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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오늘도 감사...!!
마대륙
막 새벽으로 접어드는 시간.
전각은 말 그대로 발칵 뒤집혔다.
“아주 잘하는 짓이야. 어?”
“그, 너, 너무 다그치진──”
“큰 언니도 똑같으니까 입 다물어.”
“으음…….”
나를 향한 시란의 잔소리를 막아주려던 레이벨 누님은 시란의 서슬푸른 눈초리에 입술을 꼭 다물고 침묵했다.
“화나는 건 알겠는데. 나 집중 좀 하게 너도 입 좀 다물고 있으렴.”
“쯧…….”
졸린 눈으로 옆에 앉아 내 허리에 손을 올리고 계시던 비젤린님이 살짝 짜증을 냈고, 언제나 덤벼들기 바쁘던 시란이 혀를 차며 조금 전 레이벨 누님이 그랬듯 입을 꼭 다물었다.
“하아, 어째 조용히 지낸다 싶더라니.”
쉬지 않고 잔소리를 퍼붓던 시란이 입을 다물자 침실은 금세 조용해졌다. 대신, 이번에는 비젤린님의 따가운 시선이 내 뒤통수를 강하게 찔러왔다.
꾸우욱.
“억──?!”
“아파도 참으렴.”
그리 강한 힘도 아니고, 그냥 비젤린님의 평소 체중이 실렸을 뿐인데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고통이 허리를 타고 뇌를 강하게 찔러왔다.
정말 고통스러우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다더니.
지금 내가 딱 그 꼴이다.
“팔딱거릴 때부터 예상은 했지만, 신경은 다행히 멀쩡한데 뼈가 좀 상했네.”
내 몸 안으로 마력을 불어넣어 허리 주변을 살피던 비젤린님이 손을 떼어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네 회복력을 생각하면 길어도 일주일이면 완치될 테니까. 그때까지 얌전히 누워있으렴. 알겠니?”
“넹…….”
“어휴, 새벽에 이게 무슨 짓인지.”
비젤린님이 혀를 차며 침대 아래로 내려가려 했고, 나는 다급히 비젤린님을 불렀다.
“저, 팔은 안 봐주십니까?”
“팔이 뭐 중요하니? 허리만 멀쩡해지면 됐지.”
“아니, 그래도…….”
“몰라. 나 잘 거니까 이제 귀찮게 하지 마.”
놀랍게도 비젤린님은 정말로 본인의 침대로 뛰어들더니, 그대로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리고 얌전해졌다
“하아, 일단 아침에 다시 이야기해.”
“…그래.”
레이벨 누님이 귀와 꼬리를 축 늘어트린 채 본인의 침대로 가 누웠고, 시란은 마법등의 전원을 내리고 침대에 올라 옆에 누웠다.
“으이구 진짜.”
“어브으으.”
철부지 아이를 다그치듯 시란이 내 뺨을 조금 아프게 잡아당겼다.
“많이 아프냐?”
“가만히 엎드려 있으면 그럭저럭 참을만합니다. 하하.”
“웃음이 나와?”
“흑흑!! 악?!”
둔탁한 소리와 함께 뒤통수가 불이라도 난 듯 화끈거렸다.
“기절시키기 전에 잠이나 자. 알겠냐?”
“넹…….”
시란은 손수 내게 이불을 덮어주고 조금 전 꿀밤을 먹였던 뒤통수를 조심조심 쓰다듬었다.
나는 엎드린 상태로 시란의 손길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어떻게 일이 꼬여도 이렇게 꼬이는 건지…….’
정액이 피부에 닿는 것조차 기겁할 정도로 레이벨 누님은 액체와의 접촉을 꺼려했다.
하지만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위쪽은 몰라도 아래는 반드시 젖을 필요가 있었다.
그걸 확인하기 위해 레이벨 누님을 자극했고, 누님이 오르가즘을 느끼며 조수를 뿜는 것까지는 계획대로였다.
문제는 레이벨 누님이 힘 조절을 했음에도 여태껏 몸을 섞었던 여자들보다 월등히 강하다는 걸 간과해 버렸다.
덕분에 쾌락을 안겨줄 때마다 의지할 무언가를 대신해 나를 끌어안던 레이벨 누님은 절정과 동시에 있는 힘껏 내 허리를 끌어안았고, 나는 다른 의미로 허리가 휘는 경험을 체험할 수 있었다.
