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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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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대륙
내가 미쳐버릴 수도 있다니.
“시란이랑 누님들은 신이 내린 저주에 걸리지 않으신 거로 알고 있습니다.”
“하암~ 쩝, 네 말이 맞단다.”
돌아누우신 비젤린님은 다시 길게 하품하셨다.
“내가 미친다고 말한 건, 저주 때문이 아니라 작은 언니 개인이 가지고 있는 문제 때문이야.”
“천마님이요?”
“…천마는 무슨.”
아주 질색하는 표정을 짓는 비젤린님.
“아무튼, 스미스 네가 목적을 온전히 이루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정신을 단련해야 한다는 것만 알아두렴. 낮에 네가 마신 술도 그런 의미로 마시게끔 유도한 걸 테니까.”
“확실히…….”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비젤린님의 말에 동의했다.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시더라고요.”
“야.”
“가, 갑자기 졸음이…… 쿠, 쿠울….”
바로 옆에서 들려온 시란의 차디찬 목소리에 나는 그대로 눈을 감고 죽은 것 같은 잠든 척을 시전했다.
꽈악!
“아악?!”
당연히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매들 벌어요.”
“…미안해요.”
쓰라린 옆구리를 쓸어내리며 나는 얼른 토라진 시란의 뒤로 다가가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끌어안고 새하얀 목덜미에 입술을 맞췄다.
“어휴, 눈꼴 시려.”
비젤린님은 다시 몸을 뒤집으시고는 베개에 편히 머리를 눕히셨다.
“맞다. 레이벨 누나.”
“음?”
소파에 앉아 멍하니 앉아 꼬리를 살랑이던 누님의 고개가 이쪽을 향했다.
“어젯밤이랑 오늘 아침에 어디가 있었어?”
“잠깐 산책.”
“그렇구만.”
나 같은 약자는 감히 시도는커녕 상상조차 하지 않을 행동을 태연하게 실천에 옮기다니. 역시 레이벨 누님. 괜히 천마의 언니가 아니다.
꼬르륵.
별거 아니었지만, 나름 궁금증이 해소되었기에 편하게 시란의 따뜻한 몸을 더듬거리며 애정을 교환하고 있는데 돌연 배꼽시계가 요란하게 울려댔다.
하긴, 일어나가 제일 처음 위장에 밀어넣은 게 뭔지도 모를 그 독한 술이었으니.
오히려 빈 속에 그 독한 걸 마시고도 탈이 나지 않은 위장에 찬사를 보냈다.
“다들 식사는 했어요? 아니, 그보다 지금 몇 시야?”
“조금 있으면 저녁이야.”
“…벌써?”
시란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가 이용하는 침실에는 창문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마땅히 시간을 확인하는 건 실패했다.
“…잠깐 일어났는데 눈을 뜨니 벌써 저녁이네.”
“그러게 누가 강요하지도 않은 술을 넙죽 받아 마시래?”
“아으으으~!!”
슬쩍 몸을 돌린 시란은 두 다리로 내 허리를 살포시 끌어당기며 내 뺨을 쭈욱 잡아당겼다. 물론, 허리를 끌어안은 다리와 다르게 뺨을 꼬집은 손은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매웠지만.
“…식사 준비할게요.”
한 번 더 배꼽 시계가 울고 난 후에야 시란의 품에서 풀려난 나는 살짝 아릿한 뺨을 문지르며 미믹 케이스 쪽으로 다가갔다.
“오늘은 가볍게 샐러드로~”
“나는 아무 고기에 맥주.”
“…나도 달콤한 소스가 뿌려진 샐러드.”
“예예~”
어차피 조리가 다 된 상태로 비닐이나 봉투에 담겨 있었기에 내가 하는 거라고는 필요한 재료를 찾아 그냥 그릇에 담는 게 전부였다.
그렇게 가장 가까이에 있는 시란에게 먼저 훈제 돼지고기와 맥주를, 다음으로 레이벨 누님과 비젤린님께는 꿀을 뿌린 샐러드를 가져다드렸다.
‘술을 마셔서 그런가. 나도 저녁은 가볍게 먹어야지.’
너무 기름진 것보다는 소화에 좋은 스튜나 뭐 그런 걸 먹을 생각으로 미믹 케이스 안을 휘적이고 있을 때였다.
“스미스야.”
“넹?”
비젤린님의 부름에 고개를 돌리자, 샐러드를 푹 찌른 포크를 까딱이며 말씀하셨다.
“너는 당분간 아래에서 식사하렴.”
