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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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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대륙
“한 잔?”
마치 못 들을 걸 들은 사람처럼, 안대 위로 드러난 셋째 누님의 눈썹이 삐뚜름하게 휘어졌다.
“해방자여.”
“……넵.”
딱 봐도 내가 실수를 저질렀다는 걸 알 수 있는 상황 변화에 나는 얼른 나머지 무릎도 착실하게 바닥에 딱 붙이며 고개를 숙였다.
“마대륙에서 잔이라는 건 약자들이나 지니고 다니는 물건이니라. 왜 그런지 아느냐?”
“……잘 모르겠습니다.”
탁.
손에 들고 있던 술병들을 탁자 위에 내려놓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대륙에서 물은 굉장히 귀하다. 그리고 대부분에 지하수와 강은 힘 좀 쓰는 녀석들이 차지하고 있지. 그래서 물이 귀한 건 사실이지만, 나와 같은 자들에게는 통용되지 않는 말이기도 하다.”
즉, 눈앞에 계신 셋째 누님처럼 수원을 차지하고 있는 강자들은 원할 때 언제든 목을 축일 수 있기에 잔 같은 걸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고 한다. 동시에 잔은 약하기 때문에 물이 부족한 마족들이 물을 아껴 마시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쯤으로 인식되어 있다고 한다.
“만약 다른 놈이 그런 말실수를 저질렀다면 몸 안에 흐르는 피를 몽땅 뽑아다가 술을 담가버렸을 것이야.”
“머리라도 박을까요?”
“허허, 새 가슴 서방은 본좌를 암살하는 것이 목적인가?”
“……예?”
뽕─!!
셋째 누님이 술병 중 하나의 마개를 열었다.
“새 가슴 서방을 괴롭히면 큰 언니가 본좌를 찢어 죽이려 할 터. 솔직히 지금 무릎 꿇고 있는 것도 가슴이 졸이니 적당히 하고 자리에 앉도록 해라.”
“그, 그렇, 습니까?”
“그런 것이지.”
셋째 누님은 정말로 그리 생각하시는 것 같으셨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뭐, 당연히 화 정도는 내주시겠지만…… 딱 거기까지일 거 같은데.’
날 진짜 가족처럼 생각해 주신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진짜 피를 나눈 자매보다 우선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럼, 한 병 가져가겠습니다.”
“암. 대작하려면 가져가야지.”
나는 매실주가 담겨 있을 것 같은 술병 하나를 가지고 다시 자리에 앉아 마개를 뽑았다.
‘윽……?!’
셋째 누님이 마개를 뽑았을 때는 나지 않았던 아찔한 주향이 코끝을 스쳐왔다.
냄새만 맡아도 콧구멍과 목구멍이 화끈거릴 정도의 강렬한 주향이었다.
“이야기를 하려면 우선 목을 축여야겠지? 자, 한 모금 하자꾸나!!”
셋째 누님은 따로 병을 부딪힌다는 행위 없이 곧장 병의 주둥이를 입에 무셨다. 그리고 매끈한 목울대가 꿀떡꿀떡 움직인다.
아니, 한 모금이라면서요.
그대로 원샷을 때려버릴 것 같은 목울대의 움직임에 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주둥이를 입에 물고 머리통을 뒤로 젖혔다.
‘……!!’
혀에 닿자마자 누가 불이라도 지진 것처럼 술이라고 불러도 좋을지 의문이 드는 액체가 닿은 면적이 모두 화끈 타올랐다.
과연 이걸 삼켜도 되는 걸까?
당장 입 안이 타들어 갈 것 같았지만, 나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입 안에 가득 고인 뭔지 모를 내용물을 꿀꺽 삼켰다.
“크으으으으~!!”
쓰고 뜨겁고 아파서 절로 소리가 나왔다.
‘위장을 타고 넘어가는 게 다 느껴지네.’
“흐흐, 힘들면 무리해서 안 마셔도 된다네.”
“…아닙니다.”
새 가슴 서방이라는 애칭 아닌 애칭도 마음에 들지 않는데 여기서 대작까지 포기하면, 새 가슴 서방보다 더한 애칭이 생길 것 같아 도저히 포기하겠다는 말이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오질 않았다.
‘미친 스미스 새끼…….’
고작 한 모금 마셨을 뿐인데 목구멍을 통해 흘러나오는 열기와 알코올의 알싸함이 머리에까지 올라온 걸까.
