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뭘.”
침대에 누워 있는 나.
그런 나를 향해 고개 숙여 사과하는 레이벨 누님.
그리고.
“우리 탓이냐고…….”
“…본좌의 위엄이 깎여 나가는구나.”
한쪽 구석에 얌전히 무릎 꿇은 채로 두 손을 번쩍 들고 있는 시란과 셋째 누님. 두 사람이 구시렁거리자 귀와 꼬리를 추욱 늘어뜨리고 있던 레이벨 누님의 두 눈에 금빛 안광이 번뜩였다.
“둘 다 입 다물어.”
“…….”
“…….”
한껏 예민해진 맹수처럼 레이벨 누님이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자, 시란과 셋째 누님은 언제 그랬냐는 듯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삐죽 내밀었던 입술을 쏙 넣으며 고개를 숙였다.
‘이 분위기는 겪을 때마다 적응이 안 되네.’
레이벨 누님의 등장 전까지만 하더라도 사실상 서열 1위였던 시란의 벌서는 모습이라니.
“쯧쯧. 어떻게 나이를 먹을수록 애처럼 변하는 건지.”
자연스럽게 내가 누워 있는 침대에 걸터앉아 계시던 비젤린님은 한심스럽다는 표정으로 구석에 무릎 꿇은 둘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귀엽잖아요.”
“우웩…….”
솔직한 감상을 이야기했을 뿐인데 어째서 헛구역질을 하시는 걸까.
‘근데 저번부터 생각했던 거지만, 벌 치고는 엄청 가볍네.’
저 둘의 신체 능력을 고려해 본다면, 일 년 내내 머리 위로 두 팔을 들고 서 있어도 아무렇지 않아 할 것 같은데 말이다.
“근데 스미스야.”
“넹?”
헛구역질을 끝낸 비젤린님은 통신구를 쓰윽 꺼내들며 내게 물었다.
“너. 아프다는 것 치고는 엄청 팔팔하다?”
“…….”
여기서 아프다는 건 당연히 욕탕에서 물리적 내상을 크게 입은 내 아랫도리를 말하는 것이다. 당연히 귀두는 아직까지 쓰라리다 못해 불에 지져진 것처럼 화끈거리는 중이다.
이번 만큼은 엄살이 아니었고, 그럼에도 비젤린님께서 내게 이런 질문을 하신 이유는 포션을 흠뻑 적신 천으로 덮어둔 아랫도리가 완벽한A형 텐트를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믿어주실진 모르겠는데…… 이게 아프다고 해서 꼭 수그러들거나 하는 건 아니거든요?”
내 신체의 일부지만, 유일하게 내 통제를 벗어나 멋대로 행동하는…… 밉지만 소중한 아들이라고나 할까.
“그런 거야?”
“예. 그런 겁니다.”
원할 때 언제든 발기시킬 순 있을지 몰라도 그 반대는 무척이나 어려운 일일 거다. 그리고 셋째 누님이 내게 바라는 게 바로 그 두 가지를 자유롭게 조절하는 거고.
‘진짜 터무니없네.’
어느 이름 모를 신이라는 작자도 아랫도리를 간수 못하는 바람에 불알을 덩그러니 잘려 기여도 상점에 헌납하지 않았던가.
“뭐, 아프긴 하지만 그래도 죽을 정도는 아니니까 레이벨 누나도 그쯤 용서해줘.”
“아니. 이건 그거와 별개의 문제다.”
이번 기회에 단단히 버릇을 고쳐야 한다느니 같은 말을 중얼거리며 레이벨 누님은 고개를 숙인 시란과 셋째 누님을 매섭게 노려봤다.
유감스럽게도 이번 만큼은 시란을 구해줄 수 없을 것 같았다.
**
[ 편안한 밤 보내셔요~ ]
“엉. 다들 잘자.”
비젤린님을 통한 오늘의 영상 통화 역시 어제와 마찬가지로 몹시 평화로운 분위기로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아내들의 일상을 즐겁게 경청했던 것과는 별개로 내 머릿속은 그리 평화롭지 못했다.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 분명한데…….’
