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리리, 쿠로로에게 오늘도 몇 개의 새로운 단어를 알려주고 돌아온 그날 저녁.
평소처럼 겨울이와 손인사를 나눈 후, 마지막 일과를 위해 나는 셋째 누님을 따라 바로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어땠느냐.”
이제는 당연하다는 듯이 내 앞에 무릎 꿇으며 바지의 벨트를 풀어내던 셋째 누님이 슬쩍 나를 올려다보며 물으셨다.
“별일은 없었습니다.”
“흐흐, 그래? 리타가 아주 못마땅해하더구나.”
“잘은 모르겠는데 식당에서 둘이 뭐라 주고받더니, 분위기가 꽤 험악해지긴 하더군요.”
일부러 살짝 이마에 주름을 만들어 대답하자, 셋째 누님은 피식 웃으며 꼬리로 내 팬티와 바지를 시원하게 끌어 내렸다.
“오늘 별궁의 침소에 들렸다더니, 본방은 안 치른 것이냐?”
“제가 별일 없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야 그랬지. 후우~”
“어흐…….”
분명 그저 습기를 머금은 숨결일 뿐인데, 셋째 누님의 입김이 축 늘어져 있던 귀두에 닿자마자 등허리가 오싹거리더니, 순식간에 아래쪽으로 피가 쏠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교합까지 안 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구나. 그 아이가 거부하더냐?”
“아뇨. 알몸으로 침대에 누워서 하고 싶은데로 하라던데요?”
“그런데?”
“뭐…… 어차피 급한 것도… 으음…… 천마님… 잠깐만….”
“흐흐, 여전히 부족하지만 그래도 조금 늘긴 했어.”
발딱 선 내 자지에 계속해서 숨결을 불어 넣으시던 셋째 누님은 요염하게 혀를 핥으며 내 부탁에 따라 자극하는 것을 잠깐 멈춰주셨다.
대신…….
“헤으~♥”
뱀처럼 기다란 혀를 내밀어, 아래로 떨어지는 쿠퍼액을 달콤한 감로수라도 되는 듯 받아마시는 모습으로 내 성욕을 더욱 부추겨왔다.
“…아무튼, 목적을 잊은 건 아니니까 따로 신경써주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흐흐, 그러마.”
움찔!
그저 자지에 대고 입술을 달싹거렸을 뿐인데 그 작은 숨결만으로 불알이 팽창하고 자지가 껄떡인다.
“진짜 저한테 아무 짓도 안 하신 거 맞습니까?”
“글쎄다…… 쪽♥”
“윽!!”
가장 민감한 귀두의 뒷힘줄에 뜨겁고 폭신한 그녀의 입술이 닿자마자 사정감이 몰아쳤다.
“이런, 조금 전의 칭찬을 물려야 하나?”
“…그럴 필요 없습니다.”
“그럴 필요가 없는지 보자꾸나.”
천천히 벌어지는 탐스러운 입술이 상냥하게 내 귀두를 덮어왔다.
“으음♥”
“…….”
입안에 들어온 사탕을 음미하듯, 그녀의 혀가 빈틈없이 내 귀두를 핥으며 제 타액을 덧칠한다. 그리고…….
“으읍, 응, 큽……♥”
“허어억!!”
기둥을 핥아 내려가는 혀의 감촉을 지나, 그녀의 목구멍을 지나기도 전에 오늘도 나는 그녀의 입 안에 정액을 가득 토해내야만 했다.
**
다음 날 아침.
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시란과 누님들의 아침을 챙겨드리고, 나를 데리러 온 리타와 함께 식당으로 향했다.
“……??”
그리고 나는 식당에 먼저 도착해 앉아 있던 제노아를 발견하고서 리타에게 물었다.
“나한테 뭐 할 말이라도 있데?”
[ 본인은 평범하게 아침 식사를 하러 왔을 뿐이라고 합니다만. ]
나와 리타는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이쪽을 노려보고 있던 제노아를 바라봤다.
“역시 나한테 할 말 있는 거 같지?”
