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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더는 참을 수가 없으니까 (24/155)


24화. 더는 참을 수가 없으니까
2022.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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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그새 어딜 가신 거야?”

짐머가 아델의 침실로 들어갔을 때 크리스틴은 방에 없었다. 창문이 열려 있는 것으로 보아 창밖으로 나간 것 같았다.

얼른 말을 타고 뒤쫓았지만, 감쪽같이 사라져서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계속 비가 내린 탓에 그의 동선을 추격하기도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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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잘못되면 낭패인데.”

전쟁터에서는 적수가 없던 크리스틴이었다. 동물적인 감각과 초인적인 운동신경으로 누구도 그의 몸에 칼끝 하나 댈 수 없었다.

사실 그에게는 오래전 자취를 감췄다고 전해지는 늑대 일족의 피가 흘렀다.

전사 중의 전사.

하지만 그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늑대들의 짝짓기철인 겨울이면 감각이 예민해져서 이성에게 쉽게 욕망을 느낀단다.

언젠가 취기를 빌어 이 얘기가 오간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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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때에는 아무 여자나 안으시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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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같은 소리. 우리 일족은 평생 한 사람과 사랑을 나누게 되어있어. 한번 사랑을 나눈 후에는 상대의 체취에만 반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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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욕망이 생길 때 짝으로 원하는 이성이 곁에 없으면 어떻게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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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제하는 수밖에. 하지만 체력 소모가 매우 커서 사냥감이 필요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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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까진 겨울에도 아무렇지 않으셨잖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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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놈들이 우글대는 전쟁터에서 욕망을 느낄 일은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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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그렇군요. 그런데 만일 욕망을 억제하다가 한계에 도달하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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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이성을 잃고 폭주하거나, 쇠약해져 쓰러질지도. 거기까지는 가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그래서 짐머는 더 애가 탔다.

그는 지금 욕망을 억제하느라 체력이 거의 다 소모되었을 것이다. 아델의 방에서 거친 짐승의 숨소리가 났던 거로 미루어 반쯤 늑대로 각성한 것 같았다.

이 정도면 이성의 통제를 벗어났을 수도 있었다. 그러면 미친 듯이 사냥을 하거나, 늑대로 변한 채 쓰러져 있을지도 몰랐다.

문제는 이곳이 수도 그린힐이라는 것이다. 치안이 매우 좋은 도시. 자칫 폭주하다가 그의 정체가 드러나기라도 하면 모든 게 끝장이었다.

아무리 바이스 백작이라도 늑대 일족이라는 게 알려졌다간 무사할 리 없었다. 사람들은 자신들과 다른 것은 무엇이든 내버려 두지 않았으니까.

오래전 늑대 일족도 그렇게 자취를 감춰버린 것이다.

***

꽈르릉!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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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악!”

엄청난 천둥소리에 에이프릴이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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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으십니까, 황녀님!”

곧 옆 방에서 자고 있던 유모와 문밖의 경비병들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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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괜찮아요. 천둥소리에 놀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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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있어 드릴까요?”

유모의 다정한 목소리에 에이프릴이 얼른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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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이제 그럴 나이는 지났는걸요.”

유모가 눈을 찡긋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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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요. 조만간 제국 최고의 신랑감과 혼인도 하실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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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리지 말아요.”

모두 나가고 다시 혼자가 된 에이프릴은 한숨을 내쉬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은 아직도 천둥 번개가 치는 밤은 무서웠다. 바람에 웅웅 울어대는 나무들의 소리도 거대한 짐승의 울부짖음 같았다.

창가로 가서 문이 잘 잠겼는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번쩍!

그 순간 번개가 치며 하늘이 대낮처럼 환해졌다.

그리고 에이프릴은 분명히 보았다. 나무 아래에 서서 자신의 발코니를 올려다보고 있는 남자를. 그 남자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은백색의 머리였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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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스 백작?’

에이프릴은 조심스럽게 창문을 열고 발코니로 나갔다.

우우웅!

사나운 비바람에 머리카락과 잠옷이 마구 휘날려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오는 남자의 모습에 온통 시선을 빼앗겨서 그런 건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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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약간은 쉰듯하고 낮게 흘러나오는 음성.