시스로부터 모험가의 신전 습격 소식을 들은 건 오늘 아침이다.
그리고 나는 그 소식을 접하고 너무 당황스러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놓쳤다.
시스에게 보고를 올리는 건 우선 서기관의 역할로 내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해 책으로 만드는 이오나가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모험가들의 습격 소식은 포교를 나갔던 라-로샤 일행이 가지고 돌아왔고.
즉, 모험가들의 신전 습격은 오늘 아침이 아니라 최소 하루. 혹은 이틀 전부터 시작되었다는 소리다.
‘사건이 터진 하로 직후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지금 이 시간까지 조용하다는 건 확실히 뭔가 이상하지.’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생각에 불과하다.
이곳은 그저 숫자가 많다고 밀어붙일 수 있는 평범한 중세 시대가 아니니.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평화로운 모습을 연기하고 있지만 내부는 이미 혼돈의 도가니일지도 모를 일이고.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살이 올라 귀엽고 사랑스럽구나.”
나는 낮에 너무 열심히 놀아 나와 대화하는 도중부터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 겨울이의 모습을 회상하며 순수하게 미소 짓는 레이벨 누님을 힐끗 바라봤다.
‘…누님이 그런 짓을 지시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는다는 거지.’
얼굴을 두어 번 문지르며 몰래 숨을 토해낸 다음, 나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침대에서 내려왔다. 발기는 죽어도 아픈 건 여전했다.
“누나?”
“음?”
꼬리까지 살랑거리며 겨울이에 푹 빠져 있던 레이벨 누님이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봤다.
“정신력 단련 시간이라서.”
“으음. 그렇군.”
레이벨 누님은 그제야 아직까지 구석에 무릎 꿇고 있는 둘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만 내리고 일어나렴.”
““…….””
‘……?’
레이벨 누님이 벌을 끝내겠다 이야기했음에도 어째선지 시란과 셋째 누님은 고개 숙인 그대로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옆에서 통신구를 정리하고 계시던 비젤린님이 슬쩍 내 옷깃을 잡아당겼다.
“이번엔 진짜 위험하니까 따라 와.”
“……??”
무엇 때문에 위험하다는 건지 모르겠으나, 비젤린님의 표정이 너무 진지했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비젤린님을 따라 조용히 바로 옆 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쿠웅──!!
묵직한 소리와 함께 방바닥을 딛고 서 있던 두 발바닥이 아주 잠깐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
“끄응…….”
밝은 연분홍빛 머리칼 위로 솟아오른 귀여운 혹 하나.
나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제 혀에서 흘러나온 침을 몇 번이고 혹에 바르고 있는 셋째 누님에게 물었다.
“많이 아프십니까?”
“그걸 말이라고!!”
정신력 단련은 뒷전으로 미뤄두고 본인의 혹부터 치료중이시던 셋째 누님이 고개를 치켜들며 소리쳤다.
“아니, 애초에 벌을 서는 것도 억울한데 잠깐 졸았다고 셋뿐이 없는 동생 머리를 쥐어박다니. 그게 손위 누이가 할 짓이냐? 그대가 한번 이야기해 보거라.”
“하, 하하…….”
억울한 거야 그렇다 칠 수 있지만, 벌을 서는 도중에 졸아버린 건 확실히 잘못된 태도지.
물론, 여기선 어떻게 대답하든 나중에 후환이 되어 돌아올 게 뻔히 보였기에 어떻게든 웃음으로 넘어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만 했다.
“그런데 천마님.”
“…뭐냐.”
신기하게도 침을 바를 때마다 혹의 크기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걸 신기하게 구경하던 나는 4구역에 들렀을 때부터 묻고 싶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식당에서 관리하는 고기 말입니다. 리타에게 부탁해서 알아봤더니 전부 같은 종류의, 다른 부위의 고기던데. 저 때문에 일부러 준비하신 겁니까?”
“뭘 그리 당연한 걸 질문이라고 하는 것이냐?”
“……진짜요?”
