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735화 (735/771)

“후아~!!”

[ 괜찮으십니까? ]

빈 물병을 받아 든 리타가 조심스럽게 물어왔고, 나는 입가에 흘러내린 물을 소매로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기침하는 나를 지켜보다가 선뜻 물병을 건네준 이를 향해 살짝 고개를 숙였다.

“고마워요.”

“괘, 괜찮으니까!! 고개 숙이지 마세요!!”

숙였다기보다는 인사에 가까운 각도였지만, 두 손을 이래저래 휘저으면서까지 소리치기에 나는 살짝 느슨하게 풀어두었던 목을 다시 빳빳하게 폈다.

“리타.”

[ 가져가도록. ]

“…….”

리타에게 물병을 돌려받은 붉은 피부의 마인은 이쪽을 잠깐 곁눈질하더니, 이내 몸을 돌려 도망치듯 뛰어가 버렸다.

“우리도 가자.”

[ …정말 괜찮으십니까? ]

“괜찮아. 침을 잘 못 삼켜서 그래.”

나는 재차 묻는 리타를 향해 최대한 자연스레 웃으며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 조금이라도 편찮으시다면, 그 즉시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

“그래그래.”

표정에 변화는 거의 없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시선에서 걱정이 느껴졌기에 괜히 미안해진 나는 더욱 장난스레 웃으며 리타를 달랬다.

[ …만약, 육아를 하게 된다면 이런 기분일까요. ]

“어, 그, 아닐…… 껄?”

내가 생각해도 날 돌보는 것보다는 겨울이를 돌보는 쪽이 훨씬 정신건강에 이로울 것 같아 빈말로도 긍정할 수가 없었다.

[ …하긴. 아이보다는 귀인께서 손이 덜 가겠지요. ]

“뭐, 하, 하하.”

다른 의미의 부정이었는데 오해를 풀어봤자 딱히 변하는 건 없다 생각해 나는 그냥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는 그렇게 다시 쿠리리와 쿠로로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

“환영!!”

“어, 어서, 오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어제처럼 우리룰 기다리고 있던 쿠리리와 쿠로로가 달려와 나를 격하게 반겼다.

물론, 내 뒤에 서 있는 리타의 눈치를 본다고 직접적으로 달라붙진 않고 얌전히 바닥에 무릎 꿇고 눈을 반짝일 뿐이었지만.

나는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가, 현관 앞에 무릎 꿇은 둘의 머리를 조심조심 쓰다듬어주었다.

“으응~”

“헤, 헤헤…….”

그저 머리를 쓰다듬을 뿐인데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헤프게 웃는 모습에 나까지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아!! 밥! 밥!”

흐물흐물 내 손길에 녹아내리던 쿠리리가 흠칫하며 눈을 번뜩이며 내게 그리 소리쳤다.

“밥?”

“응!!”

내가 되묻자, 쿠리리는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며 부엌을 가리켰다.

“으, 음식…… 준비… 같이, 머, 먹다……?”

그리고 쿠리리보다 조금 더 단어를 많이 기억하고 있던 쿠로로가 소심하지만 양쪽 손을 꼬물꼬물 움직이며 열심히 쿠리리의 말을 어떻게든 내게 이해시키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마워.”

“먹다!!”

“저, 저쪽…….”

아침에 먹은 헬카우의 고기 때문에 입맛은 없었지만, 사이좋게 내 손을 나눠 잡고 소심하게 꾹꾹 당기는 둘의 행동에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어느새 부엌의 식탁 앞에 앉아 있었다.

‘의외로 밸런스 있게 먹는구나.’

육류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우리 아내들과 달리, 둘이 준비한 식탁 위에는 짭쪼름한 냄새가 솔솔 풍기는 장조림 형태의 고기 요리와 방금 막 따온 것처럼 싱싱해 보이는 여러 과일에 소스를 버무린 샐러드가 놓여 있었다.

문제는…….

“쓰읍, 꿀꺽.”

“…….”

나는 멀쩡한 식탁을 내버려 두고 바닥에 저들이 먹을 접시들을 내려두고 털썩 주저앉아 나를 빤히 올려다보는 둘의 시선에 속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버릇이 나빠지고 말고가 아니라, 내가 불편해서라도 이건 고치든 해야지 진짜.’

일단 먹이를 앞에 두고도 주인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아 침만 줄줄 흘리는 강아지같은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안쓰러웠기에 나는 얼른 포크로 대충 장조림처럼 생긴 고깃덩이 하나를 찍어 입에 넣었다.

‘진짜 장조림 맛이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정말 흔히 집에서 한 번쯤 먹어 봤을 법한 장조림 맛에 감탄하며 나는 내 식사와 동시에 허겁지겁 포크로 고기와 샐러드를 함께 찍어 복스럽게 먹는 둘의 모습을 지켜보며 천천히 접시를 비워나갔다.

“푸하~”

“으응…….”

먹을 때는 쿠리리와 크게 다를 게 없던 쿠로로는 배가 불러오고 난 후에야 다시 평소처럼 소심한 모습을 보였다.

“정리!!”

“어, 으, 자, 잠깐…….”

식사가 끝나자, 쿠리리는 내 몫까지 빈 그릇을 챙겨 싱크대로 보이는 곳으로 향했고 쿠로로는 입술을 달싹이다가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러고 보니 여기서 설거지는 어떻게 해결하려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마대륙의 지배자인 셋째 누님께서 직접 물이 부족하다고 말씀하실 정도이니.

그런 의미에서 사용한 그릇을 어떻게 처리하나 지켜보는데.