비바람 소리에 어떻게 그 목소리가 또렷이 들렸는지 모르겠다. 그녀가 있는 2층 발코니와 그가 서 있는 1층 정원의 거리가 꽤 되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그는 분명히 바이스 백작이었다. 도도하고 오만하던 남자는 온통 비에 젖어 가련한 짐승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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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요?”

그가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에이프릴은 온몸이 가늘게 떨려왔다.

아무리 세상 물정에 어두웠지만, 이 시간에 남자를 침실에 들인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았다.

그건 부도덕하고 천박한 사람들이나 할 법한 일.

하지만 그 부도덕한 짓을 한다는 게 왠지 가슴 떨렸다. 상대가 이 남자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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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키지 않게 올 수 있나요?”

말이 끝나자마자 크리스틴은 재빨리 몸을 날렸다. 벽의 돌출된 장식을 발판 삼아 2층 발코니 난간을 훌쩍 뛰어넘었다.

순식간에 그와 마주 서게 된 에이프릴은 당혹스러워서 어쩔 줄 몰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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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젖었어요. 이, 일단 안으로…….”

도망치듯 침실로 들어가려던 그녀를 그가 벽으로 밀어붙였다.

갑작스럽게 기다란 양팔 안에 갇혀버린 에이프릴은 울상이 되었다. 유난히 거친 숨소리가 조금은 두려웠고, 또 조금은 야릇한 전율을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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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

그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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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원망해도 좋아. 하지만 더는 참을 수가 없어…….”

그는 초점 없는 눈으로 물끄러미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에이프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너무 뜻밖의 말이었다. 늘 자신에게 거리를 두고 무심하던 남자가 아니던가?

그런데 이 밤중에 무례하게 찾아와서 이렇게 뜨거운 고백이라니.

취하기라도 한 걸까?

그러니 거절하는 게 옳겠지?

하지만 취중 진담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가 진심으로 원한다면 얼마든지 부도덕하고 천박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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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망 안 해요. 나도 당신을…… 원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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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미쳤어. 나 지금 무슨 말을 한 거야!’

에이프릴은 제 입에서 이토록 노골적인 말이 나왔다는 게 깜짝 놀랐다. 하지만 그가 그대로 고개를 숙여 입술을 내리자 그를 거절하지 않은 자신이 기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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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키스는 좀 더 로맨틱하게 하고 싶었는데…….’

하지만 조바심이 나서 저도 모르게 얼른 눈을 감고 발뒤꿈치를 들어 올렸다.

타는 것처럼 뜨거운 숨결이 입술을 적셔왔다. 에이프릴은 자신의 잠옷 자락을 꽉 움켜쥐었다. 어느새 손안에 땀이 촉촉했다.

두 입술이 맞닿으려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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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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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

똑똑!

때마침 누군가 침실의 문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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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잠깐만요!”

당황한 에이프릴은 크리스틴을 밀어내며 문과 그를 번갈아 보았다. 하지만 그는 아무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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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녀님, 별일 없으십니까?”

문밖에서 경비병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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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별일 없어요!”

에이프릴은 문을 향해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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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좀 살펴보겠습니다. 황녀님 침실로 누군가 들어가는 걸 봤다는 제보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호락호락 돌아갈 것 같지 않았다. 이럴 땐 경비병들의 성실함이 조금 원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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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 기다려요!”

그녀는 크리스틴을 비로드 커튼 뒤로 밀며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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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숨어 있어요. 금방 돌려보낼 테니.”

 

***

활짝!

에이프릴이 문을 열자 조금 전 그녀의 방에 들어왔던 두 명의 경비병들과 유모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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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밤중에 무슨 소란이죠? 내 방에 나도 모르는 침입자가 들어왔다니요?”

그렇게 말하는 에이프릴의 잠옷이 젖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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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황녀님의 안전을 위해 잠시만 살펴보겠습니다.”

경비병들이 안으로 들어오려 하자 그녀는 강하게 앞을 막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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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침입자가 없다면 어떻게 책임질 거죠? 황녀의 단잠을 깨운 대가를 어떻게 치를 생각인가요?”

평소 유순하던 에이프릴이었지만 그녀는 황녀였다. 경비병들도 더이상은 강하게 나갈 수가 없었다. 그저 어깨너머로 방 안의 상황을 대충 살펴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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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했습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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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녀님…….”

걱정하는 유모에게도 에이프릴은 단호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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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요, 유모.”

