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710화 (710/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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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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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대륙

물기를 가득 머금은 긴 속눈썹 아래로 드러난 짙은 자주색 눈동자.

그 어떤 보석도 감히 흉내 내지 못할 매력적인 색을 품은 눈동자에 내 얼굴이 비친 바로 그 순간.

‘……?!’

멀쩡하던 시야가 갑자기 술에 취한 사람처럼 일렁거리더니, 잔뜩 열 받은 사람의 그것처럼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미스?”

마치 동굴에 들어와 떠드는 것처럼, 모든 소리가 웅웅 울린다.

두근──!! 두근──!!

주변 소리가 울려서 그런 걸까.

터질 듯 뛰기 시작한 심장 소리가 머리를 울리더니, 귀를 어지럽히던 모든 소음을 그대로 묻어 버렸다.

‘물…….’

혀가 바짝 마르고 타 들어가는 듯한 갈증에 뭐든 목을 축일 수 있는 거라면 입에 가져대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그때 무뎌진 줄 알았던 후각으로 몹시 달콤한 향기가 코끝을 자극해왔다.

일렁거리는 시야에 바로 코앞의 상황도 분간할 수 없었지만, 저 달콤한 향기를 내뿜는 것을 입에 넣을 수 있다면 아무래도 좋았다.

【…대……이하…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 같은데…….

하지만 극심한 갈증과 유혹적인 달콤한 향기에 나는 그 사실을 금방 잊어버렸다.

그리고 끓어오르는 욕구에 몸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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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읍……?”

입가에 흘러내린 침을 빨아먹으며 잠에서 깬 나는 낯선 천장을 멍하니 올려다봤다.

‘뭐지?’

몸이 무척이나 편안한 걸 보면 침대 위라는 건 알겠는데, 내가 어째서 침대 위에 누워있는지에 대한 기억이 조금도, 진짜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분명 시란이랑 같이 노천탕에 들어간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말이지.’

문제는 딱 거기까지만 기억이 난다는 거다.

분명 이후에 누가 들어왔던 거 같은데……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시원하게 떠오르질 않았다.

“…으응.”

“……?”

그렇게 혼자 끊어진 필름을 찾아 이어 붙여보려고 끙끙거리고 있을 때, 바로 옆에서 잔뜩 쉰 시란의 목소리가 내 정신을 깨웠다.

그제야 나는 왼쪽 팔을 베고 누워 품에 안겨 있는 시란의 존재를 깨달았다.

‘근데…….’

시란의 피부가 원래 이렇게 빛이 낫던가?

…아니, 그럴 리가.

나는 태양빛은 물론이고 마법등 조차 켜지지 않은 그늘진 침대 위에서도 자체적으로 발광하고 있는 시란의 피부에 눈을 끔뻑였다.

‘그러고 보니…… 나도 컨디션이 좋은데?’

막 잠에서 깼을 때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머리가 무척이나 상쾌했다. 그리고 겨울이가 태어나면서 조절하기 시작한 밤 생활에 남아돌던 체력으로 늘 찌뿌둥하던 몸도 날아갈 것처럼 가벼웠다.

‘노천탕의 효과인가?’

당장 떠오르는 건 그것밖에 없었다.

“으응~”

하지만 시란이 조금 더 내 품을 파고들면서 묵직한 젖무덤으로 내 가슴팍을 짓눌렀고, 그제야 나는 이상할 정도로 상쾌하고 날아갈 듯 가벼운 이유를 깨달았다.

‘나, 설마 어제 시란이랑 한 판 한 건가?’

아니, 한 판 한 게 아니라 무조건 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시란의 저 윤이 나는 피부가 무엇보다 확실한 증거다.

고작 하루 욕구를 해소한다 해서 여성의 피부가 눈에 띌 정도로 변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나는, 그리고 이곳에서는 이미 몇 번이고 경험한 일이었으니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근데 왜 기억이 없는 거지?’

식사를 잘 못 했을 리도 없고, 예전처럼 몸에 좋다고 정력제 같은 걸 먹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물론, 결과는 시란과 나. 둘 모두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기에 문제 될 건 없지만…… 기억이 없다는 건 누가 뭐래도 몹시 찝찝한 일이었다.

“그대는 배려심 넘치는 자로구나.”

“……?!”

조용히 시란의 잠은 얼굴을 감상하며 이마에 입술을 맞추려는데, 갑작스레 뒤에서 들려온 낯익은 감미로운 음색에 너무 놀라 소리를 지를 뻔했다.

“그리고 덩치에 비해 아주 새 가슴이로고. 끌끌.”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나이 든 노인의 웃음을 흉내 내는 셋째 누님.

“으응……?”

시란이 깰까 봐 몸도 돌리지 못하고 어찌해야 좋을지 굳어 있는데, 품에 내 가슴에 뺨을 살포시 가져댄 채로 새근거리던 시란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우리 짐승.”

내 얼굴을 보자마자 시란은 마치 시론처럼 베시시 웃으며 내 목덜미에 폭신폭신한 입술을 맞춰왔다.

방금 내가 뭘 본거지?

시란이 웃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아멜라 누님처럼 호쾌하게 웃거나 가끔 입꼬리를 올리며 피식 웃는 정도가 전부였다. 물론, 골디아스 왕국에서 장모님 이야기를 나눌 때 아련한 미소를 짓기도 했지만 그건 기뻐서 웃은 게 아니니 패스.

아무튼, 방금처럼 시란이 진심으로 행복하다는 듯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인 건 처음 봤다.

