 더 소름이 돋았다.

저런 마성의 목소리로 중2병이 쌔게 온 사춘기 남자처럼 웃다니.

나는 그 어떤 남자보다도 호쾌하게 웃고 있는 이름 모를 천마님을 잠깐 뒤로하고 우리쪽 여성들에게 속삭였다.

“저분이 셋째입니까?”

““……?!””

‘……?’

시란과 레이벨 누님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어떻게?!’라는 의미가 잔뜩 담긴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다. 천마는 물론이고 건축 양식까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오히려 눈치채지 못하는 게 더 이상하지만.

“어떻게 알았니?”

그리고 비젤린님 역시 놀라지는 않으셨지만, 내가 어떻게 유추해 냈는지 궁금하셨던 모양이다.

“일단 저분 진정 좀 시키고 자리부터 옮기면 안 될까요?”

“음, 동생은 연약하니 그게 좋겠다.”

이 덩치에 연약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은 여기가 유일하지 않을까.

여튼, 레이벨 누님은 나와 시란을 바닥에 내려준 후.

“엘리스.”

“어허! 감히 본좌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

“아직 덜 혼났구나.”

“아, 아니다!! 그만 하겠느니라!!”

‘……??’

마대륙의 천하제일인 이자 천마인 그녀는 레이벨 누님이 주먹을 말아쥐고 다가가자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동생이 지쳤으니 방으로 안내하렴.”

“동생? 막둥이가?”

“내, 내가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지?!”

목덜미가 새빨갛게 물든 시란이 내 눈치를 보며 소리쳤다.

“어허! 어딜 하늘 같은 언니에게 소리를 치는 것이……아야야야야?!”

“시끄럽고 방으로 안내하렴.”

그리고 시란에게 호통치던 엘리스라는 이름의 셋째 누님께선 레이벨 누님의 손에 귀를 잡아당겨지며 눈물을 찔끔 흘리며 고통을 호소했다.

‘그래. 생각을 비우자.’

사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었기에 그렇게 막 크게 놀라진 않았다. 물론, 전각과 천마라는 단어가 튀어나왔을 때는 좀 많이 당황했지만.

“이, 이쪽이다…….”

무사히 귀를 빼낸 셋째 누님께선 우리를 10층짜리 건물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셨다.

“1층은 수련장. 2층은 식당. 3층은 연구실. 4층부터 8층까진 서고. 9층은 전시관. 10층은 내 방.”

살랑살랑.

장포? 도포? 아무튼, 무협지에서 무인들이 입고 다닐 법한 외투 밖으로 검고 끝이 뾰족한 하트 모양 꼬리가 살짝 삐져나와 흔들거리는 게 내 시선을 끌었다.

[[ 어서 오십시오. ]]

“자고 쉬는 건 내 방에서 하고, 3층을 제외하면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되느니라. 그리고 필요한 게 있으면 여기 애들한테 부탁하고.”

냐호와 비슷한 복장을 걸친 수십 명의 여성이 우리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쟤들 다 인형이니까 신경 안 써도 돼.”

“인형이요?”

“응. 인형.”

내가 놀란 듯 묻자, 비젤린님이 뿌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반응을 보아하니 누가 만든 인형인지는 굳이 묻지 않아도 답을 알 것 같았다.

“해방자여. 내 위대한 업적들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들이 전시된 곳이다. 구경하고 가겠느냐?”

“헛소리 그만하고 올라가렴.”

“악! 때, 때리지 마!!”

9층에서 잠깐 멈췄던 셋째 누님은 레이벨 누님이 엉덩이를 때리자 화들짝 놀라며 후다닥 위로 뛰어가 버렸다.

다시 말하지만 방금 뛰어간 사람이 마대륙의 천하제일인 이 되시겠다.

‘생각했던 거랑은 완전 다르지만…… 나쁘진 않네.’

크게 노력하지 않더라도 금방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아 우선은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그렇다고 긴장을 놓는다는 소리는 절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런 가벼운 모습은 어디까지나 레이벨 누님이 있으니까, 그리고 자매들 앞이라 보여주는 걸 테니…… 가벼운 손짓 한번에도 허리가 반으로 접힐 수 있는 나 같은 경우에는 저런 유형의 사람이야말로 정말 조심해서 접근해야 했다.

첫날 레이벨 누님이 무심코 휘두른 꼬리에 내 얼굴이 폭삭 주저앉아버렸듯이, 지금 저렇게 밝은 얼굴로 무심코 내 등이나 어깨를 두드릴 경우 그대로 동강 나버릴지도 모른다.

‘내 몸은 내가 지킨다…….’

그렇게 나는 시란의 품에 안긴 채로 마침내 최상층에 도착했다.

“저쪽은 전부 침실. 이쪽은 욕탕. 편할 대로 이용하고, 배고프면 지금 식당으로 가고.”

“아니. 식사는 우리가 알아서 할 거야.”

레이벨 누님의 등에서 폴짝 뛰어내린 비젤린님이 단호하게 이야기하자, 셋째 누님께서 입꼬리를 씨익 끌어올리며 말했다.

“비젤. 너 그렇게 편식하니까 성장이 거기서 멈춘 것 아니냐.”

“내 나이가 몇인데 성장 타령이야? 아무튼, 너는 손대지 마.”

“본좌는 약자의 것을 빼앗지 않는다.”

셋째 누님이 당당하게 이야기하자, 비젤린님은 특유의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내게 미믹 케이스를 내밀었다.

