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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평생 눌러살 기세네 (18/155)


18화. 평생 눌러살 기세네
2022.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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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나 좀 봐.”

마차에서 내리던 크리스틴은 할 말이 가득해 보이는 아델과 마주쳤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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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 있으면 여기서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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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좀 그래서.”

주변을 둘러보며 아델은 그녀답지 않게 쭈뼛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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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고용인들을 전부 해고하라고?”

아델은 황급히 크리스틴의 입을 틀어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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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해, 듣잖아!”

낮에 미아가 본 마차에서는 십여 명의 고용인들이 내린 것이다. 그들은 지금 아델의 작은 저택 구석구석에서 쉬지 않고 움직이는 중이었다.

평소 조용하고 한적한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던 아델로서는 머리가 지끈거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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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이럴까 봐 최소한의 인원으로만 추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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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최소한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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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을 청소하고 세탁을 맡아 줄 가정부, 집 안의 잡다한 일을 해줄 풋 맨, 정원을 손질할 정원사, 식사 준비를 맡을 요리사, 말과 마차를 관리할 마구간 지기와 마부, 그리고 그들을 관리할 집사……. 이 집에서 귀족다운 품위를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줄 아주 최소한의 고용인이지. 또한, 다시는 이 손으로 빵 반죽 같은 건 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고.”

결국, 빵 반죽을 시킨 것에 대한 항의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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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렇지, 우리 집 좁은 거 알잖아? 저 사람들을 어디서 다 먹이고 재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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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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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아델은 겨우 이유를 찾았다는 듯 소리쳤다.

하지만 크리스틴은 거만한 턱짓으로 길 건너편에 있는 대저택을 가리켰다. 거긴 오래전부터 빈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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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인들의 숙소로 쓰려고 빌렸어. 마차와 짐들도 거기에 두고. 그럼 문제는 다 해결된 건가?”

아델은 기가 막혔다. 그는 이미 다 계획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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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너, 우리 집에는 잠시만 머물 거라더니…….”

어제오늘 하는 짓을 보면 평생 눌러살 사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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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집수리가 끝나면 저들은 모두 데려갈 거야. 그것도 빠른 시일 내에.”

이렇게까지 말하니 아델로선 할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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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그럼 당분간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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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직 와야 할 사람이 덜 온 것 같군.”

아델의 옷차림을 훑어보며 그가 말했다. 그녀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낡고 수수한 리넨 블라우스와 스커트 차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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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올 사람이 있어?”

아델이 불안한 표정을 짓는데 깡마르고 근엄해 보이는 노신사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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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오셨습니다.”

자신을 핸리라고 소개한 그는 이 저택의 집사라고 했다. 집주인인 아델은 ‘아, 그러시구나.’라며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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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왔다는 거죠?”

아델의 물음과 함께 화려한 핑크색 마차 한 대가 정원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다른 마차들이 가문의 문장을 새겨넣는 그 자리에는 ‘샤넬의 집’이라는 블링블링한 상호가 떡하니 붙어 있었다.

***

며칠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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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최고예요!”

타냐가 감탄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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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어. 인사치레는 그 정도로 해둬.”

겸손하게 웃으면서도 아델은 전신 거울에 비친 제 모습에 감탄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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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다들 샤넬 부인의 드레스를 고집하는구나!’

그날 크리스틴이 마지막으로 부른 사람은 바로 ‘샤넬의 집’ 수석 디자이너 샤넬 부인이었다.

칼라임 사교계의 가장 인기인이라서 아델도 이름은 들어보았다. 그녀의 드레스를 입는 건 사교계 모든 여인의 로망이라고 했다. 벌써 올해는 송년 연회 드레스까지 예약이 모두 마감됐단다.

크리스틴은 그 샤넬 부인이 만들어 놓은 드레스를 모두 사들인 것이다. 아델의 취향과 사이즈를 몰라서라고 했다. 아무리 그래도 한 벌에 작은 마차 한 대 값이라는 드레스를 수십 벌씩 사들이다니. 아델은 그가 부자라는 사실이 새삼 실감 났다.

그리고 부담스러워서 거절하는 그녀에게 그는 짧게 한마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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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체면을 생각해서 입어.”

 
덕분에 아델은 지금 우아한 민트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은은한 광택이 흐르는 고급스러운 실크 소재와 절제되면서도 독특한 디자인이 그녀를 한층 기품있고 아름답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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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마지막 화장은 내가!”

오늘도 어김없이 놀러 온 미아가 화장품을 꺼내려는 찰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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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그건 제발 넣어두세요.”

