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에게 복종을 맹세한 강아지처럼 배를 까뒤집고 쓰러진 리타의 엉덩이가 위아래로 들썩인다.
힘없이 축 늘어진 양쪽 허벅지 사이로 쪼르륵 쉬지 않고 흘러나오는 투명한 액체.
‘스위치는 안 누르길 잘했네.’
반쯤 까뒤집힌 눈, 꽉 깨문 작은 입술.
시간으로 따지면 고작해야 몇 초.
고작해야 그 짧은 틈에 얼굴이 흐트러진 리타에게 다가가 나는 그녀가 뿜어낸 마력수로 흠뻑 젖은 만능 패치를 떼어냈다.
[ 그으읏!! ]
패치를 떼어냈더니, 리타의 허리가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벌름이던 음부에서 푸슛! 하고 다시 한번 마력수가 뿜어져 나왔다.
‘…이게 좀 그렇긴 해.’
처음 이걸 만들었을 때 시험 삼아 손바닥을 가져댄 적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손바닥을 가져댐과 거의 동시에 얼른 손을 떼어냈다.
스치듯 닿았을 뿐인데 손을 떼어내고 나서도 한참이나 간지러웠었던 걸 떠올리면…… 역시 이건 연인들에게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한 성물이다.
“리타. 괜찮아?”
[ 읏, 흐윽……. ]
“안 괜찮구나.”
그녀의 눈동자는 여전히 위쪽을 향한 채로 허리를 들썩이고 있었다.
‘뭐, 제일 중요한 걸 확인했으니 상관은 없나.’
관통이 부여된 성물은 몽마인 그녀들에게도 쾌락을 안겨줄 수 있다.
쾌락뿐만 아닌 그 이상까지도.
‘어디 보자…….’
나는 다시 의자에 앉은 다음 성물의 목록을 살폈다.
《등록된 성물》
◎밤의 요정
→설정된 재료(슬롯1) : 순수 철.
◎위로의 활
→설정된 재료(슬롯1) : 깡나무, 순수 철.
◎위로의 검
→설정된 재료(슬롯1) : 순수 철, 숲의 눈물, 대지의 정수, 붉은 눈 마리스의 가죽.
→고정 재료 : 마력.
◎징표
→설정된 재료(슬롯1) : 검은 갈기의 가죽, 숲의 눈물.
→고정 재료 : 머리카락.
◎만능 기구
→설정된 재료(슬롯1) : 강철, 보석.
→고정 재료 : 공명석(감응석), 슬라임 핵.
◎만능 패치
→설정된 재료(슬롯1) : 강철, 보석.
→고정 재료 : 감응석(공명석), 간질간질 슬라임 핵.
◎만능 구속복
→설정된 재료(슬롯1) : 바실리스크의 가죽, 공명석, 강철, 보석.
◎미믹 케이스
→설정된 재료(슬롯1) : 흑강철, 보석, 짐승의 가죽.
→고정 재료 : 아공간(차원)주머니.
◎미믹 케이스.mk2
→설정된 재료(슬롯1) : 흑강철, 보석, 짐승의 가죽.
→고정 재료 : 아공간(차원)주머니, 슬라임 핵.
“쓰읍…….”
조금 전에도 한 번 확인했던 거지만, 이렇게 다시 나열하니 하나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초창기 성물들 기능이 너무 후달리네.’
고작해야 1년에서 반년의 차이가 날 뿐인데 부여된 능력을 개수로 따지면 작게는 2개에서 많으면 5개까지 차이가 났다.
물론, 그 당시에는 내게 가장 필요한 것들이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딱히 필요가 없게 됐지.’
여전히 귀족들에게 인가가 좋은 밤의 요정만 간간히 냐호를 통해 넘겨주는 정도?
나는 성물의 목록을 전체적으로 눈에 담으며 고민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암컷 관통이 부여된 성물이라고는 리타의 마력수에 푹 젖은 만능 패치와 우리 불알 빵빵 선배님의 의뢰로 만든 구속복이 고작이었기 때문이다.
