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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오늘 밤 단둘이 할 일 (35/155)


35화. 오늘 밤 단둘이 할 일
2022.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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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은 나름 멘탈이 강하다고 자부했다.

악녀라고 손가락질받으면서도 못 들은 척, 당당하고 오만한 표정을 지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도저히 그런 표정이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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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이렇게 아름다우세요? 피부가 꼭 꿀 발라 놓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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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 백작님 눈에서 꿀이 안 떨어지고 배기겠어요?”

여인들의 간드러진 웃음소리에 아델은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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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낯간지러운 말을 잘도…….’

차라리 악녀라고 손가락질받는 편이 훨씬 마음 편했다. 생각 같아선 당장이라도 이 자리에서 도망쳐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의 행동이 크리스틴의 평판이 되었다. 황제와 맞설 각오까지 하고 자신을 선택한 그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러니 도망치거나 피하지 않을 것이다. 그를 위해서라도 사교계에 적응해야 했다. 귀족의 입지는 사교계의 평판으로도 자리매김 되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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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부채로 입을 가리며 아델이 한껏 우아하게 답례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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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 예쁜지 하나도 모르겠네. 눈이 부셔서 쳐다볼 수가 없으니.”

익숙한 목소리에 돌아보자, 사람들 틈에서 미아가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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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

머리부터 발끝까지 샤넬 부인의 손길이 닿은 미아는 몰라보게 세련되고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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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혼 축하해, 아델 양.”

아델을 끌어안으며 미아가 속삭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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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부셔서 쳐다볼 수 없는 게 누군지 모르겠네.”

아델도 장난스럽게 화답했다.

낯간지러운 소리에 어느새 적응이 완료된 것 같았다.

사람들에게 미아를 인사시킨 후 두 사람은 얼른 자리를 빠져나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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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친구를 잘 두고 볼 일이라니까. 샤넬 부인의 드레스를 입고 황궁 연회에 참석할 날이 오다니. 네 친구라고 하니까 다들 얼마나 친절한지 몰라.”

미아는 오늘 아델만큼이나 행복해 보였다.

하지만 아델은 조금 불안한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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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갑자기 찾아온 이 행운들이 마치 꿈 같아. 깰까 봐 조금 두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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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해하지마, 아델. 신도 양심이란 게 있었던 거지. 지금까지 널 너무 불행하게 만든 게 미안해서 그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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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그런데 은빛 늑대 얘기는 좀 알아봤어?”

미아가 눈을 찡긋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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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부탁이신데. 남편을 살살 꾀어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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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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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늑대를 봤다는 소문은 전부 거짓이었대. 시신에도 이상한 점은 없었고. 발톱 자국도 네 개뿐이었다더라. 참, 그리고 어제 사냥꾼들이 황궁 숲에서 늑대를 잡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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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건가?

하지만 일이 너무 깔끔하게 처리된 것 같아서 뭔가 찜찜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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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긴 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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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점?”

미아는 주변을 흘끗 살피더니 목소리를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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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시관의 보고서가 황제와 바이스 백작에게 따로따로 들어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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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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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두 보고서의 두께가 달랐다는 거야. 백작에게 올린 보고서가 훨씬 두꺼웠나 봐.”

크리스틴이 황제에게 뭔가 숨기는 게 있다는 뜻일까?

크리스틴은 알고, 황제는 모르는 무엇.

하지만 황제에게는 보고서를 간추려서 올린 것일 수도 있었다. 의심하자면 끝도 없는 일이다.

더구나 다른 사람도 아닌 크리스틴을 의심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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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어쨌든 이 일은 비밀로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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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말하면 입 아프지.”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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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음험한 본성은 어쩔 수 없나 보네. 연회의 주인공이 구석에서 비밀 얘기라니.”

세이라가 귀부인들을 거느리고 두 사람을 향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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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제 우리 가문 사람도 아니니 더 이상 존댓말은 필요 없겠지, 아델 양?”

그러자 미아는 아델을 보호하려는 듯 팔을 걷어 올리며 앞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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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뭔가 찔리는 게 있으신가? 그쪽 흉이라도 볼까봐?”

세이라는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우아하게 돌려 까는 게 사교계의 기술이었다. 그런데 이건 당장 머리채라도 잡고 싸우자는 준비태세였다. 팔뚝을 보니 힘깨나 쓰게 생긴 여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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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예요, 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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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을 처치하는 정의의 사도다, 왜!”

