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인. ]
“응?”
새로운 성물의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으니, 얌전히 내게 가슴을 내어주고 있던 리타가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조금 전부터 허공에 손짓을 바삐 하시던데…… 무슨 특별한 의식 같은 것인지요? ]
역시 그 부분을 묻는 건가.
안 그래도 몇 번인가 힐끗 이쪽을 곁눈질하는 걸 봤다.
솔직히 나라도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 한 시간 넘도록 허공에 손짓하고 있으면 신경 쓰고 싶지 않아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을 거다.
“뭐, 비슷하지?”
[ 의식의 일종이었군요. ]
리타가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가볍게 웃으며 마주 고개를 끄덕여줬다.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니까 뭐.’
성물을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작업이니, 어떻게 보면 의식으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게다가 그런 쪽으로 이야기해둔다면 앞으로 성물을 꺼내기 위해 굳이 몸을 숨긴다거나 할 필요 없이 손만 몇 번 휘적여주고 소환하더라도 귀찮게 이런저런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왜냐면 지금 이 자리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후에 리타가 다른 몽마들과 공유하고 셋째 누님께 하나도 빠짐없이 보고할 테니 말이다.
“많이 지루하지?”
[ 아닙니다. 귀인께서 없으셨다면 지금쯤 멍하니 식당에 서 있었겠지요. 그보다는 이쪽이 훨씬 보람차니 신경 쓰지 말아주시길. ]
거기까지 말한 리타는 다시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봤다.
‘굳이 앞을 볼 필요는 없는데.’
뭐, 이쪽을 보더라도 리타에게는 시스템 창이 보이지 않아 거기서 거기일 테지만.
《등록된 성물》
◎밤의 요정
→설정된 재료(슬롯1) : 순수 철.
◎위로의 활
→설정된 재료(슬롯1) : 깡나무, 순수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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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믹 케이스
→설정된 재료(슬롯1) : 흑강철, 보석, 짐승의 가죽.
→고정 재료 : 아공간(차원)주머니.
◎미믹 케이스.mk2
→설정된 재료(슬롯1) : 흑강철, 보석, 짐승의 가죽.
→고정 재료 : 아공간(차원)주머니, 슬라임 핵.
◎섬세한 손길(상세 설정 필요.)
→설정된 재료(슬롯1) : 없음.
→고정 재료 : 슬라임 핵, 마력
《상세 설정》
◎기능1 : 관통.
자원 : 착용자의 마력(흡수, 저장.)
발동 : 신체 접촉.
효과 : 손바닥 면의 돌기가 영체화되어 접촉면을 관통한다.
조건 : 오로지 여성체에게만 발동한다.
◎기능2 : 흡수.
자원 : 착용자의 마력(흡수, 저장.)
발동 : 피부에 접촉.
효과 : 면적에 닿은 모든 분비물을 마력으로 치환한다.
◎기능3 : 진동.
자원 : 착용자의 마력(흡수, 저장.)
발동1 : 관통 상태에서 착용자가 장갑을 벗으면 발동한다.
발동2 : 발동 상태에서 누구든 장갑을 착용하면 중단한다.
쓸데없이 모든 능력을 다 떼려박지 않고, 정말로 몽마들에게 필요한 능력만을 부여한 ‘섬세한 손길’의 설정을 저장하고 등록을 끝마쳤다.
‘됐다.’
차장으로 승진한 이후로 성물의 심사 기준이 일반 사원일 때와 비교하면 불합리할 정도로 너그러워진 덕에 이번에도 별 탈 없이 새로운 성물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걸로 기뻐하기에는 아직 일렀다.
‘구멍 선배님이 협조해주시려나 모르겠네.’
나는 성물 목록이 떠 있는 창을 다 옆으로 밀어낸 다음, 단체방에 접속했다.
《서민수(차장)님께서 입장하셨습니다.》
무한정액탱크 : 저거 일찍 접속한 거 보니까 또 뭐 필요한 거 생겼네.
좆방맹이참교육자 : ㄹㅇㅋㅋ
겨드랑이쭙쭙 : 하지만 아쉬운 건 우리죠?