“그 불손한 눈은 뭐지? 본좌는 심히 불쾌스럽구나.”
예상에 빗나간 그녀의 대답에 아주 살짝 눈을 크게 떴을 뿐이다. 그런데 안대로 눈을 가리고 있음에도 두 눈 멀쩡히 뜨고 다니는 나보다 더 멀리, 그리고 많은 걸 볼 수 있던 셋째 누님은 그런 내 반응에 안대 위로 살짝 드러난 이마를 찌푸렸다.
“4구역에서 들어서 알았겠지? 어제오늘 그대의 뱃속에 들어간 고기가 무척이나 귀하다는걸. 대륙의 비유로 따지면 돈이 아무리 많아도 구할 수 없을 정도의 가치를 지닌 고기이니라.”
그러니 앞으론 먹을 때마다 감사하며 먹으라는 듯이 고개를 한껏 치켜드는 그 행동에 나는 차마 그러겠다는 말은 내뱉지 못하고 예의상 고개만 살짝 끄덕여 보였다.
“그런데 그게 정신력에 도움이 됩니까?”
마력 증진과 마력을 조금 더 정순하게 만들어준다는 것까지는 이해했다. 또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하지만 방금 질문한 것처럼, 아무리 귀하고 몸에 좋은 거라지만 내게 필요 없다면 굳이 그걸 먹어야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럼, 본좌가 할 일 없이 그 귀한 걸 그대에게 먹이겠느냐?”
“……이유가 있으시겠죠?”
“그렇다. 그러니 해방자. 그대는 본좌를 의심하지 말고 본좌가 시키는 대로 따르기만 하면 되는 것이야.”
속 시원한 대답이 아니라서 그럴까.
나는 저절로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려던 얼굴을 두 손으로 얼른 문질렀다.
“그보다 이제 슬슬 시작할 테니 바지를 벗어 보거라.”
“……옙.”
갈아입을 옷이 몇 벌 챙겨오지 않았고, 어제 내 바지와 팬티를 꼬리로 찢어먹었던 셋째 누님은 다행히도 오늘은 내가 직접 바지를 벗을 수 있도록 배려 아닌 배려를 해주셨다.
달칵.
허리춤을 단단히 조이고 있던 벨트를 풀며, 슬슬 새빨간 입술을 핥으며 혀를 날름이는 셋째 누님을 조심스레 입에 담았다.
“천마님.”
“……?”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내 자지에 코를 가져대려던 셋째 누님이 멈칫하며 이쪽을 올려다봤다.
“이건 진짜 호기심에 드리는 질문입니다만……. 비젤린님께선 마대륙 음식들이 죄다 맛없다고 하시던데. 그건 천마님께서 일부러 맛없는 음식들만 대접해드려서 그런 겁니까?”
“맛?”
“예. 맛.”
셋째 누님은 잠깐 나를 올려다보시더니.
“본좌는 항상 몸에 좋은 것들만 대접했다만, 생각해보니 맛을 고려했던 적은 없었구나. 정기는 몰라도 음식은 입에 안 댄지 꽤 오래돼서 까맣게 잊고 있었어.”
아주 오래된 의문을 해소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셨다.
“어쩐지 가끔 들를 때도 먹을 걸 바리바리 싸 들고 오더라니.”
마대륙의 음식은 먹을 게 못 된다던 비젤린님의 주장은 정말 타당하면서도 웃지 못할, 사소하다면 사소할 수 있는 이유가 숨겨져 있었다.
“물어볼 건 그게 끝이느냐?”
“예? 아, 예. 끝입니다.”
“그래. 그럼…….”
셋째 누님의 꼬리가 순식간에 내 불알을 가볍게 휘감았고.
“하움.”
작고 새빨간 입술이 그대로 상처 입은 귀두를 감쌌다.
그리고.
“우음, 응……쮸우웁♥”
“으허으윽!!”
단 세 번의 혀 놀림에 사정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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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다음화부터는 다시 진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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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오늘도 감사!!
NetFighTer//크흠, 위아래...큼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