셋째 누님은 내게 몽마들이 삶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부탁했다. 그런데 만능 패치나 구속복으로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감각을 일깨워 주자니 그건 너무 몹쓸 짓이 아닐까.
‘역시 이건 새로 하나 만들어야겠지?’
그렇게 내가 생각의 정리를 끝냈을 때.
[ ……. ]
보지를 훤히 드러낸 채로 뻗어 있던 리타가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켜왔다.
얼굴은 평소처럼 무덤덤한 표정으로 돌아왔지만, 흥분감 때문인지 아니면 수치스러움 때문인지는 몰라도 한껏 붉어진 얼굴만큼은 어찌 숨기지 못하는 듯했다.
“괜찮아?”
[ …예에. ]
내게 다가오던 리타는 손에 들려 있는 만능 패치를 힐끗하더니 그대로 걸음을 멈춰 더 이상 다가오지 않았다. 어지간이도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
“미안. 너무 자극이 약하면 못 느낄 것 같아서 제일 강한 거로 먼저 시험했는데…… 그, 효과가 잘 먹혔네.”
[ ……예. 어제와는 또 다른 감각이었습니다. 물론, 두 번 다신 겪고 싶진 않군요. ]
“두 번은 안 쓸게. 그래도 느끼긴 했잖아?”
[ 귀인. ]
얌전히 듣고 있던 리타가 가늘게 뜬 눈으로 나를 살짝 노려보듯 바라봤다.
[ 쾌락에도 종류가 있다는 것만 알아주십시오. ]
“미안.”
분위기를 조금 환기하고자 했던 농담이었는데 오히려 꾸중을 들어버렸다.
“흠흠. 그러면 일단 정리 좀 부탁할게. 그리고.”
벽에 딱 붙어 여전히 이쪽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몽마들을 향해 말했다.
“한 명씩 와 볼래?”
내가 손짓하자 몽마들은 서로 눈치를 살피다가 길게 이어진 줄의 가장 앞쪽에 서 있던 몽마가 첫 번째로 움직였다.
‘그래도 다들 개성이 넘쳐서 헷갈릴 일은 없겠네.’
딱딱한 표정과 죽은 눈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머리 색부터 스타일. 그리고 가슴의 크기까지.
지금만 하더라도 그렇다.
리타는 나와 같은 흑발을 가졌고 지금 내 앞에 선 새로운 몽마는 완전히 반대되는 새하얀 머리칼을 가지고 있었으니.
“잠깐만.”
[ 네. ]
감정이 실리지 않은 건 리타와 마찬가지였지만, 새로운 몽마의 음색이 조금 더 높았다.
아무튼, 나는 그녀를 앞에 세워두고 성물 창조를 활성화 시켰다.
“이름이 어떻게 돼?”
[ 알로나입니다. ]
“알로나…… 그렇구나.”
리타의 이름을 칭찬했다가 한번 곤욕을 치른 적이 있었기에 나는 무턱대고 그녀들의 이름을 칭찬하지 않았다. 대신, 알로나라는 이름을 도면 위에 끄적였다.
“손바닥을 이렇게 펼쳐 봐.”
[ 이렇게, 말입니까. ]
“어. 내가 이걸 잠깐 가져댈 거야. 아마 엄청 간지러울 텐데 너무 놀라진 말고.”
[ 간지러움…… 알겠습니다. ]
알로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손바닥을 조금 더 이쪽으로 내밀었고, 나는 손에 들고 있던 만능 패치로 툭! 하고 그녀의 손바닥을 치고 얼른 떼어냈다.
[ ……?! ]
아니나 다를까.
세상 따분한 얼굴을 하고 있던 그녀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내밀고 있던 손을 움켜쥐며 얼른 뒤로 물러났다.
‘이건 이거대로…….’