좆방맹이참교육자 : 팩트 자제 좀요 -_-;;
인사를 하기도 전부터 벌써 시끌벅적한 선배님들의 채팅에 아찔함을 느낀 나는 하는 수 없이 리타의 젖가슴을 주무르던 손까지 홀로그램 키보드 위에 올렸다.
서민수(차장) ; 안녕하십니까.
서민수(차장) : 그런데 똥구멍 선배는 안 계십니까?
똥구멍헌터 : ㅇ?
말하기 무섭게 등장한 우리 구멍 선배님.
역시 이 인간들이 채팅창을 떠날 리가 없지.
떠나야 한다면 그건 휴가를 떠났거나, 내가 부탁한 재료를 찾기 위해 원정을 나갔을 경우일 거다.
서민수(차장) : 선배님. 일반 슬라임 핵 좀 얻을 수 있을까요?
똥구멍헌터 : 차고 넘치는 게 그거라 상관은 없는데. 뭐 때문인지 이유나 들어보자.
서민수(차장) : 이번에 새로운 성물을 만들었는데 슬라임 핵이 필수 재료거든요.
뿔이진리 : 새로운 성물?
해골부터키우는하렘 : 뭔데?
겨드랑이쭙쭙 : 캬~ 시발!! 미믹 케이스 나오고 아직 반년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신작이 나왔다고? 막내가 드디어 폼이 슬슬 올라오네!!
그리고 겨선배님의 말씀대로 신작의 소식에 없는 척 조용히 계시던 선배님들도 채팅에 합류했다.
‘이런 인기를 바란 건 아니었는데…….’
하지만 미믹 케이스의 폭발적인 호응 이후로 선배님들의 관심이라기보다는 성물에 대한 만족도가 조금씩 신경 쓰였다.
그런 이유로 나는 도중에 같은 말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섬세한 손길’의 스팩을 공개하기 전에 그걸 만들 게 된 이유와 지금 내 상황을 먼저 간략하게 설명했다.
똥구멍헌터 : 그러니까. 젤리형 장갑인데 손바닥에 달린 돌기가 여자들 몸에 닿으면 영체로 변해서 관통한다? 그런데 감각은 고스란히 느끼고, 심지어 그 감각은 모두 쾌락으로 치환된다?
겨드랑이쭙쭙 : 거기서 장갑을 벗으면 돌기들이 바이브처럼 존나 떨리고?
서민수(차장) : 옙. 그리고 착용하는 안쪽은 슬라임의 촉촉함을, 돌기 이외의 바깥 부분에는 끈적한 성질을 부여해서 끼고 벗는 건 무척 쉽고 강제로 힘을 줘서 떼어내지 않으면 어지간해서는 피부에 달라붙으면 잘 떨어지지도 않을 겁니다.
좆방맹이참교육자 : 난 별로 구미가 안 당기네.
흥분한 다른 선배님들과 다르게 시큰둥한 몽둥이 선배님.
하지만 나는 몽둥이 선배님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다.
그도 그럴 게 암컷관통을 내게 넘겨주신 게 바로 몽둥이 선배님이시니 말이다.
해골부터키우는하렘 : 나! 나! 나! 나! 나! 나! 나! 나! 나! 나!
뿔이진리 : 그거 뿔에도 효과 있냐? 효과 있으면 나도 하나 갖고 싶은데.
겨드랑이쭙쭙 : 난 패스.
그리고 선배님들 사이에서도 성물을 격하게 원하는 쪽과 그렇지 않은 분으로 나뉘었다.
좆방맹이참교육자 : 랑이야. 그래도 하나 갖고 있으면 재밌을걸?
겨드랑이쭙쭙 ; ㄴㄴ
겨드랑이쭙쭙 : 님처럼 머리에 박아보는 취미 같은 거 없어서 ㄱㅊ음.
“미친.”
[ 왜 그러시는지……? ]
“어? 아, 아니야.”
갑작스러운 내 급발진에 살짝 눈을 크게 뜬 리타를 향해 어색하게 웃은 후 나는 다시 채팅창으로 시선을 옮겼다.