아델이 그런 미아를 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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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 둘이 할 얘기가 있으니까 자리를 비켜줄래.”

이곳은 황궁이었다. 자칫 싸움이라도 나면 이방인인 미아의 평판만 나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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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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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려하지 마. 내 약혼자가 있잖아.”

아델은 일부러 사람들이 들으라는 듯 대답했다. 어떤 식으로 대응을 하든 크리스틴을 믿고 날뛴다는 소리를 들을 게 뻔했다. 그의 이름을 판 후에 들으면 그래도 덜 억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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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네 약혼자가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본다.”

사람들과 얘기를 주고받던 크리스틴은 시선을 느꼈는지 이쪽을 돌아보았다.

늘씬한 키에 곧고 반듯한 자세. 많은 인파 속에서도 시선을 끄는 수려한 얼굴. 그 모습에 주변에 있던 여인들의 입에서 신음이 절로 흘러나왔다.

아델은 모두가 보라는 듯 그를 향해 살며시 웃어 보였다. 크리스틴도 엷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봐도 한창 사랑에 빠진 연인들의 눈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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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 부러우면 지는 건데. 졌다, 졌어!”

세이라를 한껏 약 올리며 미아가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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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이라곤 모르는 천박한 것!”

아델을 표독스럽게 노려보며 세이라가 중얼거렸다.

그러자 아델은 온화하면서도 엄숙한 얼굴로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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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넌 황녀님을 이용해 나와 백작을 갈라놓으려고 했니? 네가 하기엔 수치스러운 짓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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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녀님의 말을 믿어? 자기가 멍청한 짓을 해놓고 내 탓을 하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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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황녀님을 그렇게 만든 게 너였구나.”

그 말에 세이라의 주변에 있던 귀부인들이 웅성거렸다.

아델은 떠봤을 뿐이었다. 소심한 황녀가 임신했다는 자작극을 혼자 생각해낼 것 같지 않았으니까.

아델에게 말려든 걸 깨달은 세이라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얼른 화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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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버지를 독살한 살인자! 그러고도 네가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아?”

아델은 세이라에게 바싹 다가와 눈웃음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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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이지. 칼라임의 악녀에겐 수치심도 죄책감도 없거든.”

아델의 달라진 분위기에 세이라는 적지 않게 당황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발밑에 굴러다니는 돌멩이와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오스월드 가에 살 땐 지하실 구석에서 겁에 질려 벌벌 떨던 계집애.

가문에서 쫓겨난 후로는 그린힐 외곽에 숨어 사는 음험한 악녀.

그게 세이라가 원하는 아델이었다.

그런데 바이스 백작의 약혼녀라는 것만으로 이렇게 콧대가 높아지다니 기가 막혔다.

아니, 용납할 수 없었다.

반쪽짜리 하급 귀족 계집애가 자신과 동등해진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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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스 백작만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게!’

이럴까 봐 바이스 백작과 갈라놓으려고 했는데.

하지만 주변에 있던 귀부인들은 어느새 아델을 둘러싸며 칭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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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아델 양을 제국의 꽃이라고 불러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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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보석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나비를 불러들이진 못하니 부질없죠.”

보석이란 세이라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는 게 사교계라더니, 다들 보란 듯 세이라를 돌려서 깎아내렸다.

황제는 아델의 목을 치는 대신 별궁을 선물하고, 황녀는 그녀를 친구라고 했다. 그러니 사교계의 여왕 자리가 조만간 바뀌게 될지도 몰랐다. 황제의 최측근 바이스 백작의 약혼녀이며, 황녀의 친구인 아델에게로.

그걸 직감한 세이라는 질투와 분노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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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버니만 있었어도!’

그래, 오라버니!

그러고 보니 잊고 있었다. 아델이 스톤을 얼마나 두려워했는지. 게다가 둘 사이에는 뭔가 비밀이 있어 보였다.

그러니 스톤의 죄를 뒤집어쓰고도 아델이 아무 말도 못 한 것이리라.

세이라는 다시 우아하게 부채를 흔들며 아델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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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라버니가 안부 전해달라던데. 약혼식에는 참석 못 했지만, 조만간 귀국하면 찾아가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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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순간 세이라는 똑똑히 보았다. 그녀의 표정이 창백하게 굳어진 것을. 아델은 다시 우아하게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지만, 부채를 쥔 손끝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눈치 빠른 세이라가 그걸 놓칠 리 없었다.