타냐가 황급히 막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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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켜봐. 화장을 해야 더 완벽하다고!”

아델도 필사적으로 미아의 손을 꼭 붙잡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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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 오늘은 이대로가 좋을 거 같아. 황녀님보다 더 예뻐 보이면 곤란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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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그러면 곤란하지.”

미아가 수긍하자 아델과 타냐는 겨우 안도했다.

오늘은 아델이 황궁에 디저트를 납품하는 날이었다. 더불어 황녀의 티 타임에 초대를 받은 날이기도 했다.

그동안 여러 가지 소동이 있긴 했지만, 그녀는 완벽한 디저트 세트를 준비했다. 과일과 꽃으로 장식된 파스텔 톤의 디저트는 보는 것만으로도 눈을 황홀하게 만들어서, 저택의 고용인들이 몰려와 구경하며 감탄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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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출발할까요?”

디저트가 담긴 타원형 상자의 뚜껑을 닫으며 타냐가 씩씩하게 말했다.

그러자 한 발 뒤에 서 있던 핸리가 근엄하게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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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앞에 마차를 준비 해두었습니다,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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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 고마워요.”

아델은 허겁지겁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도 이 저택에 있는 고용인들에게는 적응이 되지 않았다. 후작가에 있을 때도 하녀와 다름없이 살았기에 이 상황이 어색하기만 한 아델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집사인 핸리는 너무 어려웠다. 구김 하나 없는 단정한 슈트 차림으로 정중하게 예의를 갖추면서도 빈틈없는 태도는 어려운 귀족을 대하는 것만 같았다.

아델이 밖으로 나오니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저택 계단만 내려가면 바로 마차에 탈 수 있는데도 핸리는 미리 준비해둔 우산을 씌워주었다. 그리고 몇몇 하인들은 그녀의 치맛자락이 젖지 않도록 붙잡아 주기도 했다. 그뿐 아니라 아델의 양옆으로 십여 명이나 되는 고용인들이 일제히 배웅을 나왔다.

이 정도면 왕족의 행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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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적응 안 돼…….’

설레설레 고개를 저으며 아델이 마차에 올라탈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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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비가 많이 온다고 하니 우산을 가져가십시오.”

핸리는 그녀가 가져갈 우산까지 꼼꼼하게 챙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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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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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건 바이스 백작님께서 드리라고 하셨습니다.”

핸리가 이번엔 작은 상자 하나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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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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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서 풀어보십시오.”

 

***

상자 안에서 나온 건 초록색 머리끈이었다.

아델의 낡은 머리끈과 거의 비슷했지만 레이스나 자수들이 훨씬 더 정교하고 고급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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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갖다버리고 새것을 사.”

 
말은 그렇게 해놓고선 결국 자기가 사 온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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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본 머리끈이네요. 백작님께서 왜 이걸……?”

의아해하는 타냐를 보며 아델은 허겁지겁 둘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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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샤넬 부인이 서비스로 준다고 했었어! 백작이 대신 받아온 모양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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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항, 그러셨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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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냐 머리에 묶어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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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요. 애써 손질한 머리가 망가진단 말이에요. 웨이브 넣느라 얼마나 공들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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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잘 좀 해봐. 넌 손재주가 좋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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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제 손재주가 뛰어나긴 하죠.”

그러면서 타냐는 솜씨 좋게 아델의 머리를 초록색 리본으로 묶어주었다.

다각, 다각.

그동안에도 마차는 빗속을 뚫고 황궁을 향해 달려갔다.

잠시 후면 아델이 만든 디저트가 까다로운 황실 사람들의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황녀와의 첫 티 타임도 적지 않게 긴장이 되었다.

하지만 아델은 저도 모르게 자꾸 웃음이 나왔다. 이 초록 리본을 생각할 때마다 달짝지근한 바람이 가슴을 간질이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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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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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으로.”

시종들의 안내를 받아 황궁 안으로 들어온 아델은 긴장했다.

해마다 황제의 송년 연회에 참석했지만, 이렇게 황궁 안쪽까지 들어온 건 처음이었다. 높은 천장에 그려진 형형색색의 프레스코와 넓고 화려한 복도는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되었다.

저벅저벅.

그리고 줄줄이 뒤따라오는 황실 경비대들의 일사불란한 발소리도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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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긴장돼서 오줌 쌀 것 같아요.”

그러다 타냐의 속삭임을 듣는 순간 웃음이 터질 뻔했다. 하긴 타냐는 아델보다 더 긴장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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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편하게 가져. 황녀님은 좋으신 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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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님이 같이 계셨으면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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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쓸데없는 소리.”

