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730화 (730/771)

“행동, 불능?”

[ ……. ]

내 물음에 리타는 처음으로 대답이 아니라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누군가 습격해 왔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

[ 차라리 그런 이유였다면 말씀드리기 더 편했을 것 같군요. ]

그 대답 하나로 나는 내성에서 일하는 몽마들이 어떤 이유로 행동 불능에 빠졌는지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 그래서 수습을 위해 내성으로 돌아가 봐야 할 듯하옵니다. ]

“그래. 그러자.”

외성문을 지키는 경비나, 성 밖을 돌아다니는 몽마들도 있는데 굳이 돌아가야 할 것 같다며 내게 양해까지 구해올 정도면 그녀가 직접 가지 않으면 사건이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리라.

‘뭐, 대충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내 귀에 얼굴을 가까이 해왔던 리타가 뒤로 물러났고, 나 역시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급히 가야 하는 일인가?”

[ 그 정도는 아니니, 편히 걷도록 하지요. ]

“그래, 그럼.”

나는 여전히 바닥에 무릎 꿇은 채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는 쿠리리와 쿠로로의 머리를 쓰다듬으려다가 손을 거두며 리타에게 말했다.

“자리 옮겨야 한다고 설명 좀 해줘.”

[ 예. ]

그 직후 여전히 알아듣지 못하는 대화가 잠깐 이어졌고, 우리는 방을 나와 다시 내성으로 걸음을 옮겼다.

**

[ 최대한 빠르게 수습하고 돌아오겠습니다. ]

내성문을 통과해 전각 안까지 나를 데려다준 리타는 내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몸을 돌려 전각 밖으로 뛰쳐나갔다.

‘하긴, 복도 같은 곳에서 대놓고 쓰진 않았겠지.’

내성문을 통과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전각 안이 물바다가 되어있는 건 아닐까…… 뭐 그런 상상을 해보긴 했지만, 역시 그녀들도 선이라는 건 존재하는 모양이다.

‘진짜 문제는…….’

나는 슬쩍 고개를 돌려 얌전히 뒤에 서 있는 쿠리리와 쿠로로를 바라봤다.

몇 번을 봐도 신비한 색의 푸른빛 피부와 파충류의 그것처럼 세로로 찢어진 동공. 그리고 머리 양쪽에 자라나 있는 한 쌍의 뿔.

“따라올래?”

“응!!”

“……!!”

눈매가 살짝 날카롭고 방금 대답한 쪽이 리리, 그리고 조금 소심하게 고개만 끄덕인 건 로로.

닮았으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둘은 다행히 내 뒤를 열심히 쫓아왔다.

그렇게 나는 그 둘을 데리고 9층에 멈춰 섰다.

10층에 들여도 상관은 없지만, 침실에 낯선 여성의 체취가 나는 걸 시란이 매우 싫어했기에 나로서는 뒤에 서 있는 그녀들보단 시란을 생각하는 판단을 내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이곳은 침실과 마찬가지로 리타가 아니면 몽마들이 찾아오지 않는 구역이기도 했고.

‘뭐, 그럴만한 곳이긴 하지.’

벽과 복도 틈틈이 걸리고 세워져 있는 셋째 누님의 초상화 및 누님을 본뜬 조각상들.

정작 당사자조차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장소였고, 그림은 물론이고 조각상이나 장식 하나하나에 모두 마법 각인이 새겨져 있어 관리 자체가 불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쯤이면 되겠지.’

정면으로 계단을 볼 수 있는 위치이니, 누군가 온다면 금방 알아차릴 수 있을 거다.

물론, 레이벨 누님 같은 존재는 어쩔 수 없겠지만.

“앉을까?”

“……?”

“…….”

둘은 잠깐 서로를 바라봤고, 비교적 소심한 분위기를 품은 로로가 리리의 귀에 무어라 속닥였다.

스르륵.

로로가 떨어지자, 둘은 역시나 푹신하고 부드러운 카펫이 깔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나 역시 서서 이야기하는 취미는 없었기에 그녀들 앞에 대충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그런데.

“헉!!”

“……!!”