역시 오라버니와 뭔가 있었던 건가?

오라버니만 오면 백작과 쉽게 갈라놓을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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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오라버니가 돌아오면 다시 보자고, 아델 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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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크리스틴의 목소리에 아델은 얼른 돌아보았다. 자신을 걱정하는 부드러운 눈동자와 마주치자 금방 마음이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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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좀 피곤한 것만 빼고.”

크리스틴은 창백해진 아델의 뺨을 감싸며 다정하게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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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서 쉬자. 데려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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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좀 더 있을 수 있어.”

아델은 주변을 의식하며 그의 손을 조심스럽게 치워냈다. 크리스틴과 둘만 붙어 있으면 부담스러울 정도로 모든 사람의 시선이 모여들었다.

인기가 있다는 건 악녀라고 손가락질받는 것만큼이나 피곤한 일 같았다.

하지만 그는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오직 아델 한 사람만 보이는 것처럼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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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충분히 무리했어. 겨우 병상에서 일어난 환자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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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하지 마. 오늘 너무 행복해서 금방 다 나았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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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체력은 비축해둬.”

그리고 귓가에 스며드는 은밀한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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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단둘이 할 일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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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란 아델이 움찔하며 쳐다보자 그의 눈꼬리가 야릇하게 휘어졌다.

아델은 누가 들을까 봐 부채로 입가를 가리며 나직하게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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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생각하는 거야! 이제 겨우 약혼해놓고.”

크리스틴은 시치미를 뚝 떼며 순진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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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래? 단둘이 차도 마시고, 춤도 추고, 대화도 하고, 산책도 하고…… 다 하려면 밤을 새워도 모자란다고.”

기가 막혔지만, 아델도 모른 척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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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상상만으로도 정말 기대된다, 크리스. 하지만 그걸 다하려면 아무래도 몸이 더 회복돼야 할 것 같네. 그러니까 아무래도 먼저 돌아가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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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아델은 차르르 부채를 접어 그 끝으로 크리스틴을 살며시 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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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회도 안 끝났는데 주인공이 둘 다 빠지면 곤란하지. 백작님께선 좀 더 있다가 오도록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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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게 어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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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중간에 빠지면 욕은 내가 다 먹는단 말이야. 날 위해서라도. 응?”

사실은 다들 크리스틴을 보기 위해 모인 것이다. 칼라임의 악녀는 이쯤에서 퇴장해도 아무도 아쉬워하지 않을 터.

아델이 애원하듯 애교스럽게 눈웃음치자, 크리스틴은 심통 난 소년처럼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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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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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크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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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 고맙다는 인사는 맨입으로 안된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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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이지. 아주 달콤하게 보답할 테니까 기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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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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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특제 애플파이로.”

어이없어하는 크리스틴에게 아델은 눈을 찡긋하며 우아하게 돌아섰다.

눈치 빠른 짐머가 얼른 그 뒤를 따라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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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 넌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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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미쳤어, 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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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표식이 있는 한 영원히 날 벗어나지 못해. 네 영혼까지 내 거라는 증거니까.”

 
흔들리는 마차 안에서 아델은 끔찍한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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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 개자식!’

스톤이 정말 돌아올까?

세이라가 거짓말한 게 아닐까?

크리스틴과 약혼한 걸 알게 되면 놈이 가만있지 않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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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아무리 스톤이라도 그를 해치진 못하겠지?’

크리스틴이 강한 사람이라서 다행이었지만 안심은 금물이었다. 놈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사악했으니까.

정면 대결로는 크리스틴이 밀리지 않는다고 해도 놈이 무슨 수를 쓸지 몰랐다. 사람을 속이고 등 뒤에서 칼을 꽂는 것에 주저함이 없는 자니까.

그보다 내 몸에 있는 표식을 보면 크리스틴은 무슨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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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런 끔찍한 표식 같은 거 절대 보여줄 순 없어!’

아델은 진저리를 치며 고개를 저었다.

오늘 하루, 꿈같이 행복했던 것에 대한 대가처럼 끔찍한 생각들이 그녀를 괴롭혔다.

오스월드가에서의 2년.

지하실 마님으로 살아왔던 시간은 그나마 견딜 수 있었다.

그보다 더 견딜 수 없었던 것은 스톤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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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했습니다, 아델 양.”

짐머의 목소리에 아델은 겨우 끔찍한 생각에서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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