서민수(차장) : 아무튼!! 성물은 제 상황이 해결된 후에 판매할 거니까 그 이야기는 제가 간 후에 선배님들끼리 나눠주십쇼. 그보다 구멍 선배님?
똥구멍헌터 : ㄱㄱ
【똥구멍헌터(부장)님께서 서민수(차장)에게 교류를 신청하였습니다.】
다행히 가장 필요로 하던 선배님께서도 새로운 성물에 흥미가 있으신 모양이다.
**
‘도대체 슬라임을 얼마나 양식하고 있는 걸까.’
단체방을 나온 나는 방금 막 교류를 통해 얻은 핵심 재료를 확인하기 위해 재료 보관소의 목록을 불러왔다.
《재료 보관소 목록》
◎순수 철 : 69kg
◎깡나무 : 7g
◎금화 : 4닢
◎은화 : 0.1닢
◎숲의 눈물 : 564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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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임 핵 : 666개
◎마그마 슬라임 핵 : 3개
‘웅장한 숫자다.’
666개의 슬라임 핵이라니.
‘◎문제는 몽마들 숫자기 665명이라는 거지.’
몽마들에게 성물을 모두 나눠주고 나면 단 1개의 슬라임 핵만 남게 된다. 물론, 구멍 선배님께 부탁하면 전부 해결될 일이었지만.
“리타. 잠깐만 일어나 볼래?”
[ 알겠습니다. ]
얌전히 허벅지에 앉아 있던 리타는 내 말에 따라 몸을 일으켜 나를 마주 보고 섰다.
‘…근데 좀 부끄럽기는 하네.’
나는 멀뚱히 나를 바라보고 있는 리타의 시선을 인내하며 대충 있어 보이도록 허공에 양손을 휘저었다.
처억──!!
그리고 양손을 교차하며 미리 띄워뒀던 창을 손바닥으로 자연스레 눌러 미리 세팅해두었던 ‘섬세한 손길.’을 만들어냈다.
[ ……그건? ]
아무런 전조도 없이 허공에서 갑자기 무언가 나타나자, 그 리타조차 눈을 크게 뜨며 내게 물었다.
“너희에게 삶의 활력을 불어 넣어줄 성물이야.”
[ 성물, 입니까? ]
“어. 잠깐만 기다려 봐.”
나는 허공에 두둥실 떠 있는 하늘색 장갑을 붙잡았다.
‘끈적하긴 하지만 불쾌할 정도는 아니네.’
앞서 설명했듯 돌기가 달린 손바닥 부분과 손등 쪽의 감촉은 몹시 찐득거렸다. 하지만 슬라임이 베이스이기 때문일까.
힘을 주어 떼어내면 잔여물 하나 남기지 않고 말끔히 떨어졌기에 생각보다 훨씬 불쾌감이 덜 했다.
그렇다면 안쪽은?
‘……극락.’
정말 비싼 수분크림이 손을 덮어 촉촉하게 보습해주는 듯한 감각에 나는 무척 만족할 수 있었다.
이 정도의 미끌거림이라면 언제든 장갑을 끼고 벗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리타. 와서 이걸 손에 껴 볼래?”
[ 예. ]
나는 앞으로 다가온 리타의 손에 손수 장갑을 끼워줬다. 왜냐면 장갑을 끼기 위해서는 일단 돌기 부분을 한 번 만질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장갑이로군요. 게다가 손바닥 쪽에 오돌토돌한 이건……? ]
장갑을 낀 양손을 쥐락펴락하며 장갑을 이래저래 구경하던 리타에게 정말, 정말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 손바닥으로 말이야.”
[ 예. 귀인. ]
행동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는 그 투명한 눈망울에 양심이 무척 찔렸지만…….
“머리를 감싸볼래?”
[ 머리 말씀이시군요. ]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양손을 들어 제 머리에 가져대는 리타.
[ 이렇── ]
말을 하던 도중 양 손바닥이 머리에 닿았고.
…쪼르르르륵.
리타는 몸을 부들거리며 바닥을 더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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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리타와 몽마들은 인형의 몸을 사용중이라 머리 역시 텅텅 비어있습니닷!
그러니 안전한 겁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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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오늘도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