곧 죽을 사람처럼 무심하던 그녀가 깜짝 놀란 토끼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러나니, 그 둘 사이의 간극에서 오는 자극이 상당했다.
“크흠.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니고. 방금 건 혹시라도 날 의심하고 있다면 그러지 말라고 살짝 확인시켜준 거야.”
[ 그, 그렇군요. ]
말까지 살짝 더듬거리며 대답한 알로나가 다시 조심스레 곁으로 다가와 앞에 섰다. 그리고 리타 때와 마찬가지로 완전히 죽어 있던 그녀의 눈동자에 아주 약간의 생기가 돌아왔다.
“그럼, 지금부터가 본론인데. 인형의 몸으로 옮겨 오기 전에 성감대가 어디였는지 알려줄래?”
[ ……네에? ]
누가 듣더라도 당황했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높아진 음색에 나는 눈을 끔뻑였다.
“성감대 말이야. 특별히 만졌을 때 쉽게 느끼는 곳.”
[ 아, 그…… 으, 음핵……. ]
“음핵이구나.”
고개까지 숙이며 대답할 정도로 부끄러운 일인가?
나는 그녀의 성감대를 이름 옆에 기록했다.
“고마워. 이제 다음 와줄래?”
알로나가 주춤 뒤로 물러나더니, 얼른 본인의 자리로 뛰어갔다.
[ 귀인. ]
“엉?”
다음 몽마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본인이 뿜었던 마력수와 젖은 옷을 다 정리한 리타가 다시 다가왔다.
[ 저희도 일단 수치심이라는 걸 느끼긴 합니다. 그리고 남들 앞에서 성감대를 밝히는 게 수치심을 느끼는 몇 없는 행동 중 하나입니다. ]
“……그래?”
[ 예. ]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리타.
나는 그런 리타의 얼굴을 빤히 올려다보며 말했다.
“아니, 나는 리타 네가 어제 주방에서도 그렇고. 방금 전에도 아무렇지 않게 팬티를 벗고 하길래 괜찮은 줄 알았지.”
[ 귀인. 남들 앞에서 성행위를 하는 건 딱히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
“……??”
[ 하지만 남들에게 성감대를 들키는 일은 상당히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일이죠. ]
“미안.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 건지 잘 이해가 안 가거든……?”
그리고 따지고 보면 전자 쪽이 훨씬 부끄럽지 않나?
하지만 리타와 몽마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 인간에게 어떻게 비유를 하면 좋을지요……. ]
이미 다음 차례 몽마가 다가와 기다리고 있었지만, 리타가 무슨 대답을 내놓을지 궁금해 일단 잠자코 리타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 그렇군요. 몽마에게 성감대는 인간에게 약점, 치부? 뭐 그런 거와 똑같습니다. ]
“약점…….”
하긴 정기를 주식으로 삼는 그녀들이 다른 게 약점이 아니라 성감대가 약점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상대를 가버리게 만들기 전에 본인이 먼저 나가떨어지면 그보다 더 부끄러운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
‘확실히 이렇게 생각해보니 내가 잘못했네.’
리타와 이곳의 몽마들이 내 머릿속의 몽마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걸 잠깐 망각했다.
애초에 성감대를 남들 앞에 밝히고도 떳떳할 수 있는 변태가 몇이나 있을까.
“이해했어.”
나는 몸을 돌려 알로나 다음으로 찾아온 몽마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그러면 나중에 내가 올라가면 리타가 다른 몽마들 이름이랑 성감대 정리해서 나한테 좀 알려줘.”
[ 하지만 귀인을 번거롭게 만드는 건 예의가 아니지요. ]
“……?”
딱히 번거로울 일 없다고 말하려는데.
[ 알아서 이름과 성감대를 밝히도록. ]
지난 이틀간 들어보지 못했던 종류의 음색이 식당 전체를 뒤덮었다.
동시에 나는 머릿속에 또 하나의 새로운 정보를 추가했다.
‘…귀찮은 걸 싫어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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