“……?”
아래에서 식사를 하라니.
“그러니까……. 식사를 챙겨서 아래로?”
“가끔은 네가 장난치는 게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란다.”
비젤린님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2층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하라는 의미란다. 알겠지?”
“…….”
선뜻 그리하겠다는 대답이 입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말은 안 했지만, 추운 겨울에도 감자 하나에 실실 웃으며 배를 채우던 과거의 스미스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이미 유능한 아내들에 의해 고급질 대로 고급지게 변해버린 내 혀.
이곳에 오기 전부터 비젤린님께 마대륙의 음식은 살인적으로 맛이 없다는 소리를 여럿 들었기 때문일까.
후천적 미식가가 되어버린 나는 도저히 살인적인 맛을 겪고 싶단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정신, 단련이랑 관련된 일이겠죠?”
“응. 역시 그래도 하나를 알려주면 나머지는 곧잘 이해해서 마음에 들어.”
비젤린님은 그제야 포크에 찍어둔 샐러드를 입으로 ‘냠’하고 드셨다.
“그런데 확실히 맨정신으로 먹기 힘든 맛이기는 한데 그게 정말로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네~?”
“예?”
“내가 뭐 여기 눌러사는 것도 아니고? 직접 실험하고 결과를 본 게 아니라서 말이야.”
“그, 그럼…… 왜?”
설마 그냥 나를 골려주기 위해서?
“작은 언니가 도움이 된다고 하니 그렇지. 다른 건 몰라도 거짓말은 안 하거든.”
“그런 거라면야 뭐…….”
확실히 개성이 강하고 특이한 분이시지만, 비젤린님의 말대로 절대 거짓말이나 근거 없는 허언을 내뱉을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꼬르륵──!!
세 번째 우는 배꼽시계.
“그럼 내려갔다 올게요.”
“그려~”
“같이 가줄 수 있다.”
손을 흔들며 얼른 내게서 신경을 꺼버리는 비젤린님과 다르게 레이벨 누님은 기다렸다는 듯이 꼬리와 귀를 쫑긋하며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정말 저 귀와 꼬리는 너무 반칙이다.
“됐네요.”
“……?”
누님에게 다가가 입가에 묻은 꿀을 엄지로 슬쩍 훑어 내 입속으로 넣자, 처음에는 무슨 일을 당한 건지 몰라 긴 속눈썹을 몇 번 끔뻑이던 누님이…….
“아무리 배가 고프다지만 이 누나 걸 탐하다니. 좋지 않은 버릇이다. 동생.”
“하하.”
예상과는 다른 반응이었지만, 이건 이거대로 누님답단 생각이 웃음이 나왔다. 비젤린님이 왜 가끔 내가 연기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시는지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내가 ‘꿀을 뺏어 먹었다’로 받아들여 살짝 토라진 누님을 뒤로하며 침실을 빠져나왔다.
‘그런데 무슨 벌을 받고 있으려나.’
평범한 계단식으로 이루어진 계단을 밟고 내려가며 나는 지금까지 얼굴을 보이고 있지 않은 셋째 누님이 무슨 벌을 받고 있을지 나름의 상상을 펼쳐봤다.
‘…한 대 쥐어박혔나?’
문제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벌 다운 벌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디까지나 셋째 누님 한정이지만.
땅에 머리만 내놓고 파묻는다던지 하더라도 그냥 자력으로 쉽게 빠져나올 수 있는 사람에겐 도대체 어떤 처분을 내려야 벌이 되는 걸까.
지속적인 건 모르겠지만 레이벨 누님에게 한 대 쥐어박힌다면 그건 확실히 벌 다운 벌이 될 거다.
그렇게 헛생각을 하는 동안 어느새 나는 2층에 있는 식당문을 열고 있었다.
[ 어서 오십시오. ]
어떻게 봐도 인간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미녀가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여왔다.
“식사를 좀 부탁하고 싶은데. 괜찮을까?”
[ 물론입니다. 우선은 소량으로 준비해서 내어 올리도록 할 테니 편하게 앉아 계시길. ]
“어, 그, 그래.”
방금 그 대답은 누가 들어도 지성을 가진, 살아 있는 인간이나 할 수 있을 법한 대답이었다.
‘잠깐.’
나는 식사를 하고 싶다는 말을 꺼내기 무섭게 바삐 움직이기 시작하는 인형들을 조심스레 지켜보며 생각했다.
‘시오린도 진짜나 다름없는 인형이었지만, 어쨌든 비젤린님이 직접 조종했기에 움직일 수 있었지.’