내가 자리에 앉자, 둘은 놀란 표정을 짓더니 갑자기 멀쩡히 있던 머리를 조아려왔다.

‘…설마, 그건 가?’

조금 전 그녀들이 나와 함께 소파에 앉지 않았던 건 나를 높은 존재로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리타가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조금 전과 같이 무릎을 꿇고 있던 그녀들이 내가 바닥에 앉아 눈높이를 맞추자마자 머리를 조아린 것 역시 그와 같은 이유이리라.

‘오랜만에 하체 운동 좀 하겠네.’

제대로 된 의사소통이 힘든 지금 상황에서 그러지 말라는 말을 제대로 전달할 자신이 없었기에 나는 다시 일어나는 쪽을 선택했다.

힐끗.

내가 일어나면서 옷들이 서로 스치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일까.

쿠리리가 슬쩍 고개를 돌려 나를 곁눈질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짝짝──!!

일어나라 말하면 말 그대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것 같아, 일단 손뼉 치는 걸로 관심을 끌어 보려 했는데.

““……??””

생각보다 효과가 있었다.

흠칫 고개를 든 둘은 내가 일어난 걸 확인하더니, 슬그머니 내 눈치를 살피며 다시 몸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쿠리리.”

“……?!”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름을 부르자, 지목당한 쿠리리가 화들짝 놀란 얼굴로 연신 눈을 끔뻑였다.

이어서 나는 은근히 기대하는 시선을 보내고 있는 쿠로로의 이름도 불러줬다.

“쿠로로.”

“마, 맞아. 나, 쿠로로.”

“나도!! 쿠리리!!”

자신을 소개하는 쿠로로를 따라 활기차게 제 이름을 밝히는 쿠리리.

‘로로가 리리보단 알고 있는 단어가 많아 보이네.’

소심하지만 좋게 포장하면 침착한 분위기도 대화를 나누기에 적합해 보였다.

‘문제는 어디까지 알아들을 수 있냐인데…….’

오늘처럼 자연스럽게 리타를 떼어낼 수 있는 기회는 다소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오늘의 기회를 최대한 살릴 필요가 있었다.

‘…제발 말이 잘 통하길.’

**

“으, 미, 미안!!”

“우리…… 바보….”

양팔을 버둥거리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쿠리리와 자책하는 듯한 말을 내뱉으며 이쪽을 눈치를 살피는 쿠로로.

이 둘의 반응을 봐서 알겠지만, 나는 지금 무척 좌절한 상태다.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이 최대치였을 거라고 생각이나 했겠냐고…….’

말 그대로의 의미다.

그녀들이 할 줄 아는 공용어는 정말 기초적인 것들이 전부였다.

배고프다, 먹다, 배부르다, 아프다, 살려달라, 일어나, 앉다…… 뭐 이런 기초적인 것들 말이다.

‘…너희가 무슨 잘못이겠니.’

체감상 한 시간가량 대화를 시도해봤지만, 하나 같이 소통 오류를 일으킨 결과에 실망하는 것도 잠깐.

나는 괜히 나 때문에 잔뜩 침울해진 둘에게 다가가 뿔을 건들지 않도록 조심해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 으…….”

“체벌…?”

“아니아니.”

체벌이라니.

뜻은 제대로 알고 내뱉은 건지 모르겠다.

“위로. 괜찮다고. 괜. 찮. 아.”

“으응……!!”

“…괜찮아.”

내 손길이 마음에 들었는지, 쿠리리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고 소리만 크게 냈고, 쿠로로 역시 고개는 가만히 두고 대답만 해왔다.

‘뭐…… 그래도 귀엽긴 하네.’

무슨 대형 견처럼 머리를 쓰다듬어 줄 때마다 둘의 얼굴은 점차 느슨하게 풀어졌다.

역시 이대로 리타의 통역을 받으며 둘에게 말을 가르칠 수밖에 없는 걸까.

협곡 도시에서 그녀들과 관계를 맺을 때만 하더라도 단지 흥미 위주로 그녀들에게 대륙 공용어를 알려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수도에 도착하고 무언가 숨기는 레이벨 누님의 태도나, 수상쩍은 도시의 분위기가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외부인이면서도 나를 따르는 둘에게 도시의 분위기를 살피게 하고 수도 바깥의 이야기를 아는 게 있다면 조금 들어볼 생각이었는데…….

