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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763화 (763/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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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

마대륙

다행히 두 사람은 내가 나설 틈도 없이 금방 본인들에게 닥친 상황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였다.

‘말을 걸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노아와 넬라는 거의 동시에 집중력이 흐트러졌고, 그게 원인이 되어 족쇄가 둘의 젖가슴을 조여오면서 둘은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해 주저앉고 말았다.

물론, 고통 때문인지는 몰라도 금방 정신을 차려 둘은 족쇄를 풀어냈다. 그리고 지금 여전히 바닥에 주저앉은 상태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중이다.

잠깐 마음을 추스르면 금방 털고 일어날 거라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그 시간이 길어지면서 나는 생각을 바꿨다.

“둘 다 괜찮아?”

“어? 그, 그거야 당연…… 히?”

“물론이죠!! 완전 멀쩡……에?”

비슷하면서도 다른 반응.

그러나 신기하게도 놀라는 부분은 자매처럼 똑같았다.

“너, 바, 방금?”

제노아는 삿대질로 나를 가리키며 놀란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어, 어, 그, 어, 어떻, 게……?”

그리고 놀란 정도가 심한 넬라의 얼굴은 조금씩 핏기가 사라지더니 점차 하얗게 질려갔다.

생각 이상으로 과한 반응에 순간 나조차도 내가 생각하는 이유가 맞는지 의구심이 들었지만, 저대로 뒀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져도 벌어질 것 같아 얼른 넬라의 앞에 무릎을 굽혀 몸을 낮췄다.

그리고 흠칫 뒤로 물러나려던 그녀의 두 뺨을 조심히 감싸, 그녀의 이마에 내 이마를 맞댔다.

“넬라. 진정하고 천천히 숨을 들이시는 거야.”

“흐, 흐으읍…… 후우우…….”

다행히 이유 없이 숨을 허덕이던 그녀는 나를 따라 천천히 숨을 들이시고 내쉬고를 반복했고, 월등한 신체 능력 덕인진 몰라도 금방 안정을 되찾았다.

혈색은 여전히 좋지 못했지만, 이 상태로는 대화도 어려웠기에 우선 감싸고 있던 뺨을 놓으며 뒤로 물러났다.

“제노아. 질문할 기회 줄 테니까 잠깐 기다려.”

“마, 말 안 해도 기다릴 생각이었다, 뭐…….”

슬쩍 눈을 피하며 투덜거리는 제노아의 머리를 가볍게 헝클어트려 준 다음, 나도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며 자세를 편하게 고쳤다.

“일단, 지금 보고 듣는 것처럼 내가 너희들의 말을 듣고 말할 수 있다는 건 이해했지?”

““…….””

질문할 기회를 따로 준다고 말해서 그런지, 제노아와 넬라는 입을 꾹 닫고 말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미리 말해두지만, 내가 마대륙어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은 너희 둘에게 처음 밝히는 거야. 그러니까 너희 둘만 알고 있어 줬으면 좋겠는데…….”

말 끝을 살짝 흐리며 손을 뻗어 둘의 뺨을 살며시 어루만졌다.

“그렇게 해 줄 수 있을까?”

“따, 딱히 알려주고 싶은 녀석도 없고…… 남의 비밀을 떠벌리고 다니는 입 싼 녀석은 아니거든?”

“저, 저도…….”

투덜거리면서도 비밀을 지켜주겠다고 약속하는 제노아와 그런 제노아에게 편승해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는 넬라.

그에 나는 둘의 뺨을 조금 더 어루만져준 후에야 손을 떼어냈다.

제노아가 조금 아쉬워하는 것 같았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기에 애써 모른 척하며 넬라에게 말을 이었다.

“넬라. 말해두겠는데 나는 네가 제노아에게 뭐라고 말했는지 다 알고도 널 마음에 들어 한 거니까 괜히 혼자 이상한 생각하고 지레 겁먹지 마.”

“……네에.”

“더 크게.”

“네, 네에!!”

“그래.”

상이라고 표현해도 좋을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잘했다는 의미를 담에 그녀의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어줬다.

“…나는?”

“받고 싶어?”

“따, 딱히……? 그래도… 저년만 받는 건 좀 불공평 한 거 같다고 생각할 뿐이고…….”

입술을 살짝 내밀고서 그리 투덜거려봤자 전혀 설득력이 없다는 걸 본인은 모를 테지.

그 귀여운 질투에 나는 소리 없이 웃으며 놀고 있던 손으로 제노아의 뿔에 닿지 않게 머리를 조심조심 쓰다듬어줬다.

“둘 다 좀 진정됐어?”

“애초에 크게 놀란 적도 없는데…….”

“저, 저는 진정됐어요.”

말이 통하지 않을 때보다 더 솔직하지 못한 제노아와 다르게 마음을 추스른 넬라는 말이 통하지 않을 때와 마찬가지로 내게 순종적인 자세를 취했다.

“사실 둘에게 묻고 싶은 게 있거든.”

“…뭔데?”

“제가 알고 있는 거라면 뭐든 알려드릴게요.”

과연 내가 셋째 누님과 관련된 질문을 해도 지금의 태도를 유지할 수 있을지.

하지만 지금은 순수하게 호의를 보이는 둘을 믿기로 하며 머릿속에 정리해 뒀던 내용을 하나씩 꺼내 보기로 했다.

“우선은 제노아. 너한테 먼저 물어볼게.”

“……뭔데?”

“너희 부족이 경계의 숲으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었지?”

흠칫.

찰나였지만 제노아의 어깨와 눈동자가 아주 미약하게 흔들렸다.

“……썅.”

입을 닫고 조용히 지켜보기를 잠깐.

제노아는 두 손으로 제 얼굴을 크게 쓸어내리고는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말하기 곤란하다면 말해주지 않아도 괜찮아.”