[ 할 말이라고 해야 할지…… 뭐, 귀인께 바라는 게 있는 거 같아 보이긴 하군요. ]
리타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어제와 마찬가지로 나는 그녀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내 뒤로 리타가 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제처럼 헬카우로 만든 스테이크를 담은 접시가 우리 앞에 놓였다.
“…….”
“……?”
어제는 음식이 도착하자마자 욱여넣더니, 오늘의 제노아는 고기가 도착했음에도 선뜻 입에 가져대지 않고 나를 노려봤다.
‘노려보는 게 아닌가?’
시론과 시란 만큼이나 눈매가 나빠서 내가 오해한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이 마냥 호의적이지 않다는 건 분명했다.
뭐, 원인이라고 해봤자 하나뿐일 테지만.
“드세요.”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손짓까지 더해 음식을 먹을 것을 권유했고, 그런 내 몸짓이 빛을 발하기라도 한 걸까.
“…썅, 더럽게 맛없네.”
제노아는 나를 노려보는 것을 멈추고 일단은 식사에 집중했다.
‘진짜 적응이 안 되네 이건…….’
물론, 나 역시 오늘도 꾸역꾸역 지옥을 위장 속으로 밀어 넣어 배를 채워야 했지만.
그렇게 어제보다는 훨씬 조용하고 차분한 식사 자리가 끝나고, 리타가 가져다준 물로 입을 헹구던 나는 빈 그릇을 앞에 놓아두고서 그 거대한 가슴 아래에 팔짱을 낀 채로 이쪽을 빤히 노려보는 제노아를 마주 바라봤다.
‘이건 뭐, 대놓고 정답을 알려주시니…… 모른 척하기도 어렵네.’
오늘도 그녀의 시선이 호의적이지 않은 건 분명했지만, 어제처럼 노골적으로 나를 무시하고 리타의 신경을 긁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는 것만 보더라도 지금 그녀가 상당히 나를 의식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것도 꽤 좋은 쪽으로.
“리타.”
[ 예. 귀인. ]
“오늘도 잠깐 시간 괜찮은지 물어봐.”
리타는 곧장 제노아에게 내 뜻을 전했고, 팔짱을 끼고 있던 그녀는 혀를 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따라와…….”
그리고 완벽한 무시로 일관하던 어제와 다르게 무려 본인을 따라오라는 대답을 남기며 식당을 나섰다.
[ 어쩔 수 없는 암컷이군요. ]
마치 중얼거리듯 작게 속삭인 리타의 목소리에 이번만큼은 암컷이라는 단어를 굳이 지적하지 않았다.
**
혼자 계단을 올랐던 어제와 다르게, 오늘은 제노아의 뒤를 따라 그녀의 방에 함께 들어올 수 있었다.
스르륵.
그리고 방에 들어오자마자 어제와 마찬가지로 옷을 벗어 던지는 제노아.
‘…역시 예쁘네.’
완벽한 S라인은 말할 것도 없고, 풍요로운 그녀의 가슴은 어찌나 큰지 뒤를 돈 상태에서도 그녀가 팔을 들어 올릴 때마다 겨드랑이 사이로 보일 정도였다.
“하아, 젠장…….”
마지막 남은 팬티를 대충 다리를 털어 벗어 던진 그녀가 흘러내린 제 머리칼을 벅벅 긁으며 혀를 찼다. 그리고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침대에 올라 벌러덩 드러눕고는.
“마음대로.”
역시나 어제와 같은 말을 내뱉으며 그대로 눈을 감아버렸다.
그렇게 찾아온 적막 속에서 나는 침대로 다가가 엉덩이를 걸쳤다.
‘…이걸 속아줘야 하나.’
어제와 다르게 호흡이 고르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길게 내려온 검은 머리칼 사이로 그녀의 기다랗고 예쁜 속눈썹이 사르르 떨리는 게 눈에 들어왔다.
물론, 그조차도 집중하지 않으면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미세한 흔들림이었지만, 이렇게 단 둘이. 그것도 느긋하게 관찰할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을 준다면 알아보지 못하는 게 더 이상할 거다.