아델이 주의를 시키자 상자를 들고 따라오던 타냐는 얼른 입을 다물었다.

잠시 후 화려한 아치문이 열리며 황녀 에이프릴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오늘도 장밋빛 뺨에 해맑게 웃는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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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있었어요, 후작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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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녀님을 뵙습니다.”

아델과 타냐는 공손하게 예의를 갖춰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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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정말 너무 아름다우세요!”

아델의 손을 덥석 잡으며 에이프릴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녀 뒤에 있던 시녀들과 귀부인들도 아델의 드레스를 알아보고 저마다 아는 체를 했다.

그런데 그중에 뜻밖의 인물이 섞여 있었다.

세이라와 한스 부인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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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이 어색해할까 봐 세이라 양도 초대했어요.”

뭐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하지만 아델이 할 수 있는 답은 정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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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녀님의 깊으신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그러자 세이라는 아델의 덤덤한 인사가 무색할 정도로 과장되게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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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녀님의 초대를 받고 너무 기뻤답니다. 불미스러운 소문들로 어머니와 관계가 점점 멀어진 것 같아서 속상했거든요. 이런 시간을 마련해주신 황녀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세이라의 연기는 가증스럽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세상 물정에 어두운 에이프릴은 이미 넘어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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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세이라양은 참 정이 많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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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한번 마음을 준 사람은 평생 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비록 새어머니지만 한번 가족이 된 이상 제겐 무척 소중한 분이시죠.”

참다못한 아델이 분위기를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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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해온 디저트가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습니다, 황녀님.”

타냐가 얼른 앞으로 나와 디저트 상자를 열었다. 황궁에 납품할 디저트는 시종들에게 보내고 황녀의 티 타임에 쓸 디저트 상자는 따로 준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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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너무 예뻐요! 이렇게 예쁜 아이들을 어떻게 먹죠?”

에이프릴은 소녀처럼 즐거워했다.

그러자 세이라가 한마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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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스 백작님도 부르면 어떨까요? 우리끼리만 먹기엔 너무 아까워서요.”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에이프릴이 손뼉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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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좋겠네요! 어서 백작을 모셔와요!”

그러자 황녀의 시종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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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은 지금 폐하를 알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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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폐하와 용건이 끝나면 잠시 들르라고 전해줘요. 후작 부인도 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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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황녀님.”

이미 예상했었지만, 에이프릴이 아델을 부른 이유는 크리스틴 때문이었다. 그녀를 빌미로 조금이라도 크리스틴과 더 친해질 계기를 만들고 싶어서.

아델은 누군가를 좋아하는 황녀의 간절한 마음을 뭐라고 할 생각은 없었다. 아니, 조금이라도 응원하고 도와주고 싶었다.

그 상대가 크리스틴이라는 게 씁쓸하긴 했지만.

그러나 세이라의 존재는 계속 마음에 걸렸다. 아무 계산 없이 이 자리에 와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

달그락.

담소를 나누며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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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한스 부인이 찻잔을 쏟는 바람에 아델의 치마가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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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이를 어쩌죠?”

황녀의 시녀들이 재빨리 아델의 치마를 닦아주고, 테이블을 정리했다. 그러느라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아델의 주위에 모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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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해요, 후작 부인. 비싼 실크라서 얼룩이 생길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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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부인, 이런 결례를 저지르다니요.”

하지만 아델은 그 소란스러움이 오히려 반가웠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싶었으니까. 이건 세이라와 한스 부인이 벌인 연극이 분명했다.

때마침 은 식기에 세이라의 모습이 비쳤다. 테이블에 흘린 차를 닦는 시늉을 하며 황녀의 디저트 위에 무언가를 재빨리 뿌리고 있었다. 하얀 가루였는데 디저트 위의 슈가 파우더와 감쪽같이 뒤섞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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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그럴 속셈이었나?’

만일 황녀가 저 가루 섞인 디저트를 먹고 탈이라도 난다면 어떻게 될까?

황실에 납품이 끊기는 건 물론이고 아델이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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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황녀를 독살하려고 했다는 소문이 나려나?’

어쩌면 크리스틴까지 엮어서 추잡한 소문을 만들지도 몰랐다. 그게 세이라의 주특기였으니까.

그러니 당하고만 있을 수야 없는 일.

아델은 곧 자신의 찻잔을 쓱 밀어서 떨어뜨렸다.

쨍그랑!

장미무늬 찻잔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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