사람들을 돌려보낸 후 문을 닫은 에이프릴은 겨우 안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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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돌아갔어요.”

커튼을 향해서 말했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크리스틴을 숨겨 놓았던 비로드 자락을 살며시 들쳐 보자, 이미 아무도 없었다.

순식간에 나타났던 것처럼 그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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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해…….”

에이프릴은 실망으로 기운이 빠져서 침대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조금 전 그의 숨결이 닿았던 입술을 가만히 더듬어 보았다.

너무나 뜨겁고 감미롭던 숨결.

거칠고 열에 들뜬 숨소리.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아릿한 전율에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그와 밤을 함께 보냈더라면 어땠을까?

그는 어떻게 여자를 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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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너무 야해!”

부끄러워진 에이프릴은 얼굴이 빨개져서 이불을 뒤집어썼다.

그러다 문득 그가 마지막 읊조리던 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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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

 
분명히 그렇게 말했던 것 같았다.

아델이라면 오스월드 후작 부인의 이름인데, 설마 그 이름을 부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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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잘못 들은 거겠지. 백작과는 오누이나 다름없다고 했잖아.’

하지만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면?

생각해보면 한스 부인의 파티에서부터 둘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르는 것 같았다. 서로 눈을 마주치지는 않았지만, 왠지 서로를 의식하는 것 같은.

게다가 어제 낮에 황궁 정원에서 있었던 일은 이미 소문이 파다했다. 그가 아델을 대신해서 황후의 채찍을 맞았다며 황궁 여자들이 수군거렸으니까.

설마 조금 전에 나를 그 여자로 착각했던 건 아니겠지?

그렇다면 둘 사이가 심상치 않다는 뜻인데…….

***

다음 날 아침.

밤새 사나운 비가 내리더니 언제 그랬냐는 하늘이 맑게 개었다. 차가운 공기 때문인지 유난히 맑고 쾌청한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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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녀님, 일어나셨어요?”

시녀들과 함께 에이프릴의 방으로 들어오던 유모는 깜짝 놀랐다.

퀭한 얼굴로 침대에 앉아있는 황녀에게선 평소의 사랑스럽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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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무슨 일 있으셨어요?”

유모가 조심스럽게 묻자, 에이프릴은 침울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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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잠을 좀 설쳐서요.”

그러자 시녀 한 명이 얼른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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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어젯밤 이상한 걸 보신 건가요?”

유모가 그만하라며 대화를 중단시키려고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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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거라니요?”

이미 에이프릴은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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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오늘 아침 황궁 숲에서 시신이 발견됐지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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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이요?”

유모는 별일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에이프릴은 어젯밤 그런 모습으로 갑자기 사라진 크리스틴이 걱정되었다.

혹시 그가 잘못된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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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이라면 누가 죽은 건가요? 어쩌다가요?”

질문해대는 에이프릴을 유모가 토닥이며 안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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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라 굶주린 맹수가 황궁 숲에 들어왔던 모양이에요. 야간 경비병 한 명이 물어 뜯겨 죽었답니다. 지금 사람들을 풀어 사냥 중이니 너무 염려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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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그렇군요.”

불행 중 다행이라며 에이프릴은 겨우 마음을 놓았다.

***

황궁 숲에서의 참사로 며칠째 궁 안이 떠들썩했다. 계속 사냥꾼들과 경비병들이 숲을 수색했지만 사람을 해칠만한 맹수는 발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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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범이나 호랑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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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일지도 모르죠. 얼마 전부터 황궁 숲에서 은빛 늑대를 봤다는 소문이 있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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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늑대요?”

에이프릴과 티 타임을 즐기기 위해 모인 귀부인들도 이 사건에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그녀들의 관심은 아주 잠깐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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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바이스 백작과는 어떻게 되고 계신 거예요?”

누군가의 물음에 다들 눈을 반짝이며 에이프릴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황녀는 턱을 괸 채 디저트 포크로 케이크를 콕콕 찔러대기만 할 뿐이었다. 뭔가에 넋이 빠진 사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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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녀님.”

옆에 있던 시녀가 조용히 부르자 겨우 정신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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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네?”

그런 에이프릴을 바라보던 귀부인들이 다들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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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던 날 밤, 바이스 백작과 무슨 일이 있으셨던 거죠?”

챙그랑!

놀란 에이프릴은 들고 있던 포크를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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