‘이렇게까지 말이 안 통할 줄은 몰랐지.’

그저 허허 웃으며 귀여운 둘의 머리나 쓰다듬으며 리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려던 바로 그 순간.

내 머릿속 깊숙한 곳에 처박혀 있던 하나의 기억이 반짝! 하고 떠올랐다.

차장으로 승진하면서 해금된 새로운 편의 기능.

그러나 과금을 곁들인.

‘아니,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지.’

장인어른 피셜로 파견 사원의 상황에 맞춰 필요한 물건들이 올라온다는 기여도 상점의 존재가 떠오른 것이다.

나는 두 사람의 머리르 쓰다듬는 걸 멈추고 얼른 시스템 창을 불러냈다.

그리고 지금까지 애써 외면해왔던 ★기부★ 항목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는 【기여도 교환소】를 눌렀다.

【기여도 교환소】 - (무료 갱신 1/1)(?)

◎ 알테어의 허물 - (1/1)

-설명 : 5,621 대 천신의 문지기 알테어가 은퇴하기 전 벗은 마지막 허물이다.

-특성 : 허물이지만 단단하다. 신성을 품지 못한 존재는 흠조차 낼 수 없다.

필요 기여도 : 87,000

◎ 나르다의 눈물 - (1/1)

-설명 : 제6구 천칭의 신을 모시는 서기관 나르다가 하품을 하다 떨어트린 눈물이다.

-효과 : 서기관들은 독한 족속이다. 그래서 울지 않는다. 섭취할 경우 나르다가 익힌 언어 중 하나를 습득한다.

필요 기여도 : 11,111

◎ 위치 크래프트 - (1/1)

-설명1 : 최초의 마녀 ???가 작성한 마도서.

-설명2 : 해석하고 습득할 수만 있다면 차원을 따지지 않고 ‘마녀’로 분류된 모든 개체를 통솔할 수 있다. (알 수 없는 문자가 적혀 있다고 문의하지 말 것.)

필요 기여도 : 50,000

◎ 빛의 조각 - (1/1)

-설명 : 빛 조각이다.

-특성 : 신성을 품지 못한 존재들로부터 두려움, 경외, 꺼림직. 셋 중 하나의 감정을 가지게 만든다.

필요 기여도 : 100

◎ 누군가의 고환 - (Sold Out)

-설명 : 제1구 대지신의 수호자를 강간하려던 누군가의 잘린 고환이다.

-효과 : 종족 불문 신성을 품지 못한 잉태 가능한 개체라면 무조건 잉태시킬 수 있게 된다.

※경고 : 개체의 벽을 허무는 것이지 100% 잉태시키는 물건이 아니다. (착상 확률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는 부과 효과는 있다.)

필요 기여도 : 500

다시 봐도 말도 안 되는 가격의 상품들.

하지만 성능을 보면 이해가 되는 가격이기도 했다.

‘지금 내가 가진 기여도는 5,000.’

골디아스 왕국에서 페트미라와 누이트로부터 얻은 허물과 뭔지 모를 검은 덩어리를 기부해서 얻어낸 피와 같은 내 기여도의 총량이었다.

우선은 다시 한번 상품들을 찬찬히 살폈다.

‘고환 빼고는 솔직히 다 필요 없는 것들이지.’

상품을 한 번 싹 갈아 엎어도 된다는 걸 확인하나 나는 갱신 버튼에 손가락을 올렸다.

하루에 한 번도 아니고, 딱 한 번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갱신.

이후로는 한 번에 10 기여도가 차감되는 무서운 버튼.

부족한 기여도야 선배님들에게 기부할 물건을 구걸해서라도 채우면 되니까 제발 유효타가 나오길…….

‘제발 통역, 통역, 통역!! 시스야!!’

시스에게 간절히 기도하며 갱신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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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가챠는 나쁜 문명(궁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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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사장 에너지 드링크 마시고 힘내는 것입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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