그럼…….
저 인형들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 거지?
스스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자동 인형?
‘그럴지도 모르지만…….’
내 감이 그건 아니라 강력히 주장했다.
그렇다면 비젤린님이 시오린을 조종했던 것처럼 저 인형들 역시 누군가의 조종을 받고 있는 걸까?
‘하지만 그런 거라면 비젤린님이 저 인형들을 신경 쓸 필요 없다고 하셨을 리가 없는데 말이야.’
꼬르르륵──!!
“어후…….”
안 그래도 배가 고픈데 잘 굴러가지도 않는 호두를 억지로 채찍질했더니, 뱃가죽이 그냥 등에 붙어버릴 정도로 강렬한 허기가 몰려왔다.
[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그리고 정말 타이밍 좋게 처음 내게 다가와 인사하고 식사 부탁을 접수했던 인형이 다가와 접시 두 개를 식탁 위에 내려두었다.
[ 왼쪽은 향신료를 살짝만 가미한 소 등심이고 오른쪽은 향신료를 조금 더 많이 첨가한 같은 요리입니다. ]
친절하게 설명까지 덧붙이며 인형은 접시 위를 덮고 있던 은색 뚜껑을 개봉했다.
“으음?”
그리고 나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자극적이고 식욕을 돋우는 냄새에 놀랐다.
살짝 붉은 기운이 감도는 가루가 뿌려져 있는 잘 익은 소고기에서는 적당히 기름진 냄새와 함께 양꼬치를 먹을 때 함께 나오는 쯔란 같은 냄새가 함께 풍겨왔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배가 너무 고팠기에 이런저런 고민할 시간도 아까워 나는 큼지막하게 고기를 한 덩이 썰어나가 냅다 입 안으로 밀어 넣고 턱을 힘차게 움직였다.
질겅!!
내가 방금 씹은 게 사실은 고기가 아니라 고무였나.
질긴 건 고무처럼 질기면서 한 번 씹을 때 흥건하게 뿜어져 나온 육즙에서는 어릴 적 멋모르고 입에 넣었던 오색 고무찰흙에다가 소금과 고춧가루를 잔뜩 버무린 것 같은 맛과 향이 후욱! 하고 입안을 가득 채웠다.
“우웁…….”
혀는 물론이고 목구멍과 위장이 당장 입 안에 있는 걸 뱉지 않으면 그대로 뒤틀려 두 번 다신 음식 구경도 하지 않을 것이라 협박해왔지만, 나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이빨이 제대로 박히지도 않는 고기인지 고무인지 모를 무언가를 그냥 꿀떡 삼켰다.
[ 입에 맞으십니까? ]
“…너희가 나 한테 맞고 싶은 건 아니고?”
[ 손님의 근력으로는 저희를 파손할 수 없기에 원하신다면 자유롭게 폭력을 가하셔도 상관없습니다. ]
“……됐다. 됐어. 물이나 좀 가져다 주라.”
[ 알겠습니다. ]
인형은 다시 안쪽으로 사라졌고, 나는 그 틈에 고기들을 최대한 잘게 썰어다가 냅다 입 안으로 밀어 넣고 그냥 삼켰다.
“으으으…….”
어차피 이빨도 안 박히는 거, 배라도 채우자는 마음으로 삼켰는데 조금 전의 경고를 증명이라도 하겠다는 듯 위장이 요동치며 안에 들어간 것과 들어갈 예정인 것들을 냅다 목구멍 밖으로 밀어내려 발광했다.
‘포기해라 위장 놈아…….’
억울하면 다음엔 위장이 아니라 호두로 태어나던가.
나는 올라오는 역류를 꾸역꾸역 도로 삼키며 인형이 돌아오길 기다렸고, 다행히 인형은 너무 늦지 않게 시원한 냉수를 가지고 돌아왔다.
“후우…… 그나마 좀 살겠네.”
도대체 이게 정신 수련과 무슨 관련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물로 입을 헹구고 나니 구역감은 조금 덜해졌다.
[ 더 드시겠습니까? ]
“아니. 그보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 허용범위 안의 정보라면 대답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무덤덤한 인형의 대답에 나는 다시 한번 물로 입을 헹군 다음 입을 열었다.
“너희에 대해서 알려줬으면 해.”
[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
“……?”
인형은 잠깐 눈을 감았고, 약간의 시간이 지나서야 다시 눈을 떴다.
[ 여왕님께서 허락하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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