도대체 어제의 난 무슨 엄청난 짓을 저지른 거지?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잘했다 스미스.

“막둥아. 내가 막둥이의 서방을 좀 데려가도 되겠느냐?”

“…….”

기분 좋은 미소와 함께 다시 눈을 감았던 시란이 부스스 눈을 뜨더니.

“…내가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지.”

마치 내게는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듯, 내 어깨 위로 얼굴을 불쑥 내밀고는 완전히 가라앉은 음색으로 그리 이야기했다.

“이 언니는 슬프구나. 어릴 적에는 본좌가 좋다며 졸졸 따라다녔는데.”

“……야.”

시란의 목소리가 한층 더 낮아졌다.

저렇게까지 목소리가 낮아질 수도 있구나…… 놀랄 정도로.

“흑흑. 본좌는 너무 슬프도다. 그토록 사랑스러웠던 막내가 이리 냉혈한이 되다니.”

그러나 셋째 누님께선 아무렇지도 않은지 오히려 더욱 시란을 도발하기 시작했다.

‘이거 말려야 하나……?’

그보다 레이벨 누님과 비젤린님은 어디 계시지?

아니아니. 비젤린님은 있어도 어차피 재밌을 거 같다며 강 건너 불구경하실 게 뻔하니 넘어가도 괜찮지만, 레이벨 누님은 정말로 어딜 가신 걸까.

“그런데 우리 새 가슴 서방은 막둥이의 옛 이야기에 흥미가 있는감?”

“야!!”

“어이쿠~”

시란이 결국 내 몸을 넘어 뒤로 폴짝 넘어갔고, 셋째 누님의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가 곧장 뒤를 이었다.

“우리 막둥이가 새 가슴 서방을 잠깐 빌려주면 본좌의 입이 무거워 질 것도 같으련만.”

“……데, 데려가.”

“흘흘. 잡아먹지 않을 테니 걱정 말거라.”

하지만 생각했던 것과 달리 둘의 문제는 금방 해결되었다.

물론, 그 방법이 어째 시란이 날 셋째 누님께 팔아버린 것 같은 그림이 되긴 했다만.

“그렇게 됐으니 새 가슴 서방은 날 따라오도록.”

“……옙.”

졸지에 새 가슴 서방이 되어버린 나는 가벼운 몸을 이끌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장포 아래로 튀어나온 꼬리를 살랑거리는 셋째 누님의 뒤를 따라가려는데.

찰싹!!

“악?!”

굉장히 찰진 소리와 함께 엉덩이를 강타한 따가움에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시, 시란?”

“…옷은 입고 가야 할 거 아니야.”

“옷이요? 옷…… 아하.”

입술을 삐죽인 시란의 반응에 고개를 숙이자, 나는 자연인을 희망하기라도 하는 듯이 홀딱 벗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에 얼른 옷을 찾아 침실을 돌아다녔다.

“본좌의 시간은 천금보다 귀하거늘!!”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 옷에 내가 당황하고 있을 때, 셋째 누님께서 호통을 치셨고.

스르르륵.

셋째 누님의 그림자가 이쪽으로 길게 뻗어오더니, 순식간에 발을 타고 올라와 내 몸을 휘감았다.

“옷 같은 건 아내가 찾는 것이니, 그건 우리 막둥이에게 맡기고 얼른 따라오거라. 그리고 본다고 닳는 것도 아닌데 뭘 그리 아끼는 것인지…… 에잉.”

순식간에 셋째 누님이 걸치고 계신, 무협지의 무인들이나 입을 법한 검은색 의복이 알몸이던 내 몸에 걸쳐져 있었다.

“본좌를 더 기다리게 할 셈이냐?”

“지, 지금 갑니다!!”

나는 뛰어가려다가 얼른 몸을 돌려 시란에게 다가갔다.

“다녀올게요.”

“…잘 어울리네.”

“네?”

“빠, 빨리 다녀오라고.”

시란이 까치발을 들어 내 입술을 훔쳤고, 나 역시 시란의 이마에 입술을 맞춘 다음 얼른 몸을 돌려 뒷짐을 지고 계신 셋째 누님에게 달려갔다.

“…….”

“…….”

당장이라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실 것 같던 셋째 누님은 의외로 침실을 빠져나온 이후부터는 별다른 말씀이 없으셨다.

그저 길게 이어진 계단을 앞장서서 내려가실 뿐.

[[ 어서 오십시오. ]]

그렇게 셋째 누님의 뒤를 따라 2층에 있는 식당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인형이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사람보다 더 사람처럼 보이는 시종들이 우릴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해왔다.

“앉거라.”

“아, 넵.”

생각보다 크지 않은 둥그런 식탁 위에 올려져 있는 각종 음식을 구경하던 나는 얼른 그녀를 따라 빈 의자에 엉덩이를 붙였다.

“새 가슴 서방은 술을 좀 하나?”

“술, 말씀이십니까?”

“그래. 술.”

셋째 누님이 그림자 속으로 손을 쏙 집어넣으시더니, 복분자 같은 게 들어 있을 것처럼 생긴 술병 몇 개를 꺼내 흔들어 보이셨다.

“술을 좀 한다면…… 내 특별히 우리 막둥이의 옛이야기를 안주 삼아 들려줄 수 있는데?”

“천마님.”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셋째 누님 옆으로 조심스레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제가 먼저 한잔 따라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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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아내의 졸업 앨범을 몰래...

하지만 들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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