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760화 (760/771)

얇은 천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는 소리와 함께 털 달린 무언가가 턱 끝을 살살 간지럽혀왔다.

소리는 둘째치더라도 턱은 꽤 간지러웠기에 고개를 살짝 비틀며 눈을 떴다.

이제는 완전히 익숙해진 천장.

파닥파닥.

아래에서 들려온 소리를 따라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간지러울 만 했네.’

앵두처럼 붉은 입술을 살짝 벌린 채로 깊게 잠든 레이벨 누님의 복슬복슬한 귀가 턱을 간지럽힌 모양이다.

그리고 잠결에 들었던 무언가를 쓸어내리는 소리는 이불 밖으로 삐져나온 누님의 꼬리가 기분 좋게 살랑이며 만들어낸 소리였다.

미인의 얼굴을 보는 건 무척 즐거운 일이다.

심지어 그게 잠든 미인이라면 더더욱 즐겁고.

그래서 그런지 평소와 다르게 힘이 빠진 상태에서 편히 잠든 레이벨 누님의 얼굴을 조용히 감상하고 있을 뿐인데 나른하던 몸에 조금씩 활력이 도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시란이 일어나기 전에 깨워드려야겠지?’

내가 권유했다고 한다면 시란도 별말은 안 할 테지만, 그래도 분명 기분이 마냥 좋지만은 않을 테니까.

이쪽으로 넘어오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던 사실인데, 질투 같은 건 전혀 하지 않을 줄 알았던 시란은 사실 생각보다 욕심이 많고 질투도 상당했다.

다른 아내들을 경쟁 상대로 받아들이지 않아서 그랬던 건지.

아니면 적진에 들어와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그런 건지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시란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어서 만족 중이다.

“흐으음…….”

고른 숨을 내쉬던 레이벨 누님이 살짝 벌리고 있던 입술을 작게 우물거렸다.

당연히 레이벨 누님의 그 작은 행동은 내 시선을 끌어당겼고.

“우움…….”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골반을 쓰다듬고 있던 손의 검지를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집어넣은 후였다.

너무나도 충동적인 행동.

그러나 한 점의 후회 없는 행동이기도 했다.

…쯉쯉.

왜냐면 그 레이벨 누님이 내 검지를 앞니로 살짝 깨물고서 쪽쪽이를 문 겨울이처럼 세상 귀엽게 검지를 빨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살해당하는 건 아니겠지?’

한참이나 넋 놓고 레이벨 누님이 내 검지를 쭙쭙 거리는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문득 지금 이 상황에서 레이벨 누님이 깨어나면 펼쳐질 미래를 상상하며 침을 꼴깍 삼켰다.

…죽진 않아도 기억이 날아갈 때까지 꿀밤 맞는 건 확정이겠는데.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레이벨 누님에게 꿀밤을 맞으면 사실상 삼도천 직행과 다를 바 없었기에 나는 서둘러 집어넣었던 검지를 빼내려 했다.

“우응…….”

그런데 검지를 살살 빼내자, 레이벨 누님이 미간을 찌푸리며 내 검지를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닌가?

‘…꿀밤은 안 된다.’

정말로 갓난아이에게서 젖꼭지를 빼앗는 그런 몹쓸 짓처럼 느껴졌지만, 이게 나와 레이벨 누님을 위해서도 옳은 일이었기에 눈을 딱 감고 검지를 빼냈다.

그 잠깐 사이에 누님의 체온이 한껏 스며든 검지가 바깥의 공기와 만나 서늘한 감각을 만들어냈다.

“흐으음…….”

다행히 레이벨 누님이 잠에서 깨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고, 귀엽게 구겨졌던 미간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곱게 펴졌다.

설마 레이벨 누님에게 그런 귀여운 잠버릇이 있을 줄이야.

잠깐 아찔했던 위기를 무사히 넘긴 나는 다음으로 벽에 걸린 시계를 확인했다.

‘어차피 일어날 시간이었네.’

여섯 시가 조금 넘은 걸 확인 한 나는 시란이 깨지 않게 등을 조심히 토닥이며 귀를 반만 접은 채 다시 얌전해진 레이벨 누님의 머리에 입술을 가져댔다.

