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쾌한 기상.
“잘 잤어요?”
“으음…….”
시란의 사랑스러운 얼굴을 잠깐 감상 후.
“진짜 방을 옮기던지 해야지.”
“부부가 금슬 좋은 건 반겨야 할 일이지.”
투덜거리시는 비젤린님과 흐뭇한 시선으로 우리를 지켜보는 레이벨 누님의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그리고 시란과 몰래 다른 침실로 옮겨 시란만의 아침을 따로…….
“오늘도 미궁, 아니지. 유적 찾으러들 가시는 겁니까?”
“왜. 무슨 할 말 있니?”
“아뇨. 그냥 조심해서 다녀오시라고요. 시란이랑 누나도.”
그리고 나 몰래 뭔가를 하고 있는 것 같은 세 사람의 배웅으로 새벽 일과는 마무리된다.
[ 모시러 왔습니다. ]
이어서 리타와 함께 식당으로 내려가 몸에는 정말 좋지만 더럽게 맛없는 헬카우 스테이크로 꾸역꾸역 배를 채우는 것으로 내 아침 일과가 다시 시작됐다.
“후우, 가자!!”
입 안에 남은 불쾌한 맛을 깨끗한 물로 헹궈낸 다음, 부끄러움과 기대에 가득 찬 시선을 보내오는 몽마들을 뒤로하고 리타와 함께 성을 나왔다.
[ 이쪽입니다. ]
어제보다 조금 더 거리감이 줄어든 리타는 스스로 내 손을 붙잡으며 나를 쿠리리와 쿠로로가 머물고 있는 거처로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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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만 거주 구역을 가로지르는 중이었기에 아침 시간임에도 상당한 숫자의 마인들이 거리를 활보 중이었고 그녀들은 어제와 다르게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마대륙의 언어로 소곤소곤 대화를 주고 받는 모습을 보였다.
‘물어보는 건 좀 그렇겠지?’
내 귀에까지 들린다면 리타의 귀에도 그녀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을 터. 하지만 느낌상 들어서 그리 좋을 내용은 아닌 것 같았기에 그냥 모르는 채 넘어가기로 했다.
“이 건물입니다.”
리타가 멈춰선 앞에는 5층짜리 높이의 평범한 건물 하나가 놓여 있었다.
말 그대로 평범한.
그래도 굳이 비유를 하자면 중세식 아파트 정도로 봐주면 좋을 것 같다.
정 중앙에 덩그러니 뚫려있는 입구와 그 위로 일정 간격을 두고 틈틈이 박혀 있는 유리창과 크고 작은 발코니로 보아 그렇게 생각하면 될 듯싶었다.
‘생활 수준이라고 해야 할까……?’
마대륙 전체를 둘러보지 않아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제국의 수도보다는 마대륙의 수도인 이곳이 전체적으로 제도의 상위호환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일단 이곳에는 뒷골목이 존재하지만, 어디까지나 통행과 장사에 필요한 짐을 놓아두는 잉여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그래서 어딜 가나 꼭 한둘은 존재하던 뒷세계의 조직 역시 이곳에선 찾아볼 수 없었고.
‘애초에 싸우는 걸 싫어하는 마인들만 모여 살고 있다는데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지.’
무엇보다 셋째 누님과 무력의 수준을 파악하기 힘든 리타와 몽마들이 죽은 눈으로 상시 감시 중이다. 나라면 목숨이 아까워서라도 착실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할 그런 환경이었다.
[ 귀인? ]
“아, 미안. 잠깐 딴 생각을 좀 했네. 가자.”
[ 예. 안내하겠습니다. ]
따로 지키는 사람도 없이 활짝 개방되어있는 입구를 지나치면서 나는 다시 한번 이곳이 무척 평화로운 곳이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
[ 엘리……? 죄송합니다. 그게 무엇인지요? ]
마력을 동력 삼아 작동하는 승강기 위에 올라탄 리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게 물었다.
“아, 지금 올라타 있는 걸 말한 거야.”
[ 엘리, 베이타…… 입니까. ]
“엘리베이터.”
[ 엘리베이타. ]
무엇이 다르다는 건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을 한 리타가 너무 귀여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게 맞다고 긍정했다.
‘근데 한글도 아니고 영언데도 발음이 힘든가?’