벌써 감각이 무뎌지고 정신이 알딸딸해지기 시작했다.
“그런 고집은 싫어하지 않는다.”
셋째 누님이 둘이 되었다 다시 하나가 되기를 반복하려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면 약속대로 막둥이의 옛이야기를 할 차례구나.”
그냥 이대로 식탁에 머리를 처박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지라 생각하던 나는 셋째 누님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에 퍼뜩 정신 줄을 붙잡았다.
“막둥이의 세 번째 탄생일에 있었던 이야기다.”
셋째 누님이 술병을 빙글빙글 돌리며 웃었다.
“제 머리색 보다 내 머리색이 더 이쁘다고, 자기랑 머리색 바꿔 달라고 가족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아주 떼를 쓰고 펑펑 울었었지.”
시란이 떼를 쓰고 펑펑 울었다……?
술기운 때문인지, 잘 상상이 가질 않았다.
“바닥에 드러눕고 아주 난리였다. 덕분에 탄생일은 엉망이 됐고 막둥이는 시엘 어머님께 끌려가 엉덩이를 시원하게 맞았더랬지.”
…장모님의 성함이 시엘이시구나.
그보다 시란이 엉덩이를 맞다니.
역시 장모님.
아니, 세 살에 엉덩이를 맞는 건 조금 가혹하지 않나?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셋째 누님은 빙글빙글 돌리던 술병을 다시 입에 무셨다.
“당연히 막둥이는 제가 혼난 게 본좌 탓이라 생각했고, 본좌는 한동안 막둥이에게 미움을 받아야만 했느니라. 끌끌.”
시론이 함께 들었다면 당장 시란에게 달려가 깔깔 웃지 않았을까?
그리고 정수리에 큼지막한 혹을 달고서 바닥 어딘가에 버려져 있었겠지.
“푸흡…….”
그렇게 생각하자 나 역시 웃음이 나왔다.
“자, 다른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한 모금 더 마시거라.”
“…….”
시란의 어린 시절 이야기.
솔직히 너무 궁금했다.
‘…근데 여기서 한 모금 더 마시면 진짜 필름이 끊어질 것 같다는 게 문제지.’
고작 한 모금으로 지금 눈이 풀릴 지경까지 왔다.
“포기할 것이야? 본좌는 그래도 상관없다만.”
도발하듯 빈 술병을 흔들어 보이는 셋째 누님.
그리고 놀랍게도 내겐 지금 이 상황을 완벽하게 해결할 방법이 있다.
‘성물 창조를 이용하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긴 한데…….’
정확히는 입 안에 머금은 술을 재료 보관소로 보내버리는 거다.
나야 타이밍에 맞춰 침만 조금 삼켜주면 될 일이고.
그런데 왜 사용하지 않냐고 묻는다면…… 나 역시 제대로 된 이유를 대기가 어려웠다.
‘감이 그러지 말라고 하는데 어쩌겠어.’
들킬 거란 생각도 들지 않았고 이렇다 할 근거 역시 없지만, 이곳에서의 내 감은 꽤 잘 들어맞는 편이었기에 나는 능력의 힘을 빌리지 않고 그냥 술병의 주둥이를 다시 입에 물었다.
“이건 혼나겠네.”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 목소리였다.
**
지끈거리는 머리.
숨을 들이켜도 내쉴 때마다 올라오는 지독한 알코올 냄새.
“끄으응……?”
정신을 차림과 동시에 몰려오는 두통에 절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괜찮냐?”
“…시란?”
두통에 자꾸만 얼굴이 찌푸려졌지만, 옆에서 들려온 시란의 걱정 가득한 목소리에 나는 힘겹게 눈을 떴다.
“많이 아파?”
“조금?”
“…아플 땐 아프다고 그냥 말해. 아픈 걸로 누가 뭐라 하냐?”
“으부으으.”
시란은 내 뺨을 꼬집어 당기더니, 잠깐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온 시란은 입에 무언가를 머금은 채로 나에게 입술을 맞춰왔다.
바짝 마른 내 입술과 다르게 촉촉하면서도 부드러운 시란의 입술.
천천히 서로의 입술로 온기를 나누었고, 약속이라도 한 듯 우리는 동시에 혀로 서로의 이를 두드렸다.
뜨겁고 달콤한 액체가 시란의 타액과 함께 입 안으로 흘러들어왔다.