‘어제는 진짜로 잠들었었던 모양이네.’
그리고 확실하지는 않지만, 감각 차단과 비슷한 무언가를 사용한 것으로 생각됐다.
아무리 깊게 잠들더라도 어제 내가 그녀에게 저지르고 그녀의 몸이 보였던 반응을 떠올려 본다면, 그건 단순히 잠이 깊다는 정도로 설명할 순 없으리라.
침대에 걸터앉아 고민하기를 잠깐.
‘깨어있을 땐 역시 조심할 필요가 있지.’
아멜라 누님은 물론이고 시론도 종종 나를 걷어찰 때가 있는데 그녀는 오죽할까.
생각을 끝낸 나는 천천히 침대에 올라 그녀의 옆에 바로 누웠다.
**
스르륵.
이불보를 스치는 소리가 점차 가까워졌다.
‘개자식…… 내 몸에 어떤 수작질을 했는지 오늘 파헤쳐주겠어.’
제노아는 저를 향해 다가오는 소리에 가늘게 뜨고 있던 눈을 슬쩍 움직였다. 그리고 흘러내린 앞머리 사이로 드리우는 짙은 그림자에 침을 삼키려던 바로 그 순간.
쪽.
‘……?’
뺨에 닿은 낯선 감촉과 소리에 순간 제노아의 사고가 멈췄다.
“#^[email protected]&”
하지만 귀에 대고 속삭이는 굵직한 저음에 금방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젠장, 기분 더럽다고….’
뜨겁고 습한 숨결과 함께 알아듣지 못할 언어로 나긋나긋 속삭여오는 그 행위가 이어질수록 제노아의 입안은 바짝 말라갔다.
스르륵.
‘뭐, 뭐야……?’
미간에 닿은 어색한 손길에 당황하는 것도 잠깐.
제노아는 곧 제 앞머리를 상냥하게 옆으로 쓸어 정리하는 그 행위에 순간 어깨를 흠칫했다.
머리카락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저를 내려다보던 검은색 눈동자에 담긴 시선이 몹시 상냥했기 때문이다.
분명 어제의 무례함을 모르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저런 눈으로 볼 수 있는 거지?
‘매도당하는 걸 좋아하는 미친…….’
제노아는 생각을 채 끝맺지 못했다.
조금은 취향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던 그 얼굴이 가까워지더니, 곧 이마에 입술을 맞춰왔기 때문이다.
남자가 여자에게 입술을 맞추다니.
그것만으로 몹시 충격적이었으나,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쪽.
처음 이마에 닿았던 입술은 마치 자신을 음미하듯 뺨을 지나 목덜미에 닿았고 쇄골을 넘어 점차 제 몸 구석구석 흔적을 남기기 시작했다.
‘…미친 새끼.’
그렇게 이어진 입맞춤이 제 발등까지 향하자 제노아의 혼란은 더더욱 커져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행위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스르륵.
아래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온 인간 수컷은 제 옆에 눕더니, 입고 있던 외투를 제 위에 덮어주고는 조심스레 머리를 쓰다듬으며 눈을 감았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지겹지도 않은지, 한참이나 제 머리를 쓰다듬던 수컷은 침대에서 내려와 외투를 회수하더니, 마지막으로 제 이마에 입술을 맞추고는 그대로 침실을 떠났다.
“뭐, 뭐 하는 새끼야 도대체?!”
제 몸에 어떤 수작질을 벌이려는지 알아보기 위해 혈도를 틀어막지 않았던 제노아는 그 즉시 침대에서 벌떡 몸을 일으키며 참아왔던 숨을 크게 들이켰다.
그리고 충분히 소리치고 호흡의 안정을 되찾은 그녀는 한 번도 걸리적거린다 생각해본 적 없던 앞머리를 쓸어올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진짜 뭐 하는 새끼야 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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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마대륙 언어는 긁씨를 굵게 하는데...조아라는 적용이 안 된다는 걸 오늘 알아차렸습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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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암87//늘 감사함다!
카인G크리티카//오늘도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