뭐, 귀여우니까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지만.
그렇게 리타와 함께 올라탄 승강기는 정확히 3층에서 멈춰 섰다.
“좌우로 뚫려있는 건 좀 신기하네.”
[ 그편이 더 효율이 좋으니까요. ]
“그렇지.”
우리는 왼쪽으로 내렸고, 긴 복도에는 앞뒤로 합쳐 4개의 문이 달려 있었다.
308호.
복도의 가장 끝에 위치한 방문 앞에 도착하자, 리타는 벽에 달린 초인종을 누르지도 않고 냅다 문고리를 당겨버렸다.
“조용, 하네?”
[ 아직 자고 있는 모양입니다. ]
리타는 문을 붙잡고 옆으로 물러났다.
“고마워.”
[ 별말씀을. ]
리타의 배려로 먼저 현관으로 들어온 나는 또 하나의 사실에 놀랐다.
‘신발을 벗고 들어간다고?’
몰링타나 저택에서야 내 취향이 다소 반영되어 다들 신발을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었다지만…….
“여기선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게 문화야?”
[ ……? ]
나를 따라 들어와 뒤에 서 있던 리타는 내 물음에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거렸다.
[ 밖에서 활동하며 신고 다닌 신발로 생활 공간을 활보하는 건 무척이나 비위생적인 행동입니다. 문화라기보다는 상식 적인 행동이 아닐지……? ]
“그, 그렇지. 어.”
리타의 말은 백번이고 옳은 말이었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그런데 왜 내가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는 건지…….’
화끈거리는 얼굴을 애써 모르는 척하며 나는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갔다.
평범한 크기의 소파 하나와 그 앞에 놓여 있는 테이블. 그리고 테이블을 기준으로 외쪽은 부엌과 주방이 있고 오른쪽으로는 바깥에서 봤던 창문과 발코니가 보였다.
‘진짜 아파트 같네.’
그래서 그럴까.
마대륙의 수도는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거리의 절반은 중세 시대를, 또 다른 절반은 무협지나 아시아권 문화를.
여기까지만 해도 꽤 혼란스러운데 심지어 그 내부는 현대의 지구나 지구에서도 구현할 수 없는 마법이 적용된 시설과 가구들로 가득했다.
‘통치자가 엘리스 누님이라 그런 거겠지.’
거기에 마법사라는 존재 자체가 희귀한 대륙과는 반대로 소수의 재능 없는 마인들을 제외하면 다들 마력을 기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점 역시 크게 작용했을 거다.
[ 이쪽입니다. ]
거실을 가로지르자 리타는 침실로 이어진 문의 위치를 알려줬고, 이번에는 리타 대신 내가 문고리를 잡고 돌렸다.
“으후음~”
“으윽…….”
한 침대에 사이좋게 누워 잠들어 있는 푸른 피부의 미녀들.
‘자고 있으니까 더 구분하기 힘드네.’
일란성 쌍둥이라 해도 믿을 만큼 서로를 닮은 리리와 로로.
‘그나마 성향이 달라서 다행이지.’
예를 들면 지금 배를 긁으며 다른 한쪽의 몸에 다리를 걸친 게 쿠리리. 그러니까 내게 하악질을 하던 마인이다.
자연스럽게 쿠리리의 발에 신음하며 악몽을 꾸는 사람처럼 얼굴을 찌푸린 쪽이 쿠로로가 되시겠다.
[ 깨우도록 하겠습니다. ]
“아냐. 됐어.”
나는 곤히 잠든 둘의 얼굴을 잠깐 구경하다가 리타와 함께 침실을 나왔다.
“보니까 먹는 시간도 아껴서 여기까지 달려온 거 같던데. 먹을 건 잘 챙겨 줬고?”
[ 귀인께서 맡기신 아이들이기에 대접에는 소홀하지 않았습니다. ]
“고마워. 그러면…….”
두리번거리던 나는 벽에 걸린 시계를 보며 소파에 앉았다.
“일단은 점심 전까지는 푹 자게 냅두자.”
돌아가더라도 시란과 누님들은 자리를 비운 상태고, 셋째 누님 역시 어제 얻어간 내 정액으로 실험하느라 무척 바쁘셨다.