덕분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엎드린 채로 숨을 쉬고 눈을 깜빡이며 침을 삼키는 게 고작이다.
왜냐면 절정의 여운에서 깨어난 레이벨 누님이 본인이 뿜어낸 조수에 발작을 일으켰고, 허리가 맛이 가면서 누님의 푹 젖은 가랑이 사이에 손을 넣은 채로 아무것도 못 하고 있던 나는 거기에 휩쓸려 팔까지 동강 나버렸다.
물론, 잘린 건 아니고 뼈가 좀 많이 아파졌다.
최소 나흘은 꼼짝없이 침대에 누워있어야 할 판이다.
만약 이 상태에서 제노아와 넬라의 문제를 해결해 두지 않았다면…… 생각하는 것만으로 머리가 아파진다.
침략을 목적으로 마인들이 경계의 숲에 모여들고 있다는 정보도 얻었고, 힘을 더 잘 다루기 위한 수련 역시 몸을 움직일 필요는 없으니 그나마 마음이 놓였다.
때아닌 난리에 깜짝 놀랐다가 잔뜩 화를 내던 시란.
그러나 내 머리를 어루만지는 시란의 손길은 그 어느 때보다 조심스럽고 상냥했다.
‘…잠이나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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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이 밝아 아침이 찾아왔다.
“푸흡…… 큭, 크크큭!!”
내 정액을 쥐어짤 때가 아니라면 얼굴을 내보이지 않던 셋째 누님은 이른 아침부터 침실에 들이닥치더니, 꼼짝없이 누워있는 나를 보며 깔깔거리며 웃어 댔다
“그만 쳐 웃어라.”
“아아~ 미안.”
조금 떨어진 곳에서 아침을 먹고 있던 시란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셋째 누님의 앞을 가로막았다.
“우리 막둥이가 새 가슴 서방을 많이 사랑하긴 하는 모양이구나.”
“내가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을 텐데.”
“그래그래.”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시란이 사납게 으르릉거렸지만, 셋째 누님은 마냥 귀여운 동생을 대하듯 시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치유는 못 해 줘도 회복에 좋은 약을 만들어 올려보낼 테니 너무 그리 화내지 말렴.”
“……쯧.”
당장이라도 머리를 쓰다듬는 손을 쳐내고 싶어 보였지만, 시란은 셋째 누님의 손을 쳐내지 않고 만족할 때까지 머리를 쓰다듬도록 내버려 뒀다.
아마도 내 회복에 좋은 약을 만들어 준다는 것 때문에 한 번 참아준 듯 보였다.
그렇게 충분히 시란의 머리를 쓰다듬은 셋째 누님은 만족한 듯 조용히 침실을 떠났고, 시란과 나머지 둘 역시 미믹 케이스에서 대충 꺼낸 걸로 배를 채워 나갈 준비를 끝마쳤다.
“나까지 꼭 갈 필요 있냐?”
“얼마 안 남았잖니.”
“하…….”
문을 나서려던 시란이 내 곁으로 돌아오더니.
“금방 올 테니까. 얌전히 쉬고 있어라. 알겠냐?”
“넵.”
과거, 처음 만났을 때의 날이 서 있는 말투로 돌아온 시란은 두어 번 내 머리를 쓰다듬다가 이마에 입술을 맞추고 두 사람과 함께 침실을 떠났다.
·
·
·
똑. 똑. 똑.
시란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리타가 언제나처럼 문을 두드려왔다.
“들어와.”
[ 실례하겠습니다. ]
언제나처럼 정중하게 이사하며 침실에 발을 들인 리타는 침대에 누워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조용히 다가와 조심히 침대 위로 올라왔다.
“리타?”
[ 잠깐 바로 눕히도록 하겠습니다. ]
“지금?”
[ 예. ]
잠깐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말하려고 했으나, 그보다 리타의 행동이 더욱 빨랐다.
“끄응!!”
[ 죄송합니다. 고통을 덜어드리고 싶으나, 여왕님께서 금지하셨기에…… 우선 이걸. ]
리타는 무릎걸음으로 조심스레 위로 올라와 내 뒤통수를 부드럽게 받쳐 들고는 입술에 작은 유리병을 가져댔다.
