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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762화 (762/771)

모르긴 몰라도 마인들이 경계의 숲 초입에 진을 친 게 결코 이쪽에 좋은 이유는 아닐 거란 직감이 들었다.

그게 아니라면 굳이 내게 그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었을 테니 말이다.

동시에 시스가 이 사실을 아내들에게 먼저 이야기하지 않은 것 역시 냐호와 아멜라 누님의 존재 때문일 터.

‘…아드리안도 배제하는 게 맞겠지.’

[ 그 아이 역시 수인이니까요. ]

리타와 몽마들이 여왕인 셋째 누님께 절대 복종하는 것처럼, 수인들과 레이벨 누님의 관계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기에 아무리 내게 마음을 준 아드리안이라도 레이벨 누님의 지시는 거부하기 힘들겠지.

과거, 황녀님의 침실에서 벌벌 떨며 레이벨 누님에게 배를 쓰다듬 받던 모습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숨기는 게 있을 순 있지만, 그렇다고 누님이랑 냐호가 겨울이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일에 협력할 거라고는 생각 안 해.’

누군가를 믿으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믿어주라는 말이 떠올랐다.

‘두 사람한테 먼저 이야기 꺼내 봐. 나는 모르는 걸로 하고. 만약 숨기는 게 없다면 모두에게 이야기하고 무슨 일이 생겨도 대처할 수 있게 준비 부탁해.’

[ 황성에 있는 아이들은 어찌할 겁니까? ]

‘일단은 마인들이 모여들고 있다는 정보만 알려줘. 우리랑 다르게 그쪽은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더 많으니까 쉽게 자리를 떠날 수 없잖아. 그러니까 아드리안한테 무슨 일이 있어도 마르비우스는 꼭 지켜라고 전해줘.’

[ 그러죠. 제가 할 말은 끝났습니다만, 따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

시스의 물음에 잠깐 고민하던 나는 어제 오늘 고민하던 것을 그녀에게 물었다.

‘신성력을 좀 더 잘 다루고 싶은데 무슨 방법 없을까? 그리고 신성력이 마력보다 한 차원 높은 힘이잖아. 그런데 엘리스 누님의 마력에 밀리더라.’

[ 서로 연관이 있는 질문이군요. ]

‘뭐, 그렇지?’

[ 사원 서민수. ]

시스의 입을 통해 오랜만에 들어보는 내 본명은 무척이나 어색하게 다가왔다.

시스가 육체를 갖고 우리가 관계를 맺은 이후로 시스는 내 이름을 부르기보다는 ‘당신’이라고 부르는 걸 더 선호했으니까.

[ 당신의 신성을 이용해 그 기묘한 기술들을 사용할 때, 어떤 방법으로 신성을 다루죠? ]

‘어떻게냐고 물어도…… 그냥 의지를 담아서 느낌적인 느낌으로 움직이면 상상한 대로 결과물이 나오거든.’

[ 방금 당신이 당신 질문에 대한 답을 말했군요. ]

‘내가?’

돌아오지 않는 대답에 나는 잠깐 턱을 쓰다듬으며 조금 전 내가 내뱉은 대답을 곱씹었다.

‘…의지. 의지구나?’

속 시원하게 답을 알려줬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과거에도 시스는 답을 알고 있음에도 컴퍼니의 제약으로 한참이나 내게 돌려 이야기했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 당신의 신성이 비록 어중간한 반쪽짜리일지라도, 당신 말대로 신성은 신성. 마력보다 한 차원 높은 힘인 건 변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당신이 그 몽마의 마력에 밀린 건 당신이 무의식적으로 그 몽마에게 패배하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죠. ]

‘…아니라는 말은 못 하겠네.’

마음만 먹으면 내 생각은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시스에게 속내를 숨긴다는 건 오히려 시스를 기만하는 짓이었으니.

[ 온갖 제약이 달라붙는 마력과 다르게 신성은 오로지 그것을 품고 있는 존재의 의지에만 영향을 받습니다. 아무리 한 차원 높은 힘이라지만 그 주인이 패배를 받아들인다면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

‘으음…….’

[ 물론,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 당신의 서사는 아무래도 조금 특이한 케이스이니 말이죠. 보통은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겨 위대한 승리를 쟁취하거나 깨달음을 얻은 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을 다소의 편법으로 손에 넣었으니. ]

‘그, 그만…….’

더 이상 매도당했다가는 내 생명력이 버티지 못할 거 같다.

[ 아무튼. 정답은 알려드렸으니 나머지는 당신 하기 나름입니다. 그리고 도움이 될진 모르겠지만, 저 하늘 위의 존재들이 오만한 것 역시 지금 당신이 겪고 있는 문제의 또 다른 정답이라는 것만 알아두세요. ]

‘…넹.’

오만하다는 건 그만큼 타인을 무시하고 깔본다는 소리다.

즉, 자신이 더 대단하고 위대하다고 생각하기에 오만할 수 있는 것이다.

‘고마워. 사실 조금 막막했는데 덕분에 어떤 식으로 나아가야 할지 갈피를 잡은 거 같다.’

[ 흥. 감사할 것 없습니다. 본래 제 역할이니까요. ]

‘그렇지. 시스는 내 유일한 도우미니까.’

잠깐의 침묵.

만약 시스템과 연결된 상태였다면 ‘…….’이런 메시지 창이 떠오르지 않았을까.

‘일단 고생 좀 해줘. 나도 더는 뜸 안 들일 테니까.’

둘을 부추겨 무언가를 알아내겠다는 생각은 깔끔하게 접기로 했다.

또한, 저 둘을 완벽히 내 여자로 만든 후에 상황을 설명하겠다는 것 역시.

만약 경계의 숲에 진을 친 게 미노타족 하나였다면 조금 더 신중하게 저 둘의 마음을 얻는 쪽을 택했을 테지만, 네메아의 보고에 의하면 꽤 많은 수의 마인들이 진을 치고 있다 했다.

어디까지나 예상이지만, 넬라는 물론이고 앞으로 도착할 마인 여성들의 부족들 전원이 경계의 숲으로 향하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조심하세요. ]

‘걱정마. 어쨌든 내가 필요하다는 건 분명하니까.’

그러니 날 쉽게 헤치진 못할 거다.

그렇다고 다짜고짜 당사자들에게 물어볼 생각은 아니다.

그 전에 눈앞에 있는 둘에게 상황을 조금 물어보는 게 먼저일 테니.

‘시스야. 그러면 나중에 또 연락해.’

[ 당신. ]

‘응?’

고개를 들려던 나는 시스의 부름에 다시 집중했다.

[ 미리 말해두지만, 저는 지금의 조금 멍청한 당신이 좋습니다. ]

“응?”

전혀 생각지도 못한 시스의 고백 아닌 고백에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소리를 내고 말았다.

동시에 제노아와 넬라의 시선이 느껴졌다.

돌아오지 않는 시스의 대답에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들었고.

여전히 힘겨루기를 유지한 채로 이쪽을 곁눈질 중이던 두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더는 싸움을 붙일 이유도, 강한 사람을 찾을 필요도 없어졌기에 나는 둘의 싸움을 말리기 위해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렸다.

그런데 말을 꺼내기도 전에 나는 눈을 크게 떠야만 했다.

“끄으윽?!”

“하으읏!!”

치열하게 접전을 벌이고 있던 둘의 족쇄가 순식간에 줄어들어 서로의 가슴을 옥죄였고,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무릎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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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달린다. 깡나무.

오늘도 출근하는 사원님들께 치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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