“흥흥~”

쿠리리는 탐스러운 엉덩이를 좌우로 씰룩이며 싱크대로 보이는 위에 놓여 있는 작은 상자를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 그릇을 넣었고 다시 뚜껑을 닫았다.

1, 2, 3…… 5.

정확히 5초가 지났을 때 쿠리리가 다시 뚜껑을 열었고, 그 안에서 나온 그릇은 당장 내 얼굴이 선명하게 비쳐 보일 정도로 반짝반짝 빛이 나고 있었다.

‘…고도로 발달한 과학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는 말이 있지만, 내가 봤을 때는 마법이 그냥 압승인데.’

생각보다 더 말달된 마대륙의 마도구 수준에 감탄하고 있을 때, 안쪽으로 사라졌던 쿠로로가 물병을 가지고 돌아와 나에게 내밀었다.

“고마워.”

적당히 미적지근한 온도의 물병을 건네받은 나는 곧바로 마시지 않고 리타에게 물었다.

“식수 보급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어?”

[ 각 거주 구역마다 수도가 이어져 있고, 그 수도를 통해 식수를 인원수에 맞춰 공급하고 있습니다. ]

“그러니까 이게 저 둘의 몫이라는 거지?”

[ 나중에 따로 조치하도록 할 테니 우선은 마시지요. ]

눈치 빠른 리타의 대답 덕분에 나는 물병의 주둥이에 입을 댈 수 있었다.

찰랑.

겉으로 보기에는 엄청나게 마신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나는 입술을 아주 찔끔만 열어서 겨우 목만 축이고 물병을 다시 쿠로로에게 돌려줬다.

아니, 돌려주려 했다.

“리타?”

[ 예. 귀인. ]

내 손에 들려 있던 물병을 낚아 채 가고는 태연하게 대답하는 그 모습에 나는 눈을 끔뻑였다.

“물병은 뭐하게?”

[ 딱히 탐하려던 건 아닙니다. ]

스으윽.

리타의 손에서 은은한 푸른 빛이 반짝였고, 빛이 사라지자 리타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물병을 다시 쿠로로에게 내밀었다.

“…….”

[ ……. ]

그리고 처음으로 쿠로로가 리타를 노려봤다.

“으, 으으…….”

물론, 순식간에 눈을 내리깔고 공손하게 물병을 받아 챙겼지만.

아무튼, 식사도 끝났겠다.

“그러면 자리 좀 옮길까?”

**

리타를 통역으로 삼아 둘에게 글을 가르치기 시작하고 2시간.

사각사각.

쿠리리와 쿠로로는 내가 기대했던 이상의 의욕을 보여주었고, 지금도 언제 구해왔는지 모를 펜을 이용해 열심히 본인들의 이름과 내 이름을 끄적거리고 있다.

“…배우는 게 엄청 빠르구나.”

[ 마법 술식과 비교하면 언어는 무척 쉬운 쪽에 속하니까요. ]

“그렇게 말하면 또 할 말이 없네.”

흐뭇한 시선으로 쿠리리와 쿠로로를 바라보던 나는 리타의 대답에 머리를 긁적였다.

‘마력에 축복받은 종족인데 멍청할 리가 없지.’

나처럼 특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마력을 운용하고 그 마력으로 마법을 발현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술식을 머릿속으로 펼칠 수 있어야 했다.

당연하지만 이 또한 아카이브를 통해 알게 된 정보 중 하나였다.

‘알아봐야 할 게 산더미네.’

신이라는 작자들이 내린 저주가 정확히 무엇인지, 그리고 길거리에서 들었던 ‘제왕’이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에 대해서…….

“스미스님!!”

“다, 다 썼다……요….”

활기차고 살짝 힘 빠지는 둘의 상반된 부름에 정신을 차린 나는 예쁘고 반듯하게 적혀 있는 이름들을 훑어보며 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칭찬, 좋아!!”

“나, 아니, 저도… 좋아…요…….”

2시간 동안 알려준 단어의 수는 제법 됐지만, 그중에서도 저 둘은.

“스미스님 좋아!!”

“조, 좋아요…….”

내 이름과 ‘좋아해’를 특히나 더 빨리 학습하고 익혔다.

참고로 본래는 ‘사랑해’를 가장 먼저 익혔지만, 리타의 살기를 한 번 경험하고는 ‘사랑해’를 대신해서 ‘좋아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일주일이면 간단한 대화 정도는 주고받고도 남을 거 같네.’

나는 그저 흐뭇한 시선으로 둘을 내려다보며 머리를 조금 더 쓰다듬어줬다.

어차피 리타가 곁에 있는 한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에는 한계가 있으니 말이다.

“그러면 이제 뭘 가르쳐주는 게 좋을까?”

[ 우선 존대부터 확실하게 교육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

“그건 조금 더 내버려 두자.”

왜냐면 쿠로로가 말을 더듬거리며 마지막에 ‘요’를 붙이는 게 상당히 귀엽거든.

물론, 이런 이유를 솔직하게 이야기한다면 안 그래도 저 둘을 바라보는 리타의 날카로운 시선이 더 날카로워질 게 뻔했기에 나는 이유를 묻는 리타의 시선을 애써 외면했다.

[ 후우, 귀인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

“고마워.”

[ 그럼……. ]

이번에도 내 뜻에 굽혀준 리타가 말을 이어 하다 말고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 귀인. ]

“왜? 또 내성에 문제 생겼데?”

뜻하지 않은 기회가 찾아왔나 싶어 기대하며 리타에게 물었지만, 그녀는 담백하게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 첫 번째 암컷이 도착했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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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내일은 연참이니까...느, 늦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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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오늘도 칸샤!!

NetFighTer//이거 '깡'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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