‘그리고 성물을 만드는 건 여기서도 할 수 있지.’
소파에 편히 몸을 기댄 나는 자연스럽게 내 뒤에 선 리타를 올려다보며 허벅지에 손짓했다.
“서 있지 말고 여기에 앉아.”
[ ……예. ]
잠깐 고민하던 리타는 순순히 걸음을 옮겨 어제처럼 내 허벅지 위에 말랑하고 부드러운 엉덩이를 올렸다.
그에 나는 생각보다 두꺼운 리타의 의복 안쪽으로 손을 넣어 따끈하고 말랑한 리타의 복부를 살살 조물거리며 시스템 창을 활성화 시켰다.
“리타야.”
[ 예. 귀인. ]
대충 어제 생각해 뒀던 형태를 도안에 끄적이며 물었다.
“다들 기대 많이 해?”
[ …귀인께 부담을 드리고 싶진 않습니다만. ]
정직하게 정면을 바라보던 리타가 고개를 돌려 나를 똑바로 마주 봤다.
[ 백 년 넘도록 잊고 지냈던 감각을, 아주 잠깐이지만 다들 생생하게 느꼈습니다. 다들 귀인께 바라는 기대가 무척이나 큽니다. ]
“역시 그렇겠지?”
리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조용히 배를 만지던 손을 조금 더 위로 올려 커다랗고 탄력 좋은 것을 움켜쥐었다.
‘역시 가슴은 최고야.’
그저 움켜쥐고 주무르는 것만으로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건 여성의 가슴밖에 없을 거다.
뭐, 보면 알겠지만 리타의 걱정과 다르게 부담감 같은 건 조금도 느끼고 있지 않았다.
그야 성공이 확정된 일에 부담감을 느낄 리가 없지 않은가.
‘이 정도면 됐나.’
깨끗한 백지였던 도면 위로 장갑 형태의 그림이 새겨졌다.
몽마들로부터 직접 성감대를 이야기하게 하는 등의 상당히 그녀들을 부끄럽게 만들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들 개인에 맞춰 성물을 만들어내는 건 힘들 것 같단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내 빈약한 호두의 탓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재료의 수급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구해달라고 부탁하면 어디서든 가져다줄 것 같긴 하지만…….’
나는 완성한 도면에 미리 생각해 두었던 간략한 설정을 덧붙여 상부로 보냈다. 그리고 잠깐 창을 옆으로 밀어다가 재료 보관소의 목록을 펼쳤다.
《재료 보관소 목록》
◎순수 철 : 69kg
◎깡나무 : 7g
◎금화 : 4닢
◎은화 : 0.1닢
◎숲의 눈물 : 564g
◎대지의 정수 : 3.9kg
◎붉은눈 마리스의 가죽 : 7kg
◎아멜라 롬벨의 머리카락 : 0.5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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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마 슬라임 핵 : 3개
멋모르고 넣었던 금화와 은화는 이제 소멸 직전까지 줄어들었고 구멍 선배로부터 받았던 슬라임 핵도 줄어들 만큼 줄어들어 며칠 후면 2.1개가 아닌 2개로 줄어들 예정이다.
언제 어느 상황에서도 필요한 강철과 보석. 그리고 가죽의 종류는 수시로 채워 넣고 있기에 문제는 없지만…….
‘가능하면 이번 달 수금 전에 최대한 재료를 털어내고 싶단 말이지.’
컴퍼니에는 이제 감사하는 마음이 더 크지만, 이건 그것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서민수 차장님께서 보내주신 도안을 검토…….】
그리고 때마침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
【…그러한 목적성을 인정하여 ‘도면 – 섬세한 손길’을 승인하도록 하겠습니다.】
“역시.”
[ ……? ]
가슴을 희롱당하고 있음에도 얌전하던 리타가 슬쩍 나를 돌아봤고, 나는 웃으며 상세 설정 창을 띄워 올렸다.
“모두한테 내일을 기대해 달라고 전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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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스미스의 호두가 일하는 유일한 시간...!!
그간 집어 삼킨 벽이나 잡다한 건 전부 컴퍼니에 기부하는 형식으로 처리했다고 합니다(속닥속닥)
새로운 성물의 자세한 사항은 다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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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tFighTer//음란...메모..
카인G크리티카//오늘도 감싸합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