‘잠깐, 이거……?’
고통 때문에 정신없이 받아마셨지만, 혀에 닿으면 닿을수록 익숙한 단맛에 눈을 크게 뜨는 순간.
찌르릇──!!
온몸이 비틀릴 정도의 아찔한 통증이 허리를 타고 올라왔다.
“으, 그으윽…… 그, 그거…….”
익숙한 형태의 작은 병.
그 안에 담겨 있는 청량한 색의 내용물.
셋째 누님이 리타를 통해 올려보낸 건 약이 아니라 각성재라고 이야기했던 셋째 누님의 애액이었다.
[ 아이들에게 상황을 일러두고 문밖에서 대기하도록 하겠습니다. ]
빈 병을 챙긴 리타는 조용히 문을 닫고 퇴장했다.
다시 혼자가 된 나는 병에 담겨 있던 액체를 삼키면서 더욱 선명하게 느껴지는 고통에 끙끙 앓아야만 했다.
통증은 한참이 지난 후에야 가라앉았다.
겨우 안정을 되찾자, 입 밖으로 절로 한숨이 삐져나왔다.
‘무슨, 일부러 괴롭히는 것도 아니고…….’
헬카우 고기라는 사례가 이미 있었기에 나는 셋째 누님의 행동 자체를 의심하진 않았다.
숨기는 게 있을지언정 쪼잔하게 남을 괴롭힐 그런 사람은 결코 아니었다.
“끄응…….”
발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도 엄청난 고통이 동반했기에 나는 움직이는 것 자체를 깔끔하게 포기했다.
대신, 눈을 감고 최대한 넓게 기감을 펼쳤다.
9층 아래까지 펼친 기감에 걸려드는 거라고는 침실 문밖에 서 있는 리타가 전부였다.
‘다른 몽마들한테 시킨 모양이네.’
리타가 문 앞에 서 있다면 소리를 내서 누님을 부르는 방법은 써먹을 수가 없다.
‘나한테 미안해 하고 있는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인데 말이지…….’
불러낼 방법이야 차고 넘치지만, 문제는 레이벨 누님이 지켜보고 있는지 아닌지를 내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혼신의 연기를 펼쳐도 보는 사람이 없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랴.
그냥 혼자 삽질 한 거지.
‘제노아랑 넬라와 하던 이야길 엿들었으니까 점심 전부터 지켜보고 있었다는 건데.’
점심 전에 한 번.
점심 후에 한 번.
일단 이렇게 두 번 정도 찔러보면 될 것 같다.
거기에 누님이 걸려들면 좋은 거고, 그렇지 않으면 아카이브나 돌리면서 정신 수양을 하면 그만이다.
‘일단 연습을 좀 해 볼까.’
어디서 어떤 식으로 지켜보는 건진 모르겠지만, 일단 시각적으로 봤을 때 굉장히 위험해 보이게끔 먼저 연기해 보기로 했다.
“스으으읍.”
천천히 숨을 들이켜 폐 안을 산소로 가득 채운다.
“흡……!!”
그리고 숨을 내뱉을 듯 힘을 줘 얼굴에 피가 쏠리게끔 유도.
여기서 팔다리까지 덜덜 떨어주면 완벽할 테지만, 유감스럽게 양팔은 아작났고 다리는 발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도 쉽지 않아서 패스.
‘눈알 빠지겠네.’
지금 내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얼굴에 압이 가득 찼다는 것 만큼은 선명하게 느껴졌다.
아마도 잘 익은 토마토처럼 붉어져 있을 테지.
여기서 숨까지 허덕여주면 꽤 그럴 듯 하게 보일 거다.
물론, 혹여나 문밖에 서 있는 리타가 듣고 들어오면 곤란하기에 숨까지 허덕일 생각은 없다.
‘어우, 피 쏠려. 그만해야지.’
숨을 참은 상태에서 오랫동안 힘을 줘서 그런지 머리가 살짝 어지러워지려 했다.
“푸후우우우…… 스으으읍!!”
폐 안 가득 채웠던 숨을 길게 내쉬고 다시 크게 숨을 들이켜던 바로 그때였다.
와장창──!!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또 하나의 익숙한 기운이 걸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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