“누──”

파닥파닥!!

입을 떼자마자 접혀 있던 귀가 움직여 내 입술을 찰싹찰싹 때렸다.

솔직히 마냥 웃으며 넘어갈 수 없는 타격감이었다.

입술이 얼얼했지만,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다시 입을 열려는데.

“음……?”

레이벨 누님의 기다란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더니, 닫혀 있던 눈꺼풀이 천천히 위를 향해 움직였다.

그 속에 숨겨져 있던 작은 태양이 수줍게 모습을 드러냈다.

“누나.”

“……?”

살짝 기울어지게 올라온 귀에 바람을 불어넣자, 멍하니 내 가슴팍을 바라보던 누님의 시선이 이쪽을 향했다.

“잘 잤어?”

“……응.”

긴 속눈썹을 느릿하게 움직이며 내 물음에 나긋이 대답하는 우리 누님.

누가 봐도 잠이 덜 깬 사람의 얼굴이었기에 나는 누님의 엉덩이를 살살 토닥이며 잠을 깨웠다.

그리고 내가 엉덩이를 토닥일 때마다 힘없이 반만 올라가 있던 눈꺼풀이 다시 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쫑긋──!!

복슬복슬한 귀가 머리 위로 바짝 올라왔다.

“……음.”

곤란할 때마다 보이는 습관과 함께 슬그머니 내 시선을 피하는 눈동자.

거기에 조금씩 붉어지기 시작하는 새하얀 피부.

조금 전 죽다 살아난 사실을 잊어버린 나는 고개를 살짝 숙여 쫑긋 서 있는 누님의 귀에 속삭였다.

“조금 더 자도 괜찮은데.”

“…아니다.”

이불 밖으로 나와 있던 꼬리까지 바짝 서는 모습에 나는 겨우 웃음을 삼켰다.

“그, 노, 놓아주면 좋을 거 같다만…….”

“진짜 더 안 자도 괜찮아?”

“으음…….”

아주 느릿하게 위아래로 움직이는 고개에 나는 누님의 허리에 두르고 있던 손을 떼어냈다.

그러자 레이벨 누님은 기다렸다는 듯이 옆으로 몸을 굴려 순식간에 침대 아래로 사라졌다.

침대 끄트머리 위로 쫑긋 올라온 귀가 슬금슬금 움직이는 걸 보면서 다시 한번 웃음을 참아야 했던 건 덤이다.

그렇게 우리 쪽 침대에서 완전히 벗어난 레이벨 누님은 소파에 털썩 앉으며 이쪽으로부터 완전히 등을 돌려버렸다.

다음에도 기회가 생긴다면 종종 권유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지금의 평화로움이 계속 유지된다면 말이다.

**

식당으로 향하는 계단.

[ 괜찮으십니까? ]

“어? 아, 괜찮아.”

목 주변에 가득한 이빨 자국을 바라보는 리타를 향해 나는 가볍게 웃었다.

다른 게 아니라 내 품에서 기분 좋게 일어났던 시란이 잠깐 잠을 깨는 동안 허벅지 위에 앉아 있었는데 하필이면 거기서 내 반대편 몸에 가득 남아 있는 레이벨 누님의 체취를 맡아버리고 말았다.

잘못을 저지르거나 찔릴 만한 짓은 하지 않았기에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누님과 함께 동침한 사실은 넘길 수 있었지만, 체취를 덧씌운다는 명목으로 시란은 아침부터 내 몸 이곳저곳을 깨물어 강한 흔적을 남겼다.

“둘 다 좋은 아침.”

“안녕.”

“안녕하세요.”

관심 없는 척하면서도 인사를 받아주는 제노아와 오늘도 눈을 반짝이는 넬라.

둘과 인사를 주고받은 후에 늘 앉던 자리에 앉아 똑같은 스테이크로 배를 채웠다.

“오늘은 침실로 안 갈 거야.”

““……?””

질리지도 않고 서로 기 싸움을 벌이던 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봤다.

[ 오늘은 2층에 있는 공간을 사용하신다고 하셨다. 그리고 넬라. 별관으로 들어가면 어제 귀인께 보여드린 걸 가지고 내려와라. ]

“치사한 년이 도구를 써?”