나는 시란의 온기를 느끼며 입 안으로 흘러들어온 액체를 조금씩 목구멍 너머로 삼켰다.
“……쪽.”
모든 액체를 넘겨준 시란이 천천히 입술을 떼어내고서 루비처럼 아름다운 눈동자로 나를 지그시 바라봤다.
“괜찮아?”
“……그런 거 같네요.”
입술을 맞추고 있을 때는 시란에게 집중하느라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키스를 끝낸 지금은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를 지독하게 괴롭히던 두통과 끔찍한 알코올 냄새가 거짓말처럼 사라져 있었다.
“동생.”
괜찮아진 내 뺨을 어루만지는 시란의 손길을 즐기고 있을 때, 문이 열리며 어젯밤부터 보이지 않았던 레이벨 누님이 안으로 들어오셨다.
“음. 혈색이랑 심박수를 들어보니, 해독제가 잘 스며든 모양이군.”
“해독, 제?”
내가 눈을 끔뻑이자, 내 뺨을 어루만지던 시란이 화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독은 아니니까 이상한 생각 하지 마.”
“그래요?”
“어. 단지 너한텐 독이랑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지독한 술이긴 하지만.”
“…….”
결국 그게 그거 아닌가?
“그래서.”
“……??”
그냥 얌전히 시란의 걱정 가득한 손길을 즐기려는데, 여전히 화난 얼굴로 시란이 나를 향해 얼굴을 조금 더 가까이 해왔다.
“나 몰래 내 과거 이야기는 즐겁게 들었냐?”
그 순간 나는 직감했다.
눈도 깜빡여서는 안 됐고, 침을 삼킬 시간조차 없다는걸.
겨우 고통에서 해방된 호두를 미친 듯이 채찍질했다.
“…뭔가 들은 건 같은데, 전혀 기억이 안납니다.”
그리고 여기선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척하는 게 최선이라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진짜냐?”
“…….”
차마 입을 여는 것도 무서워 나는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 속아줘야 하냐.”
겨우 촉촉해진 혓바닥이 바짝 마르고 등허리와 손발에서 식은땀이 미친 듯이 흘러나왔다.
“하아.”
시란은 깊은 한숨을 토하며 흘러내린 붉은 머리칼을 쓸어올렸다.
“그놈의 사랑이 뭔지…….”
그리고는 살짝 붉어진 뺨을 숨기기 위해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시란!!”
“…흥.”
내가 벌떡 일어나 허리를 끌어안자, 시란은 퉁명스럽게 콧방귀를 뀌면서도 얌전히 내 품에 안겨 왔다.
“다정한 게 보기 좋구나.”
품에 안긴 시란의 뺨과 귓불에 입술을 맞추려 할 때, 레이벨 누님이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엘리스에게는 따로 벌을 줬고, 지금도 벌을 받는 중이다.”
사실 그 어떤 강제성도 없었기에 엘리스 누님은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엘리스 역시 동생을 괴롭히려고 그런 게 아니니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으면 한다.”
“음. 벌써 잊었어.”
시란의 부끄러운 이야기가 듣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마셨고, 담아둘 거라고는 그저 한심한 내 모습이 전부였는데 그런 걸 담아두고 싶진 않았다.
“그래. 모두 다 널 위해서 그런 거니까. 스미스 네가 이해해야지.”
“……?”
나는 반대쪽에서 들려온 비젤린님의 목소리에 눈을 끔뻑이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침대에 누워 배를 벅벅 긁고 계시던 비젤린님이 길게 하품하며 말씀하셨다.
“이 대륙에 있는 모든 종족이랑 교미해야한다고 했잖니?”
“그랬, 죠?”
내가 그런 것까지 이야기했던가.
“그러면 거기에는 큰 언니랑 지금 벌서고 있는 쪽도 포함되겠네?”
“……그렇네요?”
세상에.
듣고 보니 그랬다.
파견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결국 그 둘과도 잠자리를 가져야 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같은 종족의 다른 여성과 하더라도 크게 문제 되진 않겠지만…….
“뭐, 그런 거란다.”
몸을 한 바퀴 굴려 누우시며 말씀하셨다.
“지금 네 정신력으로는 작은 언니와 몸을 섞으면 그대로 미쳐버릴 수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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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벨은 무해합니닷!!
수인은 안전한 것입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