그때는 미친 척하고 셋째 누님께 직접 들이받으면 되니까.

물론, 그런 일이 없도록 이야기해줬으면 하는 게 솔직한 내 바람이었지만, 일단 저 둘이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모르는 나로서는 당연히 저 둘을 먼저 배려할 수밖에 없다.

알아낼 방법이 저 둘의 입을 통하는 것 이외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또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그렇게까지 상황이 극단적이진 않았으니.

“……젠장.”

한참이나 머리를 벅벅 긁던 제노아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 나를 바라봤다.

“진짜 듣고 싶냐?”

“네가 곤란해지는 게 아니라면.”

“……좋아. 말해줄게. 말해주는데… 아니, 아니다.”

다시 한번 길게 숨을 토한 후, 제노아는 한껏 굳어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우리가 경계의 숲으로 갈 이유가 뭐가 있겠냐? 이 척박한 땅에 누가 들이닥칠 리도 없고, 설령 있다 하더라도 협곡 도시가 지키고 있는데?”

“…제국을 치기 위해서 모인 거란 소리야?”

“그거밖에 더 있겠냐?”

말을 하는 중간에도 몇 번이나 내 시선을 피한 제노아.

나는 다시 머리를 긁으려는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상처 나면 어쩌려고 계속 긁어? 그만해.”

“어, 으, 응…….”

손을 뿌리치지도 않고 얌전히 고개를 끄덕인 제노아는 힐끗 나를 바라보다가 조금 전의 넬라처럼 고개를 아래로 푹 숙여버렸다.

그에 나는 붙잡은 그녀의 손목을 조심히 놓아주며 당당히 내게 보인 그녀의 정수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물었다.

“확실한 거야?”

“어.”

“네가 절대자라고 부르는 분이 명령한 거고?”

“…맞아.”

“나한테 다 알려줘도 되는 거야?”

“입조심 하라고는 했어도 반드시 비밀로 해야 한다거나 그런 말은 없었으니까.”

그 말이 그 말이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이미 들어버린 이상 나는 제노아의 신변을 지켜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뭐냐…….”

조금 더 얌전해진 제노아가 고개를 살짝 치켜들어 나를 올려다봤는데 그 모습이 꼭 비에 젖은 강아지가 주인을 발견하고 달려올 때의 얼굴을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꿈에도 모를 그녀가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딱히 인간들에게 악감정이 있는 건 아니거든? 우리는 그냥 투쟁이 좋을 뿐이야. 그러니까…….”

“제노아가 날 싫어하지 않는 다는 건 알고 있으니까 괜찮아.”

“……시, 싫어하지 않을 뿐이지. 그게 좋아한다는 건 아니다? 어? 알겠냐?”

갑자기 두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는 그녀의 반응에 나는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떼어내며 그 손으로 뺨을 긁적였다.

“나는 제노아가 마음에 들었는데……. 제노아는 아니었구나.”

“무, 무, 뭐?”

세로로 길게 찢어진 눈동자가 조금 과하게 둥그러졌다.

“괜찮아. 이해해.”

“아, 그, 으아아악!!”

내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돌리자, 여태껏 얌전히 무릎 위에 두었던 손을 꼼지락거리던 제노아가 괴성을 지르며 제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나, 나도!! 그, 조, 좋아하니까!! 그런, 그, 그런 표정 짓지 말란 말이야…….”

“괜찮아. 억지로 그런 말 안 해도 돼.”

“지, 진짜로 좋아한다고!! 내가 뭐가 아쉽다고 이런 거로 거짓말을 하겠냐?! 으아아악!!”

삿대질에 목에 핏대까지 새워 소리치더니, 제노아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단련실 저 어딘가로 뛰어가 버렸다.

저러다 벽을 부수고 뛰어내리는 건 아닌지 걱정했지만, 다행히 벽에 다다르자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아 데굴데굴 구르는 것을 반복할 뿐. 그 이상의 행동은 더 이상 취하지 않았다.

‘진짜로 공격할 거라 이거지…….’

모험가들의 이상 행동도 그렇고.

절대로 셋째 누님 혼자 계획한 일은 아닐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문제는 내가 그걸 안다고 해서 당장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앞으로 도착하는 마인족 여성들과 성적 교제를 가지는 게 전부라는 거다.

슬픈 건, 우선순위로만 따진다면 마인족 여성들과 관계를 맺는 쪽이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는 게 오늘따라 내 기분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이러나저러나 나는 여기에 발이 묶일 수밖에 없구나.’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렇기에 더더욱 과감하게 행동하는 게 가능했다.

당장 씨가 마르는 게 아니라면 떡을 치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스미스님?”

“응? 아, 미안. 잠깐 머리가 복잡해져서.”

“아, 아뇨. 이해해요…….”

“고마워. 그래서 말인데. 넬라 너희 부족도 경계의 숲으로 향했어?”

“……네에.”

“그렇구나.”

제노아의 대답을 들은 순간부터 이미 예상했던 대답이었기에 나는 그저 쓰게 웃으며 넬라의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었다.

“제노아에게도 말했지만, 나는 넬라도 마음에 두고 있거든.”

“저, 저도… 스미스님을 좋아해요.”

“고마워.”

“으응…….”

머리를 쓰다듬던 손으로 뺨을 어루만져준 다음, 천천히 손을 떼어내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가서 제노아 좀 데려와 줄래?”

“아, 네에. 금방 데려올게요.”

넬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골반 위에 난 날개를 움직여 빠르게 바닥을 구르고 있는 제노아를 향해 날아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짧게 숨을 내뱉었다.

“…일단 찔러봐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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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찌른다는 생각보다 위협적이지 않은 단어 입니다.(・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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