“뭐래~”

역시나 극명하게 갈리는 반응.

사이가 좋으면 나쁠 건 없지만, 반대로 굳이 사이가 좋을 필요도 없었기에 나는 둘을 내버려두고 자리에서 일어나 리타와 먼저 식당을 나와 별궁으로 향했다.

물론, 그 둘 역시 곧바로 내 뒤를 따라 나왔지만 기 싸움은 별궁에 도착할 때까지 이어졌다.

**

건물 안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탁 트이고 넓은 공간은 생각 이상으로 마음에 드는 장소였다.

‘그래도 구색을 맞춘다고 목검 같은 건 있을 줄 알았는데.’

평범하게 넓기만 한 공간을 쭉 둘러본 나는 다시 몸을 돌려 서로를 노려보고 있는 둘을 향해 다가갔다.

“…….”

“…….”

일부러 발 소리를 내서 다가가자 그제야 둘은 노려보는 것을 멈추고 이쪽을 향해 고래를 돌렸다.

“손.”

그런 그녀들을 향해 나는 손을 요구했고, 둘은 이것마저도 경쟁하듯 얼른 손바닥을 내밀었다.

‘손은 제노아가 좀 더 크네.’

물론, 손뿐만 아니라 가슴을 비롯한 모든 신체적 피지컬이 넬라보다는 제노아쪽이 우수했다.

짧은 감상을 끝내고 나는 둘의 손바닥에 똑같이 글을 끄적였다.

-누가 더 마력을 잘 다뤄?

“…….”

“…….”

서로 본인이 더 낫다고 주장할 줄 알았으나, 예상과 다르게 둘은 조용히 몸을 돌려 서로를 바라봤다.

“지금이라도 눈 깔면 체면은 지켜줄 수 있는데.”

“내가 할 소리를 왜 네가 하니?”

제노아의 도발을 받아친 넬라는 내 부탁으로 들고 왔던 족쇄 하나를 제노아에게 던졌다.

“굳이 설명은 필요 없지?”

“하, 건방 떠는 것도 지금이 마지막이니까 충분히 즐겨두는 게 좋을 거야.”

서로를 향한 적의를 숨기지 않는 제노아와 넬라.

내가 붙인 싸움이었기에 당연히 한 걸음 물러나 둘의 대립을 지켜봤다.

“야.”

“왜. 무서워졌니?”

넬라의 도발에 제노아가 피식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손에 쥔 족쇄로 넬라의 젖가슴을 툭툭 치며 말했다.

“그냥은 재미없으니까 진 쪽이 완전히 망가지는 게 어때?”

“나야 좋지. 이 기회에 너보다는 내가 더 매력적인 암컷이라는 걸 어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니까.”

“나는 거 빼면 버러지인 년이.”

“뇌까지 근육으로 찬 무식한 년이 할 말은 아닐 텐데?”

점차 올라가는 수위.

하지만 입으로 다투는 건 딱 거기까지였다.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들고 있던 족쇄 안으로 상대방의 한쪽 가슴을 끼워 넣었다.

그리고 서로 눈짓을 주고받더니.

우우웅──!!

양쪽의 족쇄로부터 웅혼한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가슴을 삼키고도 공간이 여유롭던 족쇄가 아주 조금씩 줄어들다 늘어나기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진짜 상상도 못 한 방법이네.’

실시간으로 지켜보게 된 대결은 생각 이상의 긴장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설마 가슴을 가지고 저런 대결을 펼칠 줄이야.

‘아직은 비등비등해 보이긴 하는데…….’

쉬지 않고 줄어들었나 늘어나기를 반복하는 족쇄 덕에 그 안에 삼켜진 둘의 가슴 역시 살살 흔들거려 긴장감 넘치는 지금의 분위기와는 별개로 내 눈을 즐겁게 만들었다.

과연 누가 우위를 먼저 점할까.

생각 이상으로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둘의 대결에 집중하고 있던 그때였다.

[ 하아……. ]

세상 한심하다는 듯 내쉬는 한숨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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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힘들게 없는 시간 만들었더니...이하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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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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