“토스트. 블루베리 잼 가득.”

“나는 고기랑 맥주.”

“음. 나는… 그, 바삭한 빵에 고기 가득. 새콤한 소스도 살짝….”

순서대로 비젤린님, 시란, 레이벨 누님 되시겠다.

각자 중앙에 놓여 있는 의자라고 해야 할지 소파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적당히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이 방의 주인이자 장인어른의 셋째 따님이신 엘리스 누님만 덩그러니 서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근데 저 안대는 왜 쓴 걸까.’

신경 쓰이긴 하지만 아직 그런 걸 물을 사이는 아닌 거 같았고, 물으면 또 귀찮아질 것 같아서 그냥 조용히 입을 닫고 일행들이 주문한 메뉴들을 하나씩 척척 만들어 냈다.

“허어…… 비젤이 만든 가방인 것이냐?”

“예? 아, 아뇨. 제가 만든 작품입니다만.”

“해방자 그대가?”

“옙.”

“남편아.”

“어, 지금 가.”

나는 살짝 부담스러울 정도로 거리를 좁혀온 셋째 누님의 눈치를 살피다가 얼른 접시들을 챙겨 일행들에게 다가갔다.

“스미스야.”

“넹?”

다시 돌아가서 내가 먹을 걸 만들려는데 비젤린님이 나를 붙잡았다.

“미리 말해두지만, 절대로 주지 마. 알겠니?”

“…절대로요?”

“…….”

비젤린님이 게슴츠레 뜬 눈으로 나를 노려보시다가 짧게 한숨을 내쉬셨다.

“네 그 순둥순둥한 성격에 그게 가능할 리가 없지……. 그냥 버틸 수 있는 만큼 버티다가 정말 불쌍하면 그때 주렴.”

“크흠. 옙.”

“비젤. 다 들린다만?”

“들으라고 한 거야.”

나는 둘의 눈치를 살피다가 다시 미믹 케이스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신기한 가방이로구나.”

“예에…….”

거의 살이 맞닿을 정도로 거리낌 없이 다가와 바로 옆에 쭈그려 앉은 셋째 누님.

덕분에 품이 넓어 앞으로 벌어진 옷 사이로 뽀얀 가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내 눈길을 자꾸만 유혹해왔다.

“먹을 걸 만들어내는 가방인 것이냐?”

“그런 건 아니고…… 이것저것 넣어서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가방입니다.”

“얼마나?”

“…100년은 거뜬하지 않을까요?”

사실은 망가지지 않는 이상 무제한으로 보관이 가능했지만, 비젤린님의 경고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말을 조심해버렸다. 그치만 이제 막 안면을 튼 그녀보다는 사랑스러운 겨울이와 통화할 수 있게 해주시는 비젤린님의 기분을 맞춰드리는 게 당연한 선택이다.

“오호. 흥미롭구나. 나중에 본좌가 몇 가지를 가져다줄 테니, 마음에 드는 게 있다면 이 가방을 만드는 법을 알려다오.”

“예에…… 마음에 드는 게 있다면야 뭐.”

방법을 알려주는 건 어렵지 않았다. 다만, 뭔가를 받고 알려준다면 높은 확률로 보복을 당할 것 같았기에 어지간해서는 그냥 입을 다물고 있을 생각이다.

“그런데 참 향이 좋구나.”

“…….”

훈제된 사슴 고기를 듬뿍 넣은 샌드위치를 한 입 먹으려는데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셋째 누님께서 아름다운 벚꽃색 머리칼을 찰랑이며 조금 더 내게 달라붙어 오셨다.

“해방자여.”

“…예?”

“본좌는 이곳의 주인이고 해방자인 그대는 필시 내 도움이 필요할 터.”

“그렇, 죠?”

“그걸 한 입 먹게 해주면 본좌는 참으로 기쁠 것 같구나.”

처음 들었을 때부터 이상할 정도로 음심을 자극하는 감미로운 목소리가 뜨거운 숨결과 함께 귀를 간지럽혀왔다.

“많이도 아니고 딱 한 입이니라.”

옷과 옷이 맞닿았다.

농담이 아니라 순간 맞닿은 부분이 너무 뜨거워 나도 모르게 흠칫 떨기까지 했다.

“그 한입으로 그대는 이 마대륙의 천하제일인 인 본좌의 환심을 살 수 있는 것이야. 이보다 더 싼 대가가 있을까?”

꼴깍.

군침이 자꾸 넘어가게 만드는 달콤한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본좌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느냐. 물론, 마음이 넓은 본좌는 그대가 부탁을 들어주지 않더라도 돕겠지만…….”

스으윽.

길고 고운 손가락이 내 허벅지를 부드럽게 어루만져왔다.

“그것을 한 입 준다면 본좌는 정말 기쁠 것 같구나.”

“하, 한입만입니다.”

“본좌는 약속을 목숨처럼 지킨다.”

이대로 있다가는 발기하다 못해 진짜로 냅다 덮쳐버릴 것 같아 나는 그녀를 떨어트리기 위해서라도 샌드위치를 한 입 물려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셋째 누님이 샌드위치를 앵두 같은 입술로 한입 베어 물었다.

“이쪽에서는 맛볼 수 없는 풍부함이구나.”

담백한 맛 평가와 함께 셋째 누님은 쭈그렸던 다리를 펴며 뒤돌았다. 그리고…….

“어떻게 하루를 못 버틸까.”

비젤린님의 한껏 가라앉은 목소리가 내 가슴을 쿡쿡 찔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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